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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이 죽었다고?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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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모냥인지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책장을 덮고난 직후...

 

왜 , 남들이 다 재미있다고 할 때, 읽어보면 나는 그렇게까지나 재미나지가 않을 때가 많으면서도,

또 남들이 그리도 재밌다고 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별로 없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나 소설이나 영화나 모두,

내게는 '재미'가 없다로 치부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또 잊고 말았던 거다.

 

어쩌면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공감을 형성하기보다는,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만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재간 보다는, 언어의 완벽한 구성보다는,

그냥 가슴이 좀 알싸한,

머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그런 것을 어떻게든 찾으려고 혈안이 된 심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때 이런 소설은,

잘못한 것 하나 없이 괜시리 미움 받는 며느리 짝이다.

나는 뭐, 말 안해도 알겠지, 못된 시어머니.

 

그래도, 결정적 미움을 산 이유는 한 가지 있었다.

'인용'이 넘쳤던 것.

나는 '인용'이 많은 책을 그다지 신뢰하지 못하는 편이다.

때때로 남의 말을 마치 자기 말인 것인 양 읊어대는 꼴을 보이는 사람들이 가엾거나 대화를 맥 빠진 골짜기로 끌고가 버리는 수가 있는데,

작가가 자신의 글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인용' 보다 몇 곱절의 도용을 해버린다고 느껴지는 순간,

이것 역시 좀처럼 애착이 가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오늘은 '어쩌면'이 정말 많이 들어가는군) 김경욱이, 인용 따위는 하지 않고도,

몇 몇 문장은 주옥같이 섬광같이 내지르는 정도의 천재성을 가졌을 거라고 섣부른 기대를 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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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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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분의 일 정도 읽었을 때까지만 해도,

뭐 이런 소설이 전 일본 서점 주인들이 뽑은 최고의 소설이 되었다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다.

내가 서점 주인이라면, 이런 책을 좋아하게 될까 공상도 해보고,

좋아하게 된다면, 그건 직업 탓일까 아니면 순전히 이 책의 공력 때문일까,

서점 주인이라면 그런 공력을 알아보는 눈이 일반인보다 깊은가,

등등생각에 꼬리가 달렸었다.

 

중반에 이르자,

서점 주인이되, 일본의 서점 주인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의 정서를 아주 모르지는 않는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인지,

이 책도 여타의 일본 소설 처럼 일본적 냄새가 짙다고 생각했던 거다.

특히나 현재 일본의 청춘에 속하는 사람들의 냄새.

 

그리고 후반에 이르자,

나는 항복했다.

이러쿵 저러쿵 의구심을 가진 거, 일본적 어쩌구 한 거, 다 취소하고 만 거다.

 

그런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모처럼.

처음에 아무런 특징도 없고 재미도 없고 뭐 하러 이 사람 만났을까 싶던 사람인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조금씩 재미가 붙고

몇번 더 만나다보니 이사람 안 만났으면 내 인생 얼마나 별루였을까 라는 심정이 되게끔까지 일취월장하는 관계를 만드는 사람.

그렇다고, 처음과 달라진 것도 아니요, 이야깃 거리가 더 생긴 것도 아닌데도,

그저 담담히 죽 소소한 것을 공유하기만 하는데도,

그래도 이 사람 안 만났으면 후회했겠다 싶게 만드는 사람.

 

결국, 대단한 작가인 셈이다.

취향의 차이 까지도 뛰어넘을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를,

오랜만에 발견한 기쁨.

