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 나도 모르게 쓰는 차별의 언어 왜요?
김청연 지음, 김예지 그림 / 동녘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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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인지 감수성의 부재로 사회 지도층에 있는 분들이 사회적 지탄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성별 차이로 인한 차별과 불균형을 감지하는 민간성이 부재하여 나타난 일들이다. 성별 간의 불균형에 대한이해와 지식을 갖춰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교육이 필요하듯이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에서 저자 김청연님은 '언어 감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언어 감수성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다. 다만 감수성이란 뜻이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라고 정의 되듯이 언어 감수성은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까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고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고 여기며 스스로 말 한마디라도 조심스럽게 한다면 그 사람은 언어 감수성이 예민하다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 뭘 그런 것까지 생각하느냐, 나는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이 아니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면 언어 감수성이 없다라고 볼 수 있겠다. 

 

저자가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가 한 말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를 언급한 것은 우리가 쓰는 말이 곧 그 사람의 존재를 결정짓기 때문이라는 말에 큰 공감이 되었다. 차별과 불평등을 자아내게 하는 말들은 곧 상대방의 존재를 타인과 구분짓게 하는 것임을 언론을 통해 익히 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을 비하하기 위해 ~충이라고 벌레를 연상하게 하는 말들은 곧 상대방을 인간 이하의 것으로 취급한다는 이야기다. 피부와 언어로 사람을 구분하는 인종주의도 우리가 쓰는 언어를 통해 널리 전파되고 있다. 직업을 비하는 말들,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습관적인 말들, 정상이 아닌 것들을 스스로 정해 비정상적인 것들을 당연시하는 말들은 어느새 자주 사용되어 지고 언급되다보니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말 한마디의 위력이 결국 사회 전체 분위기를 좌지우지 할 수 있음을 실감한다. 

 

"언어라는 게 자기도 모르게 새 일상 속에 자리를 잡고, 습관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때론 '낯설게 보기'를 하면서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음" 을 저자는 지속해서 반복하여 강조한다. 언어 감수성이라는 말이 나오면 내 자신도 자유로울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을 웃기게 한다는 이유로 아무렇지도 않게 비하했던 말, 1학년 담임교사는 아무래도 여자가 해야 한다는 성고정관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암암리에 구분짓는 말, 출신대학을 강조하며 학벌과 외적 조건을 은근히 선호하며 했던 무수한 말들. 이런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상처와 아픔이 될 수 있었음을 반성하게 된다. 내가 한 말이 개인이 한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자리를 잡게 만드는 단초가 된다면 그것만큼 후회되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낯설게 보기'. 당연한 것처럼 통용되는 말들을 다르게 깊게 생각해 보면 곧 차별이 될 수 있고 불평등을 조장하게 만드는 말이 될 수 있음을 다시 깨닫는다. 

 

직장인들이라면 한 번 쯤이면 읽어보셨으면 한다. 특히, 직장내 리더십을 가지신 분들이거나 또는 리더십을 발휘할 예정이신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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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의 철학 여행 - 소설로 읽는 철학
잭 보언 지음, 하정임 옮김, 박이문 감수 / 다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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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빈곤한 시대를 살아간다. 그나마 인문학 열풍으로 철학을 향한 관심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어렵다', '이해하기 쉽지 않다', '고리타분하다', '형이상학적이다' 등과 같이 평범한 사람이 접근하기에는 난해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바쁘다', '생각할 여유가 없다', '고전 중의 고전이다' 등과 같이 꽤 공부한 사람들이나 뒤적거릴 책으로 생각한다.

 

철학을 왜 어렵게 생각할까? 수 많은 철학 사상가들의 이름도 생소할 뿐더러 그들이 말한 사상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언의 철학 여행>은 중고등학생들도 수업 시간에 함께 읽고 토론할 정도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고, 우리 생활과 밀접한 소재들을 다루고 있기에 누구나 소설처럼 읽을 수 있다. 어른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 볼 수 있는 철학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소하게 여겨지는 동서양의 철학자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사전식 설명이 친절하게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청소년들이 다양한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그들의 주요한 철학 논리를 알아가는 기쁨도 맛볼 수 있다.

