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 돔 아래에서 - 송가을 정치부 가다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자라는 직업이 이렇게 극한 직업이었구나....'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어디 어디 기자라고 하면 참 멋져 보였고 기자가 되기 위해 참 많이 노력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기자라는 직업도 그 이면에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생각지도 못하는 일들이 무궁무진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 속 주인공들이 대부분 기자인 이 책은 각색한 소설이긴 하지만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참 많은 정보를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저자가 현직 기자이며 오랫동안 기자로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취재 해 온 베테랑 기자여서 독자들도 나와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 마치 카페에서 내가 기자와 함께 카페인이 듬뿍 담긴 카페모카를 시켜 놓고 방금 취재한 국회의원에 대한 특종 기사를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느낌 말이다.  

 

특히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해도 손색이 없을 듯 싶다.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객관적 정보를 서술해 놓은 책도 의미가 있겠지만 스토리가 있는 소설로 기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탐색해 볼 수 있다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미래의 나의 이야기처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학생 맞춤형 진로지도, 새로운 진로 컨설팅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을 통해 정치부 기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알게 되었다. 국회의원들의 워딩을 따내고 특종을 잡아내기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애 쓰는 일, 기자들 사이에서도 신문사별로 경쟁하고 직책에 따라 하는 일이 구분되어 있다는 사실도 흥미를 가지고 읽었던 부분이다.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나로써는 사실 기자를 직접적으로 만날 일은 거의 없다. 기자를 직접 대면하는 일이 생기면 십중팔구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다. 코로나19 초창기 때는 학교에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 기자가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학교로 연락해 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 외에는 간간히 학교행사 등이 신문 지면에 사진과 함께 실리는 경우인데 대부분 기자를 대면하기보다는 기사거리를 메일로 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자에 대해 단시간 안에 특별히 관심 분야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읽게 된 것도 놀라운 부분이다. 

 

이 책에서 기자들과 국회의원들이 주로 하는 워딩이  '정치는 생물이다' 라는 말이다.

 

나도 아침에 출근할 때 라디오 방송에서 이 말을 간혹 듣곤 했다. 유력 정치인이 라디오 방송에 응하면서 앵커가 이러저러한 상황에 대해 답변을 요구할 때 주로 하는 대답이 '정치는 생물입니다' 라는 말이었다. 기자들에게도 있어서도 이 말은 그 업계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말이 아닐까 싶다. 신념을 신발짝 버리 듯 하는 정치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그 말이고, 약한 자의 편에 서기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는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도 어김없이 다가오는 말은 '정치는 생물이다' 라는 말이다.

 

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해 현실의 이익을 쫓지 않고 직업적 소신을 지켜가는 책 속 주인공 '송가을'의 두문불출하는 모습을 보며 현재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기자에게만 유혹이 강하게 다가올까? 어떤 직업이든 자신이 처음 가졌던 직업적 소신을 지켜가기 위해서는 타협하지 말아야 것들에 대해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필요할 것 같다. 돈이 타협거리가 될 수 있고, 권력과 자리가 타협거리가 될 수 있다. 명예와 아첨하는 소리가 강하게 유혹해 오는 나이를 살고 있기에 소설 속 국회의원들의 이야기, 신문사 기자들의 이야기가 남 얘기가 아니고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 - 사적인 국립중앙박물관 산책기
이재영 지음, 국립중앙박물관 감수 / 클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물관하면 애들 어렸을 때가 생각난다.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계획하면서 우리 애들에게 뭔가 좋은 것을 경험시켜 주고 싶었다. 아내와 의논 끝에 박물관을 다녀오기로했다. 그것도 서울로.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왠지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애들이 전시해 놓은 각종 유물들을 보며 감격할 줄 알았다. 긴 시간을 운전해서 박물관에 도착 한 뒤 넓은 박물관 어디부터 다녀야할 지 망설이며 1층부터 차곡차곡 애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커다란 DSLR 카메라도 어깨에 사선으로 둘러메고 기회가 되면 애들 사진을 많이 찍어주고 촬영이 허락된 장소에서 기념 사진을 많이 찍어주고 싶었다. 등에는 애들 용품으로 이미 한가득 담은 가방이 있었던터라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체력이 소모되리라는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설레는 마음이 앞선게 사실이다. 

