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러운 폴레케 이야기>를 읽었다. 믿을 만한 동화작가가 추천해주었는데 알고 보니 완전히 믿을 만한 번역가가 번역한 책이라 곧장 샀다. 이 책은 조금도 시끄럽지 않으면서 엄청나게 재미있고 끝내 찡하다. 아무리 아이라도 알 건 다 알고, 아무리 알 걸 다 알아도 아이는 아이다. 시종 유머(아, 폴레케 너의 생애 첫 기도는 너무 웃겨서 내가 남편한테 큰 소리로 낭독해주었단다)를 잃지 않는 폴레케는 시인(!)이자, 마약중독에 떠돌이 생활을 하는 아빠의 유일한 의지처다. 와, 정말 대단히 좋은 작품이다. 감칠맛 나는 번역이 크게 한몫했다. 


나는 귀가 엄청 얇아서 유명한 사람이 썼다고 하면 곧잘 혹하는데, 그것 참 이상하게도 뇌스틀링거는 나하고 안 맞나 보다(와, 나 이런 말 써보고 싶었어!). 너무너무 외로워서 엉뚱한 물건을 잘 주문하는 아줌마한테 어느날 깡통에 든 아이가 배달됐다. 그간 주문한 게 많으니 아줌마는 긴가민가...  잘 교육 받고 출하된 아이, 아빠를 자처하는 깐깐한 아저씨, 말괄량이 여자친구... 등 캐릭터도 재밌고 이야기도 잘 짜여졌고, 주제도 분명한데 이상하게 내겐 재미가 없다. (뇌스틀링거가 한국어를 못하는 게 다행.) 대가는 대가지만 뭐 이럴 땐 나도 까탈스러운 독자로 쓱 돌아서는 거지. 으하핫. 나도 독자다 이거야! (독자가 벼슬!) 


<엄마 사용법>은 애가 아니라 엄마가 배달되는 이야기다. "엄마를 주문해서 조립해서 사용한다"고 하면 발칙하다 싶은 한편으로, 맛있는 거 해 주고 잔소리 안 하고 용돈 팍팍 주는 엄마를 만들어 쓰다 이내 반성하는 이야기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은 다른 길을 찾았다(그것은 비밀). 전개에 거친 부분도 있지만 익숙한 주제를 개성 있는 방식으로 풀어간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범범한 듯 다정한 그림이 또 한 몫!


**


부모가 되는 것도, 자녀가 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난 어떤 건 알고 어떤 건 모른다. 그에 비해 이모 또는 숙모와 조카의 관계는 참으로 쿨하면서도 핫한 것! 다음주에 나를 숙모라고 부르는, 완전 귀여운 조카가 우리집에 온다. 조그맣고, 여자애고, 숙모를 좋아하고(시댁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노라면 옆에 와서 도와준단다, 숙모 빨리 끝내고 자기랑 놀자고!), 무려 사투리를 쓴다(꺅!). 빨리 주말이 왔으면 좋겠다. 그간 사로잡아둔 조카의 마음을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려고(응?) 난 이런 선물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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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4-16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왕 이 페이퍼는 아주 알차네요. 맨 마지막에 저 핑크공주 눈독 들이고 있어요. 나도 조그맣고 예쁜 나의 조카를 위해 준비해줘야 겠어요. 그렇지만 이제 20개월인 내 조카는 어쩐일인지 그림보다 글씨를 더 좋아해요.....그림책 꺼내 보여줘도 우리집오면 꼭 내방에 와서 글씨 가득한 내 책을 꺼내들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중얼거려요......그래도 이 예쁜 책들을 사줘야지. 저 맨 위에 폴레케도 같이. 이 페이퍼는 별찜이에요. 히히.

네꼬 2012-04-16 22:27   좋아요 0 | URL
히히 알차요? 그런데 타미가 읽으려면 다 아직 좀 멀었다..;; 그림보다 글자를 더 좋아하는 아이라니, 다락님 조카 맞네. ㅎㅎㅎ 글자 많으니까 지금도 실컷 읽을 수 있을지도...?

하늘바람 2012-04-1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도 핑크 공주 무지 좋아해요. 그 시리즈는 다 갖고 싶어하지요.
엄청나게 시끄러운 폴레케 이야기는 꼭 읽어봐야겠네요.

