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 - 상처받은 줄 모르고 어른이 된 나를 위한 심리학
배재현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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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발령 받은 뒤 한 학기를 보냈다. 주위의 걱정과 염려와는 반대로 신나게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다. 삼척이라는 지역적 특성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분들의 사랑과 배려, 관심과 지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나 또한 베풀며 섬겨야겠다. 교감의 역할이 바로 이게 아닌가 싶다.

 

<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를 읽으며 내 어렸을 적 아픈 기억들이 떠올랐다.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다. 상처가 되었고 수치심과 열등감이 한 동안 나를 지배했다. 어린 시절 일관되고 따뜻하게 반응해 주는 안정감 있는 어른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내 주변에는 전무했다. 반사적으로 나를 도와줄 이가 없으니 살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 노력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남들보다 일찍 가졌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는 가난한 가정 환경이 들통날까봐 친구들 앞에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다. 중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한 적이 없다. 월세(삭월세)로 살았기에 친구들에게 보여주기가 싫었다. 집에 있는 가전 도구라 해봤자 곤로(취사도구) 하나, 이불 보따리 옷 보따리 짐 몇 개, 밥숟가락 젓가락을 비롯한 부엌 도구들이 전부였다. 부엌이 없고 방 한 칸만 있는 집에도 살아봤다. 거주지가 자주 바뀌니 친구들에게 알려줄 집 주소도 없었다. 나를 둘러싼 열등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했다. 대학교에 들어가니 나를 아는 사람들이 없으니 참 좋았다(?) 내 얘기를 내 스스로 하지 않는 이상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으니 참 편했다. 그러던 중 인생의 어른을 만났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무조건 이해해 주고, 받아주는 어른을 만났다. 대학 4년 동안 참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내 안에 있는 분노를 눈물로 씻어냈던 것 같다. 내가 겪었던 고통과 아픔들을 눈물로 감쌌던 것 같다. <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는 기억하고 싶지 않는 기억들을 소환했지만 기억을 통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어른들을 생각나게 했다. 감사한 분들이고 평생 은혜를 갚아도 갚지 못할 분들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충격을 받아 휘청할 때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고 어려움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 교직원분들이 생각난다. 한 학기를 보내며 말 못할 아픔과 상처로 맘 고생했던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학생과의 관계로 힘들어하며 몇 날 며칠을 맘 고생했었을 선생님들이 있었을 것이고 학부모와의 관계로 오랫동안 목 안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불편하게 생활했던 선생님들도 계셨을 것이다. 선생님 뿐이겠는가. 행정실 분들, 교육공무직 분들, 교직원분들 모두 속상했던 일들이 왜 없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맡겨진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내 얘기를 들어주고, 무조건 이해해 주고, 받아주는 동료와 지인, 어른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교감으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를 읽으며 도움을 얻는다. 교직원분들이 나를 찾아왔을 때 안전하고 보호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판단하기 보다 이해하고, 무조건 들어주는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쉬울 것 같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실천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르다.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좀 더 나은 교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부정적인 삶의 경험은 고스란히 뇌에 저장된다고 한다. 무섭다. 잊혀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부정적인 사건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사건 당시 상대가 보인 냉소적인 반응이 더 아프게 하고 상처가 되게 한다고 한다. 헉! 한 학기 돌아보면 상처를 준 이가 없는지 스스로 반성해 본다. 나를 두려워한 나머지 과도하게 눈치를 보던 교직원은 없었을까? 설마? 아니다. 설마가 사람 잡을 수 있겠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서로 잘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자신의 감정을 우선순위에 두고 섬세하게 살펴보라고 권한다. 맞다. 내 앞가름도 못하면서 어떻게 주위를 돌아볼 수 있을까. 감정은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가정에서 아내에게 야단(?) 맞는 것 중에 하나가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공감해 달라는 거다. 무슨 사건이 있으면 나는 무조건 단시간 안에 해결하려는 습관이 있다. 아내는 들어달라고 한 건데, 함께 공감해 달라고 이야기한 건데. 교직원분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물론 책임감을 가지고 해결할 일은 해결 해야겠지만,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고 싶을 때 들어주고, 무조건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훈련해야겠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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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 - 세상을 바꾸는 생활 속 디자인 여행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17
