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쓰다가 - 기후환경 기자의 기쁨과 슬픔
최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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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한 개, 자원은 한계

 

기후위기를 맞이한 우리들에게 한겨레 환경기자인 저자가 그동안 환경을 주제로 쓴 기사를 토대로 앞으로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과 본인 스스로 노력한 점, 환경 운동가들이 느끼는 딜레마, 환경과 경제가 서로 유기적으로 함께 갈 수 있는 대안들을 쉽게 풀어 썼다. 

 

책 제목처럼 우리는 한 개밖에 없는 지구를 마음껏 쓰고 있다. 탄소배출량을 감소해야 지구의 한계치를 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있음에도 현재 우리의 소비 습관을 바꾸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해야 되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일회용품을 가급적 쓰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는 사실을 지식으로는 알고 있으나 생활 속 실천까지 이끌어내는데에는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저자의 말대로 환경은 정치와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복잡한 관계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존 강에 살고 있는 돌고래를 취재한 기자의 글을 읽으며 바다가 아닌 곳에 돌고래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아마존이 파괴되고 있어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인간의 개발 욕심으로 수 많은 동식물들이 죽어가는 현실 앞에 우리의 행동을 촉구하며 불편한 진실이지만 환경이 파괴되면 결국 인류가 파괴됨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하고 있다. 

 

따뜻한 봄과 함께 찾아온 불청객 미세먼지는 이제 우리의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련으로 연결되어 있다. 2013년부터 환경부가 초미세먼지 대가환경 기준 설정을 발표하고 미세먼지 예보제를 시행했다고 하니 거의 10년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미세먼지는 다른 천재지변과 맞먹을 정도로 우리의 일상을 통제하고 있다. 미세먼지 경보라도 예보되면 사실 상 야외 활동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 학교에 근무하다보니 민감하게 신경을 쓰는 분야가 미세먼지다. 미세먼지의 상황에 따라 학교 행사까지 변경해야 할 정도니 말이다. 

 

"환경과 관련 없어 보이거나 배타적으로 보이는 인권, 노동, 사회정의와 불평등, 세대 갈등 등의 문제들은 실은 환경 문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109쪽)

 

앞으로 모든 정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존재가 환경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자연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캠페인과 환경 교육으로 나름 심각성을 알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지식은 부차적이며 과연 얼마만큼 실천에 옮기고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환경이 더 망가지기 전에 환경 정책에 좀 더 많은 관심과 협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당장 불편함이 있더라도 훗날을 위해 불편함을 참는 인내심이 필요한 시기다. 저자가 지적했듯이 진작 환경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저소득층, 소외계층들은 환경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지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환경 마저도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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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날아 차 - 작심삼일 다이어터에서 중년의 핵주먹으로! 20년 차 심리학자의 태권도 수련기
고선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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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앞뒤 안 가리고 욕구대로 뛰어들기에는 체력과 지력이 점점 쇠퇴하는 나이라는 걸 처절하게 깨달을 때" (97쪽)

 

저자의 이 말에 공감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기에는 마음만 앞 설뿐 이제는 해 놓은 것을 추스리에게도 벅찬 나이에 새로운 영역을 도전해 가는 저자의 용기에 먼저 박수를 보내드린다. 사람마다 체질이 있다고 하더라도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도전하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고 포기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에 의외의 영역에 다시 시도해 보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 속에서 50대를 살아가고 있는 중년의 모든 분들께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자녀의 엄마이자 심리학을 전공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거려 주고 있는 워킹맘인 저자는  책 표지를 보더라도 알겠지만 태권도를 시작하게 된다. 가족들의 우려 속에서도 저자는 수련생 최고령의 신기록을 세워간다. 태권도를 시작하면서 하루 하루 일어난 일들과 마음의 태도들을 기록해 간다. 어렸을 때부터 움직이는 것보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타인의 사연 듣기를 좋아했던 저자답게 글을 쓰는 필력이 예사롭지 않다. 

 

평범하게 일어난 일들도 코믹하게 그리고 진솔하게 독자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써 내려갔다. 차 멀미보다 사람 멀미가 더 심한 저자가 생소한 장소에서 처음보는 이들과 태권도 운동을 함께 해 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은 타고날 때부터 힘이 셌다고 하지만 태권도가 힘으로만 하는 운동이 아닌지라 처음에는 인내하며 버텨내지 않았을까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태권도의 매력에 빠져 가는 저자의 기록을 읽으면서 아마도 독자들 중에 건강에 대해, 다이어트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 태권도 도장으로 등록하러 갈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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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 - 휠체어 위의 유튜-바, 구르님의 유쾌하고 뾰족한 말 걸기
김지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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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이겨내는 것이기보다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_124쪽

 

작년 이맘 때 쯤인가. 장애인의 날 어간에 특수 선생님들의 고충이 담긴 책 <선생님하고 나는 친하니까>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장애 아동들을 담임하고 있는 선생님의 이야기였다. 선생님의 고충 뿐만 아니라 장애를 지닌 학생들의 학교 생활을 그려냈다. 장애를 지니고 학교 생활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같은 비장애인의 한계점이다. 

 

저자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걷지 못하고 휠체어를 활용하여 이동한다. 뇌성마비를 지닌 사람이 걷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저자는 이런 예를 든다. 보통 사람들이 몸이 뻐근할 때나 잠자리에서 막 일어날 때 기지개를 한다. 몸이 펴지라고. 순간은 개운하고 편할 수 있지만 기지개 동작이 오랫동안 지속된다고 생각해 보라. 몸에서 느끼는 충격이 작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뇌성마비를 지닌 사람들이 몸이 경직될 때 이런 느낌이라고 한다. 주변에서 가끔 뇌성마비를 지닌 분들을 본다. 얼굴 근육이 심하게 뒤틀린 분도 있고 걸음을 걸을 때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다. 

