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히틀러에 맞서 총을 들다 - 2021 월간 책씨앗 선정, 2016 코브자르 문학상 수상, 2015 제프리 빌슨 어워드 수상, 2015 CCBC 최고의 어린이 도서상 수상, 2021.07+08합본호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바람청소년문고 13
마샤 포르추크 스크리푸치 지음, 백현주 옮김 / 천개의바람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틀러의 만행으로 죽음과 고통의 순간을 당한 많은 이들이 기록한 책들을 읽어 본 적이 있다.

 

『나는 아우슈비츠의 약사입니다 』 퍼트리샤 포즈너, 북트리거, 2020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청아출판사, 2005

『안네와 마르고트 프랑크 가족의 숨겨진 이야기 SHADOW LIFE 』 베리 데넨버그, 이지출판, 2008

『안네의 일기 』 안네 프랑크, 클로북스, 2007

『해바라기 』 시몬 비젠탈, 뜨인돌

『소녀, 히틀러에게 이름을 빼앗기다 』 마샤 포르추크 스크리푸치, 천개의바람, 2016

『한나 아렌트, 세번의 탈출 』 켄 크림슈타인, 더숲, 2019

 

이번에 읽었던 책 『소년, 히틀러에 맞서 총을 들다 』는 『소녀, 히틀러에게 이름을 빼앗기다 』의 연장선에 있는 책이다. 당시 나치는 아라인의 인구수를 늘리기 위해 금발 머리에 눈이 파란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납치하여 세뇌 교육을 시켜 독일인 가족에게 입양시키는 '레벤스보른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가 있다. 대략 25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소년, 히틀러에 맞서 총을 들다 』의 주인공 우크라이나 태생 '루카'도 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가까스로 탈출한다. 당시 나치는 전선을 확대하면서 스탈린이 정권을 잡고 있는 소련과도 대치하고 있었다. 그 중간에 끼인 우크라이나는 나치와 소련으로부터 이중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었다. '루카'는 수용소를 탈출하여 우크라이나 반군(UPA)에 가입하여 나치와 소련군에 맞선다. 우크라이나가 나치와 소련에 의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증언들이 시간이 흘러서야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소설은 증언들을 모아 실제로 있었던 일을 사실적으로 쓴 책이다.

 

왜 나치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을 무차별 살인을 저질렀을까?  소련은 왜 우크라이나인들을 나치의 수용소에 갇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처형을 했을까? 루카와 같은 소년들이 총을 들고 맞선 이유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어렵사이 나치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으나 우크라이나인들은 시베리아 수용소로 다시 끌려가 노역을 하다가 죽거나 강제 노동에 시달려 죽을 때까지 일해야만 했다. 전쟁의 상흔은 잊혀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고 역사의 거울이 될 것이다.

 

『소년, 히틀러에 맞서 총을 들다 』를 통해 우크라이나 소년소녀들의 아픔과 상처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반인륜적인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한다. 다양한 목소리를 잠재운다는 미명하에 독보적인 하나의 목소리를 관철시키는 일은 작게 보이나 결국 전체주의적인 생활 태도를 만들어갈 수 있다. 타인에게 돌을 던지기보다 먼저 자신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내 생각, 내 행동이 독단적이거나 독선적이라면 미미한 영향이지만 결국 주변에 부정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포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다. 소련과 나치 정권의 독일은 자국의 정치적 노선에 충실했지 주변을 포용하려는 태도가 없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것이 떠 오른다.

 

"철저한 사유의 고통보다 순종의 평안함을 바라는 사람은 무시무시한 공포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 모두 잠재적인 죄를 짓게 된다. 철저하게 사유하지 못한 죄를. 슬픈 진실은 선과 악 사이에서 마음을 정하지 않은 사람들이 제일 사악한 일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악의 평범성, 사유하지 못한 죄, 전체주의의 거짓!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첫 교육과정 재구성 -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업
민수연 지음 / 맘에드림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교과서가 아닌 교육과정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는 시대의 변화를 교과서가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번 만들어진 교과서는 6~7년을 사용한다. 예전에는 10년이 지나야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요즘은 독자들도 아시겠지만 1년 아니 한 달 한 달 사이에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들이 바뀌고 있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교과서에만 의존하고 교과서 진도로만 가르친다고 했을 경우 수동적인 수업이 될 수 밖에 없다. 좀 더 적극적인 수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당연히 교과서가 아닌 교육과정으로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교과서는 단지 참고자료일 뿐이다. 샘플일 뿐이다. 절대화된 자료가 아니다. 교과서 자체도 국정에서 검정으로 많은 부분 전환되고 있는 이유도 교과서의 권위가 예전만큼 높지 않다는 증거다. 물론 전국의 내로라하는 현장 교사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집필하고 심의했으니 가장 안전한(?) 자료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자료가 될 수 없다. 안전하다는 것은 국가에서 제시하는 해당 학년군에서 반드시 이수해야 할 도달 지점인 '성취기준'을 최대한 살려 샘플을 담아냈기 때문에 다른 자료에 비해 안전할 뿐이지 반드시 따르고 의존해야 하는 스탠다드가 아니다라는 뜻이다.