배성호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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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교문 앞은 4차선 도로가 있다. 톨게이트가 있어 학생 등교 시간대에는 차량 이동량이 무척 많다. 승용차 뿐만 아니라 트럭도 빈번하게 다닌다. 학생 안전을 위해 교장선생님은 늘 등교 시간대에 교문 앞에 나가 계신다. 자율방법대장이신 학교운영위원장님도 오랫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원하여 차량을 통제하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건널목을 건널 수 있도록 봉사하고 있다. 녹색어머니회, 졸업생 학부모님을 중심으로 조직된 봉사팀도 역할을 분담하여 안전한 통학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많은 분들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원천적으로 교통 안전을 위한 도구들이 '사람' 중심으로 설계되거나 디자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과는 달리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는 교통 시설들이 눈에 잘 띄는 노란색으로 디자인되고 있다. 학생들이 건너는 횡단보도 근처에는 '노란 카펫'이 삼각형 모양으로 벽에 부착되어 있다. '노란 카펫' 은 운전자 눈에 잘 보이라고 설치해 놓은 것이다. '노란 카펫' 을 배경으로 학생들이 서 있으면 멀리서도 학생들이 눈에 띄기 때문에 미연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 학교 교문 앞에도 '노란 카펫'이 벽에 설치되어 있다. 삼각형 모양의 '노란 카펫'의 정체를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를 읽다가 학교 교실 문 손잡이가 생각났다. 보통 학교마다 교실 문 손잡이를 보면 대체로 잡고 돌리는 방식이다. 교무실도 행정실도 그렇다. 아파트 문 손잡이도 잡고 돌리는 방식이 많았다. 문 열고 들어가는데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들어가기 위해 손잡이를 잡아 돌리면 되니까. 그런데 문제는 저학년 학생일수록 또는 손에 물기가 있으면 잡아 돌리는 일이 그리 가볍지 않다. 손에 물건이라도 들고 있으면 물건을 땅에 내려 놓고 손잡이를 돌려야 한다. 코로나19 감염병 시기에는 더더욱 손잡이를 잡고 돌리는 일이 민감할 수 있다. 학교마다 방역을 도우시는 분들이 계셔서 시간마다 소독을 해 주시지만 역시나 여러 사람이 만지는 손잡이를 잡아 돌리는 일은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을 듯 싶다. 어떻게? 손잡이를 바꾸는 것이다. '잡아서 내리는 방식'의 손잡이를 교체하는 일이다. 팔등으로 내려도 되고 손등으로 내려도 되는 손잡이 말이다. 양손에 물건을 들고 있어도 팔꿈치로 내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잡고 돌리지 않아도 되니 코로나 시대에는 조금 더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생활 속에서 '사람' 중심으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사람'의 인체를 살펴 제품을 설계하는 '인간 공학' 중심의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다.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에 보면 강릉 연곡초등학교 학생들이 음료회사에 환경을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기사가 나와 있다. 제안 내용은 이렇다. 우리가 마시는 페트병 음료에는 죄다 비닐 라벨이 붙어 있다. 분리 수거를 할 때 라벨을 제거할 것을 권고하나 견고하게 접착되어 있어 제거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재활용을 손쉽게 하기 위해 라벨을 떼고 싶어도 싶지 않게 되어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라벨이 붙어 있지 않는 음료를 만들어달라고 음료 회사에 제안을 한 모양이다. 결국 음료 회사가 학생들의 제안을 수용했다. 학생들이 음료회사를 움직인 것이다. 이처럼 생활 속에서 불편한 점, 환경을 위한 작은 아이디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꾸준히 제기한다면 결국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다.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현재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 이유는 결국 환경 오염 때문이고 생물 다양성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후재앙은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살아가는 현재의 이야기다. 연일 열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0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과연 100년 주기로 찾아오는 기후 이상 현상인지 매년마다 찾아올지 두고 볼 일이다.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 누리는 시설들이 누군가가 꾸준히 불편함을 제기했기에 현재 편하게 안전하게 누리게 되었다는 점을 사례를 들어 제시하고 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사람을 위해 도구가 존재하는 것이지 도구를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학생들이 모여 생활하고 있는 학교는 더더욱 학생 중심의 디자인을 생각해야 하는 곳이다. 물건 하나 들여놓더라도 학생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디자인은 곧 안전이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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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의 마법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 지식 세대를 위한 좋은 독서, 탁월한 독서, 위대한 독서법
김승.김미란.이정원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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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첫째날이다.

 

방학이라고 해서 교감의 일상이 달라지는 것은 크게 없다. 물론 학기 중과 다른 점은 있다.

