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책을 구매할 때 , 아낀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빌려 읽는 것도 내켜하지 않았다.
엄마는 우리들이 무엇인가를 사달라고 할 때 거절한 적이 거의 없을 뿐더러, 책에 있어서는 더욱 무조건적이었고, 나는 그것을 닮았는지 익숙해졌는지, 책이라는 걸 살 때 아깝다거나 아껴야 한다거나 하는 생각을 좀체로 해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알라딘의 보관함에 우수수 떨어지고 있는 책들은 300개에 육박해가는데, 통장 잔고에 매달려가며, 적립금 사용가능 시기까지 구매를 미루면서, 다음 달 카드비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는 자신을 본다.
그리고 오늘 바로 그 적절한 '시기'라는 계산 하에 모처럼 보관함에서 장바구니 이동을 시도해보다가,
10개가 5개가 되고 5개가 4개가 되는 추렴을 한다.
[필요한]책이 우선이냐, [보고싶은]책이 우선이냐, [이로운]책이 우선이냐, [심심풀이]가 우선이냐,
이런 저런 계산들을 해보면서.
이러언...정말 우울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로또 한번 구매해 보지 않은 내가 하늘에서 벼락처럼 돈 떨어지지 않나 기대도 할 깜냥이 못되고, 겨울 출퇴근이 날로 싫어져서 죽겠는 마당에, 일을 더 열심히 해 볼 요량도 아니다.
1개를 원하여 1개를 얻으면 마땅히 기쁘겠고, 1개를 원해도 그마저 얻지 못하면 슬프겠고, 1개를 원했는데 2개를 얻으면 기쁘면서 불안하리라.
책 욕심에 대해선 누구에게도 당당할 것 같은 이 나라 분위기가 나같은 바보를 만들었을지도.
책도 적당히, 다른 모든 욕심처럼 적당히 부려야.... 지 않을까 하는 , 다시 우울한 계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말 책조차 읽지 않고, 무념무상 하는 시간 , 일주일만 딱. 그럼 이제 우울한 계산 안할래 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흐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