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의 은유 - 윤슬빛 소설집 꿈꾸는돌 38
윤슬빛 지음 / 돌베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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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몇 가지 금기 사항이 있다. 그중 하나가 성 정체성에 관한 영역이다. 윤슬빛 작가는 도발적으로 금기 사항을 입 밖으로 끄집어 내는 것으로 만족하기보다 삶의 주제로 삼고 음지에서 양지로 관심 지역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무대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앙으로 과감하게 옮기는 시도를 하고 있다.

독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감안하여 배경이 되는 스토리를 탄탄하게 끌어왔다. 우리도 잘 아는 바와 같이 보이지 않게 많은 어려움을 겪는 일반 가정들이 많다. 그 속에서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불안함을 느끼고 도움의 손길을 기다린다. 관심받고 싶어하고 이해받기를 원한다. 비난과 손가락질보다 말없이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얻는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우리는 선택하지 않은 것들로 인해 각자 결이 다른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부모의 이혼이 자녀의 선택이 아니듯이 말이다.

청소년들이 겪는 성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도 새롭게 다가온다. 예전과는 다르게 혐오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 듯 하나 아직까지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서로 다름을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는 용기 있는 태도가 우리에게 필요함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사람을 판단할 때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 비중을 많이 둔다. 사회가 세워둔 기준에 못 미칠 경우 비정상이라는 굴레를 씌워버린다. 혼란한 시기를 지나고 있을 사람의 형편은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내 기준으로 상대방을 평가할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리 없는 외침을 외면하기보다 그가 처해 있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할 수만 있다면 도움의 손길을 뻗어 보는 것은 어떨까?

공교육 안에서 '성교육' 자체가 많이 위축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좀 더 옳고 그르다는 식의 방법으로 접근하기 보다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것들로 인해 경험하고 있는 고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누구도 쉽게 써 볼 수 없는 주제를 지면으로 채워간 저자의 용기에 눈이 번쩍 뜨인다. 또한 저자의 필력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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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 김누리 교수의 한국 사회 탐험기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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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유럽에서 지도자급으로 인정받는 나라가 된 독일의 성장 비결에는 교육 개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윤리적으로 세계의 어젠다를 이끌어가는 독일이 불과 반세기 전에는 끔찍한 범죄 나라였음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반인류적인 범죄의 현장이었던 아우슈비츠의 나라 독일이 어떻게 완전히 바뀔 수 있었을까? 이 또한 이유도 교육에 있었다.

독일 교육이 어떻길래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까?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독일 교육은 비판 교육, 저항권 교육, 선동가 판별 교육, 반권위적 교육이라고 한다. 더 이상 아우슈비츠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각성으로 권력을 비판하고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며 거짓 선동을 분별하는 교육에 중점을 두며 그릇된 권위를 막는 교육을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다. 학교가 곧 민주주의를 실험하는 장소이다. 유럽 주변 나라도 독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독일의 진정성을 알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나라들이 일본을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독일에서 지식 교육 못지않게 비중을 두는 것이 성교육, 정치교육, 생태 교육이다. 성교육은 강한 자아를 갖게 해 주고 정치 교육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키우며 생태 교육은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강조한다.

2024년 10월에 독일 교육을 잠깐이나마 살펴볼 예정이다. 2024년도 교장 자격 해외 교육 체험연수가 있다. 나는 독일(2권역)을 신청할 예정이다. 최근 김누리 교수의 책을 통해 독일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제법 두꺼운 메르켈 리더십이라는 책도 읽고 있다. 7일간의 시간 중에 오고 가고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 빼고 나면 5일 정도 밖에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짧게나마 독일 교육을 두 눈으로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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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께서 부모에게 말씀하셨다 - 『논어』에서 찾은 20가지 자녀 교육의 지혜
최태규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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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잘 키우기 위한 부모 교육서다. 저자는 중국의 고전 '논어'를 중심으로 자녀가 가져야 할 덕목들을 주제별로 이야기하고 있다. 논어를 깊게 이해하고 있는 저자의 독서력에 감탄한다. 그뿐만 아니라 논어라는 깊은 우물에서 길러낸 주제 문장과 함께 연관된 주제에 맞는 관련 도서를 소개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있는 저자의 글쓰기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되었다.