 

교무실이 조용해졌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은 잘 인정하지 않겠지만 나는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 말수도 적다. 정말이냐고 물어보는데 정말 사실이다. 단, 직장 안에서 관계 형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말을 잘 내뱉는다. 직업상의 내 모습과 개인적인 나의 모습은 정말 반대다. 학기 중과 다르게 교무실이 조용해지면 참 좋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는다. 집중할 수 있는 점도 있다. 교무실에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무행정사님, 가끔 출근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그래도 혼자서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이서 좋다. 그리고 내 책상은 <나만의 서재>가 된다. 학기 중에 읽고 싶었지만 읽지 못했던 책들을 잔뜩 쌓아놓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듀얼 모니터라 한 쪽 컴퓨터 모니터에는 업무관리시스템 화면을 띄워 놓고, 다른 쪽 모니터 화면에는 필수적으로 연수를 받아야 할 원격연수 화면을 띄워 놓고 나름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곁에 책을 펴고 읽어내려 간다. 이런 형태의 독서를 오랫동안 해 왔기에 나름 익숙해져 있다. 교사 시절에는 독립된 나만의 교실에서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짬 나는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교감이 된 이상 물리적으로 이전의 분위기를 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나만의 서재>를 꾸릴 수 있다.

 

10년 전부터 <나만의 서재>를 인터넷 공간에 꾸려 운영 중에 있다. 이름하여 <이창수의 서재>다. 촌스럽게 내 이름을 만천하에 공개하듯 서재의 이름을 실명으로 지은 이유는 아마 그때 당시 유명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무슨무슨 서재라는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자주 연 것으로 기억된다. 그 바람에 서재의 이름을 <이창수의 서재>를 짓고 한 편 한 편 누가 찾든 말든 읽은 책들을 기록해서 올렸다. 10년이 지나니 인터넷 가상의 서재이지만 <이창수의 서재>가 베이스캠프가 되었다. 저자처럼 독립된 공간의 물리적 서재는 아니지만 나름 유용하게 사용하는 서재가 되었다. 블로그 안에 검색 기능이 되어 있어서 찾고자 하는 키워드만 넣어도 관련된 용어들이 발췌된다. 강의를 준비할 때에 큰 도움을 얻는다. 책 쓸 때도 도움을 얻었다.

 

베이스 캠프 얘기를 해 보자. 베이스캠프는 <서재의 마법>에서 저자 김승(P)님이 자신의 독서 여정 속에 기초를 마련한 곳이다. 보통 높은 산을 오르는 등산 원정대 같은 경우에는 식량이나 필수 보급품을 보충받기 위해 반드시 설치하는 곳이 베이스캠프라고 한다. 베이스 캠프는 등산 원정대원들에게 영양소를 공급하는 기지요 생명의 젖줄이다. 독서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언가 막히고 힘들고 전환점이 필요할 때 순간 순간 베이스 캠프를 찾는다고 한다. 그에게 베이스 캠프란 서재를 말한다. 그는 오늘도 베이스 캠프에 차곡 차곡 지식을 모으고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다양한 신문을 읽고, 신간 서적을 읽고, 영화와 영상을 보는 곳이 서재다. 참고로 저자 김승(P)님은 20세부터 20년 넘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그 지식들을 자신만의 분류법으로 정리정돈하며 지식을 체계적으로 분리하고 있다. 독서는 곧 사람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목적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독서 경험과 지식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공유하고 있다. 김승(P) 만의 독서법을 소개한 책이 바로 <서재의 마법>이다. 20년 넘게 꾸려온 김승의 베이스 캠프를 취재한 책이 <서재의 마법>이다.

 

지식을 취급하고 지식을 전달하며 지식을 재생산하여 미래 인재를 키워나가야 할 교사들이 귀 기울여할 대목이다. 교사들에게도 베이스 캠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과의 만남이 지속되다보면 고갈되는 느낌이 들고 자원이 바닥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때가 바로 재충전을 해야 할 시기다. 재충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양할 것이다. 지식을 다루고 지식과 함께 살아가야 할 교사들에게 재충전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자신만의 베이스 캠프>를 꾸리는 일이다. 처음부터 정돈하여 꾸릴 수는 없다.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자신만의 지식 베이스를 저장할 캠프를 완성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베이스 캠프가 있느냐 없느냐가 교사의 실력을 좌우할 것임이 분명하다. 지식의 변화 속도가 예전과 다르게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과거의 지식으로 현재를 살아갈 수 없을 정도다. 방학 기간 동안 재충전하면서 자신만의 베이스 캠프를 꾸려볼 것을 권해 본다. 나도 나만의 베이스 캠프인 <이창수의 서재>에 영양분을 차곡 차곡 비축해 가는 기쁨으로 무더운 더위와 코로나19를 극복해 가고자 한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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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미술관 - 잠들기 전 이불 속 설레는 미술관 산책
이원율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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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이 되고 처음 맞이하는 방학날이다.

