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 가고 싶은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
홍경숙 외 지음 / 창비교육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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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학습 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세상은 빨리 변화하는데 가장 느리게 변화되지 않는 곳이 있다면 학교를 빼놓을 수 없다. 학교 건물 뿐만 아니라 교실 구조, 학교 놀이터 등 어른들의 시각으로 만들어 놓은 학교 환경 속에서 창의성을 강조하는 21세기에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학교 공간 혁신에 관한 의견들이 곳곳에서 분출하기 시작했고, 그 일환으로 학교 놀이 환경을 아이들의 시각에서 만들어보자는 놀이터 조성 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학교 놀이 환경을 바꾸는 일에는 예산도 필요하고, 놀이터의 안전을 책임질 인력도 필요하며 설계부터 구성에 이르기까지 전문가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협업이 필요하다. 얼렁뚱땅 지어 놓고 보자는 생각은 안 된다. 긴 호흡으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고 보완하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 놀이 환경은 일정한 공간으로 한정 지을 필요가 없다. 학교 전체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라고 봐야 한다.


간 주권이란? 공간에 대한 권리가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 것. 학교는 단지 학습의 현장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의 공간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학교 공간의 주권은 오로지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하고, 공간을 구성할 때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조성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학교 공간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공간을 직접 보고 느끼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홍경숙 건축 교육가가 말하는 건축 교육이란, 아이들의 현재 및 미래의 삶 또는 삶의 터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 그리고 아이들에게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놀이터는 아이들을 생각하기보다 놀이터 짓는 일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 놀이터에서는 창의성이 생길 수 없다. 놀이터에서 실패와 좌절을 선경험시켜 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자기 몸을 가지고 가지고 놀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감수할 수 있는 정도의 위험이 존재해야 한다. '살아 있는 위험을 만날 수 있는 곳' 이어야 한다. 편해문 디자이너의 놀이 철학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재미, 도전, 안전이다. 그에게 영감을 준 이는 독일의 귄터 벨치히이다. 귄터 벨치히는 76세가 되기까지 45년동안 약 15,000개 정도의 놀이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낙서 공간을 공식적으로 만들수 있다. 계단 벽공간을 누구나 자유롭게 낙서할 수 있는 곳으로. 암막 스크린을 설치하여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로리스 말라구치는 공간이 제3의 선생님이라고 말한다. 공간이 학생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현재 학교는 고립된 섬으로 존재해 왔다. 학교 교육과정 자체가 외부와 연계되는 일이 거의 없다. 학령 인구가 점차 감소되고 있다. 학교의 잉여 공간을 과감히 지역사회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공개할 필요가 있다. 학교는 이제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결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버려진 공간, 잘 쓰이지 않는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교사와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예산이 적지 않게 소요되지만 빈 공간을 잘만 활용하면 몇 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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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소중한 사람
정한경 지음 / 북로망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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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의 시선을 잃어버리는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나만의 시선을 잃어버립니다.

분주함에 쫓기다보면 다른 이의 시선에 신경 써 버립니다.

나의 가치관이 흔들릴 때 나의 시선은 흐려집니다.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지 않으면 남의 시선에 마음이 빼앗깁니다.

저자 정한경님의 에세이 속 한 문장을 곱씹어 봅니다.

 

시선

 

[명사] 1. 눈이 가는 길. 또는 눈의 방향. 2. 주의 또는 관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투시 도법에서, 시점(視點)과 물체의 각 점을 잇는 직선. <네이버 국어사전>

 

내 눈길이 가는 길은?

내 눈의 방향은?

내 주의를 끄는 것은?

내 관심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를 바라보는 것"

 

저자는 인간관계를 숲 속 생태계에 비유합니다. 숲의 나무들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은 습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옆에 있는 나무가 불편하지 않도록, 풀이나 작은 나무들에게 피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랍니다. 

