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단 한번의 진정한 사랑으로 쌓아올린 제멋대로의 순수성에 상처를 입어 다시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마음이 되고 마는데, 이것은 본인의 탓도 아니요, 그를 그렇게 만든 사람의 탓도 아니요, 사랑이라는 우스꽝스러운 환각상태 때문이렷다.
어떤 사람은,
그런 사랑을 엿장수에게나 주라고 하면서, 스스로 차라리 타락하겠으니 그 와중에 남을 구제할 방법은 없노라고 하지만, 새로운 사랑에 몸을 기대고, 다시 환각상태에 빠지는 것은 도리어 쉽기도 한지도 모를 일이렷다.
일요일 오후에 늦잠을 자고나서 읽는 [타락]은,
그 몽롱한 기운 때문인지,
도무지 내 현실의 것일 거 같지 않은 열락으로 치솟다가 또 도무지 상상조차 되지않는 고통으로 곤두박질하는 그 이야기의 격렬한 서정성이 버거운 편이었는데,
다행이 나는, 그 이전에 읽었던 것을 모두 까먹고 있어서,
다시 이런 이야기를 읽은 충격도 금세 까먹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다만,
청년이 어떤 인간과도 나눌 수 없는 마음을,
라일락 나무하고 밖에 나눌 수 없었던 그 심정을 알겠어서 잠시 눈물이 나고,
내가 모르는 오랜 시간 동안에 ,
내가 잊었다고 생각하는 그 오랜 시간 동안에,
나도 그 청년처럼 라일락 나무 아니면 모를 이야기를 겪어서,
그래서 이모냥으로
어거지 '거리두기 격정'에 휘말려 살고 있는 모냥이라고.
한숨 섞인 생각을 하고,
고양이처럼 늘어져 누워,
겨울 희미한 햇살 속에서,
아주 오랜만에 제대로,
깊은 슬픔에 출렁출렁.
해보았다.
그래서 우습게도,
이제 , 라일락 향기를 또 맡아도, 출렁이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해봐야 소용없는 다짐도 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