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송어낚시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효형출판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리처드 브라우티건Richard Brautigan 지음, 김성곤 옮김/해설, 효형출판, 2002


원제는 Trout Fishing in America.
리처드 브라우티건이란 사람은 1935년에 태어나 1984년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이 작품집이 발표된 건 1967년이라네요.

전에 천리안 애서가동호회에서 한 회원이 이 작가에 대해 쓴 글을 보고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더랬지요.
1991년에 중앙일보사에서 한번 번역 출간된 적이 있답니다.
그러나 손에 닿질 않아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하고 있었는데
2002년 효형출판에서 새로 나왔기에 사두었습니다.

책 뒤에 번역가 김성곤 교수(서울대 영문과)의 해설과,
1984년(브라우티건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으로 생각되는데) 작가와
번역가가 대담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걸 보니 김성곤 교수는 아마 미국 현대문학, 그 중에서도
브라우티건의 문학을 연구하는 분인 모양이에요.

그런데, 레이몬드 카버의 소설을 읽었을 때 느꼈듯이,
미국의 현대를 고민하는 미국 남성의 인용하는 상징,
작품의 바탕이 되는 사회 인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겠더군요.
역시 문학을 이해하려면 먼저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가 봐요.

문장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듯한데, 그 하나하나가 읽히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연작 형식으로 구성된 이 소설의 각 단편 끄트머리에
주를 많이 달아놨는데, 그 주란 게 읽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또 마음을 열고 내 느낌 그대로 작품을 보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나중엔 그 주를 보지 않고 단편을 다 읽은 뒤,
주는 슬쩍 훑기만 했습니다.

때로는 정작 주가 필요한데 없는 부분도 있었어요.
<영원의 거리에서의 송어낚시>란 단편에는 첫머리에
"베니토 후아레즈의 출생지인 젤라타오"라는 말이 나오는데,
알고 보니 베니토 후아레스는 멕시코 혁명을 이끈 지도자 중 한 사람입니다.
이런 걸 주로 달아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에스파냐어 표기법에서는 "후아레즈"가 아니라 "후아레스"로 써야 합니다.

현대 생태주의 소설의 원조라는 이 책에 전체적으로 공감하진 못했지만,
개중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 단편도 있었습니다.
전체 47편 중 앞부분에 나오는 <나무 두드려보기 2>,
<빨간 입술>과 <쿨 에이드 중독자>, <비탈길에서의 송어낚시>,
뒷부분의 <영원의 거리에서의 송어낚시>,
<타월>, <"빨간 입술"에 대한 각주 장(章)>, <클리블랜드 폐선장>입니다.

그 중 <빨간 입술>과 <"빨간 입술"에 대한 각주 장>은
정말 의미심장한데요. 인간의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먹는 것, 애착(애정의 손길?), 그리고 배설이죠.
배설에는 우리 몸에서 나오는 것도 있고, 우리 삶의 방식에서
나오는 것도 있습니다. 요즘엔 유기농 두부 한 모만 사도
그 포장재를 따로 버려야 하잖아요?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 살던 시대에는
배설도 곧 흙의 양분을 더해주는, 상생과 조화의 일부였죠.
그러나 현대의 배설은 그렇지 못합니다.
(어떤 곳에서는 쓰레기로 에너지를 만든다던데...)

읽다가 궁금했던 점이 몇 개 있습니다.
 우선 <칼리가리 박사의 캐비닛>에 "북서태평양"이란 단어가 나오는데,
미국 서부 해안이면 북동태평양 아닌가요? 태평양의 북서부는
아시아 쪽 아닌가요? 미국인들은 자기네 서부 해안이니까
그렇게 표현하나?

<내가 마지막으로 본 미국의 송어낚시> 편에서는
"그레이트 폭포"가 거듭 나오는데, Great Falls(그레이트폴스)는
미주리 강 연안에 있는 도시 이름이기도 합니다.
아마 폭포 이름에서 도시 이름이 나왔겠죠?

끝부분의 <마요네즈 장(章) 서곡>에는
애쉴리 몬태그라는 사람이 썼다는
"에스키모들은 평생 얼음 속에서 살지만 그들의 말에는 '얼음'이라는
말이 없다"는 글이 나옵니다.
그런데 에스키모들의 말에는 "눈"을 표현하는 말이 매우 많다고 합니다.
영어에서 눈은 그냥 snow일 뿐인데,
에스키모들은 살짝 언 눈, 진눈깨비, 펑펑 쏟아지는 눈 등
눈의 다양한 형태에 따라 다 다르게 부른다는 거예요.
(이 말을 어디서 들었더라... 가물가물...)
그러니 얼음이라는 말이 없다 해도 그러한 상태를 뜻하는 다른 말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작가가 이 글을 무슨 의미에서
인용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참, 그리고 <테디 루즈벨트 칭가더>란 단편도 있는데, 제목 중
"칭가더"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 부디 가르쳐주세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당무 2004-06-10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눈에 대한 다양한 이름을 들어볼 수 있죠.

숨은아이 2004-06-1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