 

절대 성역처럼 여겨지던 과학과 종교의 영역도 스스로 사고하고 의문점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인 '이언'과 '노인', '아빠'와 '엄마'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사고의 깊이 뿐만 아니라 논리력, 토론의 기술도 자신도 모르게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은 '인간의 본질'을 알아가는 학문이다.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까지 '인간의 본질'을 향한 질문은 끊임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청소년들도 스스로 자신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나의 존재는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진학과 시험에 매몰되어 인간의 원초적인 질문을 회피하는 일들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시대 속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임을 강조하고 있다.

 

철학을 실천하는 세 가지 방법(트리비움)으로 이지성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철학서를 읽고 내용을 이해한다. 둘째, 철학자의 사고법을 도구 삼아 나의 논리를 만든다. 셋째, 내 생각을 글로 써 본다. 미국 싱귤래리티대학교는 철학을 교육의 핵심으로 삼고 실천한다고 한다. 철학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것을 핵심 교육과정으로 삼는다고 한다. <이언의 철학 여행>은 학교 수업 시간에 충분히 교재로 활용할 가치가 높다고 본다. 13가지의 주제는 청소년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충분히 읽고, 토론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에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게 해 준다. 더구나 부록편에는 독자들에게 더 깊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질문거리들을 친절하게 담아 놓았다. 한 가지 주제씩 읽고 자녀들과도 나눠봄직 할 것 같다. 이제 주입식 교육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갈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철학을 통해 사고력의 칼날을 갈아야 할 때다! 인공지능마저도 따라올 수 없는 비판적 사고력은 어렸을 때부터 철학을 통해 다져질 때 가능한 일이다!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전통적인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존재였고 학생들은 훈련 받아야 할 존재였다. 반면 철학에 바탕을 둔 문제 제기식 교육은 교사와 학생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더불어' 존재하는 주체다. 앞으로 우리의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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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속성 - 사람은 어떻게 시장을 만들고 시장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레이 피스먼.티머시 설리번 지음, 김홍식 옮김 / 부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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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간의 교류로 인해 꽤 오래 전부터 형성되어 왔다. 심지어 포로수용소 안에서도 시장은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3일장, 5일장처럼 장터를 중심으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약속이라도 한듯이 어낌없이 물건의 교류를 해 왔다. 오늘날에는 시장, 장터라는 개념 말고 '플랫폼' 이라는 용어로 온라인 상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것을 보면 시장은 계속해서 진보하고 있고 시장의 역사 속에서도 흥망성쇠의 모습들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앞부분에 잠깐 언급했던 포로수용소 안에서 포로들 간의 자발적인 물건 교류로 시장이 형성되어 사례를 <시장의 속성> 첫 챕터에서 소개하고 있다. '포로수용소의 경제적 조직'이라는 논문을 작성한 래드퍼드는 실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포로로 잡혀가 수용소 생활을 하다가 풀려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포로수용소 안에 형성된 시장은 일반 시장과 유별난 특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노동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거래와 가치 창출이' 진행 되었기 때문이다. 적십자가 보내온 생필품 중 서로의 필요에 의해 물물교환식으로 거래가 진행되었지만 그곳에서도 엄격한 규칙이 존재했다. 가장 선호도가 높았던 담배가 곧 포로수용소 안에서 거래되는 물품의 화폐 기준이 된 것이다. 예를 들면 담배 일곱 개비의 가격은 마가린 1회분 배급량 또는 초콜릿 한 토막 반 식으로 교환되었다. 물론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동 상황은 존재했다.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시장의 속성은 위계질서가 엄격한 군대, 수용소 보다 느슨한 분위기의 포로수용소 안에서 시장의 기능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구성원들의 생존율을 높였다는 것이다. 시장을 옹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응용되는 사례이다. 

