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독서 - 순응과 바쁨 사이, 길을 찾는 교사들에게
정철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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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아침, 오래간만에 참 좋은 책을 만나 꼼꼼히 읽고 기록으로 남긴다. 저자는 초등학교 교사다.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심오한 책도 거침없이 읽고 학교 현장에 맞게 해석할 뿐만 아니라 하는 일에 대한 철학이 분명한 분이시다. 시대의 조류에 휩쓸려 이것저것 손대는 교사가 아니라 가르침에 대한 소신이 분명하며 교육을 바라보는 깊이 또한 범접할 수 없을 만큼 확고하다. 찾아보면 학교 현장에 저자와 같은 훌륭하신 선생님들이 많다. 후배 선생님들이 본받고 모델 삼을 만한 분이시다. 특히 교감인 나에게도 도전과 영감을 준다.

책 제목에서 풍기는 것처럼 저자는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가기 위해 독서하는 삶을 멈추지 않는다. 책에서 소개한 주옥같은 책들은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이 한 번쯤은 깊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 아니, 꼭 읽어야 할 책일 것 같다. 나도 메모해 둘 참이다. 도서관에서 대출할 책 목록으로 저자가 인용한 책들을 우선순위로 세울 예정이다.

저자의 독서는 현실과 이상이 괴리되지 않았다. 현장을 떠난 지식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교육적 삶을 위한 실천 동력이다. 독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본다. 흔들리기 쉬운 목표와 방향을 재정립한다. 이유 없이 바쁘게 사는 삶을 거부하고 느리지만 분명한 목표를 향해 우직하게 걸어간다. 독서가 그를 그렇게 인도하는 듯하다. 짧은 영상에 길들여진 습관은 긴 호흡으로 생각해야 하는 독서가 주는 심오한 깊이와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독립운동가처럼 좁은 길, 쉽지 않은 길, 독서 외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꼭 기억해 두고 싶은 문장을 책갈피 해 둔 부분이며 나에게 적용해 보고 싶은 내용이다.

교감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선생님들이 바라는 교감의 모습은?

전문가는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 자신이 하는 행위로 전문성을 인정받는 사람이다. 전문직은 관리자의 임기를 마치면 다시 처음 위치로 돌아온다.(115쪽) 교감, 교장의 진정한 자격은 무엇인가? 자격에 대한 철학적 숙고가 필요하다. 자격은 그 사람이 어떤 자리에 올라서 탁월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말한다. (118쪽) 학교에 필요한 어른은 실력이 뛰어난 사람보다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어야 한다. 학교 관리자를 고르는 기준은 '얼마나 좋은 인품을 지닌 사람이냐'가 되어야 한다.(119쪽) 유연함을 상실하면 필연적으로 몰락하게 된다. (121쪽) 승진은 교사의 삶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교사로 돌아오는 과정으로 재개념화되어야 한다.(145쪽) 교감(장)의 취향보다는 방향을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65쪽) 교감은 자신만의 탁월성을 실천해야 한다.(66쪽)

교감, 교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교사가 수업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생성하도록 해야 한다.(30쪽) 안정성보다는 창의성을 신속함보다는 완벽함을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33쪽) 열정적인 교사일수록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34쪽) 교사는 수업에서 소외돼서는 안 된다. 업무보다 수업이 우선이다.(36쪽) 동료와 대화할 수 있도록 메신저에 갇혀 지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40쪽) 교사의 삶이 기록되고 공유할 수 있는 공식적인 공간이 구축되어야 한다.(78쪽)

갈등을 만나는 현장의 교사들에게

경험의 차이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의 차이가 글의 질을 만든다. (154쪽) 교사는 자기 내면의 목소리와 자기 손의 감각을 믿어야 한다.(162쪽) 아이들은 다양한 생각 사이에서 갈등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갈등을 통해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189쪽) 우리 사회에서 정상적 아이를 기를 수 있는 공간은 어디에도 없다.(31쪽) 균열의 진원으로 가장 좋은 것이 책이다.(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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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말해야 할 때 - 기초부터 심화까지 제대로 공부하는 '인권' 철수와 영희를 위한 사회 읽기 시리즈 12
전진성 외 지음, 인권연대 기획 / 철수와영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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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철학에 기초한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말속에도 각각의 단어를 해부해 보면 수많은 방향이 나온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인권의 정의 속에 인간이라는 단어도 과연 인간을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라 개념의 뜻이 달라지고 정책의 방향이 의도하지 않게 진행될 수 있다.

