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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시선
김태현 지음 / 교육과실천 / 2020년 10월
평점 :
2020년 교사에게는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온라인 수업, 블렌디드 수업, 방역과 상담 등 불규칙적인 교육부의 일방적 지침과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맘 고생했던 한 해로 기억되리라 생각된다. 교사는 온데간데 없이 교육의 중심에는 외부인들의 요구사항으로만 가득한 학교 현장에서 급기야 '할일 없이 봉급만 챙긴다' 라는 자존심마저 건드리는 이야기를 들어야했다. 그 뿐인가. 아무런 준비없이 미래 교육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성급한 이야기들이 교사들을 정글 안으로 밀어놓고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교사들을 무능한 사람으로 취급한 것이 외부의 시선들이었다. 이 와중에 교사의 목소리를 대변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저자 '김태현 교사' 다.
외부의 시선보다 더 부담이 되었던 것은 내부의 시선이었다. 학교 안에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있다. 그러다보니 서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서로가 처음 맞이한 팬데믹 상황에서 서로 뜻을 하나로 모아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를 비난하고 오해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학교는 학생을 중심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수업은 오로지 교사의 몫이다. 수업을 지원하는 이들이 학생을 중심으로 교사를 이해하고, 교사도 학생을 중심으로 지원부서를 이해한다면 원만한 공동체를 이뤄갈 수 있다.
교사들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수업을 진행하면서 자괴감이 든 것은 다른 아닌, 기존과 달리 외부의 요구사항이 직접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방어막은 없었다. 교육부가 언론을 통해 정보를 흘리면, 다음날이면 학부모들이 일선 학교에 대책을 요구해 왔고 청와대 인터넷 신문고에는 원격수업의 질이 형편없다는 글까지 게시되기 이르렀다. 교사는 자존심으로 먹고 사는데 이미 생채기를 넘어 존재의 기반까지 흔들어버렸다.
수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서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식을 중심으로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수업이 해야하는 역할이라고 보는 이들은 온라인에서 서툴게 진행하는 교사의 원격수업이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연예인이 아닌 이상 원격으로 떨어진 화면상에 얼굴만 보이는 학생들의 학습 의욕 뿐만 아니라 결과물까지 단기간에 요구하는 상황에서 교사는 매일 좌불안석이었다. 사실 수업은 교사의 시선으로 이루어진다. 저자 김태현 교사가 책에서 시종일관 말하고 있듯이 수업은 곧 종합예술이다. 지식 뿐만 아니라 감성이 함께 어우러져 학생의 성장을 꾀하는 것이 목적이다.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지식을 주입하는 기계로 교사를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교사의 시선이란 무엇인가? 교사의 철학과 사유로 바라보는 수업의 방향을 말한다. 수업에는 삶이 녹여있다. 삶과 괴리된 수업은 겉데기일뿐이다. 수업이 교사의 시선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 교사 각자는 자기만의 '시선' 즉 색깔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혼자 하기 힘들다면 주위의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배우고 자신만의 수업의 시선을 연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자는 자신만의 수업 시선을 갖기 위해 찾은 것이 '예술'이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전 생애를 걸고 명작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편안하고 삶이 보장된 '궁정화가'의 자리를 바라보기 보다 당시 시대가 추구하는 화풍을 넘어 누구도 개척하지 않은 자신만의 시선을 화폭에 담아낸 이들을 저자 김태현 교사는 주목한다.
그저 따라하기식 수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유행에 치우진 수업에는 교사의 삶이 들어 있지 않다. 교사가 수업을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도록 교장, 교감선생님들은 지원해야 한다. 간혹 마음에 들지 않도록 행동하는 교사가 있을 수 있다. 그런 교사들조차도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 교사 각 개인의 욕구와 필요를 조정하고 교육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기다. 학교는 회복과 성장이 있는 장소여야 한다.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교사들이 움직인다.
수업에는 삶의 메세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 수업을 교사의 언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각각의 예술품에 작가의 메세지가 담겨 있듯이 수업에 자신만의 메세지를 담아낼 줄 알아야 교사, 곧 수업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메세지를 담는 일은 사유의 작업이 필요하다. 개인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독서로 생각을 키운다. 그리고 교사는 콘텐츠를 누적시키고 공유해야 한다. 허접하다고 생각하여 사장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니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삶이 녹여져 있는 콘텐츠는 그 누구도 비판할 수 없는 고유의 콘텐츠다.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차곡차곡 쌓인 콘텐츠는 교사 자신만의 재산목록 1위일게다. 철학이 담겨 있기에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교사는 학교를 넘어 일반 사회영역까지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자신만의 색깔을 갈고 닦는다면 분명 시간이 지나면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에 충분히 쓰일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시선, 교사들도 읽어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학교의 교장, 교감선생님들이 먼저 읽었으면 한다. 교육청의 장학관, 장학사님들이 읽었으면 한다. 물론 책의 분량이 결코 적지 않다. 읽을 시간이 녹록치 않겠지만 '교사의 시선'으로 학교 현장을 바라볼 수 있도록 무언의 압력을 말대신 이 책 한권으로 충분히 족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