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 - 그해 비가 그치자 조선에 역병이 돌았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33
이진미 지음 / 다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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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페스트!


1821년 조선에 콜레라 감염병이 휩쓸었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3편에 보면 최씨네 가문의 큰 어른인 윤씨부인이 역병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때 역병은 콜레라를 말한다.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을 때 역병이 들어 죽은 시체를 무덤을 묻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이웃들이었다. 자신들도 전염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한다. 반면 최참판댁 재물을 노리고 들어온 조준구와 그의 부인 서울 홍씨는 역병이 돌자 문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괴질>에서도 콜레라가 창궐한다. 사람들은 귀신 때문에 그렇다며 콜레라에 의해 죽은 황씨 부자네를 증오한다. 많은 도움을 받았던 이웃들이 하루 아침에 돌변하여 저주하고 멸시한다. 21세기 괴질 '코로나19' 확진자를 한때 증오하고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적이 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마치 감염병을 전파시킨 원인자로 취급했다. 특히, 중국 후베이성 우한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서 '우한바이러스'로 부르기도 했다. <괴질>에 나오는 역병의 감염 경로도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괴질>에는 직업인의 소명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약초꾼 홍이 아버지, 의원 검불아재, 의원 이인구 등 역병이 창궐한 지역에서 의원 한 사람에게 기대하는 바는 컸다. 의원은 아니지만 약초꾼 홍이 아버지는 이 산 저 산을 넘나들며 약초를 캔다. 힘들게 캔 약초를 가난한 이웃들에게 병 치료에 쓰라고 나눠준다. 악질 사또에 의해 죽음을 당하지만 아버지의 선한 모습을 보고 자란 홍이는 모두가 쓰러져 죽어가는 괴질의 현장 속에서 팔을 걷어 부치고 환자들을 돌보며 간호한다. '사람 목숨에는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소신으로 누구나 할 것 없이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최선을 다한다. 검불 아재도 전형적인 소명을 가진 의원이다. 자신의 원수도 치료해 줄 정도로 직업적 소명 의식이 굳게 잡힌 인물이다. 국가에서 파견한 의원인 이인구는 처음에는 몸을 사리지만 소명을 다해 환자를 돌보는 이들을 보며 생각을 고쳐 먹는다. 의원이든 아니든 어떤 직업이든 어떤 정신을 가지고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의원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사람이라면 감염병 현장을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반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의원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분명히 그들은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환자를 먼저 돌볼 것이다. 교사도 소명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왜 교사가 되었는지, 교사로 꿈꾸는 것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면 하루하루 몸가짐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 역사소설이다. 사실을 근거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청소년들에게 이야기로 과거의 역사를 읽게끔 하는 시도는 참 좋은 것 같다. 조선에 콜레라가 창궐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단지 사건으로 접한다면 수 많은 사건 중의 하나로 넘어갈 수 있을거다. 그러나 콜레라를 통해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이 바로 힘이 없고 낮은 계층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읽는다면 울림이 남다를 것 같다. 과거에 일어난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아니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감염병으로 다가온다. 나와 우리 가족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실제적인 사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콜레라의 원인을 알아내려고 하지 않았을까? 왜 특정 누구의 잘못으로 몰아갔을까?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부류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직업이라도 위중할 때 자신의 몫을 감당하며 사회를 이롭게 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도 보게 된다. 홍이와 완이처럼 직업을 선택할 때 남을 돕기 위한 길을 먼저 염두할 수도 있다. 역사소설은 재미만 느끼는 책이 아니라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시대를 읽게 하고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게 한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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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돼지 이야기 - 돼지는 어쩌다가 우리 밥상과 술상에 매일 오르게 되었을까
최승철.김태경 지음 / 팬앤펜(PAN n PEN)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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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정육점을 다녀 온 곤 했다. 자주 안 것은 아니다. 특별한 날에만. 생일 즘에는 소고기를 사러, 명절에는 돼지고기를 사러. 그것도 아주 작은 양만 사왔다. 정육점 주인 아저씨께서 저울에다가 무게를 잰 다음 큰 갈로 듬성듬성 썰어서 신문지에 돌돌 말아주면 그것을 들고 나왔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고기를 싼 신문지를 보면 벌써 기름끼가 스며들어 반질반질해지는 것을 본다. 군침을 흘리며 오늘 하루만큼은 괴기국을 먹을 수 있겠구나라는 기쁨으로 쏜살처럼 집으로 갔던 기억이 난다. 1970년~1980년대만 하더라도 가난한 저소득층에게는 돼지고기조차도 쉽게 먹을 수 없는 육류였다. 또 한 번은 어머니께서 큰 다라(바구니)에다가 뭔가를 잔뜩 넣어가지고 오신 다음 부엌 시멘트 바닥에 쏟아 놓으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소금으로 이리저리 세척하시면서 손질하는 것을 보니 돼지 창자였다. 아마도 동네에서 돼지 한 마리를 잡았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돼지 창자를 사오신 것이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자녀에게 고기 반찬을 못해주더라도 최소한 단백질 덩어리는 섭취시켜야겠다는 어머님의 심정이 담긴 음식이었다. 여러 번 손질을 거친 다음에 삶아서 먹고 반찬해서 먹고 두루두루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돼지 창자도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한 고급 음식이었다. 부족한 단백질 보충은 시장에 가서 닭목아지(닭을 손질하고 남은 닭머리와 목부분)를 칼로 다져 후라이팬에 지져 먹었다. 참고로 당시 닭목아지 1개는 100원이었다. 

