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자존감 - 교사를 지키고, 학생을 바꾸는
서준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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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바라보는 직업인 '교사'는 어떨까?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 순위에 당당히 '교사'는 상위에 올라있을 뿐만 아니라 1위 자리에 오른 적도 있다. 그만큼 안정적이고 할 만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직 '교사'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선생님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들 사이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 '차라리 밖에 나가 일하는게 낫지.....'. 하루 종일 애 봐줘도 한 눈 판 사이에 넘어져 다치면 그만이라고'.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과의 만남은 예측하지 못하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 학생과 연결된 학부모도 자신의 자녀에게 손해 되는 일이 일어나면 그동안 고마운 일은 싹 잊고 순식간에 돌변한다. 인격을 모독하는 일도 대반사다. 학교를 전쟁터로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상처난 교사의 마음을 알아봐 주는 이가 없다. 함께 하는 동료들도 자기 자신 건사하기도 힘든데 옆 반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다. 학교 현장의 모습이다. 

 

교사 스스로 느끼는 자아존중감 즉 자존감은 교사의 정체성 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자존감이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자신에 대한 정서적 만족감이다. 

 

자존감이 높을 때에는 학생에게 상처를 받더라도 자신을 돌아보며 학생과 부딪친 그 장면을 복기하며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학부모의 막말과 근거 없는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정면 승부를 펼칠 수 있다. 동교 교사로부터 지적을 받더라도 서로의 관점 차이로 보고 관계 회복을 위해 타이밍을 기다린다. 교장, 교감이 이것저것 시키며 스트레스를 주더라도 과감히 거절하며 교사의 권리를 주장하며 설득할 수 있다. 단, 교사의 자존감이 높을 때 가능하다.

 

그렇다면 교사 대부분이 자존감이 높은가? 자존감을 관리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를 살펴봐야 한다. 교사는 학교 환경과 불리될 수 없는 존재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여러 만남이 이루어지고 관계 속에서 자존감은 출렁거린다. 학부모, 학생, 동료교원, 교장, 교감의 관계는 교사의 자존감을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 그렇다고 교사의 자존감이라는 것이 하늘에서 땅으로 뚝 떨어진게 아니다. 학교 안에서만 생긴 관계로 생긴 것이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교사가 되기 전 살아왔던 가정 환경, 부모와의 관계, 과거의 상처 등 학교 밖에서 생긴 관계도 교사의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

 

교사의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는 교사 개개인의 건강에도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학생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한다. 수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교사의 자존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사의 자존감이 땅에 떨어져 있는데 과연 학생과 상호작용을 원만히 할 수 있겠는가.

학부모의 피드백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겠는가.

다양한 수업을 시도하며 실패도 약이라 생각하고 도전 정신을 굽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교사의 자존감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자존감을 추락시킨 원인을 찾아야 한다. 학생과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면 학생을 만나고 있는 교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학부모와의 관계로 자존감이 추락했다면 학부모를 만나고 있는 교사 내면을 들여다 봐야 한다. 결국, 자신의 내면에 있는 아이를 발견해야 한다. 누가 이 일을 도울 수 있겠는가

 

가능하다면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면 좋겠다. 작은 성공의 경험들을 누적해 가는 것이다. 자기 효능감을 상승시켜 가는 일이다.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스스로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거다. 그렇다고 교사 본인에게만 맡길 것도 아니다.

 

교장, 교감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 학교 안에서는 최대한 교사를 믿어주는 문화를 만든다. 교사가 학생에게 신경 쓸 수 있게 여유를 만들어 준다. 교사들이 불필요한 행사나 공문에 시간을 뺏기지 않도록 만든다. 눈치 보지 않고 수업과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준다. 학교 밖에서는 교사의 아픔과 상처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도록 모임을 권장한다. 사실 학교 안에서 이런 모임을 권장하면 더더욱 좋을 듯 싶다. 소위 동료 교사들끼리의 수다 모임이 시간을 허비하는 모임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나누고 공개하며 서로의 아픔을 토닥토닥 만져주는 모임이 된다면 이것만큼 자존감을 높여주는 모임이 없다고 본다. 각종 협의회, 연수, 토의토론도 좋지만 교사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이라도 교사 수다 모임을 적극 권장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교사들이 교장, 교감 욕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면 기꺼이 이야깃감이 되어 드리고 싶다. 