 

시장과 경제학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시장이 형성되면서 경제학이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겨제학은 수학적인 배경을 활용해 더욱 발전해 나갔다. 대부분의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수학을 통해 객관적인 분석을 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경제를 논하지 않고서는 세상을 이야기할 수 없듯이 경제학을 뿌리내리게 한 수학이야 말로 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전자상거래의 시작은 핵 연구자들이 만들어 낸 자료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웹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1989년이다. 최초의 온라인 소매업자인 찰스 스택은 1992년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사람이었다. 아마존보다도 훨씬 빨랐다. 온라인 안에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소위 정보의 비대칭이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애컬로프의 <개살구 모형>을 예로 들면, 중고 자동차 온라인 시장에서 구매자보다 판매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압도적이어서 시장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극단적으로는 구매할 자동차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구매자들이 점점 줄어들면 온라인 자동차 중고 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빛 좋은 개살구 몇 개 때문에 자동차 중고 시장에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시장 확대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온라인 상에서 판매자는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낸다. 100% 환불 보장과 같은 말로 판매 제품을 보증하겠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야 거래가 성사된다. 마이클 스펜스의 <신호 보내기 모형>은 왜 유수의 증권 기업들이 하버드대 출신의 철학 전공자를 직원으로 채용하는지, 대규모 영리 기업이 왜 자선 기업에 기부금을 쾌척하는지, 폭력조직 집단이 왜 문신을 드러나게 보이는지를 <신호 보내기 모형>으로 설명한다. 명문 대학 학위는 구매자들에게 보내는 신뢰의 신호다. 문신은 범죄 조직 밖에서는 살아갈 수 없으니 일치감치 단념하라는 신호다. 시장의 지속성을 추구하기 위해 기업들은 나름대로 소비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략을 수립한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큰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다!

 

12세기~13세기 상파뉴 지방에는 거대한 플랫폼이 형성되어 있었다. 일명 박람회가 정기적으로 개최되었던 곳이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금액이 어느 정도였냐면 상퍄뉴 플랫폼 지도자들은 당시 십자군 전쟁을 지원할 정도의 자금력을 가지고 있었고 기사단을 설립할 정도였다고 한다.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일부터 우아한 취미 생활까지 자본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플랫폼이었다. 이러한 플랫폼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만만치 않았다. 신용은 기본이었고 보이지 않는 법률과 규칙으로 혹여 불공정한 거래가 발생될 경우에는 인근 나라 런던에게 고발장을 제출하여 보상을 받아낼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 곳이 상퍄뉴 지방의 플랫폼이었다. 안전장치가 되어 있었기에 수 많은 거상들이 모여 들었고 입소문을 타서 흡입력은 점점 갈수록 더해갔다. 상품의 질이 떨어지거나 블랙리스트에 오르내릴 경우에는 생존할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러한 룰이 한 번 깨지기 시작하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 '플랫폼' 의 속성이다. 

 

오늘날 거대한 플랫폼 시장을 두고 쟁탈전이 한창이다. 신용카드 회사간의 플랫폼 전쟁, 비디오 게임 장치, 컨네이너 수송, 택배, 잡지와 신문사업, 웹 검색, 부동산 중개, 보험, 쇼핑몰 등 하루가 다르게 다양한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고 있다. 구매자들을 오랫동안 붙잡아 두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손실만큼 어디에선가는 이익을 뽑아내야 한다. 아마존 같은 경우 일부 유명 상품의 재고를 확보하여 싸게 파는 수법으로 영리를 추구하기도 했다. 시장의 속성 중에 '탐욕' 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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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게 철학이 필요한 순간 - 나는 어떤 교사로 살고 싶은가? 행복한 교과서 시리즈 53
조욱 지음 / 행복한미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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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욱 교사는 교사로서의 자신의 철학을 학부모들에게 정기적으로 알림장 형식으로 배부하고 있다.  A4 종이에 컴퓨터로 글을 쓰고 모아찍기(2쪽)로 출력한 뒤 학급 알림장 공책에 풀칠을 해서 학생 개개인에게 배부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교사의 알림글을 읽고 다 읽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서명을 받는다. 개중에는 담임교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답글 형식으로 적어 보내오시는 학부모들도 있다. 학생들과 수업하기에도 벅찬 초등학교 교실에서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학부모들에게 매번 철학이 담긴 알림장을 쓰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 조욱 교사는 학부모와의 소통을 위해서는 자신이 하는 일이 최소한의 노력이라며 겸손하게 말한다.  

