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 전화 주셨네요?"
"응. 추석 잘 보내라고..."
"고마워요. 형!"
"아직 퇴근 안 했어!"
"네. 마지막 문단속하고 가려고요"
"퇴근할 때 집에 들러. 우편함에 책 넣어둘게. 가지고 가"
"네. 형! 고마워요~"
대학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낸 형. 권일한 선생님이다. 내게는 형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형과 가끔 통화한다. 한 달에 한 번 될까 싶다. 통화 내용도 간단하다. 퇴근할 때 집에 들르라는 얘기와 함께 책 가지고 가라는 얘기다.
추석 전 날 퇴근 임박한 시간에 휴대폰을 봤더니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권일한. 학교에 손님이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중에서야 확인하게 되었다. 집에 가는 길 방향에 형네 집이 있어 잠깐 들렀다 가면 된다.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형네 집. 멀리서도 한눈에 보인다. 아담하게 지어진 형네 집. 멀리서도 책 향기가 뿜어 나오는 것 같다. 조용히 우편함에서 가지고 온 책이 바로 「으쓱」이다.
최근에 강삼영 교육감님 인스타에서도 소개된 것을 본 적이 있다. 운산초등학교 1학년 학생 14명이 쓴 글을 모아 낸 책이다. 책벌레로 익힌 알려진 형은 매년 문집을 펴낸다. 아이들의 글을 모아 글집을 만든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지금까지 꾸준히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한다. 형과 만난 아이들 대부분은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바뀐다. 신기하다. 학부모 만족도 크다. 형이 근무하는 학교로 일부러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도 있을 정도다.
"내 특기는 글쓰기다. 어느 정도냐 하면 양치하면서 글을 쓴다. 왼손은 양치하고 오른손은 글을 쓴다. 그게 다가 아니다. 밥을 먹으면서 글을 쓴다. 그냥 글 쓰는 게 좋다" _ 51쪽
자녀가 책을 가까이하는 모습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밥 먹지 않아도 배부르지 않을까.
"저는 책이 자전거보다 재미있습니다" _55쪽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과연 이런 말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을까. 형은 글 쓰는 기쁨에 빠진 1학년을 만났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만든 사람이 바로 형이 아닐까. 1학년이 쓰는 글을 살아있게 팔딱거리게 만든 것이 바로 형이다. 형이 아니면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될 수 있을까. 참 부럽다. 형이 있는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창수야, 내가 너랑 함께 근무했으면 그 학교 글쓰기 학교로 만들 수 있는데..."
형이 오기만 하면 나는 무조건 환영이다.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얘기지만. 말씀만으로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