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20세기 청춘 - 지나온 시대와 지나갈 시절의 이야기
구가인 지음 / 모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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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사 '모로'에서 펴낸 책이다. 틈틈이 1인 출판사의 책들을 읽어갈 예정이다. 나 하나가 읽는다고 큰 힘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읽고 쓴 글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힘을 보탠다.

"기업에 다니는 지인은 일은 줄지 않았는데 직원의 워라밸이 높아지다 보니 관리자급의 업무 강도만 높아졌다고 푸념했다. 그에게 당당히 워라밸을 누리라고 하기엔 관리자급이 당장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업무가, 그가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이 적지 않는다는 걸 안다. 누군가의 일과 삶에 균형이 지켜지려면 다른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 회사 내 업무 강도에 불균형이 생긴다는 원망도 나오는 것이다" _108쪽

20세기 청춘을 지낸 분들은 지금쯤 계속 직장인을 다니고 있다면 해당 조직에서 관리자급으로 일할 나이다. 『20세기 청춘』을 읽으면 옛 향수에 젖을 것 같지만 의외로 정신이 번쩍 든다. 맞다. 그때 그랬지라는 기억은 약간이고 지금의 세대와 어떻게 조화롭게 생활하지라는 생각이 앞선다.

길게 발췌한 내용의 글도 공감되는 많은 내용 중에 일부분일 뿐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젊은 직원들의 워라밸이 강조되다 보니 '쪽수'에 밀리는 관리자급에 있는 20세기 청춘을 보낸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실무급들이 해야 하는 일들까지 하게 되는 추세다. 학교도 그렇다. 교감이라면 보통 일반 공무원 5급 상당의 직위에 있다고 본다. 관리자급으로 위치해 있지만 하는 일들은 실무급에 가깝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하소연할 수 있는 곳이 마땅하지 않다. 이쪽저쪽 눈치를 보며 당장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일들을 해 치운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누군가의 일과 삶에 균형이 지켜지려면 다른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말은 진리다.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오직 학생 교육을 책임지는 학교조차도 많은 행정과 교육을 지원하는 일들이 누군가의 수고와 희생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20세기에 청춘을 보낸 이들은 할 말은 있지만 대 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보다 젊은 분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한다.

정답은 없다. 다만 특수한 환경에 놓인 조직 내에서 서로 합의하는 부분에서 조율해 가야 하는 일이 우리의 현실임에 틀림이 없다. 세상은 억지하든 간에 변한다. 변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은 어리석음이지 지조 있는 행동이 아니다. 엄청난 속도로 바뀌는 세상 속에서 소위 관리자급으로 살아가야 하는 20세기 청춘을 보낸 이들이 그나마 또래들과 함께 지나온 세월을 회상하고 용기를 내어 맡은 바 역할을 지혜롭게 해 가리라 믿는다. 우리는 그렇게 교육을 받았고 살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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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디퍼런트 - 사람과 숫자 모두를 얻는, 이 시대의 다른 리더
사이먼 사이넥 지음, 윤혜리 옮김 / 세계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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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리더십 책과 확연히 다르다. 리더십의 방향이 실적을 추구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라는 이야기는 리더십을 말하고 있는 여타 책과는 큰 차별성이 있는 부분이다. 저자 사이먼 시넥은 왜 리더십의 목표가 사람에게 있어야 하는지를 미국의 다양한 사례를 역사적 추이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미 해병대, 골드만삭스, 코스트코와 같이 유명한 조직뿐만 아니라 미국 의회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있다. 특히 미국 의회의 의사결정 과정의 역사적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 현재의 의회 정치의 단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작년과 올해 틈틈이 리더십 관련 책을 읽고 있다. 대부분 학교 현장의 이야기와는 동떨어진 내용이긴 하지만 인사이트를 많이 얻는다. 사실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학교나 다른 조직이나 사람들의 성향이 비슷해지는 것 같다.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본질이 흐려지는 이유 중에 하나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성향이 이유이긴 하겠지만 리더십의 부재로 인한 혼돈이 아닐까 싶다. 크게는 국가를 이끄는 최고 통치자로부터 시작해서 소규모 기업의 리더까지 사람의 많고 적음을 떠나 리더십이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리더십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리더는 리더십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 경험을 통해 실전 연습을 부단히 해야 한다. 함께 하는 구성원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본을 보여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내려놓고 희생하며 구성원들을 위한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리더십의 달라진 점을 속히 깨달아야 한다. 『리더 디퍼런트』는 세분화되고 있고 조직 사회를 추스르고 지속 가능한 조직을 만들어가기 위한 힌트를 제시해 주고 있다. 각자 자신의 조직 환경에 맞게 응용하면 좋을 듯싶다.