자녀 교육서로서는 손색이 없을 뿐만 아니라 특히 나에게는 어떻게 글쓰기를 해야 할지에 대한 조언도 듣게 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만약 내가 '교감의 리더십'에 대해 글을 쓴다고 치자. 먼저 바탕이 되는 도서 한 권을 정한다. 저자처럼 중국의 고전 '논어'를 중심으로 리더십에 관한 주제를 찾아낸다. 겸손, 공감, 용기, 지혜, 포용 등과 같은 주제 문장을 중심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책 한 권을 챕터마다 소개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이해한 내용을 아주 쉽게 설명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학교 현장에서 교감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일화 또는 사례들 중에서 '리더십'에 관련된 내용을 소개하고 주제를 정해 관련 책과 연관 짓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비중을 관련 도서의 내용을 설명하는 쪽에 많이 두었다. 독자들에게 꼭 알려주는 내용들이다. 꼭 알아야 할 지식들이다. 책 한 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수십 권을 책을 읽게 되는 셈이다. 독서량이 받쳐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독서의 깊이가 남다르지 않으면 책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책을 읽고 정리하되 나만의 요약 방식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단순히 중요한 문장을 발췌하는 방식을 떠나 누군가에게 쉽게 설명하되 중요한 부분을 간추려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하게 저자를 통해 다음 책 작업을 어떤 방향으로 가지고 가야 할지 조언을 얻게 되었다. 참고로 다음 주 중에 자가출판 플랫폼을 통해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게 된다. 책 제목은 '교감으로 산다는 것', 부제는 '극한 직업, 현직 교감의 생존 기록'이다. 출판사 여러 곳에 원고를 투고해 보았는데 받아 주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미다스북스라는 출판사에서는 신인작가들의 두드림을 기다리겠다고 책날개에 투고 메일을 안내하고 있다. (midasbook@hanmaul.net) 다음 책은 이곳에 한 번 도전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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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 - 그림과 나누는 스물한 편의 인생 이야기
이명옥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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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 동서양 고금 활동했던 수많은 화가들은 자신의 인생을 화폭에 담아냈다. 파란만장했던 인생 속에서 다양한 변화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고흐의 그리만 보더라도 그렇다. 젊은 시절 그야말로 잘나가던 그가 노년에는 아내와 자녀를 잃고 빈털터리 신세가 된다. 어쩜 고흐의 신발 그림에는 인생의 쓴맛을 넘어 우리의 인생 살이가 구두처럼 변하는 과정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서양 화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화가의 그림도 독자에게 소개해 주고 있다. 아는 것만큼 깊게 볼 수 있다. 그림에 담긴 화가의 철학을 큐레이터처럼 자세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저자의 설명을 읽으면서 그림을 대조해 보면 그림을 보는 남다른 시각을 넓힐 수 있다. 매번 예술 작품을 책을 통해 만나지만 아직까지는 설명 없이는 해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기에 자세하게 설명해 놓은 해설서가 반갑기 그지없다.

유명한 그림은 여러 책에 등장한다. 그러다 보니 그림에 익숙해지고 다양한 각도에서 설명해 놓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기쁨도 누린다. 화가는 당대의 사건들을 여과 없이 그려내고 진실을 세상에 알린다. 화가의 사후에 공개되는 그림들은 역사적 사료로서도 가치가 매우 높다.

예술가의 삶이란 넉넉지 않은 삶이다. 생전에 빛을 보지 못하고 세상에 등진 이들이 많다. 든든한 후원자를 만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러지 못한 이들이 많다. 가난과 고독 속에서 예술혼을 불태운 이들의 작품들은 훗날 사후에 명성을 얻게 된다. 고집스럽게 자신의 그림 철학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나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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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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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자랑스럽게 '30-50' 클럽에 가입했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라고 한다. 인구 5천만 명이 넘는 국가 중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인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대한민국뿐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불행하다고 이야기할까? 불평등의 격차가 점점 커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세계 자살률 1위 국가를 지속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노인 빈곤 인구가 늘어나고 소득의 대부분은 인구 1%가 점유하고 있으며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누리 교수는 불행의 원인을 우리나라 정치에서 찾고 있다. 국회의원을 선거가 2주일 남았다. 시민들이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한다. 입법 기관인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 손에 우리나라가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정치가 품격을 잃고 자본의 노예로 전락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남한과 북한으로 대치하고 있는 분단 상황이 만들어낸 특이한 정치 지형 때문이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었던 독일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독일 또한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되어 있었고 주변 유럽 국가에서조차도 독일의 통일을 바라지 않았었다. 위협을 줄 수 있는 국가로 의심하고 있었으며 패전 국가의 멍에로 미군이 가장 많이 주둔하는 국가였다. 통일을 기대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탁월한 정치인들의 판단으로 오늘과 같이 유럽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만약 남북한 통일이 된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를 한다면 누가 선출될 수 있을까? 북한 출신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런데 통일 독일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현재 독일 총리로 있는 앙겔라 메르켈은 동독 북쪽의 조그만 변방 마을 출신입니다. 통일 이전에 과연 누가 동독 출신 여성 물리학자가 16년 동안이나 통일된 독일의 총리를 맡으리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2018년까지 8년에 걸쳐 독일 대통령을 역임한 요하임 가우크도 역시 동독 출신 목사입니다" (245쪽)

정치는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영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 화합과 연대를 이끌어내며 국가의 먼 미래를 바라보며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을 제안해야 하는 영역이다. 자신의 이익만 바라보고 잠시 잠깐 권력을 누리겠다는 심산으로 인기에만 영합하는 정치는 30-50클럽에 가입한 선진국 대한민국의 품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정치가 바로 서야 교육이 흔들리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교육받을 수 있는 열린 기회를 주어져야 한다. 경쟁을 넘어 자신만의 속도로 미래를 개척해 갈 수 있는 기회가 청년들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돈이 없어서 도전할 기회를 놓치고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정책이 과감하게 세워져야 한다. 독일 교육 정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메르켈 총리의 가장 큰 장점은 좋은 아이디어라면 그 출처를 따지지 않고 인정하는 것이었다. 정치적 반대 세력을 무력화하는 영리한 방법으로 오랫동안 독일 정치 지형에서 여성으로, 동독 출신으로 장수한 총리가 되었으며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지도자로 남게 되었다. 우리는 어떤가. 좋은 정책이라도 자신의 정치 성향과 다르면 뒤로 돌아보지 않는 편협한 정치인들이 권력을 쥐고 있으니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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