 

선생님들은 한 학기의 고된 삶을 마감하고 재충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들떠 있다. 쉼이 있어야 회복이 되고 결국 그 혜택은 아이들에게 돌아온다. 선생님들은 제2의 부모의 역할을 감당해 왔다. 가정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은 교실에 와서 쏟아낸다. 말로든 행동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드러낸다. 숨겨두지 않고 겉으로 드러낼 수 있기에 다행이다. 그러나 불편함을 온전히 받아내는 선생님들은 몇 날 며칠 가슴앓이를 하신다. 방학을 앞두고도 방학 동안 결식 아동이 있는지, 어른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한 학기 수고하고 애쓰셨을 선생님들이 퇴근 하기 전에 그냥 지나치지 않고 교무실에 와서 인사를 건넨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니 보기에 좋다.

 

학기 중에 간간히 선생님들이 겪고 있는 고민과 아픔을 들은 적이 있다. 학부모가 찾아왔을 때 선생님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대신 상담을 해 드린 적이 있다. 아이들 사이에 생긴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 학부모님을 만나야 했다. 선생님들의 고민은 학생 아니면 학부모다. 학생들을 이해할 수 없어 고민한다. 그 고민은 사랑하기 때문에 생기는 거다. 교감 때문에 고민한 선생님은 없는 것 같다. 나만의 생각인가. 잠깐 학생과 학부모를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될 선생님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오늘 밤은 아마도 두 다리를 쭉 펴고 주무시지 않을까 싶다. 며칠 간은 심적 여유도 있을 거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언제 어떻게 학생들의 소식들이 전달될 지 모르겠지만 아무탈 없이 방학에 들어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거다. 방학을 맞이한 선생님들에게 <하룻밤 미술관>을 추천한다. 특히 방학을 한 오늘 밤에 잔잔히 음악을 틀어놓고 책 속 그림들을 감상해 보시라. 생소한 그림이라도 겁낼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익숙한 그림이라고 해서 그냥 넘기지 마시라. 그림을 보고 작가의 삶을 읽어내려가다보면 한 학기 동안 수고한 자신의 삶이 겹쳐질 것이 분명하다. 눈시울이 붉어질 수 있으니 곁에 꼭 휴지를 준비해 두시라고 말하고 싶다. 다가올 아픔을 미리 염려할 필요는 없겠지만 달콤한 이야기보다 오히려 쓰디쓴 삶의 흔적들이 약이 되고 피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23명의 화가들을 소환하고 있다. 저자가 소개한 화가들의 이름도 다 알만한 이들이다. 그림도 그럴할 것이다. 그런데 다른 책과 비교가 되는 특징이 있다면 화가의 삶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화가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작품에는 작가의 삶이 녹아있다. 기쁘고 좋은 일보다 쓰리고 아픈 일들은 기억 속에 오래 남듯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화폭에 담아냈다. 사람들이 열광하고, 사람들이 사랑하는 작품에는 평범하지 않은 작가의 삶이 반영되어 있다. 세월이 지나도 작품의 명성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는 작품에 담긴 아픈 사연때문이다.

 

저자는 <하룻밤 미술관>을 미술을 입문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아주 쉽게 설명하듯 글을 풀어냈다. 누구든지 읽어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다. 지금은 유명한 화가로 칭송받지만 당시에는 하나같이 거들떠보거나 관심조차 주지 않은 화가들의 작품들을 이야기 한 책이다. 어떻게 삶의 고통을 작품으로 드러냈는지 동네 아저씨가 골목 아이들을 불러 모아 이야기하듯 설명하고 있다. 방학에 들어가는 선생님들이여, 힘들고 아팠던 기억들을 한 쪽 구석에 밀어두지 마시고 속이 쓰리겠지만 끄집어 내시라. 코로나로 인해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않아 여행을 계획할 수는 없겠지만 앉아서 하는 여행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앉아서 하는 여행, 독서 말이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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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마주한 3.1운동 - 민주주의의 눈으로 새롭게 읽다
김정인 지음 / 책과함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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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이 3.1운동 100주년이 있었던 해다. 저자는 3.1운동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오늘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 동일하게 그 정신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고 역설한다. 그 증거로 3.1운동이 주는 역사적 의미를 6개 영역으로 구분하여 시사점을 제시해 주고 있다. 저자의 촘촘한 역사적 사료 조사에 의한 논리 전개를 따라가다보면 새로운 시선으로 3.1운동의 정신과 역사적 의의를 새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며, 앞으로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붙잡고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저자의 주장 또한 연구에 의한 결과물이므로 이와 다르게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견이 보이는 부분은 독자들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