 

교사가 자존감을 회복했을 때 효과는 바로 학생들에게 나타나고 교육의 질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학생들의 돌출 행동도 귀엽게 봐 줄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극성 맞은 학부모의 민원에도 웃음으로 넘길 여유를 갖게 된다. 행복한 학교는 교사가 자존감이 높은 학교다. 교장, 교감이라면 교사들이 수다 떠는 모임을 색안경만 끼고 보지 말자. 아니, 그 모임에 낄 수 있다면 교장, 교감이 먼저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나눠 보면 어떨까? 학교 얘기말고 평상 시 살아가는 모습말이다. 걱정거리, 힘든 점 말이다.

 

학교의 리더는 교사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의 자존감을 높여 드리는 일은  말 한마디, 따뜻한 눈길처럼 아주 작은 배려에서 시작된다.

학교 운영, 행정적인 처리 잠시 미루고 기댈 수 있는 품을 내어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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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 - 열정과 타협 사이에서 흔들리는 밀레니얼 교사들의 이야기
송은주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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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는 현재 30대 연령의 교사를 말한다. 학교 현장에서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며 학교 분위기를 주도할 나이대다. 수업에서도 열정에 원숙함을 더해 안정감 있게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며 학부모와관계를 지혜롭게 할 수 있는 경력을 가진 나이대다. 하지만 87년생으로 대표되는 30대 교사들만의 특징이 있다. 저자 송은주 교사는 자신을 포함한 이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교장, 교감이라면 한번쯤 그 특징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학교 안에서 중진으로 자리매김할 교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영향력은 작년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진행된 원격수업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시피 했다. 

 

송은주 교사가 정리한 30대 교사 즉, 밀레니얼 세대의 교사 특징은 이렇다. 

 

재미와 의미를 찾으며 자신의 개성과 다양한 관심사가 존중받기를 원한다. 개성있는 존재로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기를 원한다. 자신의 가치를 키워나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을 이해 못하는 교장, 교감과 갈등도 빚는다. 보여주기식 행사, 띄어쓰기와 글씨 크기에 집착하는 공문 작성, 수업시간에도 재촉되는 공문 압박, 가장 나이가 어린 여교사에게 강요되는 졸업식 시상보조 등 기존의 학교 문화에 변화를 요구한다. 

 

밀레니얼 세대 교사는 학교 내 민주주의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아직도 교사의 많은 부분을 간섭할 수 있는 현행의 관리자 중심의 구조, 효율성과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교사의 자율성과 자발성을 제한하는 학교 내 구조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런 관리자를 양산해 내는 승진제도에 대해 개혁을 요구한다. 교장, 교감으로 대표되는 소위 기득권 그룹들은 밀레니얼 교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실천에 옮긴다면 학교의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원석같은 갓 발령받은 1년 차 교사의 눈이 더 예릴 할 수 있지 않을까? 교감도 부임하던 첫 날 학교 모습에서 덜어내야 할 것들을 즉석에서 발견했듯이 말이다. 밀레니얼 교사들이 관리자들에게 바라는 점은 원대한 교육적 이상을 펼쳤주기를 바란다.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교육적 상상력을 실천해 주기를 바란다. 

 

사실 밀레니얼 교사들은 2015년 공무원연급개정에 따라 공무원의 기여율이 7%에서 9%로 늘면서 기여금을 더 많이 내고, 연금지급률은 종전 재직기간 1년당 1.9%에서 개정 후 재직기간 1년당 1.7%로 낮아져 더 적게 받는다. 낸 돈과 받는 돈을 비교하는 수익비로 따지면 종전에는 2.08배였던 것이 개정 후 1.48배로 줄어들었다. 참고로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1.5배이다. 2033년 이후에 퇴직하기에 65세가 되어야 연금이 지급된다. 2016년에 임용된 교원이 30년 동안 재직할 경우 연금액은 156만원에서 146만 원으로, 2006년 임용 교원은 195만 원에서 171만 원으로, 1996년 임용 교원은 230만 원에서 219만 원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과 이전 세대 교사들과 비교했을 때 경제적인 부분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열정페이만 강요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은 자신의 특기와 학생들의 특성을 반영한 수업을 실천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수업을 실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원한다. 촘촘한 성취기준, 교과서와 학교의 교육계획안에서는 자기다운 수업을 깊이 고민하여 수업을 준비할 여유를 찾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그들은 숨 쉴 구멍을 원한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수업들을 실험해보며 성찰해 보기를 원한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것보다 통째로 교육과정을 새로 구성하려는 모험을 즐기는 세대다. 코로나로 인해 미래교육이 앞당겨졌을 때 밀레니얼 세대가 디지털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창조적 수업을 펼쳤던 것처럼 말이다. 교육부조차도 우왕좌왕했을 때 자발적으로 플랫폼을 만들어 온오프라인 수업을 과감히 진행해 갔다. 

