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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넘볼 수 없게 하라 - 패션의 권력학
계정민 지음 / 소나무 / 2021년 10월
평점 :
왜 패션이 권력이었을까?
모든 패션이 권력일 수 없지만 산업혁명 이후 신흥 중산층들에게는 패션이 권력이었다. 패션을 선도한 것은 잡지도 아니고 언론도 아닌 바로 '소설' 이었다.
귀족층의 문화를 소재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문학의 한 장르로까지 발전할 정도로 많은 독자층들이 확보되어 있었습니다. 중산층의 입장에서는 선망의 대상인 귀족들이 누렸던 문화를 따라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미디어가 발달되지 않은 환경에서는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어깨 넘어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 어깨 넘어의 역할을 소설가들이 감당했는데 책 표지에 나온 사람이 곧 실버포크의 창시자 '훅' 이었다.
'훅'은 태생적 계급적 한계를 뛰어넘어 포크소설을 통해 인기를 한 몸에 얻은 당대의 슈퍼스타였다. 실버포크는 "중간계급의 모방욕구가 발현된 결과" 였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노동과 투자에 전념하고 자본축적에 집중하느라 예술과 패션에 관한 고급스러운 취향을 습득하지 못한 중간계급은 낮은 취향으로 인해 본질적으로 저급하고 무지한 집단으로 판정되어 버리는 것이다" (86쪽)
실버포크의 대중화는 인쇄업의 발달도 한 몫을 감당했다. 특히 실버포크의 저자들은 홍보면에서도 압도적이었다. 소설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해 실지로 과대 홍보까지 서슴치 않았다. 이런 현상을 두고 후대의 역사가들은 출판계의 최초의 부풀리기 허위 광고가 아니었느냐고 평가한다. 소위 부풀리기라고 부르는 퍼핑은 소설 마케팅의 중요한 수단 중에 하나였다.
패션을 통해 시각적 차별을 원했던 것은 중간계급이 소유한 부의 양과 비례했다. 오늘날 전해오는 유럽풍의 귀족 명화들만 보더라도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스러운 그리고 호화스럽게 보이는 의상을 입은 이들이 화폭의 주인공으로 자리잡고 있는 그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중간계급의 신흥 부자들도 귀족들처럼 패션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패션을 통해 나름 권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산업혁명 후 귀족층으로 한정되어 있었던 참정권도 점점 신흥 부르주아층으로 확대되어 갔던 것을 보면 그들의 정치적 입김도 커져갔던 것을 볼 수 있다.
<감히 넘볼 수 없게 하라>의 책 제목이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것처럼 거대한 권력을 쥔 이들은 지속적으로 권력을 향유하려고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권력을 수단화하고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도구가 바로 패션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패션에 관한 역사는 인류가 옷을 해 입고 옷과 관련된 산업이 발달하면서 생겨났을 것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는 알몸으로 태어나지만 죽는 그 순간까지 옷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살아간다. 옷은 단순히 더위를 피하고 추위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정체성'으로 나타난다. 곧 패션이 아름다움을 넘어 권력으로까지 발전한다. 역사에 비추어 보면 옷과 관련된 산업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하기까지 한다. 청소년들이 모방심리로 연예인들이 즐겨 입거나 유행시킨 옷을 가격을 생각하지 않고 입고 다니곤 한다. 왜 그들이 시대에 흐름에 맞추어 패션을 고집하려고 할까? 라고 생각해 보면 또래 사이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비근한 예로 이슬람 여성에게 의무적으로 착용케 하는 부르카, 니캅, 히잡은 권력을 결코 여성에게 넘기지 않겠다는 암묵적인 강요가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빈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히는 정책도 패션을 통해 나타나는 권력의 갭을 최대한 줄여보고자 하는 의도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을 통해 힘을 과시하려고 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인간의 욕망이 아닐까.
산업혁명 전후로 영국 사회에서 벌어진 패션의 권력화를 읽어보시라.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