과거에는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흑인, 유색인종, 심지어 여자를 인간의 범위 속에 넣지 않았다. 참정권 역시 부여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태어나기 전의 태아를 인간으로 보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인권의 적용 범위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인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권연대에서 기획하고 인권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들로 집필자를 구성한 이 책은 역사, 정치, 군사, 경제 분야를 통틀어 우리가 소홀히 하기 쉬운 인권의 개념과 실생활에서 실천해야 할 인권의 삶, 전 세계적으로 인권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다방면에 걸쳐 폭넓게 조망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고 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이분법적으로 인권을 해석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 또한 삶의 전 영역에서 흑백 논리로 또는 나만의 기존 가치관으로 깊게 이해하는 대신에 처음부터 새로운 개념을 차단하려는 습성을 경계해야겠다. 인권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갈망하고 유지하려고 했던 핵심 철학임에 틀림이 없다. 인권은 늘 가변성을 가지고 있다. 고정 불변한 개념이 아님을 배운다. 유연한 사고 위에 인권을 개념을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당장 학교라는 공동체만 봐도 인권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여러 갈래로 진행될 수 있겠다. 다만 원칙적인 방향 설정은 필요할 듯싶다.

사람을 움직이려면 마음을 얻어야 한다. 정서적 공감 능력을 가져야 한다. 하나의 현상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분석하는 능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다양성이 사라지는 순간 인권의 개념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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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칠 수 없는 것을 가르치기 - 제천간디학교 교장 이병곤의 교육에세이 배우는 사람, 교사
이병곤 지음 / 서해문집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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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학교는 관계 맺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러시아의 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는 인간이 자라면서 얻는 모든 지식, 개념, 실천적 기능들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했다. 학교는 관계 속에서 배움이 작동되는 곳이어야 한다.

"감정이라면 아이가 어른보다 더 강하게 느낍니다. 아직 억제하는 것을 익히지 않았기 때문이죠. 지성이라면 적어도 어른들과 동등합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기 때문이지요" _ 야누시 코르차크(1878~1942) 65쪽

관계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힘과 기술을 길러야 하는 이유는 인성 그 자체는 삶 속에서 부대끼면서 단련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해야 하며, 또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도 일해야 한다. 일하기를 가르치는 것보다 더 소중한 인간교육은 없다." _이오덕 91쪽

일하는 것이 자신의 삶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교육의 최대의 적은 호기심과 도전 정신을 말살하는 것이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욕망이 문제다.

간디학교의 다양한 교육적 실험은 이렇게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다. 공교육 안에서 가르칠 수 없는 것을 가르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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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갈등, 대화로 풀다 - 발도르프교육과 회복적 생활교육의 만남
김훈태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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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일보다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_ 6쪽

갈등을 대화로 풀어갈 수 있을까?

갈등을 배움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교는 성장하는 곳이다. 갈등 문제를 극복해 낼 때마다 성장한다. 아이란 자아가 독립되지 않은 어린 존재다. 그렇다면 어른이 되기 전까지 자기중심적 존재일 수밖에 없다. 갈등을 겪으면서 성장해 가는 존재다.

교실에서는 근본적으로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한다. 수업과는 별개로 기본 생활 지도가 더 중요한 교실에서 갈등을 건설적으로 창조적으로 전환해야 할 역할이 교사에게 주어졌다. 교실에서 다루는 갈등의 방식에는 세 가지가 있다. 행위에 초점을 둔 갈등 해결, 태도에 초점을 둔 갈등 관리, 모순에 초점을 둔 갈등 전환이 있다. 갈등을 전환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한다는 말이다.

갈등을 전환하는 방법에는 대화가 있다. 마음을 알아야 갈등이 풀린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잘못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났는지 알아야 한다. 갈등은 마음에 속하는 감정과 욕구가 충돌할 때 생긴다.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것이 대화다. 대화의 핵심은 말보다 마음이다. 평가하지 않고 관찰하는 것, 해석하지 않고 느끼는 것, 내면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 강요 대신에 부탁하는 것이 대화다.