 

그날 체력 난조에다가 관심없어 하는 애들 끌고 이곳저곳 힘들게 다녔던 기억 밖에 남지 않는다. 그때 이후도 애들과 박물관에 가지 않았던 것 같다. 애들 눈에는 오래된 유물도 그저 그런 물건에 불과했다. 아무리 유명한 국보 유물이라도 감탄은 커녕 슬쩍 눈으로 한 번 쳐다볼 뿐 오래 머물지 않았다. 박물관에 올 때에는 여유 있는 시간에 혼자 오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물론 그런 시간은 내게 찾아오지 않았지만.

 

『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은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이 이런 저런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설명을 늘어 놓은 책이 아니다. 국보급이다, 보물급이다라는 설명은 하나도 없다. 유물 사진을 가지고 와서 저자가 일상에서 생각한 바를 가볍게 적어 놓았을 뿐이다. 일반인들에게 유물의 가치란 사실 오래되고 값어치가 많이 나가고 희귀하다고 해서 오래 기억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유물이든 가장 관심이 가고 마음 속에 남는 것은 나와 관계가 있거나 나의 경험에서 뭔가 일치하는 것이 있는 경우다. 저자도 누군가 정해 놓은 유물 분류표에 의해 몇 가지를 골라 상투적인 설명을 하기 보다 유물을 보며 떠오른 사색들을 일상의 언어로 일기쓰듯 풀어냈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보면 오래된 유물도 마치 현재 내가 쓰고 있는 물건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느껴진다. 그렇게 느껴지도록 글을 쓴 게 저자의 글쓰기 힘인 것 같다. 

 

뭐든 내 삶과 관련이 있을 때 정이 간다. 왕관이든 보물이든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면 그저 그렇다. 그러나 할머니 집에서 보았던 요강과 박물관에 전시된 청자 요강이 비슷한 용도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가치에 있어서 엄청 차이가 나는 것을 비교해 보면 유물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오래된 그림을 보더라도 나와 관계가 있어야 한다. 우리의 생활로 끌어와 비교할 수 있을 때 좀 더 그림 앞에 머무르게 된다. 

 

전시된 유물과 그림들을 조상들의 흔적이 담긴, 우리와는 동떨어진 세계에 있는 별종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소재가 될 수 있고 내 이야기 거리로 가져와야 좀 더 친숙해 지고 한 번이라도 더 보게 될 것 같다. 저자가 박물관을 바라보는 관점이 참 마음에 든다. 

 

"유물과 다른 듯 닮은 이야기들을 읽고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유물을 만나 유물과 닮은 자기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세요" -여는 말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 모르던 아이 라임 청소년 문학 59
은이결 지음 / 라임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소년을 읽다!

 

청소년을 셋을 둔 아빠다. 특히 여고생을 둔 아빠로서 청소년을 어떻게 대해야할 지 난감할 때가 많다. 「한 소리가 있어」에 나오는 아빠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딸과 아빠의 감정 대립, 딸에게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아빠의 실망은 미움으로 변하고 결국 갈 때까지 가게 되는 모습을 보며 책 속에 묘사된 '그 아빠'의 모습이 곧 나의 모습이 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참 힘들겠다 싶다. 『잘 모르던 아이』에 등장하는 청소년들 죄다 힘든 과정을 겪고 있다. 어찌보면 부모들 사이에서 생긴 문제가 청소년들에게 전가된 느낌이다. 어른들의 이혼으로 상처받는 사람은 자녀들이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부모의 이혼을 어떻게 바라볼까? 「동생년」에는 쪼개진 두 성인 남녀가 한 가정을 이룬다. 영문도 모른 체 새엄마가 있는 가정으로 들어가야 하는 청소년의 심정은 어떨까? '동생년'으로 불리우는 새엄마의 딸과 한 방을 써야 하는 마음은 어떨까? '동생년'은 불편해서 부르는 이름이 아니라 자신과 동일한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야 할 또 다른 나를 부르는 이름이다. 새엄마의 딸도 친 아빠를 무척이나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책 제목이기도 한 「잘 모르던 아이」의 그 아이는 삼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상처를 간직한 아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 하지 않는 아이다. 치료 기관의 상담 선생님에게도. 그러나 전학 온 새로운 친구에게 폭풍 수다를 떤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비밀을 풀어 놓는다. 받아줄 줄 알고. 그러나 외면 받는다. 시간이 흘러 터미널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잘 모르던 아이'를 우연찮게 다시 만난다. 나는 잊었는데 그는 내 이름이 기억하고 아는 체를 먼저 해 준다. 나는 상처를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는데 그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서 당당히 드러내놓고 밝힌다. 세월이 그를 변하게 했을까? 아니면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 