 

신규 교사 또는 저경력 교사처럼 경험이 부족한 경우에는 교과서가 분명히 기대 언덕이 될 수 있다. 교과서를 기준으로 다른 자료랑 비교할 수 있다. 교과서 순서를 따르되 참신한 자료를 다른 곳에서 얻어 보충할 수 있다. 조금 더 진보된 수업 설계는 교과서 순서를 따르기 보다 '주제망'을 짜고 그 주제에 따라 교과별 내용들을 가져오는 것이다. 학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과 기능, 태도를 알려주는 성취기준을 가져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제망에 따라 수업 분량을 정하고 주 단위, 월 단위 수업 설계를 세울 수 있겠다. 한 해 한 해 이런 시도를 하다보면 점점 교육과정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교과서보다 내가 맡고 있는 학급의 상황에 맞는 전체 수업 설계에 따라 교과서+기타 자료와 교사가 직접 만든 창의적 자료를 통해 수업을 전개할 수 있다. 이 수준이라면 말그대로 '교사 수준 교육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수준 교육과정, 지역 수준 교육과정, 학교 교육과정을 넘어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이 우리의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 백인 백색의 교육과정이 학교에 존재해야 한다. 교사 한 명 한 명의 교육과정이 모여 학년 교육과정이 되고, 학년 학년 교육과정이 모여 학교 교육이 되어야 한다.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상향식 교육과정 설계가 이루어질 때 교육과정의 본질을 실현할 수 있다. 각 학교의 교육과정은 곧 각 개인별 교사의 교육과정의 연합체이며 부분 부분의 합은 전체의 합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이때 교장, 교감을 포함한 교직원들은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나의 첫 교육과정 재구성>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아닌 아마 2009 개정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사례를 제시한 듯 싶다. 저자는 7개의 주제망을 가지고 한 해 학급을 운영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을 실현하기 전에 학급 규칙을 세우고 공동체 정신을 구현한 학기 초 활동들은 교사와 학생 모두 처음 대면하는 시기라 무지나 힘이 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과정을 바라보는 눈을 새롭게 하고 그것을 실천해 옮긴 저자의 노력과 열정, 헌신과 희생이 한 눈에 보인다. 학생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소재로 삼고 마을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담아낸 저자의 교육과정이 단순히 학생 중심의 흥미로만 그치지 않고 사전에 교사의 사전 지식습득을 위한 폭넓은 독서의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교사는 자고로 독서광이 되어야 한다. 다양한 동영상도 충분히 교사의 역량을 넓힐 수 있는 도구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나의 우선순위는 '독서' 다.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교육과정 안에 법적으로 안착된 것은 합법적으로 교과 시간에 독서를 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교사들이여, 우리 모두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으십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험한 행운의 편지 별숲 동화 마을 32
이지수 지음, 송효정 그림 / 별숲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장이 두근거린다. "조선이 독립됩니다"

 

12살 소년 영수가 7명에게 전하지 않으면 불행히 온다는 행운의 편지에 다가 '조선이 독립됩니다' 라고 쓰고 가가호호 전달한다. 들키면 끝이다. 종로경찰서는 불온한 편지를 보낸 이들을 색출하기 위해 검문 검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어른들도 감히 할 수 없는 독립운동을 12살 소년 영수와 그 또래들이 시작했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

 

<위험한 행운의 편지>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초등학교 교실의 풍경이 그려져 있다.

교사는 목검을 차고 국어(일본어)를 가르친다. 조선어는 일개의 과목일 뿐이다.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시험도 모두 일본어로 시험을 치르고 면접도 천황에 관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황국 신민의 서사를 암송하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 청소. 손을 들고 외울 때까지 벌을 받는다. 아침 조회 때 황국 신민 서사 암송은 필수다. 일제강점기 때 국민학교 모습이다.

