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책을 구매할 때 , 아낀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빌려 읽는 것도 내켜하지 않았다.

엄마는 우리들이 무엇인가를 사달라고 할 때 거절한 적이 거의 없을 뿐더러, 책에 있어서는 더욱 무조건적이었고, 나는 그것을 닮았는지 익숙해졌는지, 책이라는 걸 살 때 아깝다거나 아껴야 한다거나 하는 생각을 좀체로 해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알라딘의 보관함에 우수수 떨어지고 있는 책들은 300개에 육박해가는데, 통장 잔고에 매달려가며, 적립금 사용가능 시기까지 구매를 미루면서, 다음 달 카드비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는 자신을 본다.

그리고 오늘 바로 그 적절한 '시기'라는 계산 하에 모처럼 보관함에서 장바구니 이동을 시도해보다가,

10개가 5개가 되고 5개가 4개가 되는 추렴을 한다.

[필요한]책이 우선이냐, [보고싶은]책이 우선이냐, [이로운]책이 우선이냐, [심심풀이]가 우선이냐,

이런 저런 계산들을 해보면서.

 

이러언...정말 우울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로또 한번 구매해 보지 않은 내가 하늘에서 벼락처럼 돈 떨어지지 않나 기대도 할 깜냥이 못되고, 겨울 출퇴근이 날로 싫어져서 죽겠는 마당에, 일을 더 열심히 해 볼 요량도 아니다.

 

1개를 원하여 1개를 얻으면 마땅히 기쁘겠고, 1개를 원해도 그마저 얻지 못하면 슬프겠고, 1개를 원했는데 2개를 얻으면 기쁘면서 불안하리라.

책 욕심에 대해선 누구에게도 당당할 것 같은 이 나라 분위기가 나같은 바보를 만들었을지도.

책도 적당히, 다른 모든 욕심처럼 적당히 부려야.... 지 않을까 하는 , 다시 우울한 계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말 책조차 읽지 않고, 무념무상 하는 시간 , 일주일만 딱. 그럼 이제 우울한 계산 안할래 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흐응.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lowup 2006-01-2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한 계산 끝에 무슨 책 고르셨는지 궁금한 걸요.

치니 2006-01-2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 결국 [재미있는]쪽이 우선이 되었죠, 헤헤
[생각의 역사]만 쿠폰을 좀 염두에 두었고...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연인들],[진짜 좋은게 뭐지?]는 몽땅 작가만 보고.


치니 2006-01-2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배부르시겠다. 그렇게 세워두면 배부른 느낌이던데요, 저는. ^-^

sudan 2006-01-2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우린, 방학이 필요해요. 딱 일주일만 놀다왔음 좋겠어요. 흑흑.

rainy 2006-01-21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우리 참.. 안해보던 짓.. 많이 한다..
계산.. 얼음.. 땡.. 안해보던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 때로.. 쥐날 것 같다..
담날 20일 즈음에 내가 책 다섯권 쏠테니 리스트를 작성하도록 ^^

치니 2006-01-21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요새 글을 안 쓰셔서 얼마나 서운한지 모르시죠, 모르실거에요 암암. 흑. 방학하시면 바로 쓰실거죠? ^-^

검은비님, 떠나고 돌아오는거는 회사에서도 많이 하기 때문인지, 집에서 처박혀 있고 싶은 때가 더 많아요. 인간이 그렇죠, ^-^;; 하지만, '책도 낭비 같은 곳', 저도 가고 싶어지네요... 만화는 가끔 봅니다, 게임은 아직...^^;;

레이니 언냐, 리스트는 무슨 리스트! 당신은 아직도 멀었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