 

우리의 인간관계는 어떤가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라는 곳은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입니다. 이때 '다양함'이란 '나이'를 말합니다. 60대부터 20대까지 30년을 한 세대로 보면 부모뻘과 자녀뻘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곳입니다. '90년대생이 온다' 책에서는 요즘 젊은이들의 특성이 적나라하게 나옵니다. 한 없이 가까워지려고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부담이라고. 숲 속 생태계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바라보는 것이 인간관계의 지혜인 것 같습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그런 사람이고 싶다"

 

고난이 없기를 기도하기보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람/(...)/타인의 평가에 휘둘리기보다, 스스로의 시선을 믿을 줄 아는 사람.(84쪽)

 

코로나-19로 유래 없는 상황을 경험합니다. 모두 다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난 없는 삶은 없습니다. 누구나 고난은 바람처럼 다가옵니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직장 생활에서 힘든 것은 일 때문이 아니라 사람 관계라고 합니다. 타인의 시선, 타인의 평가가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내가 가는 길과 내가 바라보는 방향을 스스로 믿을 줄 아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숱한 고난에도 끝까지 걷다보면 언젠가는 평지가 옵니다! 

 

깊어가는 가을밤, 사랑을 노래하고 인생을 음미하는 책을 가까이 해 보는 것은 어떤지요? 

 

P.S. 『안녕, 소중한 사람』(정한경, 2020, 북로망스), 내일 만나게 되는 oo교육지원청 ooo 장학사님께 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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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 지성의 모험 - 100년의 기억, 100년의 미래
김호기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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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00년 史 를 돌아보면 숨가쁠 정도로 변화 무쌍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일제강점 35년, 광복, 한국전쟁, 남북 분단, 산업화, 민주화 과정을 지나쳐왔다. 거저 되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고난한 삶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었고, 앞으로 100년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서구 문명과 사상과 비교하더라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사상 체계를 이 기간 동안 이뤄낼 수 있었다.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문학 등에서 각 시대마다 깊이 있는 사상으로 민족의 혼을 이어갔고 다양한 분야에서 거침없이 살아있는 시대정신을 발휘하여 후대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저자는 대한민국 100년 史에서 60명의 지성인들을 추려내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물론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선별 작업이긴 하지만 터무니 없는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객관적 사료와 증명이 가능한 방법으로 어렵게 60명을 각 분야별로 구분하여 그들의 사상과 이력, 삶을 간략하게 담아냈다. 지면의 한계 때문에 10쪽을 넘지 않는 분량으로 그냥 맛(?) 보도록 정돈하여 실었다. 

 

그러나 짧은 분량이라 할지라도 독자들에게 차후에 연결 고리를 찾아 좀 더 깊이 탐구할 수 있는 점들을 곳곳에 담아냈다. 그분의 출생에서 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삶의 궤적을 놓치지 않고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대표적인 서적들을 친절하게 소개해 놓고 있다. 깊이 있는 책들을 찾아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안내서가 될 것이다. 단순히 베스트셀러가 아닌 저자의 혼과 열정을 담아낸 당시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저서이기에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예비 지성인들이 있다면 이 책 한 권을 곁에 두어 두고두고 참고 자료로 활용하면 좋을 듯 싶다. 

 

차례를 보면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한국 지성사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11분야로 나누어 각각 5~6명을 소개한다. 대표 저서와 함께 후손들에게 영향을 끼칠 미래의 분야를 함께 소제목으로 잡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김구: <백범일지>와 민족주의 미래, 안창호: <도산 안창호 논설집>과 청년의 미래, 이은숙: <서간도시종기>와 대한민국의 미래, 여운형: <조선 독립의 당위성>과 중도의 미래.....

 

100년이라는 시간 차이가 있는 책들이 과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의구심이 들 수 있겠다. 당시의 시대정신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인물마다 시대별로 평가가 저마다 다를텐데 어떻게 적용해야 할 지 궁금해 할 수도 있겠다.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입장이 정반대에 있는 독자들은 불쾌할 수도 있겠다. 사람마다 각자 평가가 다르더라도 관련 인물을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 봐야 하는 것은 앞으로 미래는 포용하려는 마인드가 필요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시대를 앞서는 용기와 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 생애를 걸쳐 사상의 결과물을 담아 놓은 지성인들의 대표 저서는 독자들이 결코 쉽게 읽어낼 수 있는 내용이 아닐 수 있겠다. 때로는 친절한 해석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거인의 어깨를 딛고 뛰어 넘을 수 있을 때 앞으로의 100년의 미래는 단단한 반석 위에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겠다. 누군가는 깊이 있는 지성에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에도 밝은 희망이 비치지 않을까!

