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 - 어느 수의사가 기록한 85일간의 도살장 일기
리나 구스타브손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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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돼지만 바꾸었을 뿐, 돼지의 환경을 바꾸지 않았다" 

 

2002년으로 기억된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에 근무했던 적이 있다. 학기 초에 가정방문을 다녔다. 5학년과 6학년이 함께 공부하는 복식학급 담임교사였다. 6학년 학생 중에 한 명의 집이 돼지를 키우고 있었다. 학교에서 걸어서 30여분 걸리는 거리였다.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간다고 하니 싫어했다.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다. 아이가 좋든 싫든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간다고 말씀을 해 놓았기에 약속된 시간에 도착했다. 학부모님께서 일하고 계셨다. 돈사를 물로 청소하고 있으셨다. 돼지를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마침 암퇘지 곁에서 새기 돼지들이 옹기종기 젖을 빨고 있었다. 다른 칸에서는 돼지 몇 마리들이 좁근 공간에서 엎드려 있다시피 놓여 있었다. 선홍빛깔의 피부에 덕지덕지 오물들이 묻어 있어 청결과는 약간 거리가 먼 느낌을 가졌다. 하지만 돼지의 눈은 참 맑았다. 돼지 코도 가까이에서 보니 의외로 귀엽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돈사에서 풍겨나오는 냄새가 고약하다고 하지만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다. 늘 일하시는 분들 앞에서 냄새 타령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스웨덴의 수의사 리나 구스타브손이 돼지 도축장에서 검사원으로 지낸 85일간의 경험을 일기로 담아낸 책을 펴냈다. 학급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던 이야기들을 매일 매일 기록한 교사 일기라든지 코로나19를 맞이하여 감염병과 씨름하듯 환자들을 돌본 사례를 적어낸 의사 일기 등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도살장 일기는 생소했다. 우리나라도 축산물위생관리법 제12조에 따라 축산물 검사관을 도축장에 배치한다고 한다. 보통 검사관은 수의직 공무원으로 수의사 자격증을 가진 7급 공무원이라고한다. 스웨덴도 이와 비슷하게 대량의 돼지를 도축하는 시설에 반드시 수의사를 두게 되어 있나보다. 

 

수의사가 하는 일이 나와 있다. 트럭에 실려 오는 돼지들 속에서 혹시나 감염되어 있거나 질병에 노출된 돼지, 다리를 절거나 피부에 상처가 난 돼지, 육안으로 보았을 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돼지들을 선별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계류장에서 기다리는 돼지들 속에서 발생되는 상처난 돼지도 가려내는 일을 한다. 그 이유는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는 고기의 질을 최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절차이며 만에 하나 있을 감염병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그뿐만 아니라 도축하기 전 돼지들을 함부로 패거나 무자비하게 다루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도 한다. 하루 종일 도축되는 돼지의 수가 셀 수 없이 많고 도축되는 과정이 모두 컨베이트벨트에 의해 기계적으로 움직여지기에 생명의 존엄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사치라고 한다. 다만 법에 의해 최대한 안전하게 도축되도록 검사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비명 소리, 바닥에 흐르는 핏물, 각종 내장에서 흐르는 분비물 등으로 인해 근무하는 환경은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전한다. 물론 수의사 외에 도축 작업을 하시는 분들은 거의 대부분 오랜 시간 동안 일했던 베테랑급들이다. 이 분들은 중간에 관둘 기회가 있었지만 가족들 생각하다보니 때를 놓쳐 적게 잡아도 20년 넘게 매일 도축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꼬리 상처는 잘 곪는다. 그래서 몸에 감염원이 생길 수 있고, 그럼 그 고기는 전량 폐기해야 한다"

 

도축장 내의 수의사들이 남긴 기록들의 면면을 읽어내려가보면 돼지도 마지막까지 살기 위해 몸부림 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산화탄소 질식장으로 끌려가기 싫어 발로 버티며 서 있는 모습, 마지막까지 살기 위해 다른 돼지의 등을 타고 도망치려는 몸부림, 피부가 닿을 만큼 빼곡한 공간에서 숨이라도 제대로 쉬고 싶어 헉헉 거리는 모습들을 자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물의 압력을 순간적으로 높혀 돼지 머리에 마취를 가하는 모습은 수의사들의 기록을 읽지 않고서는 전혀 알 수 없는 부분이다. 