 

어른인 내가 알지 못하는 청소년의 세계가 많다. 내가 어렸을 때 경험했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지금의 청소년들이 살아가고 있다. 청소년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소용돌이, 가치관들의 충돌을 읽어내지 못하기에 버럭 화부터 내지르는 어른들의 모습이 곧 나의 모습이다. 참 부끄럽다. 비행 청소년이 아니라 상처 입은 청소년이다. 조용하게 학생의 본분을 지키며 사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분노를 표출할 수 없어 다만 참는 것 뿐이다. 그들만의 세계가 있고 다만 어른인 우리는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 그들과 적정한 간격을 두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들도 사랑을 알아가는 나이다. 누구를 좋아하고 마음에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은 나이다. 그런데 만약 「스토커」, 「너의 시작」처럼 동성을 마음에 품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집요하게 마음에 드는 동성을 스토커처럼 미행한다면 그를 향해 우리는 어떻게 말해주어야 할까? 

 

청소년을 읽어야 다양한 청소년을 만날 수 있다. 생각지도 못한 상처로 얼룩진 청소년을 읽어야 우리 주변에도 혹시 있을 수 있는 그들을 편견없이 만날 수 있다. 어른들의 생각과 정반대로 자기만의 세계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읽어야 지금의 청소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어른도 공부해야 한다. 청소년을 읽어내기 위해. 청소년을 두고 있는 가정의 부모라면 청소년을 읽어낼 때 갈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할머니는 달라요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8
수 로슨 지음, 캐롤라인 마젤 그림, 엄혜숙 옮김 / 봄봄출판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전 서울 모 초등학교 연구회에 소속된 다섯 분의 선생님들을 줌에서 만난 적이 있다. 선생님들께서 연구하고 있는 분야가 '인성'에 관한 부분이었고 '인성'을 길러주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 책이었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홍익인간일진대 초등학생들에게 '인성'을 길러주기 위해 다른 방법이 아닌 '책'을 활용하고 있다는 연구 중간보고서를 접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제4차 산업혁명, 로봇과 인공지능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시대에 과연 '책' 이 인성을 길러주는데 효과적일까? 라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을게다. 하지만 '책'만큼 메세지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어느 장소에서나 활용할 수 있는 도구도 흔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책을 통해 길러 줄 수 있는 '인성 덕목' 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보며 책이 가지고 있는 힘을 더 생각할 수 있었다. 정직, 책임, 예, 존중, 배려, 협동, 소통, 효..... 이런 인성 덕목들을 다양한 책들을 통해 함양할 수 있다면 최고의 교육이 아닐까 싶다.

 

 

『우리 할머니는 달라요』는 미국 현직 초등교사가 쓴 그림책이다.

저자 '수 로슨'은 그림책을 통해 지금 세대에서 잊혀지기 쉬운 존재가 누구인지 말하고 있다.

 

 

세상은 효율성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한다. 쉽게 말하면 생산성이 있는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사람 대우를 달리한다. 자본을 중요시하는 시대에 '수 로슨' 이 그림책에서 말하는 할머니들은 사람들에게 있어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라면.

