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사를 위로하는 한 권의 그림책 - 지친 일상에서 그림책으로 내 마음 읽기,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1년 3월
평점 :
나는 교감이다.
<교사들 위로하는 한 권의 그림책>을 읽는 이유는 교사들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사실 나는 작년까지 교사였다. 교감이 된 지는 불과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 두 달밖에 되지 않은 교감이 당돌하게 교사를 이해한다고?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겠다. 그렇다. 두 달이라도 사람이 자리가 바뀌면 옛 시절을 까마득하게 잊는게 사람의 속성이다. 교사의 마인드를 잊고 '갑질' 할 수 있는 마인드로 점점 바뀔 수 있기에 부지런히 교사 시절을 기억하되 현재 교사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자 줄기차게 교사들의 책을 읽고자 한다.
맨날 학교에서 교사를 보면서도 교사의 고충을 모르냐고 물어본다면 할 말이 없다. 소통 능력의 부재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교감이 되니 점점 교사들과 얘기하는 빈도 수가 줄어든 게 사실이다. 컴퓨터 모니터와 소통하는 시간이 가장 많아졌다. 실시간 접수되는 공문을 읽고 해석해야 한다. 단순히 읽고 넘어가야 할 공문인지 아니면 보고해야 할 공문인지 메모해 두어야할 공문인지 꼼꼼히 눈뜨고 살펴보다보면 한두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선생님들은 수업과 생활교육으로 교실 안에 있다보니 교무실에 있는 교감은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교사들도 많다. 이렇게 일이년 생활하다보면 정말 교사의 마음을 놓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교사의 마인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교감의 마인드로 바라보고 판단하게 될 우를 범할 수 있겠다 싶다.
그래서 간접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교사를 위로하는 한 권의 그림책>처럼 교사들의 삶을 그려낸 책들을 꼭 읽어보려고 애쓴다. 교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교사의 마음을 얻을 수 없고, 교사를 움직일 수 없으면 교감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단지 공문을 처리하거나 민원을 해결하는 행정가로 전락당할 수 밖에 없다.
<교사를 위로하는 한 권의 그림책>은 선생님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첫째,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해 힘들어하신다. 둘째, 학부모와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신다. 셋째, 동료 교사와 관리자 때문에 힘들어한다. 넷째, 자기 자신과 육아, 가사, 건강 등 개인적인 문제롤 힘들어하시는 것을 보게 된다. 교사이기 때문에 학생과의 관계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매년마다 만나는 학생들이지만 늘 새롭다. 사랑과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현재의 추세다. 학생들의 아픔과 상처를 지나치지 않고 품고 나아가려고 하기에 교사도 힘들다. 학생들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도저히 해답이 없을 때도 많다. 결국 학생의 문제는 학부모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막무가내로 교사를 닥달하는 학부모도 만난다. 툭하면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도 만난다.
교사도 사람이기에 쉼이 필요하다. 퇴근 뒤에도 상식 밖으로 연락을 해 오는 학부모들도 있다. 학생이 다치기만해도 교사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화부터 내는 학부모도 있다. 학교폭력에 피해를 당해도, 가해를 했음에도 중간에서 교사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동료 교사만이라도 따뜻한 연결고리가 있으면 좋겠지만 보이지 않는 갈등은 항상 존재한다. 수평적 구조라고는 하지만 힘으로 서열로 나이로 경력으로 누르려고 하는 동료들도 있고 관리자들도 좋은 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두 달 교감 생활을 해 보니 나도 모르게 권력을 휘두룰수 있겠구나 싶다. 교감의 권한이 추락했다고 하나 그래도 자리가 주는 포스는 누가 뭐래도 교감이다.
교사들도 일개의 사람이다. 퇴근 뒤에 자기의 삶이 있다. 사람들은 일찍 퇴근하는 교사들을 못마땅하는 분들도 있다. 교사들은 일반 직장인들과 다르게 편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점심시간에도 급식을 지도해야 한다.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들은 특정한음식에 반응하기 때문에 특별히 관찰해야 한다. 점심을 다 먹고 난 학생들이 늘 교실이나 운동장에 존재하기에 교사의 눈은 학생들에게 향할 수 밖에 없다. 교사들의 점심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보기에 8시간 근무로 정해 놓고 있다. 집에 가서는 가정을 돌봐야 한다. 육아와 가사 뿐만 아니라 못다한 부모 노릇도 해야 한다. 가정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자녀가 아프더라도 다음날 출근이 불편하다.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한 교사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교사도 위로받아야 할 존재다.
교감의 역할이 교사를 위로해 주는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출근하는 교사들에게 웃음으로 맞이해 주면 좋을 것 같다.
법적으로 보장된 각종 휴가, 마음껏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드리면 좋을 것 같다.
힘들어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며 공감해 주는 교감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