 

펜액펜 출판사에서 최근에 발행한 <대한민국 돼지 이야기>에 보면 돼지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가축이자 삶을 윤택하게 해 주는 사람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우리나라 토종 돼지는 재래종으로 크기가 작되 먹성은 엄청 좋았다고 한다. 그만큼 사료값이 많이 들다보니 개체수를 늘이기에 부담이 되었고 일제강점기 이후 덩치가 크고 새끼를 많이 낳는 외래종이 들어오면서부터 재래종은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돼지도 계속해서 개량되고 있지만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돼지가 사는 환경이라고 한다. 사람에게 고기와 털을 공급해 주는 돼지를 최대한 위생적으로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듯 싶다.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를 그동안 사람들이 놓쳤던 동물들의 서식 환경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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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넘볼 수 없게 하라 - 패션의 권력학
계정민 지음 / 소나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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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패션이 권력이었을까?

 

모든 패션이 권력일 수 없지만 산업혁명 이후 신흥 중산층들에게는 패션이 권력이었다. 패션을 선도한 것은 잡지도 아니고 언론도 아닌 바로 '소설' 이었다. 

귀족층의 문화를 소재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문학의 한 장르로까지 발전할 정도로 많은 독자층들이 확보되어 있었습니다. 중산층의 입장에서는 선망의 대상인 귀족들이 누렸던 문화를 따라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미디어가 발달되지 않은 환경에서는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어깨 넘어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 어깨 넘어의 역할을 소설가들이 감당했는데 책 표지에 나온 사람이 곧 실버포크의 창시자 '훅' 이었다. 

 

'훅'은 태생적 계급적 한계를 뛰어넘어 포크소설을 통해 인기를 한 몸에 얻은 당대의 슈퍼스타였다. 실버포크는 "중간계급의 모방욕구가 발현된 결과" 였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노동과 투자에 전념하고 자본축적에 집중하느라 예술과 패션에 관한 고급스러운 취향을 습득하지 못한 중간계급은 낮은 취향으로 인해 본질적으로 저급하고 무지한 집단으로 판정되어 버리는 것이다" (86쪽)

 

실버포크의 대중화는 인쇄업의 발달도 한 몫을 감당했다. 특히 실버포크의 저자들은 홍보면에서도 압도적이었다. 소설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해 실지로 과대 홍보까지 서슴치 않았다. 이런 현상을 두고 후대의 역사가들은 출판계의 최초의 부풀리기 허위 광고가 아니었느냐고 평가한다. 소위 부풀리기라고 부르는 퍼핑은 소설 마케팅의 중요한 수단 중에 하나였다. 

 

패션을 통해 시각적 차별을 원했던 것은 중간계급이 소유한 부의 양과 비례했다. 오늘날 전해오는 유럽풍의 귀족 명화들만 보더라도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스러운 그리고 호화스럽게 보이는 의상을 입은 이들이 화폭의 주인공으로 자리잡고 있는 그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중간계급의 신흥 부자들도 귀족들처럼 패션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패션을 통해 나름 권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산업혁명 후 귀족층으로 한정되어 있었던 참정권도 점점 신흥 부르주아층으로 확대되어 갔던 것을 보면 그들의 정치적 입김도 커져갔던 것을 볼 수 있다. 

 

<감히 넘볼 수 없게 하라>의 책 제목이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것처럼 거대한 권력을 쥔 이들은 지속적으로 권력을 향유하려고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권력을 수단화하고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도구가 바로 패션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패션에 관한 역사는 인류가 옷을 해 입고 옷과 관련된 산업이 발달하면서 생겨났을 것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는 알몸으로 태어나지만 죽는 그 순간까지 옷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살아간다. 옷은 단순히 더위를 피하고 추위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정체성'으로 나타난다. 곧 패션이 아름다움을 넘어 권력으로까지 발전한다. 역사에 비추어 보면 옷과 관련된 산업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하기까지 한다. 청소년들이 모방심리로 연예인들이 즐겨 입거나 유행시킨 옷을 가격을 생각하지 않고 입고 다니곤 한다.  왜 그들이 시대에 흐름에 맞추어 패션을 고집하려고 할까? 라고 생각해 보면 또래 사이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비근한 예로 이슬람 여성에게 의무적으로 착용케 하는 부르카, 니캅, 히잡은 권력을 결코 여성에게 넘기지 않겠다는 암묵적인 강요가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빈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히는 정책도 패션을 통해 나타나는 권력의 갭을 최대한 줄여보고자 하는 의도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을 통해 힘을 과시하려고 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인간의 욕망이 아닐까. 