 

장애인의 날 쯤 되면 방송사에서 미담 사례로 장애를 지닌 사람이 불편함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방송해 주는 경우가 있다. 장애를 이기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감동을 받으며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저자도 지적했듯이 그런 감동은 오래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잠시 잠깐 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어려움을 본다고 해서 사람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나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오래 간직하다보면 실망이 커지고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 때가 많다. 

 

그래서 저자는 장애를 지닌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보통 사람과 같이 사람들에게 비춰지기를 바란다. 

 

장애는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 지는 것이라는 말 한마디에 우리 사회가 가진 장애에 대한 편견을 어떻게 깨뜨려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또한 장애 여성이라고 띄워 쓰는 대신  '장애여성'으로 같이 붙여서 쓰자라고 강조한다. 장애와 여성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장애여성처럼 한 몸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와 여성을 분리할 때 마치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여성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는 점이다. 

 

"한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시선을 배워가는 것이다" _129쪽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장애인을 도우려하다보면 마치 힘 있는 사람이 약한 사람을 돕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똑같은 인격체로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그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걸을 수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 서기 위해서는 앉아 있는 사람의 시선을 맞춰가야 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거나 아래에서 위로 쳐다볼 때 서로의 시선 차가 달라진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갈 존재다.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도 장애인의 어깨를 짓누르는 하나의 이유다. 장애인에게는 혜택이 아니라 공정한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다. 장애인들은 일시적인 혜택보다는 함께 어울려 지내기를 원한다. 기적처럼 장애를 치료한 사례가 아니라 장애를 지니고 이웃들과 함께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례가 우리들이 살아가는 진실한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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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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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대가가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137쪽)

 

라이더들의 일감도 이제는 사람이 주는 것이 아니라 AI가 배당해 준다고 한다. 각 플랫폼들은 사람을 관리자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일할 수 있는 능력자 AI를 통해 라이더를 조종하고 통제하고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 중에 택배, 배달 등 우리의 안전을 위해 남몰래 애쓴 이들 덕분에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너무 쉽게 편안함을 누리다보니 그 편안함이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망각했었다. 저자는 직접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는 라이더다. 현장에서 그가 느낀 라이더들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라이더들이 왜 신호를 어기면서까지 배달에 목숨을 거는건지, 배달 중에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산재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지, 배달대행업체가 생기면서 고스란히 배달 수입이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 등을 책에서 밝히고 있다. 

 

맥도널드 같은 회사들은 그나마 라이더들에게 최소한의 노동의 대가가 정직하게 돌아가지만 배달대행업체는 배달의 진입은 쉽지만 배달하기 위한 모든 부담을 라이더들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오토바이도 자신이 사서 들어가든 리스를 해서 할부로 내든 오로지 그 몫은 라이더에게 있고 사고가 나더라도 각종 손해는 라이더들에게 있다고 한다. 

 

"배달료는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알고리즘의 선택에 더 가까웠다" (153쪽)

 

나도 가끔 라이더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배달을 마치고 돌아가는 중에도 핸드폰 화면을 눈에서 떼지 않는다. 손가락을 움직이며 화면을 터치하고 검색하고 쉴 틈 없이 배달 건을 잡기 위해 돌아가는 틈 속에서도 쉬지 않고 전쟁 아닌 전쟁에 몰입한다. 라이더들의 수익은 배달료와 비례한다. 라이더들만의 배달 잡는 노하우가 있다고 한다. 가령 예를 들면 이렇다. 배달을 잡고 배달하고 이런 식이 아니라 최대한 배달 건 수를 잡고 배달하는 경로에 있는 곳을 순차적으로 배달하고 배달하는 중에도 수시로 자신에게 유리한 배달을 잡는 일들을 반복해서 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교통 사고의 위험에 항상 노출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가 편안함을 누리는 대가로 누군가는 이렇게 목숨을 건 질주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사회 구조적으로 라이더들에 대한 안전과 복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현실은 유령의 회사와도 비슷한 플랫폼에 의해 모든 과정이 진행되다보니 책임 질 사람도 없는 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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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운
티파니 D. 잭슨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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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다. 허구의 소설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그로운>은 인종차별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 '그루밍 성범죄'를 다뤘다.

 

그루밍 성범죄란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신뢰를 얻은 뒤 가하는 성폭력으로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다. (439쪽)

 

소설 속에서 미성년자 흑인 소녀는 가수 지망생이다. 흑인 가수이자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유명 가수는 미성년자 흑인 소녀를 대상으로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른다. 가두고, 때리고, 성폭력을 하며 심지어 마약까지 투약시킨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몇 차례 진실을 폭로할 기회가 있지만 오랫동안 그루밍을 당하고 있기에 정신이 순간 마비된다고 한다.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봐 두려워한다.  

 

특히 피해자가 흑인이거나 약자일 경우 사실을 폭로하더라도 수사가 왜곡되게 흐를 수 있다. 마치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피해자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피해자가 거짓말쟁이로 몰리기도 한다. 피해자는 피해를 당한 처지에서 피해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상대는 돈과 힘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간다. 이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해야 할텐데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하게 잣대를 대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흑인들의 연대 모임이 나선다. 극적으로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게 되지만 그동안 가족들이 당해야 했던 고통은 보상 받을 길이 없다.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폭력은 늘 우리 가까이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성범죄도 점점 악랄해지고 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끔찍한 성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폭력의 정도는 점점 강해지고 지능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꾸며낸 이야기이긴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답답한 마음을 어찌 할 수 없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거대한 성범죄 조직의 꾀임에 빠져 고통을 당하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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