하지만, 이 기쁨이 그가 주로 쓴다는 다른 SF소설이나 미스터리물 등에서도 그대로일지는 아직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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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5-09-27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기어이 보관함에 담게 하시는군요..^^

불륜의동화 2005-09-27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에 구입한 책인데 아직 펼쳐보질 못했군요
사무실에서 택배로 온 책들을 뒤적이다가 '밤의 테크닉?'
한명이 이렇게 떠드는 바람에 사무실이 뒤집혀 졌다는,,,
기대를 갖고 읽겠습니다
총총

치니 2005-09-28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 저도 망설이다 구입했는데, 잘했다 생각했어요. 만족하시길... ^_^
불륜의동화님, 하하 . 사무실 분위기 , 좋아보이는데요?

blowup 2005-11-03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리뷰의 주인이셨구나. 기억에 남았어요. 이걸 읽고 뭘 적을까 하면서 리뷰들을 보았더랬죠. 은근 쓰기 힘든 책이어서... 쓰다 말았어요. 공감하며 읽었답니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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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든 영화이든, 사전정보를 극히 제한적으로 접하고, 나만의 느낌을 갖는 것을 선호하는 나인 지라,

알라딘에서 숱하게 스쳐온 제목인데도 불구하고,

이 책이 '추리소설'의 장르에 속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냥 다른 것도 아니고,

눈에 대한 감각이 있는 거라니,

그게 좋았다.

 

어려서부터 눈을 좋아했다.

조금 커서는 눈이 더러워진다는 사실이나 눈이 오면 차가 막힌다는 사실, 혹은 눈을 치워야 하는 수고스러움 때문에 , 눈을 미워하고 귀찮아하는 사람들을 경멸하기도 했다.

그런데 , 이젠, 눈을 좋아하는 나를 좋아한다.

아직도 눈을 보고 감동하고 아이처럼 두근댈 수 있는 내 가슴이 게속 살아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한 5년 뒤에는, 눈에 대한 아무런 감흥이 없는 내가 좋아질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스밀라는,

말하자면 그런 여자다.

초감각적으로 눈을 이해하고 좋아하면서도, 눈처럼 차갑고, 눈처럼 부드러우며, 아이같은 저돌성을 지닌데다가 할머니처럼 지혜롭고 현명하다.

마치, 나 같은 사람이 눈을 어려서 좋아하는 것과 지금 좋아하는 것과 나중에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유나 심경이 시간이나 외부 사정에 따라 나도 모르게 변화하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녀는 좋아함의 다양한 변화, 자신을 가꿔내는 특질의 변화, 인생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시공간적 개념에서 이해되기 어려운, 자신만의 페이스에서 진행해버린다.

순전히 그게 부러웠다.

다른 매력은 두고도, 그게 부러웠다.

시공간을 초월해서, 자신만의 무엇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그런 반면에 절대 흔들리지 않는 그 무엇을 지니고 산다는 것.

 

어려운 수학이나 지질 이야기는 다 패스했다.

나는 어떤 것을 대하든, 내가 취하고 싶은 것만 취해버리는 습관이 있다.

복잡한 추리의 미로도 별로 개념치 않았다.

그냥 내가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했다.

그래서 어이없게도 누가 이 책의 말미에서 나온 결론이 무어냐고 물어도, 아마 대답 못할 지경이다.

 

다만, 이렇게 생각해가며 읽었다.

나를 가꾸어야지,

스밀라처럼, 아니 스밀라의 방법을 체득해야지, 아니 스밀라로 대표되는, 자기를 제대로 가꾸는 사람이 되어야지.

어떻게든 그 방법을 많이 알아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자멸이야...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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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4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5-09-14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 님,
^-^ 맞아요 ! 저도 추천글로 도배해놓은 표지는 영 재미 없다고 생각해요.
아마 님도 다 읽고서, 그래도 꽤 괜찮은 책이지 않아 하실 거 같다고, 감히 추측해봅니다.
들러주셔서 감사. ^-^

rainy 2005-09-17 0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 이맘 때.. 떠났던 것 처럼.. 다시 한 번 떠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건 다 두고.. 이 책 한권만 달랑 들고 조용한 곳으로 떠나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밤이야 ^-^
이 책은.. 왠지 마음이 좀 잔잔해 지면 시작해야지 하고 있다..

