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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어린 왕자 - 생텍쥐페리의 삶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8
피터 시스 글.그림, 김명남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긴장을 해야 되는 정도는 아니지만, 피터 시스의 그림책은 읽기에 앞서 어떤 결심을 해야 한다. 글자뿐 아니라 그림도 읽겠다는 결심. 책장을 성급히 넘기지 않겠다는 결심. 때때로 그림보다 섬세한 깨알같은 글자들도 최선을 다해 읽겠다는 결심.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당연히) 그림책 한 권 읽는 데 무슨 그런 노력이 다 필요한가 싶어 부담을 느낄 때가 있지만, 그만한 결심과 노력으로 책을 읽으면 언제나 그에 값하는 감동을 주는 것이 또 피터 시스의 그림책이다. 『마들렌카』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그랬듯이, 『하늘을 나는 어린 왕자 』도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책이다.
'생택쥐페리의 삶'이라는 부제 그대로, 이 책은 생택쥐페리의 탄생부터 실종..(또는 사라짐)까지 일을 그린 작품이다. 첫 장에서 피터 시스는 생택쥐페리를 '모험가'라고 칭한다. 작가이자 비행사였던 생택쥐페리가 글을 쓰고 하늘을 난 원동력을 세상에 대한 영감, 모험심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인지 생택쥐페리가 작가로서의 이력보다는 비행사로서의 삶에 더 무게를 두어 소개된다. 앞서 썼듯 작은 글자가 많아도 포기하지 않고 읽으면 이런 문장을 만나게 된다.
"(초기 비행기의) 프로펠러는 나무였고, 몸체는 천으로 덮여 있었다. 브레이크는 없었고, 무선통신 기기도 없었다. 자주 세워서 연료를 보충해야 했다. 게다가 툭하면 고장이 났지만, 고치기는 쉬웠다. 초기에는 외딴 곳에 떨어져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경우를 대비하여 전령 비둘기를 싣고 다녔다."
아름다운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 그리고 나는 이런 대목에서 『어린 왕자』를 쓴 생택쥐페리의 마음을 짐작해 본다.
"항공사들은 앙투안(생택쥐페리)에게 캅 쥐비에 있는 비행장을 돌보는 일을 맡겼습니다. 앙투안은 허름한 오두막집에 살았어요. 살림살이는 얼마 없었고, 손님은 더 없었지요. 한쪽은 바다고, 다른 쪽은 전부 사막이었으니,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장소인 듯 보였어요. 그러나 앙투안은 고독을 좋아했고, 수많은 별 아래에서 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때 그가 좋아한 고독은 분명, 반복되는 전쟁 속에 국가와 친구를 잃으면서 느낀 외로움과는 다른 것이겠지. 끝내 돌아오지 않은 마지막 비행을 그린 장면에서 피터 시스는 비행기 아래에 슬쩍 자전거 타는 아이를 달아 놓았다. 그것은 생택쥐페리가 어린 시절 만든 날개 달린 비행기와 연결된다. 그래서 생택쥐페리 뿐 아니라 피터 시스에 대해서도 다시금 사랑을 품게 된다. 혼자 있기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더욱 사랑할, 영감으로 가득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