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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 - 상처받은 줄 모르고 어른이 된 나를 위한 심리학
배재현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7월
평점 :
교감 발령 받은 뒤 한 학기를 보냈다. 주위의 걱정과 염려와는 반대로 신나게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다. 삼척이라는 지역적 특성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분들의 사랑과 배려, 관심과 지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나 또한 베풀며 섬겨야겠다. 교감의 역할이 바로 이게 아닌가 싶다.
<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를 읽으며 내 어렸을 적 아픈 기억들이 떠올랐다.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다. 상처가 되었고 수치심과 열등감이 한 동안 나를 지배했다. 어린 시절 일관되고 따뜻하게 반응해 주는 안정감 있는 어른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내 주변에는 전무했다. 반사적으로 나를 도와줄 이가 없으니 살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 노력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남들보다 일찍 가졌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는 가난한 가정 환경이 들통날까봐 친구들 앞에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다. 중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한 적이 없다. 월세(삭월세)로 살았기에 친구들에게 보여주기가 싫었다. 집에 있는 가전 도구라 해봤자 곤로(취사도구) 하나, 이불 보따리 옷 보따리 짐 몇 개, 밥숟가락 젓가락을 비롯한 부엌 도구들이 전부였다. 부엌이 없고 방 한 칸만 있는 집에도 살아봤다. 거주지가 자주 바뀌니 친구들에게 알려줄 집 주소도 없었다. 나를 둘러싼 열등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했다. 대학교에 들어가니 나를 아는 사람들이 없으니 참 좋았다(?) 내 얘기를 내 스스로 하지 않는 이상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으니 참 편했다. 그러던 중 인생의 어른을 만났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무조건 이해해 주고, 받아주는 어른을 만났다. 대학 4년 동안 참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내 안에 있는 분노를 눈물로 씻어냈던 것 같다. 내가 겪었던 고통과 아픔들을 눈물로 감쌌던 것 같다. <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는 기억하고 싶지 않는 기억들을 소환했지만 기억을 통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어른들을 생각나게 했다. 감사한 분들이고 평생 은혜를 갚아도 갚지 못할 분들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충격을 받아 휘청할 때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고 어려움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 교직원분들이 생각난다. 한 학기를 보내며 말 못할 아픔과 상처로 맘 고생했던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학생과의 관계로 힘들어하며 몇 날 며칠을 맘 고생했었을 선생님들이 있었을 것이고 학부모와의 관계로 오랫동안 목 안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불편하게 생활했던 선생님들도 계셨을 것이다. 선생님 뿐이겠는가. 행정실 분들, 교육공무직 분들, 교직원분들 모두 속상했던 일들이 왜 없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맡겨진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내 얘기를 들어주고, 무조건 이해해 주고, 받아주는 동료와 지인, 어른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교감으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를 읽으며 도움을 얻는다. 교직원분들이 나를 찾아왔을 때 안전하고 보호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판단하기 보다 이해하고, 무조건 들어주는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쉬울 것 같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실천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르다.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좀 더 나은 교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부정적인 삶의 경험은 고스란히 뇌에 저장된다고 한다. 무섭다. 잊혀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부정적인 사건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사건 당시 상대가 보인 냉소적인 반응이 더 아프게 하고 상처가 되게 한다고 한다. 헉! 한 학기 돌아보면 상처를 준 이가 없는지 스스로 반성해 본다. 나를 두려워한 나머지 과도하게 눈치를 보던 교직원은 없었을까? 설마? 아니다. 설마가 사람 잡을 수 있겠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서로 잘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자신의 감정을 우선순위에 두고 섬세하게 살펴보라고 권한다. 맞다. 내 앞가름도 못하면서 어떻게 주위를 돌아볼 수 있을까. 감정은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가정에서 아내에게 야단(?) 맞는 것 중에 하나가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공감해 달라는 거다. 무슨 사건이 있으면 나는 무조건 단시간 안에 해결하려는 습관이 있다. 아내는 들어달라고 한 건데, 함께 공감해 달라고 이야기한 건데. 교직원분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물론 책임감을 가지고 해결할 일은 해결 해야겠지만,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고 싶을 때 들어주고, 무조건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훈련해야겠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