 

산업혁명 전후로 영국 사회에서 벌어진 패션의 권력화를 읽어보시라.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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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책 만드는 법 - 원고가 작품이 될 때까지, 작가의 곁에서 독자의 눈으로 땅콩문고
강윤정 지음 / 유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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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편집자가 하는 일

 

"작품의 편집이나 만듦새, 홍보 방식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만들고자 하는 작품 세계와 어울리는 방향, 그중에 지금의 독자에게 소구할 방향으로 조율해 나가는 일입니다" (17~18쪽)

*소구: (방송, 신문) 광고나 판매 따위에서 ,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시켜 구매 동기를 유발함.

 

작가는 글을 창작하는 사람이다. 작가를 빛나게 해주는 것은 그가 쓴 원고다. 그리고 그 원고를 독자들의 니즈에 맞게 편집해 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올해 나도 책 작업을 마무리 중에 있다. 전반기에 어찌어찌 분량을 채워 원고를 출판사 편집자에게 넘겼다. 그리고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 편집자가 원고를 읽어보고 나름대로 방향을 정해 수정해야 할 부분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처음에는 약간 언잖기도 했다. 기껏 쓴 원고를 다시 쓰라고 하니 속상했다. '왜 이렇게 까다롭지'.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편집자가 해야 하는 일을 이해하게 되었다. 

 

"편집 업무는 원고에서 시작해 물성을 가진 한 권의 책이 되기까지 선형적으로 차근차근 진행되는 일입니다. 다만 한권의 책만 붙잡고 있지는 않기에 실제 업무 감각은 선형적이기보다는 순환적이고, 대여섯 개의 공을 동시에 던지고 받는 저글링 곡예사의 그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19쪽)

 

출판사 편집자는 한 권의 책만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해가 풀렸다. 6월달에 원고를 넘겼고 중간 중간 피드백을 받다가 8~9월에는 아무런 소식이 없기에 이제 작업은 끝났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10월에 연락을 주셔서 '글이 재미없다', '왜 이렇게 ~한다 등의 가르치는 식으로 썼나', '3장과 4장을 다시 써 주셨으면 한다','원고 마감일은 10월 30일이다'라고 최후통첩을 보내왔다. 순간 열이 뻗칠 뻔 했다. 아니, 지금까지 아무런 얘기가 없다고 갑자기 10월 말일까지 다시 쓰라고? 이 책을 읽어보니 왜 편집자께서 지금에서야 연락을 주었으니 이해가 되었다. "대여섯 개의 공을 동시에 던지고 받는 저글링 곡예사" 이기 때문에.

 

"같은 원고라도 백 명의 편집자가 있다면 백 권의 아주 많이 다른 책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34쪽)

 

편집자의 능력이다. 같은 원고라도 편집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수 많은 책들을 편집해서 독자들 앞에 내 놓을 수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신의 손이다. 편집자를 잘 만나야 작가가 빛이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 제목, 책 표지 디자인, 띠지에 들어갈 문구, 심지어 서점 매대에 놓았을 때 돋보이게 하기 위한 전략 등 편집자는 원고를 편집하는 것에서부터 서점에 책이 놓이는 순간까지 한시도 놓치지 않고 관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열정이 있고 남다른 감각을 가진 편집자를 잘 만나는 것도 작가의 복인 것 같다. 

 

"작가 역시 본인 의견도 중요하지만 독자와 시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므로, 편집자가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의견을 내 놓으면 거기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35~36쪽)

 

올 해 11월 중으로 시장에 선 보이는 나의 첫 책 <교감으로 살아남기>는 사실 독자층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 단점이다. 교육에 관한 책이긴 하지만 교사가 아닌 교감을 타켓층으로 하는 책이다보니 독자의 범위가 좁을 수 밖에 없다. 다만, 현직 교감이 쓴 책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약간의 신선한 감이 있다는 점이 있다. 사실 분명한 독자층은 교감 또는 교감이 되려고 준비하는 교사, 한 가지 더 기대한다면 학교의 교감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교사들. 이 정도다. <교감으로 살아남기>가 서점에 출고될 때 과연 어떤 반응을 얻을지 기대가 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겠지만 초보 신규 작가의 입장에서는 사실 설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편집자는 자신이 쌓아온 읽기의 경험을 믿어야 한다" (45쪽)

 

