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학부모들은 왜 그 모양인가 ? 2004/06/21 10:47

기분 나쁜가 ?

 

뱃속에 아이가 있을 때는 부디 건강하게만 태어나 달라고 빌었고, 돌잔치 때는 착하고 건강하게만 자라 달라고 빌었는데 말야..애가 자라고 나니 욕심이 나더라고..아니, 욕심이 아니라 걱정이 앞서더라고..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그대로 두면 부모 노릇 못한다고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고 말야..

 

어라 ? 아이가 좀 더 크니 좀 더 센 말이 나오네 ! 내 자식 잘되라고 그러는 건데 남들이 뭐라 하던 무슨 상관이야 ?

 

교육 정책 어쩌고 저쩌고 할 때마다 늘 단 한가지 결론에 이른다..

 

"학부모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고 하면 뭐하냐고..모조리 다 내 자식 대학 들어가느냐 마냐 하는 기준으로, 제도가 어쩌니 저쩌니 평가를 해 버리니 말이다..그런 학부모들 보고 교사 평가에 참여시키자고 ? 아서라..대학, 그것도 좋은 대학 나와야 대접 받는 사회에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 그런 사회 만들어 가고 있는 당신..제발 조용히 있으라..

 

당신이 만든, 그리고 만들고 있는 이 사회에서 당신의 아이들..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또 그렇게 살아가길 원하는가 ? 하긴, 그럴 지도 모른다..내 자식만 잘되면 되지..그런 당신은 윤리 과목 시험문제에 협동과, 사랑, 자애, 자비, 돌봄이 사회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라고 답하라고 아이에게 가르치겠지 ? 그래야, 당신의 아이들이 대학에 갈 수 있으니까..

 

다시 묻자..기분 나쁜가 ? 나는 더 나쁘다..왜 내가 갈팡질팡하는 교육정책 입안자와 집행자들을 위해, 그리고 그런 학부모들을 위해 세금을 내야 하느냔 말야 ? 이런, 우라질..

 

대학을 모두 평준화하자..아이들이 대학 가기 위해 공부하도록 하지 말자는 거다..적어도 국공립대학은 가능하지 않는가 ? 모두 대학에 들여 보내자..졸업을 못하게 하면 된다..고등학교 식으로 가르쳐서 졸업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식, 철학의식, 전문 지식을 고르게 갖추지 못하면 졸업을 못하게 하자..기술은 있되 머리는 빈 사회의식이 꽝인 학생들을 사회에 내보내선 안되게 하자..

 

하긴, 이렇게 해 놓으면 대학생 과외도 생겨날까 ? 모르지..현재 수준을 놓고 보면..에고~

 

해 보자..난 국공립대는 적어도 프랑스식(자세히는 모르지만 여기저기서 말하는 걸 들어보니 제일 낫다)으로 만들자..한국에 있는 국공립대를 통합해서 뽑아 지역으로 배치를 하자..그리고, 국공립대를 늘려라..교수들도 다 이리 저리 돌려라..좋은 인재들 한국에 많지 않은가 ? 그들을 다 교수로 만들어라(비용 ? 걱정마시라, 지금처럼 적은 숫자의 교수 집단을 유지하는 비용이 오히려 더 든다는 사실..쉽게 생각해도 알만 하지 않는가 ?)..학생 10명에 교수 하나, 충분히 그럴 인재들 많지 않은가 ? 그러면, 학생들 공부 안할래야 안할 수 없지 않겠는가 ?

 

사회, 학교, 교수, 학생 모두 하나의 집단으로 묶여 있는 빗장을 이렇게 하나하나 풀자..대학 입시 중심의 교육정책이라면 그걸 먼저 해결해야만 한다..그러려면 대학부터 고쳐야 한다..현재의 대학을 그대로 두고서 백날 교육정책 바꾸어봐야 소용없다..여전히 학부모들은 오늘도, 내일도 오로지 스카이만 바라보고 있을 테니 말이다..

 

대한민국 학부모들아..제발 그런 일에 좀 나서봐라..수백만 아이들과 수천만 부모들의 고난과 초조와 불만의 세월을 반복하지 말자..

 

당신의 아이들은 물론이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아침부터 노란차 타고 나가서 다시 노란차 타고 들어오는 꼴을 언제까지 지켜볼 텐가 ?

 

어제 티비에 나온 인천외고 한 학생의 말이 떠오른다..

 

"전 30여명 중에 이십몇등 해요..그래요..나 공부 못해요..그래도 난 인간성 좋다는 말 듣고 다녀요"

 

인간성 좋은 이 아이를 공부 못한다고 해서 차별하는 것이 올바른 교육정책이며 그런 정책에 오늘도 침묵하며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것이, 겨우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수준인가 ?

 

"난 이 학교 교장의 정책을 상당히 지지해요" 한 학부모의 말이다..

 

그 교장은 학생들의 말에 따르면,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단다..교사 평가도 반에서 10등 안에 드는 애들만을 가지고 평가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묻자..대한민국 학부모들 내 말에 기분 나쁜가 ?

 

기분 나빠하시라..모두 다 기분 더럽게 나빠져서 다 들고 일어나서 교육정책 제대로 한번 바꿔보시라..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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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당무 2004-06-22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부모때문이라고 한 부분은 찬성하기 힘들군요.

강남의 집값이 오른 것은 몰지각한 집투기꾼들 때문이 아닙니다.
그곳에 집값이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죠.
학부모들이 좋은 대학에 연연하는 것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사회 현실입니다.

대학의 국공립화와 같은 방법은 좋은 시도이지만, 교육의 모든 문제를 학부모에게 전가 한 것은 반대입니다.

숨은아이 2004-06-23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문제가 학부모 탓이라는 게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학부모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하지 않고서는 어떤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모두 제도 탓만 하고, 자기부터 돌아설 용기는 안 내니까. 한 사람 한 사람 손잡고 돌아서면 모두 돌아설 수 있는데. 대체 "그럴 수밖에 없는 사회 현실"은 누가 만들었지? 하늘에서 떨어졌나? 나, 너, 옆엣사람, 뒷집사람,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거잖아. 결국 우리 사회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의 책임이야.

홍당무 2004-06-23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의도가 그럴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하지만 글만을 보면 학부모라고 한정짓고 있다고 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