갈등을 창조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은 함께 모여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상대를 향해 마음을 여는 것이다. 대화 모임이 안전할 때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회복적 대화 모임에서는 이미 일어난 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함께 책임진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회복적 대화 모임은 비폭력대화이므로 대화의 실패는 폭력이다.

교실에서 회복적 대화모임을 한다면 다음과 같이 할 수 있다. 비폭력 대화모임에서 오늘 교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관찰한 것을 이야기하고, 각자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느낌을 이야기한다. 서로에게 바라는 점(욕구)을 말하며 부탁한다. 문제 해결 대화모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행위를 확인하고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이 누구이며 교실에서 반복되는 문제가 무엇인지 상호 이해한다.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자기 책임)을 나누며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행위 계획) 이야기하며 소감을 나눈다.

회복적 정의를 다루는 소설 <스피릿 베어> _ 289쪽

원형 평결 심사는 처벌이 아니라 치유가 목적이야. 처벌이 아닌 치유를 통해 죗값을 치르게 하는 거야. 네가 만약 내 고양이를 죽였다면 너는 다른 동물들을 더 사랑해야 하는 거야. 너와 내가 서로 마음을 열고, 나는 너에 대한 분노를 삭이고 너를 용서하는 거지. 그게 바로 원형 평결 심사란다. 진정한 치유를 위해서는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책임지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거든.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오랫동안 걸어 보기 전까지는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 _인디언 속담

응보라는 말의 기원에는 '세금을 부과한다'라는 뜻이 있다. 처벌은 수치심을 자극한다. 교사에게 분노와 원망을 쏟아 놓고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한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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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생활교육으로 학급을 운영하다 - 학생과 공동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관계의 집짓기
강현경 외 지음 / 교육과실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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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정의는 처벌을 통해 정의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잘못된 행동으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관련된 사람이 모두 모여 피해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을 함께 찾고 실천하면서 그 피해가 회복될 때 정의가 이루어진다는 개념이다." _36쪽

처벌로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처벌받은 학생이나 학생 측 보호자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중간에 끼인(?) 학교 측만 난처해진다. 각종 매뉴얼에 따라 사안을 처리한 것밖에 없는데 원망과 비난의 화살은 학교로 돌아온다. 가해 측뿐만 아니라 피해 측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억울함 때문이다.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법적 한계다. 관련된 사람이 모두 모여 얼굴을 맞대고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을 모두 찾아도 시원치 않은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안 초기부터 분리조치를 법으로 정해 놓았으니까. 7일 동안 분리조치가 이루어질 경우 피해 회복을 위한 진정한 사과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과연 강력한 분리 조치를 취해야 할 만큼 엄청난 폭력(?)이 교실에서 과연 얼마나 일어날까?

강력한 처벌로 오히려 이득만 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 간의 폭력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는 집단들이다. 누누이 밝히지만 학교의 문제는 학교에서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그냥 놔두어야 한다. 우리 안에 폭력이 가라앉고 사람의 본성인 연민으로 돌아가 자연스럽게 비폭력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학교의 교육적 해결을 믿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지금도 각 학교 교실 현장에서는 선생님들이 관계의 밑돌을 쌓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따뜻하게 교실 속에서 학생들을 맞이하고 신뢰 관계를 쌓고 평화로운 구조를 만들고 있다. 경미한 다툼과 감정 대립까지 폭력의 렌즈로 바라보고 학부모까지 개입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학생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법을 촘촘하게 만들 것이 아니다. 세상에 완벽한 법이 있을 수 있을까. 오히려 잘 다듬어진 법이 칼이 되어 학교를 향해 흉기로 돌변하는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학교는 교육 기관이지 사법 기관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학교를 향해 법이 살아 움직여 완벽한 곳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럴수록 교육은 망가질 뿐이다.

학교를 옥죄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매뉴얼이 있다. 학교폭력을 은폐하거나 축소하지 말라는 얘기다. 모든 신고는 접수해야 되고 절차에 따라 진행하라는 얘기다. 법의 취지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현장은 그렇지 않다. 신고를 당한 측에서는 즉각 반발한다. 자신들도 피해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맞신고를 한다. 그뿐인가. 과거의 과거의 일까지 소환한다.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다. 법의 본질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과연 옳고 그른 것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복합한 관계 속에서 나타난다. 제발 부탁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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