단단한 독서가 필요하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는게 쉽지 않겠지만, 책장을 덮을 때 쯤이면 남다른 감회가 들 것이다. 현대 한국 지성의 보고에 한 번 모험에 보라!

 

P.S. 앞으로의 계획 : 이 책에 소개된 각각의 지성인들 한 명 한 명의 대표 저서들을 찾아 읽는다. 공공도서관 도서목록을 검색하다보면 오래된 책들이지만 몇 권은 찾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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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6가지 놀라운 발견 - 과학 영재라면 꼭 알아야 할 테크놀로지의 역사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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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발견은 안경을 만들어냈고,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의 발달로 안경의 수요가 늘자 렌즈 세공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결국 정교한 렌즈 세공 기술은 망원경과 현미경을 발명하게 되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의 실체를 밝히면서 질병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인간이 질병을 극복할 대상으로 여기게 되었고 기대 수명은 점차 늘어났다. 이처럼 사막의 모래밭에서 이산화규소 추출하게 되면서 유리의 사용은 다방면으로 뻗어나가게 되었다.

 

오늘날 인터넷망이 광범위하게 깔리고 스마트폰의 사용이 확대된 것도 모두 다 유리의 발명에서 시작되었다. 유리 섬유라고 강하고 구부러지기 쉬운 성질을 이용하여 건축용 단열재, 옷, 서핑보드, 요트, 헬멧, 컴퓨터 회로판 등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인터넷망에 쓰이는 광섬유 케이블도 바로 유리실로 짠 것이다. 유리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우리 손에 스마트폰이 놓일 일은 없었을 것이다. 

 

유리는 개인의 인권도 향상시켰다. 개인주의를 실현시킨 것이 유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유리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개인을 중시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세상을 보는 방법이 '나'를 중심으로 전환되게 한 것이 유리 거울이었다. 이처럼 발명품 하나는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혁신을 이어나가게 한다. 

 

에어컨의 발명이 미국의 정치 지형을 바꿨듯이 청결의 개념을 인식한 후부터는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질병을 예방할 수 있었다. 참고로 미국은 대통령 선거 투표 방식이 선거인단에 의해 이루어진다. 에어컨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무더운 남부지역에 선거인단이 적었기에 북부 지역 출신의 대통령이 다수 배출되었다. 하지만 에어켄의 발명으로 남부 지역에도 선거인단이 많이 조성되면서 현재까지 미국 대통령의 대부분은 남부 출신이라는 점이 통계로 말해주고 있다. 발명품 하나하나가 미국의 역사를 바꿔가고 있는 셈이다. 

 

유리, 냉기 외에 소리, 청결, 시간, 빛의 발견이라는 6가지 테마로 이루어진 과학 이야기를 재미나게 읽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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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으로 사는 인생
폴 투르니에 지음, 정동섭.박영민 옮김 / IVP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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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격의학을 발전시킨 스위스 의사, 폴 투르니에의 대표적인 저작이다. 올 8월, JDM KDTI 훈련생들을 대상으로 '모임 이사의 삶 & 이사의 역할' 에 대해 약 한 시간 반 가량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 후 답례로 받은 책이 바로 폴 투르니에의 『모험으로 사는 인생』 이었다. 책 더미에 쌓아 두고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한 두달 지나다가 이번 한 주간 독한 마음을 품고 다른 책을 멀리 하고 이 책만 고집하며 오늘에서야 1독을 마쳤다. 모험으로 사는 인생, 저자의 고백이며 나의 고백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KDTI 훈련생들에게 강의한 강의 주제도 '모험으로 사는 모임 이사'로 수정해야 할 듯 싶다. 인생의 책을 선물해 준 KDTI 훈련생들께 감사드린다.