 

<대한민국 돼지 이야기>는 돼지에 관한 역사서이자 대백과사전이다. 밥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우리와 친숙한 돼지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지 돼지가 우리 역사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용하게 쓰이고 인류와 함께 한 육축이었음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돼지를 신성시하고 아주 귀한 동물로 여겼던 역사가 사료에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고구려와 고려는 국가 초기에 국가의 수도를 정할 때 돼지의 움직임을 보고 도성을 정했다고 한다. 고려 태조 왕건이 지금의 개성에 도읍지를 정할 때도 돼지의 움직임을 보고 정했다고 전해온다. 당연히 돼지를 키우는 관청이 따로 존재했고 돼지의 개체수는 국가적으로 관리에 들어갈 정도로 귀중한 자원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중국 사신을 맞을 때 귀한 음식으로 돼지를 이용한 음식을 내 놓았다고 한다. 돼지를 우습게 봐서는 안 될 것 같다. 

 

우리나라 토종 돼지는 재래종으로 크기가 작되 먹성은 엄청 좋았다고 한다. 그만큼 사료값이 많이 들다보니 개체수를 늘이기에 부담이 되었고 일제강점기 이후 덩치가 크고 새끼를 많이 낳는 외래종이 들어오면서부터 재래종은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는 의도적으로 돼지 사육을 늘리는 정책을 실시했는데 그 이유는 식민지 국가로써 아픔의 역사가 담겨 있다. 일본으로 반출되는 곡식의 양을 증가하기 위해 양질의 퇴비가 필요하게 되었는데 퇴비 생산에 가장 큰 몫을 감당하는 것이 돼지였다. 돼지는 잡식성으로 심지어 사람의 인분까지 먹어치울 정도로 식욕이 왕성했고 돼지가 밟고 지나간 자리들은 짚더미와 함께 섞이면서 양질의 퇴비로 만들어졌다. 화전민들이 산간 지역을 개간할 때 사용했던 가축이 돼지였다. 움직임이 활발했고 농사 짓기 좋은 땅으로 돼지가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것이다. 

 

혹시, 용인자연농원(지금의 에버랜드) 시작에 양돈 농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분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1973년에 개발된 용인 양돈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형 양돈장으로 기록되고 있다. 한국 전쟁 후 한국 축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은 선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되었다.

 

