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 대한 잘못된 생각 몇가지.... 2004/06/29 00:05

1. 총파업은 불법이다 ?

 

노동계가 총파업을 선언하면, 직책이 꽤나 높아 보이는 몇분이 카메라 앞에 납신다. 그들의 면면을 볼까 ?

 

법무부장관(때로는 검찰 총장이 나올 때도 있으리라), 행자부장관(경찰청장이 대신하기도 할 테지), 노동부장관, 산자부장관(이 사람이 왜 간혹 등장하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등등...

 

그들 중 한 명이 나서서 말한다. "불법은 엄단하겠다고"

 

그런데, 자세히 들어 보라. 왜 불법인지는 없다. 그냥, 불법은 엄단하겠다고만 한다. 그 교묘한 말장난은 다음날 신문에 쫙 등장한다. 역시 뭐가 불법인지에 대해서는 없다.

 

한 노동자가 나서서 사장한테 뭐 해달라고 대들기 힘들다. 그래서, 노조를 만든다. 노조를 만드는 이유는 당연 집단적으로 사장하고 협상하고 노동조건도 그렇게 해서 더 좋게 만들라는 것이다. 그것을 헌법에 정하고 있다.

 

생각해 보라. 한 노동자보다는 노조가 더 낫고, 그렇다면 당연히 한 노조보다능 여러 노조가 모여서 더 큰 노조를 만드는 것이 낫을 테다. 그리고, 그런 노조들이 모여서 파업을 하는 게 바로 총파업이다. 그것은 당연히 정당한 노조 활동이다.

 

그럼에도 총파업하겠다고 하면 장관들이 나서서 왜 불법인지는 말하지 않고 그저 불법은 엄단한다고 한다. 그러면 듣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 누군가는 불법을 하고 있구나. 그러니 저 장관이 나서서 저러지. 그런 생각을 쉽게 하지 않을까 ? 가뜩이나 파업을 뚜렷한 이유도 없이 싫어하는 한국 사람들한테는 말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그런 모습 변한 게 없다. 당최 파업 현장에서 뭔가 했다는 노무현은 뭘 했단 말인가 ? 아! 그렇군. 나도 한때는 그랬어..흠..그것 뿐인가 ?

 

노무현한테는 딱 한마디만 해 줄 테다.

 

"선무당이 생사람 잡는다" 지난 1년을 되돌아 보건대, 딱 그꼴이다.

 

 

2. 시한을 정하고 하는 파업은 안된다 ?

 

대개 노동조합은 시한을 미리 정하고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한다. 그런데, 몇시간 전에 나름대로 매우 진보적이라는 김대환 노동부장관이 그런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고 말했다. 

 

그렇군. 잘못된 것이군. 어라 ? 근데, 장관 나리 뭐가 잘못이지 ?

 

장관 나리도 전세집 살아 봤을까 ? 살아봤다고 가정하자. 집주인이 안 빼주면 어떻게 하지 ? 난 빨리 나가고 싶은데, 집주인이 돈없다고 다음 사람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면 ? 어떻게 하긴. 힘없는 놈이 기다려야지. 아니다. 그럴 수는 없지. 한마디 한다. 언제까지 안 빼주면 가만 안둘겨 ? 우리 친척이 저기..그니까..거시기..검..찰인가..뭐..거시기에도 있고..아님 이 집 꽉 경매 넣어 버릴겨..간혹 겁많은 집주인은 그 말이 무서워 집 빼주기도 한다. 아주 간혹 말이다.

 

마찬가지다. 노조가 파업을 하면 사용자에게는 대개 경제적 타격이 있다(물론, 그것은 파업 끝난 후 거의 원상회복 된다). 사용자 보고 그걸 미리 경고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우리 요구 안들어 주면 파업할 겨. 그럼 손해 볼 텐데 교섭 열심히 해 보자고.

 

자, 뭐가 잘못된 것인가 ? 교섭(협상)이라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다. 밀고 당기고 때로는 겁도 주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사용자들 늘 하는 소리 있지 않는가 ? 불법 엄단, 무노동무임금. 그거랑 같은 것이다.

 

 

3. 의사도 파업하는가 ?

 

의사 파업. 언론에서는 그렇게 써댔다.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이다. 물론, 의사도 노동자니 노동조건의 향상을 위해서 파업을 할 수 있다.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하면 된다. 그러나, 예전에 의사들이 하는 행동은 개업의의 경우 휴업 또는 병원 소속 의사는 진료 거부에 다름 아니다.

 

파업은 헌법적 권리로서 민사상, 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지만, 예전의 의사들의 행위는 의료법 위반의 불법행위일 뿐이었다.

 

듣기로 당시 그 불법행위로 의사들이 무지막지하게 처벌받았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반대로 병원노조가 파업을 했을 때는 무지 많은 사람들이 구속되고, 해고되고 월급이나 퇴직금 심지어 신원보증인의 재산까지 압류당했었다.

 

그러고 보면 역시 힘있는 집단에 들어가 있어야 하나 보다.

 

유권무죄, 무권유죄...하긴, 누가 모르겠는가 ? 참, 서글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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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몇가지 적으면서도 난 제일 화나는 대상은 바로 노동자들이다. 직장에 가서 일하면서 돈받는 사람들은 다 노동자다. 그 노동자들이 1300만이 넘고 가족들을 합치면,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런데, 보라.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담아낼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것은 이런 저런 이유가 있어 그렇다 치더라도, 그들의 의식은 대체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가 ?