네꼬 2012-04-16 22:28   좋아요 0 | URL
네 여자 애들이 핑크를 좋아하는 건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건가 봐요. ㅎ 좋은 책, 같이 봐야죠! ㅎㅎ

레와 2012-04-1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사투리 쓰는데..^^; ㅋ

네꼬 2012-04-16 22:30   좋아요 0 | URL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 좋아요, 사투리. 조그만 애들이 그러면 귀여워서 죽겠고, 남자들이 사투리 쓰면 완전 멋지고(제 남편.. 호호), 할머니가 그러시면 엄청 지적이고(왜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할아버지가 그러시면 전 전 전 무너져요. ㅠㅠ

그나저나 레와님은 완전 섹시할 듯. *_* 또 반했다, 나.

paviana 2012-04-16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모인데, 이모라는 말도 못하는 못난이 삼형제 중에서 우는 아이랑 똑닮은 18개월 여자아이가 있어요. 툭 튀어나오 볼살이 맨날 깨물어주고 싶은데 저만 보면 싫다고 손사래를 치거나 울어요. 그러다가 제가 필요한 때가 있으면, 이를테면 아이팟에서 동요를 듣고 싶으면 마치 은혜라도 베풀듯 제손을 잡아줘요. 그리고 아이팟으로 데려가요. 아흑...

네꼬 2012-04-16 22:31   좋아요 0 | URL
파비님. 으하하하하하하하 아 너무 귀엽잖아요! 못난이 조카라니 세상에, 얼마나 귀여울까! (제 조카 중에도 볼 탱탱해갖고 기본으로 입 나와 있는 애가 하나 있어요.... 저처럼.ㅠㅠ) 서러워도 어쩌겠어요, 조카 있는 죄. ㅠㅠ

다락방 2012-04-17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해요, 네꼬님.

네꼬 2012-04-18 11:32   좋아요 0 | URL
나도요. (꺅!)

moonnight 2012-04-17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넵!!!! 꼭 읽겠습니다. 폴레케. 불끈. (일단 책부터 보관함에 던져두고. ;;;)

네꼬님 조카 너무 부러워요. ㅠ_ㅠ 네꼬님을 숙모로 두다니. 저는 조카랑 놀 때, 가끔 아이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서 응? 방금 뭐라 그랬어? 뭐? 이러면서 자꾸 되물어보게 되어요. 일곱살 조카의 이야기는 1을 이야기하다가 6이나 7로 펄쩍 뛰어가곤 하는지라. 가뜩이나 귀도 어두운 -_- 늙은 고모는 항상 머리위에 물음표 한가득이죠. 26개월 된 조카는 뭐, 말할 것도 없고요. -_-;;;;;;;;;;;;;;;


네꼬님의 조카는 숙모를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거 같아요. 조카의 눈으로 함께 세상을 보아주고, 조카의 마음으로 함께 이야기나누어주는 숙모를 둘 수 있는 행복을 모든 조카들이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지요. 게다가 딱 좋아하는 책을 선물해주는 숙모라니!!! 아 부럽다. ^^

우리 조카를 위해 네꼬님께 특훈이라도 받고 싶어요. 순수하고 착한 마음 갖기 특훈. ^^

네꼬 2012-04-18 11:38   좋아요 0 | URL
그러게 제 조카들도 그걸 알아야 될 텐데.. (뭐래.) 순수하거나 착하진 않고요, 아이들 마음을 잘 이용해먹는 편이에요. (또, 그런 일을 하고 있잖아요, 제가? ㅎㅎ) 1에서 6,7로 가는 아이라니, 저라면 저도 똑같이 1에서 5,8로 가겠어요. 그럼 조카가 잘 못알아듣겠죠? 대화가 엉망이 됩니다... 그러고 나면 조카가, 아, 이 이모한테는 내가 말을 똑바로 해줘야 되는구나,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까.. 이렇게 되는 거죠. (불쌍한 내 조카들.)

moonnight 2012-04-17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저도 사투리 씁니다. 어흠. ;;;

다락방 2012-04-17 13:38   좋아요 0 | URL
우왕! 진짜에요, 문나잇님? !

네꼬 2012-04-18 11:38   좋아요 0 | URL
어머 어머어머

2012-04-26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4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