돼지의 먹는 부위도 시대마다 달라졌다. 지금은 삼겹살이 성수기에 금결살로 소비되지만 삼겹살 소비가 확실히 늘어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돼지는 부위별로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고르게 쓰인다. 꼬리털은 발모제로 쓰인다고 할 정도니 정말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가축인 것 같다.  돼지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가축이자 삶을 윤택하게 해 주는 사람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인류와 함께 했던 돼지의 이야기를 역사로 풀어낸 <대한민국 돼지 이야기>를 상식 삼아 읽어볼 것을 권해 본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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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사용설명서 - 5G부터 메타버스까지, 일상을 바꾸는 IT 상식
김지현 지음 / CRETA(크레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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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계치다. 정보 기기는 말할나위 없다. 디지털 시민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에 난 문맹자와 다를 바가 없다. 코로나19로 온택트 시대가 열렸다. 학교의 일상도 바뀌고 있다. 수업 뿐만 아니라 근무도 온택트화되고 있다. 혹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겠냐고 이야기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19처럼 전 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동을 자제하며 비대면 생활을 유도한 적이 세계 역사에서도 유일무이하다. 한 번 익숙해진 생활 패턴은 과거로 회귀하기가 불가능하다. 큰 집에 살던 사람이 갑자기 작은 집으로 이사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온택트 생활에 길들여져 가고 있고 이 생활 또한 그렇게 불편하다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에 앞으로의 삶은 저절로 IT에 익숙해 진 삶을 살아갈 것이 분명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다. IT 기술의 개발은 인공지능을 넘어 메타버스로 향하고 있다. 가상 현실 속에서 충분히 오프라인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감까지 구현해 낼 수 있는 기술이 사용화될 전망이다. MZ세대라면 그렇게 두려워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X세대인 나는 그전에 있었던 IT도 따라가기가 벅찬데 갑자기 메타버스까지 익혀야 한다니 눈이 똥그래 질 수밖에 없다. 최근의 IT 사용법을 모른다고 해서 당장 생활에 불편한 것은 없다. 당장 말이다. 물론 앞으로 1,2년이 지나면 IT 문맹자로 취급당하겠지만 말이다. 현재 나의 수준은 이렇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이렇다. 남들이 다 하는 삼성페이든 네이버페이든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간편 결제도 겨부하고 있다. 왠지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그러다가 <IT 사용설명서>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어 네이버페이에 주로 쓰는 신용카드도 등록해 보고, 네이버 전자문서 공인인증서도 설치해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천천히 따라해 보기로 했다. 

 

사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익혀야 하는 가장 시급한 이유가 직장 생활에 있다. 학교는 다른 직장과는 다르게 그래도 조금 천천히 가도 큰 불편이 없는 조직이다. 그래도 코로나19로 인해 근무 형태가 바뀌고 있고 학교 문화가 전과는 달리 수직적인 문화에서 수평적인 문화로 전환되고 있으며 일방적인 지시 형태의 문화에서 서로 협업하고 공유하는 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교감인 나로써는 가장 피부적으로 와닿는 전환기에 맞이하고 있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해야 되고 교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최대한 학교가 가야할 방향을 설정하여 추진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학교 안에서 시간 활용도 지혜롭게 배분하여 사용해야 한다. 몸은 하나인데 해결해야 할 일은 다양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IT 사용설명서> 대로라면 제한된 시간 속에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IT를 도구로 최대한 활용할 것을 권면하고 있다. 이제는 혼자 일하는 시대가 아니다. 교감이 독단적으로 명령하고 보고 받는 시대도 더더욱 아니다. 가용할 수 있는 시간 안에 최대한 효율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협업하고 공유하며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진행해 가야 한다. 최근의 IT 도구들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다루는 방법을 모른다고 해서 늘 하던 익숙한 방법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모르면 젊은 직원들에게 배우면 된다. 구글 독스를 활용해서 다양한 작업을 손쉽게 하는 방법도 시도해 봐야 한다. 의견 수렴을 위해 네이버폼도 뿌려 보고 원격 수업 도구들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도 해봐야 교사들과 소통할 수 있다. 

 

"디지털 세상은 기존의 전통 사회와 다른 상식과 통념이 지배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기존의 사회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디지털 시민이 되지 않고서는 상식과 통념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교감이라고 해서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정말 위험한 생각이다. 교감이기 때문에 더더욱 악착같이 배워야 한다. 학교에서 일하는 방식이 바뀔 때 혁신이 일어난다. 대부분의 교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이 디지털 기반으로 바뀌고 있는데 교감만 옛날 방식을 고집한다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기란 만무할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는 디지털 리더십을 요구한다. 디지털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디지털이 기반이 되기 때문에 권한 위임을 충분히 할 수 있다. 현장 교사의 목소리가 힘이 실릴 수 있도록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의견 수렴을 위한 IT 도구들만 잘 활용하면 디지털 리더십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IT 사용설명서>에는 인생2막을 위해 디지털을 익힐 것을 권면한다. 느즈막한 나이에 육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은 누구나 활용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귀뜸해 준다. 