 

<교사에게 철학이 필요한 순간>을 불현듯 느끼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무작정 좋은 교사가 되고픈 욕심으로 학교에서 예스맨으로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후회 아닌 후회를 하게 된 이유가 자신에게 철학이 부재하다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교사에게 철학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교사는 수업을 매개로 학생들과 만나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존재다. 학생들은 살아 꿈틀거리는 변화무쌍한 존재다. 물건처럼 정형화되어 있고 매뉴얼대로 취급하는 대상이 아니기에 하루에도 수십번 씩 학교 교실 현장에서는 예기치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학생들의 감정의 변화도 시시각각이어서 교사 혼자 힘으로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란 사실 중노동이다. 수업도 늘 변수가 다양하게 발생된다. 준비된 수업이라도 의도한 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이 수업이다. 작은 사회라고 불리우는 교실 속에서는 작은 다툼에서 시작해서 학교폭력에 준하는 일까지 일어난다. 보이지 않는 갈등은 해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교사는 학생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 수보다 더 많은 학부모(부+모+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난다. 그뿐인가. 학교 건물 안에는 다양한종류의 교직원들이 상주해 있고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수업에 대한 생각이 일치하지 않기에 발생되는 갈등들이 늘 발생한다. 복잡다단한 환경 속에서 교사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철학' 이다

 

교사가 철학으로 단단하게 무장하고 있을 때면 거센 바람도 든든히 이겨낼 수 있다. 그야말로 뿌리깊은 나무다. 다양한 시대 변화 속에서 좌우로 흔들리지 않고 학생에 대한 관점, 교육에 대한 안목에 중심을 지켜 갈 수 있다. 조욱 교사는 철학을 다져가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아끼지 않은 듯 싶다. <교사에게 철학이 필요한 순간> 곳곳에 그의 깊이 있는 독서 이력을 엿볼 수 있다. 오래전부터 다져온 그의 시 쓰기와 독서 습관이 지금의 조욱 교사로, 조욱 교사만의 철학을 소유하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의 철학은 수업과 생활지도, 학부모 알림장에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되 중심이 되는 것은 그의 확고한 철학이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통해 교과서를 넘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며 학생들의 삶을 배제하지 않고 수업으로 학생들을 끌어 들이며 고민과 아픔을 발견하여 상담으로 치유한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하면서도 지지배배 늘 담임 교사에게 물어보고 고자질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학교에서 서로를배려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생활교육을 포기하지 않는다. 학급에서 일어난 일들을 학부모 알림장을 통해 학부모와 소통하는 일도 결코 건너뛰지 않는다. 교사의 철학을 이야기하며 함께 동참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기도 한다. 교사가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사교육 대신 가정에서도 더디지만 자녀들이 스스로 학습을 해 갈 수 있도록 돗자리를 펴는 일을 하고 있다. 자신처럼 예스맨이 되어가는 자녀들을 보며 가슴앓이하기도 한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흔들리지 않고 초지일관 자신의 교육관을 펼쳐갈 수 있는 것도 '철학'을 세워 놓았기 때문일게다. 교사마다 철학을 세워가는 방법도 다양할 것이다. 자신만의 철학 세우기를 늦추지 말았으면 한다. 참고로 조욱 교사의 학교 생활을 엿보며 몇 가지 응용해 보면 좋을 듯 싶은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학부모에게 알림장을 쓰듯 교직원(교사)에게 알림장을 써서 소통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해 본다. 철학을 공유하는 모임이 있다면 지위역할을 막론하고 배움의 자리에 함께 동석하며 참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외딴 섬처럼 혼자서 고립을 자초하며 누가 날 알아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을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신규 교사든 교직원이든 인사를 하며(조욱 교사네 학교에서는 '해밀입니다'라고 인사한다고 한다. 그리고 먼저 인사하기에 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가까이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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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아이 - 당신 내면의 아이를 만나기 위해
이준원.김은정 지음 / 맘에드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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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아이란?