 

저자는 3.1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공간, 사람, 문화, 세계, 사상, 기억이라는 테마로 분석한다. 6개의 시선을 통합하는 키워드라고 한다면 '민주주의' 라고 할 수 있겠다. <공간>에서는 3.1운동이 일어난 장소에 대한 정확한 팩트를 체크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존의 서술에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3.1운동이 확산 된 것으로 강조하고 있으나 저자의 사료 조사에 의하면 25만 인구가 집결되어 있는 서울에서 3.1운동이 일어난 것은 맞으나 서울에서만 유일하게 일어난 것은 아님을 밝혀내고 있다.

 

67쪽을 보면,

"3월 1일 서울과 동시에 만세시위를 전개한 평양, 진남포, 안주, 의주, 선천, 원산 등이 모두 북부지방에 자리하고 있었다" (67쪽)

 

보시다시피 서울과 동시에 북부지방 6개 곳에서 만세시위가 일어났고 일회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람>에서는 3.1운동을 주도한 사람의 면면을 분석했다. 첫째는 천도교와 기독교를 중심으로 연대가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불교까지 합세하면서 일제의 탄압 앞에 종교계가 힘을 모았다는 점이다. 둘째, 동학농민운동을 반대했던 유림들도 농민과 노동자, 학생들과 함께 3.1운동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126쪽을 보면,

"가장 중요한 연대세력은 역시 기독교계였다. 장로교 장로 이승훈은 송진우를 만나 천도교의 독립운동 계획을 듣고는 동참할 뜻을 밝혔다"

 

3.1운동은 모두가 함께 참여한 시위였고, 계층과 종교를 넘어 일제에 대항한 자발적인 성격을 띄었기에 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었다.

 

<문화>에서는 '연대'를 강조했다. 전라남도 무안군 암태도 소작쟁의, 원산총파업, 광주학생운동은 민족 차별, 자유 억압 등에 분노한 약자인 식민지민들이 함께 연대했던 싸움이었다.

 

140쪽을 보면,

"3.1운동은 오늘날 저항문화의 출발점에 해당한다. 오늘날과 같이 집회와 행진을 결합한 시위가 대중화되었다"

 

저항의 이면에는 살상, 고문, 탄압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저항했던 3.1운동의 정신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도전이 되고 불의와 자유의 억압 앞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를 고스란히 이야기해 주고 있다.

 

<세계>에서는 3.1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달랐다는 점이다. 제국주의의 열강들은 3.1운동을 소요 또는 반란의 성격으로 대수롭지 않게 치부한 반면 대한민국처럼 식민 통치에 있었던 인도, 중국에서는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167쪽을 보면, (중국신문)에 실린 기사

"이번 조선독립운동에 참가한 사람은 학생과 기독교도가 가장 많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육 보급의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었으며, 이제는 감히 기독교를 경시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현재 중국의 학생과 기독교들은 어찌하여 모두 의기소침하여 있는가?"

 

<사상>에서는 민주주의와 평화, 비폭력을 외친 3.1운동의 정신적 기조를 다루고 있다. 3.1운동은 비폭력ㅇ이며 불가능한 일임을 알고도 실천한 혁명이었으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학생 혁명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서는 기존의 교과서에서는 어떻게 3.1운동을 다루고 있는지 분석해 놓았다. 보수적인 역사적 기술 뿐만 아니라 진보적 역사 기록들을 비교하며 과장된 부분이나 허위로 기록된 부분들을 지적하며 시대마다 3.1운동을 해석하는 부분들이 약간의 차이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을 살아가고 있고 미래를 살아갈 우리들은 3.1운동의 정신을 어떻게 계승해 가야 할 지 고민해야 할 차례다. 개인적 또는 집단적 이익을 떠나 국가의 회복을 위해 아무런 대가없이 남녀노소 구분없이 거리로 뛰쳐 나왔던 국민들의 정신을 가감없이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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