 

"먹고 살기 힘든  판에 파업이 무슨 파업이야 ?"

 

누구 입에서 이런 말이 많이 나오는가 ? 바로 노동자들이다. 자기 권리인데도 그렇게 생각한다.

 

뒤집어 보라. 그 말들이 과연 나 스스로 생각해 낸 말인지. 아니면 누군가 옆에서 주워 들은 말은 아닌지. 더 나은 노동조건을 요구하지 않고 그리고 그것을 위해 파업을 하지 않으면 가장 좋은 이가 누군지. 그래서 그들이 그런 말을 당신 머리 속에 새겨 넣은 것은 아닌지. 

 

다른 사람이나 집단을 지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힘이 아니라, 바로 그 사람과 내 생각을 일치 시켜버리는 것이다.

 

총파업하면 국제신인도가 떨어지며, 그러다 보면 회사도 어려워지고 결국 임금도 줄 수 없으니 파업 하면 안된다. 그러니, 파업은 나쁜 것이다.

 

내 머리 속에 위와 같은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면, 아래와 같이 뒤집어 보시라.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다. 파업은 경제를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해 보라. 정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더 열심히 일하지 않겠는가 ? 더 정성들여 일하지 않겠는가 ? 그렇게 하면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

 

내 머리 속에 들어 있는 모든 것을 뒤집어 보라. 그러면 세상이 달리 보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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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6-29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추천 정말 멋진 부군을 두셨어요~ 추천~

호랑녀 2004-06-29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 보라. 정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더 열심히 일하지 않겠는가 ? 더 정성들여 일하지 않겠는가 ? 그렇게 하면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

예전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입으로는 말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서서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 진짜 궁금해서 여쭙는 건데요. 파업이 법으로 보장된 게 있는데 왜 불법인가요? 무슨무슨 기간을 뒀다가 파업해야 하는 건가요? 아님 현실적으로 법 테두리 안에서 파업하는 게 불가능하게 법이 만들어져 있나요?)

숨은아이 2004-07-01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칭찬 고맙습니다. 제 글은 못 쓰고 남편 글이나 옮겨 오고 있으니 원... ^^/호랑녀님,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노동부의 중재기간을 거친 담에 파업하게 돼 있어요. 파업이란 게 협상을 하다 하다 안 되면 하는 것인데 또 중재기간을 거쳐야 한다니... 그리고 노동부에서 강제로 조정해버리면 거기에 불복해 파업할 경우 무조건 불법 파업이 됩니다. 게다가 파업을 하겠다 하면 일단 "불법 파업 엄단" 소리부터 나오니까, 어떻게 하더라도 결국 불법이란 인상을 심어주죠. 자세한 건 남편에게 물어볼게요. ^^

숨은아이 2004-07-05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남편이 호랑녀님 질문에 이런 답글을 달았습니다.
**

노동가요 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그래 너희에겐 외세와 자본이 있고, 폭력집단 경찰과 군대있지만"(너희는 노동자을 억압하는 체제세력(또는 정치권력)을 의미하는 듯).

재경부장관이 한미은행 파업에 공권력 투입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고, 2년 전에는 산자부장관이 산업별노조인 발전노조(발전 6개사 노조)를 기업별노조로 전환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고, 전교조의 활동에는 늘 교육부장관이 나서서 딴지를 걸었다. 행자부장관,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노동부장관은 늘 나서니 그냥 그러려니 한다. 보이지 않게 저들과 한편인 곳은 사법부다(정말 ? 세상이 변하면 법도 법해석도 변한다. 좌파가 힘이 있었던 해방 후에는 대법원도 노동자의 정치파업에 함부로 판결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여지없다. 대법원에 도시락폭탄을 던지고 싶다는 박훈 변호사의 선동(?)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다). 언론은 노조 때문에 나라가 어렵다고 기획기사를 내보냈고, 조중동이나 경제신문은 특히 심하며 YTN은 늘 노사화합 어쩌면서 파업을 없어져야 할 것처럼 광고해대고 있다.

게다가 현행법은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관해서만 파업이 가능하게 했다. 즉, 임금 등 먹고 사는 것 외에는 신경쓰지 말고 살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사회, 경제, 정치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동3권이 헌법으로 보장되었다면, 정치, 교육, 사회, 문화, 경제 등 사회 모든 분야에 대하여 행사될 수 있어야만 실질적인 노동3권이라 할 것인데, 현행법과 그 해석은 그 범위를 축소하기에 바쁘다.

게다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을 들여다 보면 하지 말라는 것 투성이고, 사용자가 일단 아음먹고 법에 호소해대면 검찰과 법원은 거의 대부분 사용자를 편들어 주는 게 현실이다.

노동법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으로서, 한국의 노동법과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기가 막힌다.

심지어 이제 드러내놓고 노조 파괴 공작을 일삼는 세력들까지 있다(변호사, 공인노무사, 용역경비업체("노조 와해 전문"이라고 선전지를 뿌린단다)).

정리하면, 저들이 저렇게 한통속이 되어 떼거리로 덤빌 때, 그에 맞서는 노동세력은 파업이라는 무기를 최대로 활용해야 하는데, 법과 제도는 저들에게 편향되어 있으니, 결국 저들은 자기들을 위해 법과 제도를 그리 만들어 놓고 그것마저도 자기들 좋을대로 해석해 써먹는 게 바로 불법파업이다.

호랑녀 2004-07-07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저는 늘 궁금했답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ㅠ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