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서가 부모를 화나게 만든다

부모가 아이를 화나게 만든다 - 부모와 자녀의 심리 비교 분석
이정숙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5월

부모와 아이 간의 심리 비교 분석을 했다는 광고 문구에 기대를 너무 했던 것일까.
일반적인 자식 교육 잘하기 지침서들과는 수준을 달리 하는 책일지 모른다는 기대.
책 제목 뿐 아니라 매 챕터 마다 타이틀은 혹 하게 달았는데,
책은 그저 광고로만 쓰이는게 아닌지라, 카피가 훌륭하다해도 내용이 그닥 깊지 않으면 실망스럽기 마련이라는 점을 작가가(혹은 편집자가)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물론, 책의 주제나 목표에 대해서는 100% 공감한다.
아이가 화를 잘 내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화나게 만드는 것이고,
아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문제 있는 아이를 만드는 것이며,
부모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책임을 솔선수범하여 져야 한다.
다른 이유는 모두 차치하더라도,
이 세상이라는 곳에 아이가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것은
부모가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지, 아이가 낳아달라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때로는 부모도 사람인데 어떻게 잘할수만 있느냐고 울상을 짓고 하소연을 하게는 되지만,
어떻게든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우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에 이의 제기란 있을 수 없다.

그렇게 목표점은 같지만, 도달하는 방식이 될 내용이 너무 피상적이라는 것에는 불만을 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또 부모된 심정이다.
말이야 쉽지만,
행동하기란 보통 어려운게 아닌 것이 바로 좋은 부모 노릇인데,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방식은 좋았지만,
사례에 대한 집중 탐구는 아무래도 부족해보이고
사례별 이야기를 읽어가다보면 각각의 사례가 겹치는데 결론은 다른 듯 해보이는 경우도 있어서 갸우뚱하기도 했다.

카드패를 죽 펴놓고 여기 있는 모든 카드가 다 좋으니까 다 고르라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카드 중에는 명백히 제일 좋은 에이스가 있고, 그 밑에 서열이 있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그 많은 카드를 다 손에 쥐기란 어렵고 버거울 수도 있다.
사례마다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 모든 사례를 아우르는, 핵심적으로 아이의 심리를 이해하는 기술이란게 있을수도 있다.

아무튼 프로이드나 칼 융도 아니고 단순히 제목 하나만으로도 휙휙 잘 팔릴 수 있는 지침서 하나 내놓은 이정숙씨에게 너무 큰 걸 바라는 내 자신이 오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