 

폴 투르니에는 노년의 나이에 책을 써 달라는 청탁을 출판사로부터 받게 되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집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기도 했기에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모험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다. 출판사의 요구에 따라 책을 쓰는 것 자체는 모험이라기보다는 의무로 느껴진다" 라고 고백했다. 무슨 말인가? 어떤 모험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말이다. 새로운 일을 할 때 그 당시는 모험일 수는 있지만 그 일이 오래 지속될 경우 감흥도 감응도 긴장감도 떨어져 어느새 익숙한 일로 둔갑되어버린다. 나이를 든다는 것은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고 정신이 노쇠해 지는 것도 있겠지만 폴 투르니에는 새로운 모험을 시도하겠다는 용기가 없어져 현실에 안주하려는 마음의 태도가 스스로를 노년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어떤가! 오십 줄에 들어서고 있다. 아직까지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고 새로운 영역에 겁없이 덤벼들고 싶은 마음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모험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진행하면서 얻는 유익은 역동감과 존재감을 느끼며 성취감을 통해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점만 있는게 아니다. 여유롭게 생각을 정리하고 묵상의 시간을 가짐으로 깊이로 나아가야 하는 시간들을 패스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심신이 지치고 일에 쫓겨 사는 내 자신을 돌아본다.

 

나도 나이가 들수록 행동 반경이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성취 보다는 존재함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 때가 도래할 것이다. 잃어버린 젊음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거나 후회하며 아쉬워하기보다 움직임은 둔해질지언정 노년에 누릴 수 있는 장점인 살아있는 정신으로 존재의 깊이를 만들어감에 만족을 누리며 또 다른 모험의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죽음도 모험이다. 살아생전 누구도 죽음을 경험해 보지 못하기에 죽음으로 나아가는 삶도 모험이라고 볼 수 있다. 죽음도 잘 준비해야 한다. 죽음을 두려워할 대상으로 여기며 애써 회피할 것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 또 다른 삶을 기대하며 주어진 삶 속에서 의미있는 시간을 지속해 가는 것이 모험으로 사는 인생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분명 개인마다 자신이 '헌신할 가치가 있는 목표' 가 있어야 한다. 자신을 바칠 수 있는 목표가 있는 삶이 진정 복 된 삶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삶이 과거보다 윤택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는 문명의 발전과 상응하는 '정신적인 보충' 이 없기 때문이다. 

 

의사 폴 투르니에는 질병과 건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참고로 그는 환자를 대할 때 환자를 인격체의 한 사람으로 대하며 독서 상담을 통해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도록 조언해 주는 의사였다. 

 

사람의 건강은 세균 감염이나 비타민 섭취의 문제만큼이나 자신과의 조화, 올바른 가치의 선택과 그 결과인 충만한 만족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272쪽)

 

질병은 세상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적한 곳을 찾을 수 있는 기회와 유익한 자기 성찰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164쪽)

 

모험으로 사는 인생은 두려움 없는 삶이 아니다. 두려움이 예상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다. 모험으로 사는 인생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의 문제다. 기독교 의사인 폴 투르니에는 하나님의 목적에 맞추어 살아가는 삶을 모험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생에 관해서는 비관주의자지만 하나님에 관해서는 낙관주의자였다.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갖는 신체적 장애물들이 극복하지 못할 것들이 아니라 위대한 모험의 출발점, 성취와 성공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독한 책벌레였던 폴 투르니에는 책을 읽을 때마다 읽지 못한 책, 읽을 수 없을 책들을 생각하며 주어진 현실을 아쉬워하고 고치지 못하는 환자의 질병 때문에 자신의 무능함을 괴롭워했다.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그것조차도 모험의 대상임을 고백한다. 

 

최근 폴 투르니에의 저작들을 대하면서 한 번 읽고서 책장에 꽂아 두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책도 그렇다. 두고 두고 읽을 책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는 이 때에.

 

p.s. 죄송합니다. 한창 젊은 나이에 나이 타령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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