 

밀레니얼 세대의 교사들의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그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하고 권한을 유임할 차례다. 그들에게 학교를 변화시킬 수있도록 공간을 내어 주는 것은 어떨까? 실패가 있더라도 유의미한 것이 되지 않을까? 교권을 외부인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학교 내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을 위해 교장, 교감이 먼저 그들의 교권을 존중해 주면 어떨까? 그들이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수업권과 평가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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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위로하는 한 권의 그림책 - 지친 일상에서 그림책으로 내 마음 읽기,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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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감이다.

<교사들 위로하는 한 권의 그림책>을 읽는 이유는 교사들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사실 나는 작년까지 교사였다. 교감이 된 지는 불과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 두 달밖에 되지 않은 교감이 당돌하게 교사를 이해한다고?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겠다. 그렇다. 두 달이라도 사람이 자리가 바뀌면 옛 시절을 까마득하게 잊는게 사람의 속성이다. 교사의 마인드를 잊고 '갑질' 할 수 있는 마인드로 점점 바뀔 수 있기에 부지런히 교사 시절을 기억하되 현재 교사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자 줄기차게 교사들의 책을 읽고자 한다.

 

맨날 학교에서 교사를 보면서도 교사의 고충을 모르냐고 물어본다면 할 말이 없다. 소통 능력의 부재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교감이 되니 점점 교사들과 얘기하는 빈도 수가 줄어든 게 사실이다. 컴퓨터 모니터와 소통하는 시간이 가장 많아졌다. 실시간 접수되는 공문을 읽고 해석해야 한다. 단순히 읽고 넘어가야 할 공문인지 아니면 보고해야 할 공문인지 메모해 두어야할 공문인지 꼼꼼히 눈뜨고 살펴보다보면 한두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선생님들은 수업과 생활교육으로 교실 안에 있다보니 교무실에 있는 교감은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교사들도 많다. 이렇게 일이년 생활하다보면 정말 교사의 마음을 놓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교사의 마인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교감의 마인드로 바라보고 판단하게 될 우를 범할 수 있겠다 싶다.

 

그래서 간접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교사를 위로하는 한 권의 그림책>처럼 교사들의 삶을 그려낸 책들을 꼭 읽어보려고 애쓴다교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교사의 마음을 얻을 수 없고, 교사를 움직일 수 없으면 교감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단지 공문을 처리하거나 민원을 해결하는 행정가로 전락당할 수 밖에 없다.

 

<교사를 위로하는 한 권의 그림책>은 선생님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첫째,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해 힘들어하신다. 둘째, 학부모와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신다. 셋째, 동료 교사와 관리자 때문에 힘들어한다. 넷째, 자기 자신과 육아, 가사, 건강 등 개인적인 문제롤 힘들어하시는 것을 보게 된다. 교사이기 때문에 학생과의 관계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매년마다 만나는 학생들이지만 늘 새롭다. 사랑과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현재의 추세다. 학생들의 아픔과 상처를 지나치지 않고 품고 나아가려고 하기에 교사도 힘들다. 학생들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도저히 해답이 없을 때도 많다. 결국 학생의 문제는 학부모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막무가내로 교사를 닥달하는 학부모도 만난다. 툭하면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도 만난다.

 

교사도 사람이기에 쉼이 필요하다. 퇴근 뒤에도 상식 밖으로 연락을 해 오는 학부모들도 있다. 학생이 다치기만해도 교사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화부터 내는 학부모도 있다. 학교폭력에 피해를 당해도, 가해를 했음에도 중간에서 교사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동료 교사만이라도 따뜻한 연결고리가 있으면 좋겠지만 보이지 않는 갈등은 항상 존재한다. 수평적 구조라고는 하지만 힘으로 서열로 나이로 경력으로 누르려고 하는 동료들도 있고 관리자들도 좋은 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두 달 교감 생활을 해 보니 나도 모르게 권력을 휘두룰수 있겠구나 싶다. 교감의 권한이 추락했다고 하나 그래도 자리가 주는 포스는 누가 뭐래도 교감이다.