<내면 아이> 18쪽에 보면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 때문에 만들어진 '내면 아이'가 부모가 된 현재까지 아직도 마음 속에 남아 있다라고 말한다. 이 '내면 아이'는 가정에서는 남편과 아내 관계를 파괴하며 부모와 자녀관계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된다. 학교에서는 교장(감)과 교사의 관계를 갈등 구조로 만들고 동료 교사간에 커다란 벽을 만들기도 한다. 학급에서는 교사와 학생 간 대립과 불신, 오해를 만든다. 가정과 학교,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여우는 바로 '내면 아이'다고 저자 이준원 교장선생님과 김은정 선생님은 분석한다.

참고로 저자가 정의한 내면 아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말 또는 사건이나 경험이 만들어 놓은 자신에 대한 비합리적인 신념과 모순된 감정들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삶 속에서 정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심리적 내면 상태를 내면아이라고 부른다."

사춘기를 맞이한 자녀들은 부모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내면 아이'를 깨운다. 부모는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부모의 부모로부터 상처 받은 '내면 아이' 때문에 사춘기를 맞이한 자신의 자녀를 그대로 수용하기 보다 적대적 관계를 만들어간다. 그 이유는 자신의 '내면 아이'를 치유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모에게도 칭찬받고 싶어하는 내면 아이가 있다. 억압하는 내면 아이가 있다. 방치당한 내면 아이가 있고, 거절당한 내면 아이가 있다. 학대받은 내면 아이와 충동적인 내면 아이, 과잉보호 받은 내면 아이가 있다. 이런 모습들이 자녀에게 나타났을 때 분노를 표현한다. 사춘기 자녀들을 잘 대할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을 존중하고 있다는 뜻으로 경청하는 방법밖에 없다. 말로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태도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들의 입장을 최대한 경청하고 수용해야 한다. 부모의 내면 아이를 참지 못하고 드러냈을 때 자녀와의 전쟁이 시작되고 상처의 골은 깊어 질때로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 뿐일까?

10대 사춘기를 맞이한 중고등학교 교실 속에서도 위와 같이 상황이 그대로 재연된다. 내면 아이를 간직한 교사는 사춘기를 맞이한 학생들을 그대로 수용해 주기가 벅차다. 내 코가 석자인데 누가 누구를 받아줄 수 있을까. 교사부터 내면 아이를 치유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사와 학생은 매번 충돌할 수 밖에 없다. 교사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진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마음의 폭이 넓어야 한다. 내면 아이를 직시하고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이지만 학생에게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내면 아이의 충돌에서 선명하게 갈린다.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는 다양한 교직원들이 함께 생활한다. 서로 입장이 다르고 역할이 다르다. 거절당한 내면 아이가 지배하고 있는 교장(감) 선생님들은 새파란 젊은 교사가 자신의 주장을 내뱉는 모습을 보고 분노를 금치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항한다고 생각하고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선입견을 가진다. 그만큼 마음이 좁아 젊은 교사들을 수용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면 아이가 치유되지 않으면 갈등은 좁혀 지지 않을 것이다. 교장(감) 선생님들은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신세 한탄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며 자신의 상태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을 듯 싶다. 그리고 지금의 젊은 신규 교사들 또한 '내면 아이'로 상처받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이 일이 화낼 만한 일인가? 라고 자신을 다독일 수 있을 것이다.

<내면 아이>에서는 '내면 아이'를 치유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내면 치유에 공통적으로 좋은 프로그램들이다. 고향 방문하기 프로젝트, 부모님의 이미지를 색깔로 표현하기, 이상한 거울 보기, 지지 그룹 만들기를 예로 들고 있다. 실제 실습을 통해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듯 싶다.

학교 현장에서 생활하다 보면 학생 뿐만 아니라 학부모로 인해 교사들이 힘들어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소위 민원을 제기하며 교사의 수업권마저 뒤흔들려고 하는 학부모들이 언론을 통해서도 회자되고 있다. 학부모 또한 '내면 아이'를 간직한 체 분노를 학교에다가, 교사에게 퍼붓는 경우가 많아졌다. 받아들이는 교사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있다. 학부모 속에 있는 '내면 아이'를 생각하며 힘들지만 경청해 준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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