오랜만에 써보네.
아침 일찍이 있을 거라던 수술은 늦춰지고,
오전이 다 갈 즈음에야 시작됐다.
안경을 벗어서일까 ? 아니면 마취제의 영향 ?
뿌옇게 보이는 사람들 얼굴을 보면서 병실을 나섰다.
수술실에 들어가서도 실제 수술대에 오르기 전까지
긴 복도처럼 된 곳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복도 양쪽으로 수술실이 쭉 늘어선 것이 왠지 기분이 그랬다.
보이지는 않지만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생각하면
그런 기분이 들 수밖에...
의사의 질문은 거기서도 반복되었다.
아는 사람 ? 아니. 좋은 일 ^^
수술실로 들어가려는 그 순간부터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 소리에 눈을 떴다.
발목이 따끔거린다
(뽑아놓은 내 피를 발목을 통해 다시 집어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각시 말로는 나가서 다시 올 때까지 4시간 정도 걸렸단다.
코디가 환자 가족에게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해 주었다.
(내 것이 제대로 뽑히지 않으면 환자는 곧 생명을 잃는단다.
새 조혈모세포를 받기 위해 피를 모두 뽑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환자 가족들은 내 것을 받은 후에야 안심하고
비로소 그런 인사말을 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수술 과정을 설명하면 대충 이렇다.
마취된 나를 눕혀놓고 주사기처럼 생긴 것(주사기일 거다)으로
엉덩이 부위(허리 조금 아래쪽)를 찔러 뼈에 닿게 한 다음,
손으로 그것을 돌려 뼈에 구멍을 낸 후 조혈모세포를 빼낸단다. 구멍(좌우 각 1개)을 내는 과정에 힘들어 의사도 지친다고 한다.
(전기 드릴로 구멍을 뻥 뚫으면 안되나 ?
암튼 손으로 하려니 의사도 힘들 게다.
아무튼 내가 직접 보지 않았으니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돌아와서는 지혈을 위해 모래주머니를 수술 부위에
바로 누워 있어야만 하는데, 이게 2박 3일 동안 제일 힘들었다.
자유롭게 움직이질 못하고 자세가 고정되어 있느니 말이다.
그것 말고는 없다.
곧바로 저녁 먹었다.
각시가 사온 통닭도 먹었다.
냉장고에 있는 것 다 꺼내 먹었다.
그리고 그냥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먹고 병실을 나섰다.
물론 걸어나왔다.
택시 타고 집에 와서 누웠으며 가볍게 걷기도 했다.
느낌이 좀 그럴 뿐 특별히 문제될 만큼 아프거나 하지는 않다.
의자에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을 때,
한 곳에서 오래 서 있을 때는 불편한데,
그런 불편함이 사라진 것은 한 10여일 정도 후 ?
집에 돌아와서 주사바늘 자국을 셌다.
11개였던가 ? (검사 때부터 퇴원할 때까지)
주사받기 싫어하는 내가 짧은 기간에 그렇게 많이 맞아 버리다니.
그래도 재미있었다.
내가 이런 경험을 하게 된 것을 자체가 기분 좋으니 말이다.
기념으로 엉덩이에 난 구멍 부위를 사진으로 팍~ 찍어 두었는데,
지금은 그 곳이 어디인지 각시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한다.
수술 이야기는 이게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