편집자는 작가의 원고를 처음으로 읽는 독자이자 반복해서 읽으며 편집자의 감각으로 독자들의 시선으로 맞추어가는 조율사이다. 편집자는 편집증을 앓고 있는 중독자이기도 하다. 작가의 원고를 판단하고 수정할 부분들을 찾아내는 감별사이기도 하다. 작가는 자신의 주관도 잃지 말아야겠지만, 편집자의 시선에도 귀를 기울여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책 <교감으로 살아남기>는 편집자의 그동안의 쌓아온 읽기의 경험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좋은 원고를 쓰는 것이 저자의 몫이라면 그것을 독자가 집어 들고 싶은 책으로 만드는 것이 편집자의 일이니까" (69쪽)

 

이번에 책 작업을 통해 편집자와 처음으로 소통하게 되었다. 편집자가 하는 일을 알고 나니 위대해 보인다. 독자의 선택을 받는 책은 작가의 실력도 있겠지만 5할은 편집자의 실력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작품을 한발 떨어져 다시 살펴본 심경, 현재 중요하게 생각하는 화두 같은 것이 담긴 글이자,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글이다" (129쪽)

 

이제 곧 있으면 '작가의 말'을 써야 한다. 편집자께서 편집된 원고를 보내주시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작업이 '작가의 말' 일 것 같다. 어떻게 작가의 말을 쓸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명쾌하게 방향을 잡아주는 글을 읽고 안도의 한 숨을 쉬게 된다. '자신의 작품을 한발 떨어져 다시 살펴본 심경', '현재 중요하게 생각하는 화두',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글' 이 되어야 한다는 점

 

"책의 운명은 잘 만들어졌느냐 아니냐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닌바, 책이 나왔다는 것을 독자가 인지하느냐, 독자가 그 책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느냐가 결정적이다" (134쪽)

 

이제 곧 있으면 주사위가 던져진다. 책의 운명이 결정된다. 잠깐 시장에 나왔다가 사라질지 아니면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을지...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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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교육의 미래 - 왜 기술만으로 교실을 변화시킬 수 없을까
저스틴 라이크 지음, 안기순 옮김, 구본권 감수 / 문예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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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코로나로 불러온 언택트는 접촉을 불편해하는 세대에게 접속으로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할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언택트는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유리한 점이 있다. 불필요한 작업 공간을 줄이는 대신 재택근무를 통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시간적으로도 초월할 수 있다. 단지 언택트 시대 기기를 다루지 못하는 정보 취약계층들을 어떻게 지원해 갈 것인가는 또 다른 숙제다. 포노 사피엔스로 분류되는 우리 학생들에게 언택트는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날개가 될지? 교육 격차를 벌리는 애물단지가 될지? 

 

 

최상의 교육 콘텐츠를 더 많은 학생에게, 더 쉽고 빠르게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에듀테크’는 팬데믹 시기에 제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 비대면 교육이 상수가 된 ‘위드 코로나’ 시대는 오히려 교육현장에서 에듀테크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다. 언택트 시대가 놓친 에듀테크의 핵심 쟁점들은 무엇인가? 왜 기술만으로 교실을 바꿀 수 없을까?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두된 혁신적 교육기술에 대한 MIT 교수의 명쾌한 평가보고서로, 에듀테크에 대한 대중의 과도한 기대와 매혹을 바로잡는다.

 

코로나 이후 대두된 언택트 교육에 대한

MIT 교수의 명쾌한 평가보고서

 

팬데믹과 함께 대비할 틈 없이 교실로 밀어닥친 ‘에듀테크’의 물결은, 기대와 달리 유례없는 학력 격차라는 우려스러운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지만 교육과 기술이 결합하는 흐름은 막을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 코로나 이후 줌(ZOOM) 등을 활용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은 이제 에듀테크의 맹점들을 스스로 숙지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전 세계 교육현장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 교육계 종사자들과 직접 대화하며 교육기술의 성과와 한계를 누구보다 깊이 연구해온 MIT 티칭시스템랩 소장 저스틴 라이시가 전하는 도움말은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다.

 

저스틴 라이시는 교육 ‘혁신’에 쏟아지는 대중의 기대와 관심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온 에듀테크 연구자다. 에듀테크가 맞닥뜨린 딜레마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시도됐던 방법들을 교사, 학부모, 학생, 교육 시스템 연구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살펴보며, 팬데믹 이후 에듀테크가 시도해봐야 할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서도 충실히 짚어준다. 지난 20여 년간 에듀테크의 역사를 연구한 결과를 명료하고 공정하게 분석하는 이 책은, 언택트 시대에 걸맞은 교수법과 학습 기술을 선택하고 구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값진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왜 기술만으로 교실을 바꿀 수 없을까?

