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더라,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을 한 사람이 있었지.

예전에는 그사람 말이 멋진 거 같았는데 지금은 그사람 좀 너무하다 싶다.

요즘 들어 책이 안 읽힌다.

별루 손에 잡게 되지도 않을 뿐더러, 읽고싶어 죽겠는 책이 없다.

제임스미치너의 <소설>을 읽기 시작 했던 지 한 달여 되어가는거 같은데,

이 독특한 소설은 여러 알라디너와 리뷰어들에게서 찬사를 받았는데 정작 내게서는 몰입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어서, 진도는 하세월이다.

저녁, 퇴근을 마치고 집으로 가면 대략 7시.

식사를 하고 하이킥을 기다리며 채널을 돌려가다보면 하이킥 시작.

하이킥을 보고나면 바로 티비를 끄게 되지 않으니 뉴스도 보고 드라마도 본다.

그러다보면 11시.

내일을 위해 자야지 싶고 눈이 뻐근하니까 책을 또 읽기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침대에 그예 누워버린다.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러구 지낸다.

하이킥이 무지하게 재미있었던 시절은 갔다.

그런데도 하이킥에 의해 내 생활은 매우 규칙적으로 흘러간다.

누가 한심하다고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기도 하지만, 이런 생활이 싫지는 않으니, 역시 난 진정 한심한 인간인가보다.

언젠가 또 책이 너무 너무 읽고 싶어지겠지 하는 생각을 가끔 하면,

오히려 지금 이시간이 애틋하다.

도대체가,

나는 책을 사랑하는거냐 아닌거냐.

흐응. 봄 날씨 때문이라고 뭉퉁그려 말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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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2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정말 이래저래 일이 많이 집중이 안 돼요.
5월은 더 그럴 건데 ㅠㅠ

Fox in the snow 2007-04-27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집에 앉아 책을 읽어 본 지가 백만년 전인것 같아요. 집중해야 읽을 수 있는 책은 아예 사절이랍니다. 오늘은 정말 날씨가 좋군요.

mooni 2007-04-28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 의사가 휘호로 써서 유명해진 말인데, 본래는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이라고 해서,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라는 싯구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중국 사람의 글인데...음....누군지는 몰겠군요...헤헤. 여기서 가시는 독설같은 의미로, 책을 읽고 인격수양을 하지 않는다면, 잘 모르고 남을 중상모략하게 된다는 뜻쯤 되나봐요. ㅋ

치니님은 근데, 책을 안보시니 자신을 중상모략...ㅎㅎㅎ 책이 읽힐 때도 있구, 아닐때도 있구 그렇죠. 뭐, 돈되는 물건도 아니고요, 걍 편안하구 좋은 맘으로 읽힐 때 읽는게 젤 좋은거 같아요...일케 말하는 이유는 저도 요즘 책안보구 드라니 영화 삼매경...ㅋㅋㅋ 느긋한 휴일 되세요. ^-^

치니 2007-04-2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 / 으흐흐 저만 그런게 아니군요. 일이 집중이 안되는데도 해야만 하는 일은 꼭 있으니, 우짤까나요. 5월이 정말 코 앞입니다. 가정의 달! 대체 누가 그렇게 많은 날들을 5월에 밀어넣었는지, 미워요. 흑.

Fox in the snow / 집에서 안 읽으신다면, 음, 짐작컨대, 출퇴근 길에 읽으시나봐요. 그나마도 어디에요. ^-^ 집중해야 읽을 수 있는 책 말고 저절로 집중되는 책 읽고파요. 헤헤. 오늘 정말 날씨가 아주 샛노랗군요. 그냥 작렬이에요 햇살이.

마하연 / 역시 마하연님이다, ㅋㅋ 중상모략하지 말라는 깊은 뜻까지 있는진 처음 알았어요. 듣고보니 맞는 말이네요. 인격수양 안된 사람은 알지도 못하면서 남을 모략하기가 일쑤죠. 휴휴 수양 좀 해야 하는데, 수양은 커녕 갈수록 텅 이에요. ㅋㅋ
오늘로써 느긋한 휴일은 마감입니다. 낼부터 몇일간 또! 출장이에요 으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