 

 

그림책에는 다양한 취미를 통해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는 할머니들이 등장한다. 할머니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존재임을 말해주는 듯 하다.

 

 

슬픈 표정을 하며 뭔가 생각에 빠져 있는 소년이 등장한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표정하기도 하다. 무표정하면서도 뭔가를 하기 위해 샌들 끈을 조여 맨다. 자신에게 주어진 무언가의 일이 있는 것처럼 습관처럼 집을 나선다.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선다. 가던 길에 예쁜 노란 꽃을 구한다. 아마도 숲에서 꺽었을 것이리라. 할머니 집 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다. 할머니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흔들의자에 앉아 계신다. 누가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소년은 창가에 놓인 꽃병마다 노란 꽃을 꽂는다. 자신을 알아보지는 못하지만 할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같다.

 

 

"우리 할머니는 달라요"

 

 

다른 집 할머니처럼 예쁘게 치장하지 않아도 소년에게는 우리 할머니가 최고일게다. 다른 친구 집 할머니처럼 케이크를 만들고 야구장에 가고 취미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소년에게는 우리 할머니만큼 정겨운 사람이 없을게다. 지금 당장 자기 자신조차도 모르는 상태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소년은 할머니가 어떤 분이신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나(소년)를 얼마나 사랑해 주셨는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소년은 누구에게 이런 교육을 받았을까?

타고난 성품일까?

 

지식을 알려주고 인공지능 시대에 생존할 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좋은 교육이지만 더더욱 좋은 교육은 나를 돌봐주셨고 나를 아껴주셨던 부모님과 같은 할머니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쓸모가 없으면 집어 치우는 도구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든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쓸모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현재 자신의 모습이 있기까지 희생하고 헌신하며 돌봐주셨던 분이 있을 것이다. 그 은혜, 그 사랑에 보답하는 삶이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을의 가치, 학교와 같이 - 9인 9색 전남마을교육공동체 이야기
전남마을교육공동체활동가모임 지음 / 에듀니티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지역 내 작은 학교 복합체육공간 준공식에 다녀온 적이 있다. 전교생 30명 남짓한 학교다. 준공식에 병설유치원 원아들과 초등학교 학생들, 마을 어르신, 학부모, 지역 시장, 시의장, 지역 내 학교장들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기 위해 오셨다. 이제 학교 안 공간이 학생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학교가 존재하고 있는 마을의 복합 공간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을학교와 학교 공간을 함께 쓰는 프로젝트를 복합문화공간 만들기로 추진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엄연한 주민의 일원이다. 학교와 마을이 같은 생각을 하고 함께 가야 한다. 아이들은 꿈을 꾸고 어른들은 행복을 품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건강한 학교, 건강한 지역의 밑거름이 된다. 국가적으로는 지역의 활동가들이 최소한의 생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해 주면 좋겠다. 

 

마을교육공동체는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고 학생들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마을교육을 위해 모인 공동체 안에서 협의는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가 먼저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곧 존중과 신뢰다. 

 

농어촌 소규모학교는 학교교육과정과 교과서만으로 학생들이 배움의 의미를 제대로 찾기 힘들다. 마을의 자워능로 학교의 교육과정을 실현하기 위해 마을에 대한, 마을을 통한, 마을을 위한 공동 활동이 필요하다. 따라서 마을교육공동체는 지역의 아이들이 잘 배우며 삶을 잘 누리고 주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와 마을이 협력하는 지역사회를 뜻한다. (72쪽) 마을교육과정은 우물 안 개구리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을 목표로 한다. 다만 지역주의에 갇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학부모와 지역민이 수동적일 때에는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사람간의 연결이 탄탄할 필요가 있다. 일상이 있는 연결은 교사 중심이 아니라 학부모, 지역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배움이란 관계를 맺는 방법이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주변과의 연결을 중시한다.(78쪽) 자신의 집 주변은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곳이다. 학생들과 자신들이 사는 마을을 소개하고 걷는 활동을 할 수 있겠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반영하면 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삶에서 분명히 바꾸고 싶어하는 게 있다. '학교가 문을 안 연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대부분 교사들은 마을에서 주민으로 살고 있지 않다.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 마을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교사는 날마다 자신이 만나 관계를 맺는 학생들의 삶의 토대를 알아가려고 해야 한다. 이것이 교육의 시작이다.(87쪽)