언택트 시대가 놓친 에듀테크의 핵심 쟁점들

 

지난 10년 동안 ‘기술 낙관주의’가 교육에 대해 요란한 주장을 꾸준히 펼친 결과, 사람들은 초등학교 교사 한 명이 여섯 살짜리 학생 20명을 원격으로 동시에 가르치는 ‘대규모 학습’이 가능하다고 믿게 되었다. 그러나 저스틴 라이시는 이 책에서 교육의 ‘혁신’이라고 알려진 최신 교육기술이 거둔 성적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뉴욕 타임스〉는 팬데믹 훨씬 이전인 2012년을 온라인 공개강좌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해’로 지정했고, 실리콘밸리 사업가들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 최빈곤 지역 초등학교와 일류대학에 온라인 공개강좌와 같은 대규모 학습을 실시해왔다. 이제 언택트 교육이 전례 없이 퍼진 지난 십수 년을 돌아보자. 왜 교사는 지칠 대로 지쳐있고, 왜 학생은 소외된 것일까?

 

저자 저스틴 라이시는 국가의 이상과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전 세계에 수준급 교육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기술은 없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온라인 공개강좌인 MOOC 같은 교육기술만 살펴보더라도, 교육 소외계층이 고등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미 자기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고 안정적 재정 상태를 갖춘 학생들을 겨냥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연구자들이 불평등을 장기화하고 영구화하는 MOOC의 학습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MOOC를 통한 학습의 맹점에 관해 세상에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에듀테크가 학습 효과를 높일 것이라는 대중의 기대가 널리 퍼져 있는 지금, 이러한 관점에 공정을 기하기 위해서라도 저스틴 라이시의 연구는 주목받아야 마땅하다. 이 책은 언택트 시대가 놓친 에듀테크의 핵심 쟁점들을 총망라하며, 그 한계와 성과를 명쾌하게 제시한다.

 

혁신적 교육기술에 대한 대중의

과도한 기대와 매혹을 바로잡는다

 

2000년대와 2010년, 교육 시스템의 전면적 변화를 꿈꾸는 기술 주도적 교육전문가들이 있었다. 이들은 에듀테크 옹호론자들로, “파괴적 혁신”이라는 미사여구를 통해 새로운 기술이 기존의 교육 시스템에 커다란 변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1세기 전반 20년 동안 에듀테크 옹호론자들이 약속한 혁신은 대부분 미완으로 끝났고, 이에 비판을 제기하는 회의론자들의 풍부한 담론들이 펼쳐졌다. 저스틴 라이시는 에듀테크 옹호론자나 회의론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회의론자의 비판을 수용하는 기술 주도적 교육전문가, 이른바 팅커러(Tinkerer)다(26쪽). 그는 에듀테크를 통해 교수법과 학습 효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낙관론을 지지하는 한편, 에듀테크에 대한 비현실적인 낙관을 견제해줄 제동 장치로서 회의론자들의 연구와 비판을 수용한다.

 