 

유튜브와 넷플리스, 밀리의 서재와 리디북스 등 디지털 기반으로 다양한 자료들을 구독하고 공유하는 시대다. 예스24의 부산 중고서점 F1963점에서는 네이버의 자율주행 로봇 '어라운드'가 매장 내 도서 수거를 돕는 시대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한글, 엑셀 작업만 고집하는 교감은 꽉 막힌 고집불통의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나부터 조금씩 조금씩 변화되는 디지털 세상에 한 발자국씩 따라가도록 해야겠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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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코 이야기
김민정 지음 / 구름서재(다빈치기프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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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성노예제에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우리 모두가 다 아는 바와 같이 일본은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까지 각 국의 어린 소녀들과 여자들을 강제로 잡아다가 전쟁터로 보내고 일본군을 위한 성노예로 활용했다. 그 증거들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인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와 정반대로 국가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끝까지 사죄하며 국제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독일과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 : 라우 대통령은 "독일의 수도사"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살려 했던 훌륭한 신앙인이었고-독일 개신교 장로- "독일의 현자"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미래를 내다보며 약자를 돌보고 참된 화해를 몸소 실천해간 정치가 였다) 는 강자만이 살아남는 무한 경쟁을 추구하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고 독일식 사회민주주의 이념을 철저히 지켜가려 했다. 그런가 하면 2000년 2월 16일에는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에서 독일 대통령 중 처음으로 과거 독일이 유대인에게 저지른 죄악을 진심으로 사죄하여 독일과 이스라엘이 진정으로 화해할 길을 열어 놓았다"(번역과 반역의 갈래에서, 233~234쪽)

 

"독일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오늘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게 빌리 브란트 수상이 무릎 꿇고 사죄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왜 모르는지 모르겠어. 아시아 국가들은 점점 더 힘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가 더 큰 문제야" (정글만리1, 411쪽)

 

일본군 성노예로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이 요구하는 것은 이렇다.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 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교과서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이다. 반면 일본 정부의 입장은 이렇다. 전쟁은 이미 끝났다,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과거에 얽매여 살고 있다, 협상을 통해 사과도 했다, 배상도 다 끝났다, 그런데 왜 한국 정부는 약속을 안 지키는가, 일본 사람들은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식이다. 일본의 역사 왜곡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이다. 요지부동이다. 

 

역사 문제가 곧 외교 문제로 확전되고 국가 간 대립으로 이어지는 모양새가 한일간의 양국 문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독일이 이스라엘에게 보인 국가적 차원의 사죄, 배상은 좋은 본보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다양한 주장을 펼치며 교과서에 조차 일본군성노예가 자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왜곡하고 있으니 감정이 격화될 수 밖에 없다. 일본군성노예 피해를 입은 용기 있는 할머님들이 없었다면 영원히 잊혀질 뻔한 역사가 되었을 것이다. 1988년에 최초로 김학순 할머니에 의해 폭로가 되면서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난 성노예 피해 사실은 과거에 일어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이야기하기엔 국제 사회가 결코 용인할 수 없을 것이다. 거짓은 거짓을 낳는다. 우리 사회에서도 개인이 거짓으로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을 때 결국 거짓이 탄로나게 되고 엄청난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하물며 국가가 저지른 범죄라면 국가가 사죄하고 배상하는 것이 순리다. 꽃다운 한 개인의 인생을 처참히 짓밟혀 놓고 지금 와서 없던 것처럼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그 누가 그들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역사를 잊는 국가는 패망한다. 역사를 왜곡하는 국가는 신뢰받지 못한다. 잘못한 일이 있다면 당연히 사죄할 일이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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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로드 뷰 별숲 동화 마을 36
전성현 지음, 오승민 그림 / 별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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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는 왜 급식소에서 밥을 먹지 먹지 못하고 급식소 밖 계단에서 밥을 먹을까?

축구를 좋아하고 잘하던 태우는 왜 직접 뛰지 않고 구경만 할까?

태우는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볼 때마다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 놓는 이유가 무엇일까?

윤지는 정든 고향을 떠나는 이유가 뭘까? 

 

세 친구는 모두 소라읍에 살았던 친구들이다. 지금은 새로운 학교에 다니고 있다. 정든 집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 중이다. 세 친구 모두 아픔을 지니고 있다. 어떤 아픔일까? 모두 지진이라는 공포스러운 광경을 직접 경험한 친구들이다. 엄마를 잃어 버린 수아, 집 안에 갇혀 있다가 뜨거운 라면 국물에 화상을 입은 태우, 현관문이 열리는 않는 상태에서 오랫동안 갇혀 버려 폐쇄 공포증을 앓고 있는 태우,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구 공장이 온데간데 없이 무너져 삶의 터전을 몽땅 빼앗겨 버린 윤지. 세 친구 모두 말 못할 아픔을 지닌 친구들이다. 새로 옮겨진 학교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지진 때문에 이주한 아이들이라는 꼬리표, 상대방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 자신들이 겪지 않았다는 안도감으로 가볍게 던지는 불편한 위로, 그들이 앓고 있는 보이지 않는 지진에 대한 공포 휴유증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분위기 때문에 세 친구들은 고향을 더욱 그리워한다. 