 

학교교육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시학관 이야기도 담겨 있다. 시학관이 하는 일은 학생들이 황국 신민의 서사(일본 제국에 충성하겠다는 맹세)를 제대로 암송하고 있지 여부를 검사하는 일이다. 급장 이야기도 나온다. 일제 강점기 때는 담임 선생님이 급장을 임명해 담임 선생님 일을 돕게 하거나 각종 성금과 폐품을 걷는 일을 시켰다고 한다. 우리네 1980년 학교 풍경과 흡사하다. 학교 안에는 봉안전이 설치되어 등교하는 학생들은 봉안전에 머리를 숙여 맹세를 하고 교실로 들어간다. 천황의 교육 칙어도 수시로 들어야했다. 일본은 철처히 조선의 교육을 말살하고 일본 국민으로 개조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 쏟았다.

 

<위험한 행운의 편지>에 독립을 향한 간절함은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이 없이 가슴 속에 새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학생이라고 해서 어리다고만 볼 게 아니다. 그들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독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한다. 초등학생이라고 해서 시키는 일만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독립적으로 자신의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나이다. 귀엽다고 하나밖에 없다고 애지중지하며 모든 일을 다 해 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생각하게 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른이 도와준다고 능사가 아니다. 깔끔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주변을 스스로 청소할 수 있는 일부터 가르쳐야 한다. 올바른 민주시민으로 자라갈 수 있도록 비판적 사고 능력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라를 잃고 감시를 당하며 살아야했던 일제 강점기 시대 12살 소년소녀들이 목숨을 건 위험한 행동을 한 이야기는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을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나 하나 살겠다고 선생님께 고자질 하는 것이 아니라 팔이 아프고 오줌이 마렸더라도 끝까지 행운의 편지를 돌린 친구를 밝히지 않는 아이들의 의리가 가슴을 뜨겁게 한다. 요즘 사람들이 개인주의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라를 위해, 공동체를 위해 가슴이 뜨거워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뜨거운 열정과 냉철한 이성을 가진 학생들이 될 수 있도록 가르칠 책임이 이 땅의 교사들에게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유의 여신상 콧구멍에서 만나! 문학의 즐거움 61
잠자 지음, 박지윤 그림 / 개암나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년 초중고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실태를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인터넷 설문에 응답한다. 자유롭게 일어난 사례들을 적을 수도 있다. 학생들이 피해를 입은 학교폭력 사례 중에 따돌림 당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친구들에게 무시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한 일들을 자세히 기록해 놓기도 한다. 몇 년 전의 일들도 기억하고 기록해 놓는다. 학교에서는 실태 조사에서 발견된 설문 응답지를 분석한 뒤 조치를 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나마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발견되면 다행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시 한 번 학급마다 학생 상담을 하게 된다. 학교폭력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한다. 또래 관계가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경우 살아갈 의욕까지 잃어버리게 된다.

 

<자유의 여신상 콧구멍에서 만나!> 유제아 친구도 따돌림을 당한 학생이다. 이유없이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제아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기 밖에 없다. 밤새도록 스마트폰을 끼고 지내다보니 잠도 충분히 자지 못한다. 학교에 가도 꾸벅꾸벅 졸 수 밖에 없다. 선생님으로부터 야단 맞는 일이 많아진다. 친구들에게도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악순환이 일어난다. 제아 부모님이 얼마나 속이 터졌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던 중 꿈 속에서 '우주 먼지' 라는 닉네임을 가진 미래의 제아를 만나게 된다. 우주 먼지를 통해 상처를 준 다린이로부터 사과를 받게 되었고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동아리도 결성하게 된다.