왜 기술만으로 교육을 변화시킬 수 없는가? 저자 저스틴 라이시는 교육 시스템을 교사, 학생, 가정, 학교 이사회, 지역사회,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상하는 정치적 제도로 본다. 여러 주체가 얽히고설킨 ‘교육 생태계’에서 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혁신적 ‘기술’을 투입한다고 해서 단번에 교육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과거 교육기술이 걸어온 길을 촘촘하게 짚어보고, 교육기술이 해결해줄 수 없는 학교의 돌봄 문제, 자동채점 기술이 채점할 수 없는 인문학적 질문들, 에듀테크를 활용할수록 더욱 불거지는 교육 불평등 문제 등, 지난 20여 년간 교육기술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그는 결국 기술만으로 교육 시스템을 ‘혁신’하지 못하며, 다만 교육 시스템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을 뿐이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기술만이 아닌, 교육 생태계를 이루는 주체들과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 에듀테크에 대한 균형 있는 관점을 제시하고, 기존 학습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이 책은, 에듀테크의 사용을 주도하는 주체들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교육 관계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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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교육에 스며들다
이다정 지음 / 교육과실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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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을 잠시 떠나 있을 때 더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는 이다정 교사의 마음이 전해진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저자는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머무르고 있었다고 한다. 미국에 가면 좀 더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한 발자국도 집 밖에 나가지 못했던 때가 더 많았다고 한다. 특히 아시안에 대한 혐오가 폭력으로 번져나갈 때 쯤 공포와 두려움으로 지냈다고 한다. 힘든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던 것은 그림 한 장면이었다고 한다. 저자가 미술 교과로 아이들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그림 한 장면을 통해 만나는 학생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학교에서 힘든 업무로 마음이 지쳐 있을 때에도 그림 한 장면을 통해 교직에 대한 새로운 사명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에게 있어 그림은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예술, 교육에 스며들다>는 미술 교사인 저자의 인생 스토리가 담겨 있다. 단순히 명화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명화를 통해 교육의 생기를 불어넣고 교사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었다는 교직 일기이기도 하다. 그림을 포함한 예술은 사람의 본성 깊은 곳까지 내려가 큰 울림을 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 중 하나가 예술감각이다. 인문학의 기초는 문, 사, 철 즉 문학, 역사, 철학이 주를 이루지만 이것들을 바탕으로 파생된 것이 예술, 건축, 과학, 교육 등이다. 결국 예술과 교육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전 생애를 걸고 명작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편안하고 삶이 보장된 '궁정화가'의 자리를 바라보기 보다 당시 시대가 추구하는 화풍을 넘어 누구도 개척하지 않은 자신만의 시선을 화폭에 담아냈다. 수업하는 교사도 마찬가지다. 지식 뿐만 아니라 감성이 함께 어우러져 학생의 성장을 꾀하기 위해 종합예술가로 학생들 앞에 선다. 예술은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다영 교사가 그림을 통해 학생들의 상상력을 끌어내는 것처럼.

 

예술은 그 시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미치면서 탄생한다. 그림이나 조작, 벽화 등 무엇이든 위대한 예술로 남은 작품들은 반드시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한다. 만약 예술가의 삶이 사회와 관련이 없다면 그것은 취미활동이다. 진정한 예술가는 반드시 오랫동안 음미할 수 있는 의미가 깃든 작품을 만든다. 미술이 곧 역사 공부이며 사회상을 분석하고 통찰할 수 있는 사회 공부가 될 수 있다. '예술이 교육에 스며들어야 하는 이유' 이기도 하다. 

 

필립스 엑시터에서 예술 과목은 음악, 미술, 연기의 세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과목은 일정한 커리큘럼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학생들은 졸업을 하기 위해 이 세 과목 중 적어도 두 과목에서 정해진 학점을 따야 한다. 예술에 관심이 많은 학생은 이수 학점을 채우고도 더 많은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예술 과목을 통해 인성을 기르고 정서적 균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예술 수업을 통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차츰 변화되고 창의력과 대인관계가 발전한다. 우리가 잘 아는 중세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더 이상 세계의 중심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며 그 사상을 고대 그리스 로마의 학문과 예술에서 찾으려 했던 것이 르네상스(부활)였다. 결국 르네상스의 도래는 예술이 기폭제가 된 것이다. 예술은 멀리 있는 것이 사람들이 생활하는 터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장작을 쌓다보면 자기만의 쌓는 법을 예술의 차원으로 높일 수 있다. 노르웨이 사람들처럼. 그리고 조선 후기가 되면서 양반을 풍자하고 사회를 비판하는 것한 것이 예술을 통해 이루어졌다.

 

<교실 속 자존감>의 저자 조세핀 김은 교육을 예술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평범한 교사는 가르치고, 좋은 교사는 설명하며, 훌륭한 교사는 직접 보여주고, 위대한 교사는 영감을 불어넣는다."( 교실 속 자존감, 조세핀 김, 비전과리더십, 221쪽)

 

<송샘의 아름다운 수업>의 저자 송형호 교사는 예술에 대해 이렇게 강조한다.

 

"교사는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몸이 아프면 의사가 되어야 하고,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 상담가가 되기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교사는 종합 예술가다"(송샘의 아름다운 수업, 송형호, 에듀니티, 83쪽)

 

수업과 교육을 예술을 통해 바라보며 얻은 통찰과 기쁨, 생각들을 모아 놓은 이다정 교사의 <예술, 교육에 스며들다>를 깊어가는 가을 꼭 일독해 보실 것을 추천한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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