 

강원도에서도 몇 년 전 큰 산불로 집을 잃고 가족을 잃은 이재민들이 지금까지 임시 거처에서 불편하게 생활하는 모습들이 언론에 공개된 적이 있다. 수해로 피해를 잃은 분들도 금방이라도 원래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으로 살아왔는데 정부의 미온적 대처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소식도 듣게 된다. 언론에서는 천재지변 당시에는 피해를 당한 이들을 취재하며 아픔에 동참해 달라고 방송을 끊임없이 흘려보내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의 일처럼 여기는 듯 하며 정부의 다양한 보상 대책 방안들도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현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피해를 당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재민들의 고통을 내 일처럼 공감할 수 없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 아픔을 감내해 내는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일년전 로드뷰>의 세 친구들도 일년 전 자신이 살았던 소라읍을 다시 찾아간다. 일년 전 끔찍하게 경험했던 지진의 현장을 찾아간다. 모두가 외면해 버린 지진의 현장을. 세 친구들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 자신이 다녔던 학교, 학교 운동장에 묻어 두었던 학급 보물상자를 찾아 나선다. 태우는 잃어버린 축구공을 찾는다. 수아는 뜻밖에 선물인 고양이 까망이와 재회한다. 까망이는 유일하게 수아 엄마가 담장에 깔린 체 누워 있는 것을 끝까지 곁에서 지킨 장본인이다. 윤지는 소중하게 자신이 쓴 편지를 찾아낸다. 폐허가 된 곳에서 자신들의 추억이 담긴 현장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로드뷰' 사진 때문이다. 로드뷰는 일년 전 자신이 살던 마을의 골목골목을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태우가 학교에서 화장실 문을 열어 놓고 볼 일을 보는 모습은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태우의 지진 휴유증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아는 엄마의 부재를 친구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엄마 없는 애라고 놀림 받을까봐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학교 안에서 우리가 알 지 못하는 다양한 아픔을 지닌 아이들이 있다. 며칠 전 한 교실에 수업을 하러 들어갔다. 맨 앞에 친구들 보다 키가 작은 아이가 앉아 있다. 수업에 통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색종이 접기 시간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비행기를 접더니 나에게 날린다. 색종이로 집게 모양의 종이를 접더니 내 팔을 꼬집 듯 접근해 온다. 그 아이의 반응에 리액션을 크게 해 주었더니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반응을 내게 보인다. 좁은 교실 안이지만 짧은 시간을 내어 술래잡기도 했더니 나를 종종 쫓아온다. 그리고 뭔가 내게 이야기를 하고 연필을 가져와 내 이름을 적어 달란다. 공부하자고 할 때에는 고개를 숙이고 풀 죽어 있던 아이가 놀이 시간에는 꽤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 아이는 전에도 학교 교문 앞에서 등교할 때 본 적이 있다. 엄마랑 손을 붙잡고 매일 등교하는 아이다. 등교할 때도 기운 없이 걸어오던 모습이 생각나다. 교실에서 몇 번 만나면서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아픔이 무엇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삶을 들어보지 않고서는 아이가 보인 행동의 원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이의 삶을 들여다 보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코로나 시기에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결국 교실 안에서 아이와 대화를 많이 나누는 방법 밖에 없다. 말 문을 닫아 버리고 입을 떼지 않는 아이라면 입을 떼는 뭔가의 접촉점이 있을 때 그 순간을 기억해 두었다가 그 아이에 맞게 다가서야 한다. 교실 안에 담임 선생님들이 힘과 에너지를 뺏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교 밖 사람들은 꼬맹이 얘들 가르치는 것이 뭐가 어렵냐고 하는데 모르는 소리다. 그렇게 얘기하시는 분들 모셔다가 교실 안에서 일주일 정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시라고 한다면 모두 두발 두손 다 들며 차라리 일하는 게 낫다라고 할 것이다. 그만큼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생활하는 일은 엄청난 힘이 드는 일이다. 아이들이 눈높이에서 하나하나 맞춰가야하니까 말이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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