치니 2005-09-18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한권만은, 지겨울랑가도 모르니, 좀 더 말랑한거 하나 더 싸들고 가셈. ㅎㅎ
 
마의 산 1 - 엘리트 북스 홍신 엘리트 북스 81
토마스 만 지음 / 홍신문화사 / 199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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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런 건 아니지만,

때로는 '잘난 척 하는 사람'이 좋다.

도가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당당하게 자신이 아는 것을 혹은 잘 하는 것을 밝히고, 그것을 알려주는,

그러니까 결국 '척'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잘난 사람을 좋아하는 거겠지, 나는.

반대로 어수룩한 척 하면서,

아니면 정말 잘 모르는 주제에,

겸손을 떤답시고,

'외람되지만' , '내가 너보다 잘났다는 건 아니지만' 이라는 토를 서두에 달고 남을 훈계하려 드는 사람과 대하자면,

그의 겸허함에 감화되기보다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토마스 만은 잘난 사람이고, 잘난 척도 곧잘 할 뿐더러, 수위는 넘지 않는다.

주로 잘난 사람들이 하는 실수인, 이 세상에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만 있을 거라는 편견 하에 사설을 늘어놓는 것도 아니다.

그 점에서 이 작가가 일단 마음에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이런 호감만을 가지고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는 호락함을 펼쳐주진 않는다.

무릇 배우려면, 아니 적어도 생각하려면, 책을 손에 쥔 동안만이라도, 아주 진지한 자세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는 것만 같다.

더불어 과장하자면,

책 읽기 뿐 아니라 이 세상도 역시 마찬가지라는,

그런 호락호락함은

언젠가 무섭고 피할 수 없는 재앙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가

되어버린다는,

슬픈 암시가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

 

그래서 ,

단순함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아주 거추장스러운 기질이 된다.

 

단순함과 편리함을 동일시하는 많은 이들에게,

어쩌면 나같은 사람에게,

곤혹스러움 때문에 얼굴을 종종 붉히게 하는 것.

 

인스턴트 푸드를 먹고 잠시 말초적 맛에 현혹되었다가도 다시 그 음식을 떠올리면 별로 우수하게 쳐줄 수 없는 허탈감 대신에,

오래 공들인 음식을 먹는데 약간 소화불량이 되어 고생하다가

이윽고 소화를 잘 시키고난 뿌듯함을 만끽하고 싶다면,

장장 9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 권의 책을 건드려도 좋겠다고 감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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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 작가정신 소설향 18
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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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랑이라니, 연수야...

연애소설이라니, 연수야...

모름지기, 사람은 다 자기 물에서 놀아야지.

김연수씨, 쉬어가는 소설, 나부랭이 어쩌고 작가의 말에 써대는 시건방을 보이더니만,

역시나,

참 지루하기 짝이 없는 연애에 대한 메모 혹은 단상이나 긁어놓고.

 

재미없다.

 

짭.

 

치열하지 않은 소설, 치열하지 않은 사랑, 치열하지 않은 삶,

눈만 뜨면 세상에 널린 건데, 여기서까지 확인하고 싶지 않다구우.

굳이 쉬어가려면, 그냥 쉬면 되지, 이런 거 출판비 들여서 내면...

돈은 조금 벌 수 있을런 지 모르겠으나,

작가생활, 롱텀 뷰로 보면 영 도움이 안될텐데.

 

숭고하고 현명한 삶의 지혜를 설파하는 작가가 될 수 없다하더라도,

그나마 영악하지도 못한 잡글 나부랭이 끄적이는 소설가 대열에 끼고 싶은건 아니겠지, 설마.

 

나도 사랑을 모른다만, 연수씨 당신도 참 사랑을 모르는 분 같기만 합니다.

(휴, 사랑만 모르면 봐주는데 연애도 모르는 당신,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하고 말겠다는 당신,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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