사이먼 시넥은 『리더 디퍼런트』에서 리더가 갖춰야 할 소양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리더는 조직원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미 해병대에서는 계급이 낮은 대원이 가장 먼저 식사를 한다고 한다. 반대로 계급이 높을수록 맨 나중에 식사를 한다. 나에게 필요한 것보다 남에게 필요한 것을 우선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리더다. 자신이 맡은 사람을 진정으로 아끼는 사람만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 상대에게 신뢰받으려면 먼저 상대를 신뢰해야 한다. 사람들은 신뢰받을 때 그 신뢰를 지키고자 더 열심히 일한다.

우리는 서열에 관계없이 누구나 조직 구성원들에게 존중받고자 한다. _47쪽

당신은 직장에서 안전감을 얼마나 느끼는가. 직장에 자신의 감정을 신경 써 주는 사람이 있다면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직원들 각자의 강점을 인정해 주고 직원들이 잘한 일에 적절히 보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무원의 스트레스는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커지는 책임감이나 빡빡한 업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직장에서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는 권한을 얼마나 지녔는지와 관련 있다. _55쪽

상황 통제권이 적을수록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직장이나 인생 전체에서 통제권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스스로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는 직원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리더가 위임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리더의 법적 의무, 인간관계, 지식이다. 그 외 모든 것은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맡길 수 있다. 권한을 위험할 수 있다.

리더는 직원들을 잘 보살핀다!

진정한 리더는 주변 사람들을 기꺼이 보살핀다. 신뢰란 단순히 의견을 합치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진심으로 신경 써 준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생물학적 반응이다. 직원들에게 손가락질하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일치단결하고 협력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소속감을 느끼고 동료를 신뢰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외부 위협을 이겨내기 위해 협력한다. 집단 내에서 다른 사람들을 가장 열심히 돕는 사람이 리더다. 구성원을 돕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는 사람이 리더다.

"리더가 된다는 것실제 직급과 상관없이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길을 택하는 일이다" _126쪽

권한이 있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리더가 아닌 사람이 있고, 말단에서 일하지만 리더인 사람도 있다. _127쪽

리더가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혜택을 누리는 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기꺼이 그 혜택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_ 127쪽

리더는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관리자는 실적 수치와 결과를 챙기지만 리더는 직원을 보살핀다. 리더가 조직의 분위기를 선도한다. 리더는 방향성과 의도만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조직원에게 맡겨야 한다.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리더는 에너지를 전달하는 사람이다. 서로 깊이 신뢰하고 계급과 상관없이 내 옆에 있는 동료들이 옳은 일을 하리라고 굳건히 믿는다. 리더십은 옷깃에 달린 계급장 표시가 아니다. 리더십은 정직함, 솔직함, 책임감, 즉 신뢰의 모든 구성 요소에서 나온다.

함께 일하는 사람과 단절되면 리더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보다 리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추구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쓴다. 리더십은 생명을 책임지는 것이지 수치를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월마트 직원들은 돈을 벌러 회사에 가는 반면 코스트코 직원들은 동료들과 소속감을 느끼고 미래를 만들기 위해 회사에 간다" _313쪽~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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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질문력 - 어떻게 진짜 일을 시작할 것인가
마이클 번게이 스태니어 지음, 김잔디 옮김 / 리더스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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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을 갖춘 리더에게는 남다른 능력이 있다. 바로 질문하는 능력이다. 지금 세대는 조언, 충고조차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인다. 세대를 떠나 조직의 구성원들은 지시를 받을 때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기 마련이다. 결국 조직의 목표와 비전을 성취하기가 쉽지 않다. 리더는 혼자서 일하게 될 테니까.

『리더의 질문력』은 코칭 리더십을 강조한다. '어떻게 진짜 일을 시작할 것인가'를 다룬다. 리더십의 본질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의 비전을 향해 나아가도록 원동력을 불어넣어주는 것에 있다.

