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 소노 아야코의 경우록(敬友錄)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리수 / 2005년 6월
품절


[인정해주는 안목이 서로에게 있다면]

탁월한 면이라 하면 세상 사람들은 으레 상식적으로 플러스 의미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은 매우 복잡하여 수재가 아닌 범인, 협조가 아닌 비협조, 근면이 아닌 게으름, 유복이 아닌 빈곤, 때론 건강이 아닌 질병조차도 그 사람을 완성시키는 힘을 지닌다.

-21쪽

[내키지 않는 일에는 더 이상 구애받고 싶지 않다]

내키지 않는 일에는 더 이상 구해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그것은 선악이나 도덕과도 전혀 별개의 사고이다. 단 일 분이라도 한 시간이라도, 아름다운 것, 감동할 만한 것, 존경과 경이로 바라볼 수 있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사람을 두려워하거나, 추하다고 느끼거나, 때로는 업신여기고 싶은 마음으로 내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불어오는 바람처럼 언제나 솔직하고 부드럽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심히 원망하는 일 없이 살아가고 싶다.

-40쪽

[노력하는 이가 주는 곤혹스러움]

열심히 노력하는 이는 실은 곤혹스러운 존재이다. 게으름뱅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은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또 회사나 사회에 마음의 빚이 있으므로 결코 으스대지 않는다. 그 결과 자신의 본질과 평판이 상당히 일치한다. 그러나 노력하는 사람은 자신이 정당한 일, 훌륭한 일을 한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타인도 자신처럼 행동하기를, 또 타인이 자신에게 반드시 감사와 칭찬을 해주기를 마음으로 요구한다.

-43쪽

[옳은 일만 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피곤하다]

나는 불순한 사고 방식이 좋다고 생각해. 오히려 작은 일에는 불순함을 용인하는 게 좋지. 우리 스스로 꺼림칙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필요해. 자신은 옳은 일만 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지지. 내면의 미학이나 철학이 불순하면 안 되겠지만, 살아가는 방편에서는 누구도 이상대로 해나가기란 어렵기 때문에 그 오차를 대범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나는 마음에 들어.

-69쪽

[인과응보가 아니라서 인생은 매력적이다]

어떤 사람이 행운을 움켜쥐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착한 사람이거나 올바른 사람은 아니다. 약간의 인과 관계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백 퍼센트 작용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어떤 사람에게 불행이 닥쳤다 해서 그 사람이 벌을 받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승부에서 이기든 지든 그 사람의 생활 철학의 옳고 그름의 결과가 아니다. 관계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운명은 그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리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정확히 인과응보가 있다면 그것은 자동판매기와 같다. 좋은 일을 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그것은 상행위와도 같다. 그것을 노리며 좋은 일을 하는 그런 사람으로 넘쳐나고 만다. 우리가 착한 일을 하는 이유는 대가가 없더라도 한다는 그런 순수성 때문이리라.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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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6-17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이거 찜해가고, 구매할래요! 지금 저에게 필요한 말들만 가득. :)

네꼬 2008-06-25 13:39   좋아요 0 | URL
저도 읽을 때마다 속속... 이건 거의 경전 수준이죠.
:)

2008-06-17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5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8-06-17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게으름뱅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이예요! 으쓱.

네꼬 2008-06-25 13:40   좋아요 0 | URL
나도 으쓱으쓱.
우리 게으르게 살아요. 그게 좋기까지 하다잖아!

도넛공주 2008-06-17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병이 저를 완성시켰죠.오호홋!

네꼬 2008-06-25 13:41   좋아요 0 | URL
저는 저 부분이 늘 뭉클하고 한편 숙연해요.
삶은 단점, 부정적인 것으로도 완성된다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져요.

공주님은 무슨 병?

2008-06-25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6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18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6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8-07-05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너무좋지요??

네꼬 2008-07-07 03:01   좋아요 0 | URL
네!! 좋아요!! 그리고 배꽃님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