 

마을교육공동체 교육활동은 학교만이 아니라 학교 밖 마을도 교육적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교사들은 마을활동가들의 제안을 불편해 한다. 마을학교가 학교와 학생들을 본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오해한다.(88쪽) 마을교사는 학생들이 만날 수 있는 마을의 구성원으로 네트워크에 소속되어 강의, 돌봄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마을활동가들은 아이들이 마을과 함께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와 가정, 이웃을 이어주는 사람,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다.(89쪽) 삶이 모습이 다른 이들이 공통된 가치로 이어진다. 

 

마을교육공동체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늘 만나서 가치와 의미를 이야기하며 공유해야 한다. 학교 안에서도 동료 교사 간 협력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주체가 함께 연결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마을교육과정은 일회성 행사나 사업이 아닌 교육과정 편성 및 교과 교육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과의 연계, 통합을 지향한다. 학교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 교사는 교육철학과 수업을 혼자만의 틀에 가둬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사, 학부모, 마을활동가, 지역주민들과 함께 교육철학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학교는 문턱을 낮춰야 한다. 학교와 마을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발히 교류해야 한다. 학교가 다 채워줄 수 없다. 교육은 오로지 학교의 책임이 아니라 온마을이 책임진다는 공감대를 형성시켜야 한다. 혼자서 꾸는 꿈은 그치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가장 큰 힘은 사람이다. '숲이 연어를 키우고 연어는 숲을 가꾼다' 벤쿠버 원주민들의 생활 철학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한 아이가 자라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도 곧 연결이다. 마을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은 다양한 존재들이 서로 힘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채워진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 지식 위주의 배움에서 아이들의 삶터와 연결되는 교육을 학교와 마을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서로가 잘 하는 것을 중심으로 협업한다. 

 

학교 교사들은 마을교사들에게 배운 교육활동을 교과 성취기준과 연결하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계획안에 반영하며 자신의 전문성을 녹여낼 수 있다.(151쪽) 마을교육이 일회성 체험학습을 넘어서려면 학교교사와 마을교사가 협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과정을 통해 관계가 쌓이고 함께할 내용을 고민하게 되면 다른 차원의 협업이 이루어진다. 

 

과밀화의 반대말이 '과소화'는 인간이 기본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기반시설과 사회적 인프라가 붕괴 지경에 이른 상태를 말한다.(183쪽) 도시 사람들은 모여 있으나 연결되어 있지 않다. 연결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떠나가는 농촌에서 찾아오는 농촌으로 만드는데 학교는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잠재력과 가능성의 보고인 농촌의 작은 학교는 '오래된 미래'이다. 마을은 처음부터 거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안에서 태어나고 소멸한다. 마을이란 사람들이 서로의 관계망에 접속하고 그 안에서 깊게 얽혀 뿌리내리는 과정 그 자체다. 폐교는 지역 사회의 미래로 향하는 문을 완전히 닫아버리는 행위와 다름없다. 

 

학교교육의 목표는 지역시민을 키우는 교육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교육의 자주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학교 단위의 자치 권한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는 학교라야 창의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하다. 협력적인 문화가 가능하다. 마을과의 소통도 가능하다.(202쪽) 학부모들을 필요할 때 교육의 파트너로 여겨 마땅히 권한을 부여하고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을이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마을에서의 삶'이 가능해야 한다. 

 

전라남도 마을 곳곳에서 일어나는 각양각색의 마을교육공동체의 이야기들이 지역을 살려내고 학교를 살려내며 지역의 아이들이 성장하는 이야기가 되리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