리더는 해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질문'조차도 따지듯이 묻거나 성급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공격적인 질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질문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코칭의 핵심은 다른 사람들을 돕고, 그들이 지닌 가능성을 열어주는데 있다" _25쪽

코칭의 핵심은 질문을 단순화하는 것에 있다고 한다. 충고가 아닌 질문을 던지려면 상대의 진짜 고민이 무엇인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질문의 효과는 호기심 상태를 조금 더 길게 유지하게 될 것이며 곧바로 조언하려는 충동을 조금만 지연시킬 것이다. 현명한 리더라면 말은 줄이고 질문은 늘여야 한다!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단 하나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시간을 절약하여 모두의 일을 줄이고 더 큰 성과와 보람을 누리는데 있다.

『리더의 질문력』에서는 7가지 소통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소통이란 대화의 주도권을 넘기는 것에서 시작된다. 주도권을 넘긴다는 뜻은 권한을 부여하는 일이다. 리더가 주도권을 넘기지 않을 때 악순환의 고리는 반복된다. 악순환은 조직 구성원 모두가 지나치게 리더에게 의존하게 만들고 결국 리더의 업무는 폭주된다. 진짜 중요한 일에 단절되는 상황이 빚어진다.

리더의 7가지 질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대화를 트는 질문이다. "요즘 신경 쓰는 일이 뭐예요?" 사람에게 초점을 둔다. 성과를 이끌어내는 코칭은 대화를 닫게 만든다.

2. 가능성을 여는 질문이다. "그리고 다른 건요?", "다른 할 말 있어요?" 단, 00은 생각해 봤어요?라든지 00 하면 어때요?라는 질문은 삼가야 한다.

3.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다. "여기서 당신에게 정말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요?"

4. 본질을 파고드는 질문이다. (궁금해서 하는 말인데) "원하는 게 뭐예요?"

5. 게으른 질문이다. "무엇을 도와줄까요?", "내가 어떻게 해 주길 바라요?"

6. 전략적 질문이다. "이것에 네라고 했다면, 무엇에 아니오라고 하나요?" 전략의 본질은 하지 않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람에게 '네'라고 하되, 일에 '아니요'라고 하자.

7. 깨달음을 주는 질문이다. "당신에게 가장 유익했던 게 뭐였어요?"

리더의 질문력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한다. 조직마다 상황이 다르고 함께 구성원들이 다르지만 공통점은 '사람이 모인 곳'이라는 점이다. 고민을 먼저 물어봐 주고 니즈를 알아주는 리더에게 마음 문을 열 것이다. 구성원들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신뢰해 주는 리더가 리더십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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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여행자를 위한 한국살이 가이드북
희석 지음 / 발코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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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사 '발코니'의 대표 희석님이 쓴 책이다. 대표자 본인이 직접 편집하고 디자인 한 책이다. 대형 출판사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1인 출판사의 작품을 서로 공유하고 함께 읽어가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주 여행자를 위한 한국살이 가이드북』에서 '보통 한국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보통 한국인이란, 한국에서 거주하는 중장년 남성의 시선에 어긋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유독 한국 사회만 세계의 흐름과 정반대의 길로 걸어가는 문화들이 있다. 아니 민주주의 시대 흐름에 어깃장을 놓으며 반대의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들이 있다. 저자는 '우주 여행자'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가 시대에 역행하는 것들을 바로잡고자 펜을 들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하던데 결과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시대의 분위기를 바꾼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주 여행자를 위한 한국살이 가이드북』에서 제시한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살아가는 특권에 대해 아무런 비판 의식이 없다는 시대적 상황, 똘똘한 집 한 채 서울에 가지고 있으면 성공한 사람 취급받는 시선, 서울대학교만 나오면 그 간판으로 오랫동안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희망, 부동산이 없는 사람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대한민국, 지금도 많이 사라졌지만 조상신을 모시는 제사에 왜 유독 여성들만 상차림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비판 의식을 제1장 '기본 정체성'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2장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장애인 차별 문제, 성차별에 민감한 사회, 노 키즈 존이 확대되고 있는 이상한 한국 사회, 성소수자 배척하는 문화, 비건을 유별나게 바라보는 시선, 한국인 외에 다른 인종, 국가에 대해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을 다루었다.

