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금기처럼
내 방에 들이지 않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거울이다.
나를 온전히 비춰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내가 쓴 시뿐이므로.
박성우 '시인의 말' 『자두나무 정류장』

다른 사람이 저런 말을 했다면 손발이 오글거렸을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어머 그런 건 속으로 말씀하셔야죠, 하고. 그런데 마르고 새까맣고 눈이 퀭한 이 시인이 신동엽문학상을 받는 자리에서 "용맹정진 시를 쓰겠습니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이라면, 그의 시가 얼마나 솔직하고 따뜻하며 서럽고 아름다운지 아는 사람이라면, 이 '시인의 말'의 깊은 울림을 알 것이다.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정말 좋은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