 

교사들도 일개의 사람이다. 퇴근 뒤에 자기의 삶이 있다. 사람들은 일찍 퇴근하는 교사들을 못마땅하는 분들도 있다. 교사들은 일반 직장인들과 다르게 편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점심시간에도 급식을 지도해야 한다.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들은 특정한음식에 반응하기 때문에 특별히 관찰해야 한다. 점심을 다 먹고 난 학생들이 늘 교실이나 운동장에 존재하기에 교사의 눈은 학생들에게 향할 수 밖에 없다. 교사들의 점심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보기에 8시간 근무로 정해 놓고 있다. 집에 가서는 가정을 돌봐야 한다. 육아와 가사 뿐만 아니라 못다한 부모 노릇도 해야 한다. 가정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자녀가 아프더라도 다음날 출근이 불편하다.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한 교사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교사도 위로받아야 할 존재다.

 

교감의 역할이 교사를 위로해 주는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출근하는 교사들에게 웃음으로 맞이해 주면 좋을 것 같다.

법적으로 보장된 각종 휴가, 마음껏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드리면 좋을 것 같다.

힘들어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며 공감해 주는 교감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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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을 막아라! 시간 여행 - 한국어린이출판협의회 이 달의 어린이 책(2021년 2월) 튼튼한 나무 40
김경민 지음, 박선하 옮김 / 씨드북(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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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3년 런던에 콜레라가 발병하여 334명이 죽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콜레라는 나쁜 공기때문에 생긴 것으로 생각했다. 빈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은 늘 악취가 심했다. 인구가 많은 대도시답지 않게 하수처리는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악취를 막기 위해 향수나 담배를 피워 콜레라를 치료하는 방법까지 성행했다. 모두가 콜레라의 오염원을 공기라고 여길 때 유일하게 혼자 아니라라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존 스노 박사였다.

 

존 스노 박사는 1849년 콜레라의 전파 방식에 대하여라는 논문에서 콜레라를 소화 기관의 일부인 장과 관련된 질병으로 보았다. 통증과 구토, 설사와 탈수를 일으키는 원인이 장에 있다고 보았다. 존 스노박사는 서더크앤드 복스홀 수도회사가 공급하는 펌프에서 물을 길러 마신 사람들이 대거 죽었다는 사실을 직접 가가호호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구두가 닳을 정도로 많은 곳을 직접 찾아가 묻고 답한 내용을 정리해서 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것을 구두 전염병학이라고 말한다. 존 스노 박사의 행적에서 비롯되었다.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직접 돌아다니면서 정확한 통계로 설명해 주어도 사람들은 콜레라의 원인을 오염된 물이 아니라 나쁜 공기, 냄새나는 악취라고 고집부렸다. 당시 콜레라를 일으키는 병균은 비브리오 콜레라균이었다. 한쪽 끝에 꼬리가 달린 바나나처럼 생긴 비브리오 콜레라균은 사람 몸속의 장에 들어가 독소를 뿜어냈다. 세균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시기에 오염원이 물 속에 있는 세균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 없었다. 영어로는 박테리아로 불리는 작은 막대기모양처럼 생긴 세균은 현미경에 의해 발견되었고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가장 작은 미생물인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며 많은 질병을 일으킨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세균과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안긴다. 손을 깨끗히 씻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질병을 막을 수 있는 것조차 알지 못했던 당시 런던은 오염된 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어야했다.

 

<전염병을 막아라! 시간여행>과 함께 읽어 볼 책으로 <감염도시>를 추천한다. 『감염도시』에는 콜레라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이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19세기 영국 런던의 상하수도 시설의 상태와 도시 환경이 어땠는지 독자들에게 낱낱히 안내해주고 있다. 불과 150년 전 얘기다. 위대한 전투나 혁명 같은 세계사적인 사건만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존 본능인 마시는 물과 관련된 콜레라 전염병이 어떻게 한 도시의 삶을 바꿔갔는지 친절하게 말해 주고 있다. 영국 런던은 흑사병(1664년~1665년), 대화재(1666년 9월), 콜레라(1854년)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자그마한 세균이 질병을 퍼뜨린다는 개념을 믿지 않았던 시대에 수 많은 사람들이 이유를 모르고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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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 - 초록샘과 함께하는 신나는 교실 이야기 살아있는 교육 41
김정순 지음 / 보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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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조산초등학교 탁동철 선생님처럼 교실에서 계란을 부화해서 병아리를 키워 생명의 탄생을 직접 관찰하고 신비로움을 경험하게 하는 교사, 나비의 일생을 보여주고자 배추흰나비알을 길러 번데기 과정을 거쳐 나비가 나오기까지의 긴 과정을 교실에서 직접 보게 하는 교사, 봄이면 진달래 꽃잎을 따다가 화전을 직접 부쳐먹으며 도시 아이들에게 새로운 먹거리를 맛보게 하는 교사, 교과서의 내용을 지식으로 전달하기 보다 직접 경험케 하며 살아있는 지식을 익히게 하고자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용기내어 시도해 보는 교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현장학습 장소를 미리 사전 답사하여 아이들의 눈으로 다시 꼼꼼히 체크하는 교사.... 김정순 교사의 학급 살이의 전부가 담겨 있는 책이다. 