3장 '환장의 나라, 한국'에서는 우리의 일상에서 위험천만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교통사고에 대해 보행자 보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보는 잠재된 우리의 인식들과 한국 남성들이 생각하는 공정과 팩트의 진의, 헌법에 명시한 국가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있는 일련이 사건, 권력자들의 비뚤어진 통치 행위에 대해 1990년생 젊은 작가의 시선으로 냉철하게 비판하고 있다.

책에서 말한 '보통 한국인'이 바로 나다. 한국 중장년 남성이니 말이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젊은이들이 불편해하는 것들을 귀를 기울여야겠다. 작가는 책의 말미에 자신의 소신과 주장을 읽어주신 독자들을 향해 "불편을 끼쳐드렸다면 죄송합니다"라고 정중하게 미안함을 표현하고 있다. '보통 한국인'들도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시선이 불편을 끼쳐드렸다면 더욱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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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지음, 이상원.조금선 옮김 / 황소자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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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시간을 정복한 사람이라니.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유한한 사람이 무한한 영역인 시간을 지배하고 자신의 영역으로 가지고 온 사람이 있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 출신의 곤충분류학자이자 해부학자, 생물학, 유전학, 분산분석 등 열 손가락으로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열의와 정성으로 성과를 보였던 사람, 바로 시간을 정복한 류비셰프다.

189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태생이며 1972년 82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의 행적을 살펴본 사람들마다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 것이 바로 '시간을 정복한 사람'이라는 별칭이다. 과연 후세대의 사람들은 류비셰프의 어떤 모습을 보고 시간을 지배한 사람으로 여겼을까?

다름 아닌 그가 남긴 일기가 확실한 증거다. 물론 그가 남긴 논문과 저서, 연구 기록으로도 충분히 증명될 수 있다. 류비셰프는 1916년 1월 1일부터 매일의 기록을 빠짐없이 남겼다. 서글프게도 지금 사람들은 일기를 잘 쓰지 않는다. 자신을 증명할 기록물이 없다. 류비셰프가 남긴 일기의 핵심은 '시간'이었다.

그가 쓴 일기는 보통 사람들의 일기와 달랐다. 일기가 그날에 있었던 일상과 느낌, 감정과 사실 등을 총망라하여 개인적 생활을 담는 글임에도 류비셰프는 군더더기 없는 아주 객관적인 일들만 일기에 남겼다. 간혹 감정이나 느낌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그것조차도 아주 절제하며 표현을 단순화했다.

그의 일기에는 그가 하루 동안 시간을 어떻게 썼는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죽을 때까지 말이다. 이 기록을 보고 사람들은 류비셰프를 가리켜 '시간을 정복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류비셰프가 고안해 낸 '시간 통계 방법'에 의하여 56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이 사용한 시간을 기록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나는 매우 꼼꼼히 책을 읽기 때문에 책 내용이 오랫동안 나의 기억 속에 남게 된다" _67쪽

류비셰프의 일기에 기록된 그의 독서 흔적을 보면 책 제목과 하루하루 읽는 쪽수까지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출장 중에 가지고 가서 읽을 책, 머리를 식힐 때 읽을 책, 연구에 도움이 되는 책등 늘 손에 책을 달고 살았다. 책을 읽고 내용을 분석한 것을 기록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훗날 집필에 유용한 도구로 삼았다.

"나는 읽었던 책은 모두 세밀히 분석해서 내 것으로 만든다.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책을 읽고 나면 항상 비판적인 분석을 써놓으려고 한다" _77쪽

류비셰프의 일기가 가치가 있는 것은 한 개인이 어떻게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고 있는지, 일에 대한 열정과 취향, 관심사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밀도 있게 계획을 짜서 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77세의 노인이 되었을 때조차도 그는 하루의 시간을 통계 내며 기록하였는데 마치 대기업 회계 장부를 방불케 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에 대한 기록을 남긴 류비셰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쉽다. 상상 속의 인물로 단순히 미화시키는 사람도 있는데 류비셰프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가 살아온 행적이 기록으로 남겨져 있으니까 말이다.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도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다. 과연 시간이 없는 것이 맞는 것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자투리 시간마저도 계산하여 허투루 쓰지 않은 류비셰프와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에 수시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나는 어떤가. 스스로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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