 

작가가 이 책에서 의도한 바가 무엇일까?  따돌림을 당한 친구들은 스스로 피해의 사슬에서 벗어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스스로 이 문제를 이겨낼 힘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누군가의 도움은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부모님도 될 수도 있지만 친한 또래가 있다면 더더욱 좋겠다. 제아는 꿈 속의 미래의 자신을 만나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통해 상처를 극복해 간다. 우리 주변에 누군가가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곁에 있어만 주자. 대화의 상대가 되어 주자. 무기력해 지고 교실에서 잠만 자는 학생이 있다면 친구 관계를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포노 사피엔스라고 불리우는 지금의 아이들.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 뱃 속에서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아이들이 휴대폰없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법도 교육도 필요하겠지만 가정에서 어른들이 몸소 실천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보고는 게임하지 말라고 하면서 어른들이 손에서 놓지 못하고 게임을 한다면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울리는 꾕과리와 같은 말이 되고 말 것이다. 어른은 아이들의 거울이다. 보고 듣고 배운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자유의 여신상 콧구멍에서 만나!> 를 통해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의 행동 모습, 따돌림 피해 증후 현상으로 나타는 인터넷 중독,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문제 해결 방법 등을 이야기의 흐름을 쫓아가다 보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 - 인생 중반,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이상원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벽에 일어났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지만 알람 소리를 듣고 잠과의 싸움을 이기고 일어났다. 기도하기 위해서. 아주 피곤해서 알람 소리를 무의식적으로 끄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새벽에 일어나 교회를 향한다. 아내와 함께. 새벽은 약간 차다.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자동차를 어렵게 빼낸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주로 새벽기도회에 참석하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60대 이상이다. 젊은 사람들은 새벽잠을 뿌리치기가 싶지 않기 때문일게다. 주로 나는 기도의 시간에 나를 위한 기도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먼저 기도한다. 그리고나서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나중에 나를 위해 기도한다. 기도내용은 거창하지 않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들을 축복한다. 걱정되고 고민되는 부분들을 생각하며 기도한다. 약 한 시간 가량 지나고 교회 밖을 나오면 환하다. 일찍 해가 떠서 잠이 확 달아난다. 아내는 피곤한 모양인지 다시 잠자리에 든다. 나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책 한 권을 든다.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

 

이 책은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자신을 돌아보며 책에 다가 글을 써 보도록 구성되어 있다. 나를 위해 글을 쓰는 거다. 내가 가장 행복했을 때가 언제인지, 실패했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일상의 삶을 큰 고민없이 써 내려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글쓰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 그냥 내 생각과 감정을 쓰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맞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면 어떻게 쓰든 뭘 쓰든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럽게 내 삶을 적어 내려가다보면 글쓰는 습관도 생기리라. 나는 올해부터 수첩에다가 하루의 일들을 일기 쓰듯 글을 쓰고 있다. 근무 시간 중에 짬짬히 쓴다. 그때 그때 일어난 일이나 생각들을. 글을 쓰면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안한 감정도 정리된다. 신기할 정도다. 옆에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수첩에다가 글 쓰는 것이 스스로에게 위로가 된다. 누구에게 보여 주는 글이 아니니 생각나는대로 쓴다. 그렇게 써 내려가다보면 나만의 1년 역사 기록이 되겠다 싶다. 

 

지금도 고요한 아침 시간,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를 읽고 난 뒤 생각을 글로 옮기고 있다. 아침 8시면 그렇게 이른 시간이 아닌데도 정말 조용하다. 아파트 단지에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이 시간에 책 한 권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내가 생각해도 참 대견하다. 스마트폰을 멍하니 쳐다볼 수도 있을텐데 그래도 아침의 삶을 글로 써 보았으니 이것만으로도 내게 칭찬해 주고 싶다. 오후에는 막내랑 아내랑 함께 가까운 산책길을 걸어야겠다. 지난 번에 산길을 걷다가 김밥과 컵라면을 먹었던 것이 인상깊었다고 한다. 아주 작은 일에도 감동하는 막내다. 코로나 핑계대고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막내는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가진다. 어렸을 때는 부모와 자주 지냈는데 점점 나이를 먹으니 친구가 더 좋은 모양이다. 더 크기 전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야할텐데. 

 

어머니도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지난 겨울에 다친 발 때문에 아직도 목발을 의지한다. 눈도 침침해 지고 계신다. 틀니를 뺀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연세가 더 들어 보인다. 고생의 흔적이 얼굴에 가득 보인다. 얼마나 오래 사시겠는가. 살아계실 제 더 자주 찾아뵙고 맛난 음식도 사 드려야 하는데. 불효자다. 어머니가 계셨기에 지금이 내가 있는데 말이다. 

 

아내는 최근 들어 움직임이 많아진 나를 보며 뭐가 중요한 지 잘 생각해 보라고 충고한다. 아내의 말 뜻은 이렇다. 일보다 가족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안 쓰러워보인다는 말이다. 쉬엄쉬엄 살아가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일중독인가?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를 읽으며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