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더라,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을 한 사람이 있었지.
예전에는 그사람 말이 멋진 거 같았는데 지금은 그사람 좀 너무하다 싶다.
요즘 들어 책이 안 읽힌다.
별루 손에 잡게 되지도 않을 뿐더러, 읽고싶어 죽겠는 책이 없다.
제임스미치너의 <소설>을 읽기 시작 했던 지 한 달여 되어가는거 같은데,
이 독특한 소설은 여러 알라디너와 리뷰어들에게서 찬사를 받았는데 정작 내게서는 몰입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어서, 진도는 하세월이다.
저녁, 퇴근을 마치고 집으로 가면 대략 7시.
식사를 하고 하이킥을 기다리며 채널을 돌려가다보면 하이킥 시작.
하이킥을 보고나면 바로 티비를 끄게 되지 않으니 뉴스도 보고 드라마도 본다.
그러다보면 11시.
내일을 위해 자야지 싶고 눈이 뻐근하니까 책을 또 읽기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침대에 그예 누워버린다.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러구 지낸다.
하이킥이 무지하게 재미있었던 시절은 갔다.
그런데도 하이킥에 의해 내 생활은 매우 규칙적으로 흘러간다.
누가 한심하다고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기도 하지만, 이런 생활이 싫지는 않으니, 역시 난 진정 한심한 인간인가보다.
언젠가 또 책이 너무 너무 읽고 싶어지겠지 하는 생각을 가끔 하면,
오히려 지금 이시간이 애틋하다.
도대체가,
나는 책을 사랑하는거냐 아닌거냐.
흐응. 봄 날씨 때문이라고 뭉퉁그려 말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