 

얼마전에 우리 학교에 이영근 선생님이 학급운영과 토론의 실제를 강의해 주고자 멀리 삼척까지 오신 적이 있다. 아쉽게도 나는 다른 연수에 참여하는 관계로 직접 만나보지 못해 아쉬웠던 적이 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이영근 선생님의 아내가 바로 <맨날 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의 저자 김정순 교사라는 사실을 알고 순간 깜짝 놀랐다. 부부의 삶이 이렇게 비슷하다니. 학급에서 만난 아이들의 삶을 위해 정성껏 교사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깊은 도전과 감동을 받는다. 경기도 군포시 둔대초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자 부부는 학교 근처 마을로 아예 이사를 온다. 자신이 만날 아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함께 살아가는 것이 교사의 삶이라고 은근히 종용한다. 아이들은 살아온 터전, 아이들이 살아갈 터전, 마을 정서와 아이들의 삶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마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마을에서 사람을 만나고 지내왔으니 아무래도 삶 자체가 마을이 아닐까 싶다. 교사가 학생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거주하면 참 좋은 일이 많다. 학부모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고, 언제든지 교사와 학생은 거리낌없이 만날 수 있으니말이다. 

 

김정순 교사의 학급 이야기를 읽다보니 나도 초임교사 시절이 기억이 난다. 초임 발령을 받고 관사에서 5년간 생활했다. 주소도 옮기고 아예 마을 주민으로 정착했다. 토요일, 일요일도 관사를 벗어나지 않고 지내다보니 금방 마을 주민들과 친숙해졌다. 나는 이방인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되었고 학교의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모두 점차 잠시 있다가 떠나갈 사람이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 지낼 이웃으로 맞아주었다. 아이들이 살아왔던 마을이 곧 나와 학생들의 수업 공간이 되었다. 한창 왕건 드라마가 유명했을 때에는 학교 주변 산속을 돌아다니면서 우리만의 드라마 촬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배꼽 시계가 울리면 급식을 먹기 위해 산에서 내려왔던 기억들, 물고기를 잡으로 개울가에 내려가 온종일 놀았던 기억, 하루는 온종일 체육 시간으로 공차고 보냈던 그 시절. 물론 교육과정 재구성은 하지 않았지만 교사의 삶이 곧 아이들의 삶이었고 교과서에 가둬진 수업이 아니라 삶으로 수업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참 좋았다. 아이들도 나도 모두 한몸이었고 우리들의 이야기 자체가 곧 학습이자 수업이었다. 

 

김정순 교사의 학급살이를 읽어보면 우리 말을 오로지 사용하는 것을 본다. 포스트 잇이 아니라 붙임 종이로, 학급 아이들을 '개똥이들'로, 친구 관계를 동무로 호칭한다. 동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면서도 어깨동무처럼 늘 사용하던 말인데 학급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았던 말인 것 같다. 텃밭을 가꾸되 아이들이 씨앗을 심고 모종을 심으며 수확까지 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되 학생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길러낼 수 있도록 멀찍히 지켜보는 교사의 마음이 느껴진다. 

 

책 제목처럼 아이들은 <맨날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인데, 우리네 학급에서는 이런 모습들이 의외로 쉽게 보이지 않는다. 콘크리트벽 교실에 갇혀 뭔가 바쁘게 학습 활동을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에서는 좀처럼 생기가 사라지고 피곤함만 보이는 듯 싶다.  아이들의 삶과 자연은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감염병과 미세먼지, 안전 때문에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수업의 장면을 자연으로 가져가서 직접 학생들이 체험하고 고민하고 느끼도록 해야하는 것이 신바람 나는 공부가 아닐까 싶다. 우리 아이들은 가정에서도 고통을 받고 자란다. 상처가 깊다. 곪은 상처가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 치료가 된다. 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부모의 역할을 한다. 상처 많은 아이들의 아픔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 교사가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시간에 쫓겨 지내다보면 아이들의 내면을 볼 수 없다. 교사가 재충전할 수 있는 쉼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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