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451 환상문학전집 12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박상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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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첫날, 그동안 조금씩 읽어왔던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를 읽고 글을 쓴다. 이 책은 일전에 『교사의 독서』를 읽다가 저자가 추천한 책이라 메모해 두었던 책이기도 하다. 바다를 배경으로 책 표지를 찍었다. 출장 중에 지나가다가 잠깐 멈추고 찍은 사진이다.

"표지만 보고 책을 평가해선 안 된다오" _236쪽

책은 읽어야 살아 움직인다!

미래의 사회를 상상한 책이다. 책을 혐오하고 책의 무용론이 팽배해진 미래 사회를 비판한 책이다. 레이 브래드버리가 오래전에 미래를 상상하고 쓴 책인데 오늘날 읽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앞으로 사람들은 책보다는 스크린에 몰입하게 될 것이다. 스크린(스마트폰, TV 등)에 몰입된 사람들의 특징은 미소를 잃어버린다. 웃지 않는다. 얼굴은 경직된다. 또 한 가지의 특징은 생각을 잃어버린다. 사색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실시간으로 재미를 던져주는 스크린에 온종일 빠져 지낸다. 일상이 영상 시청이다. 오늘날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책 제목 '화씨 451'은 책이 타는 온도라고 한다. 책 속 주인공은 도시 곳곳을 찾아다니며 숨겨 있는 책을 불태우는 방화수다. 불을 끄는 소방수가 아니라 책을 태우는 방화수다. 놀라운 반전은 그가 변심을 한다. 아니 회심을 한다. 책의 귀중함을 알고 방화수의 직업을 헌신짝처럼 버린다. 그 결과 도망자가 된다.

책과 관련된 사람은 모조리 발본색출하여 자취도 없이 사라지게 하는 사회이니 감시와 검열이 무서울 만큼 철저하다. 하늘에서도 실시간 촬영이 이루어지고 살인 기계와 같은 로봇 개도 풀어 놓는다. 책을 보관해 놓고 있는 집은 샅샅이 뒤져 불태워 버린다. 사람조차도...

끔찍하다. 목숨을 걸고 책을 지키고 읽었던 책의 문장을 기억하고 그것을 전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외딴 숲속에서 은신하며 살아간다. 책이 뭐길래. 그들에게 책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살아있어도 산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삶의 참 의미는 생각하며 살 때 느낄 수 있다. 책을 읽는 행위는 생각하는 삶이다. 책은 쌓아 두는 것이 아니라 읽혀야 한다. 문장이 꿈틀대고 살아 움직일 때 책이 책 다워지는 것이다.

"이 책의 단 한 줄, 단 한 구절도 내 머리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꼭꼭 씹어 읽자" _129쪽

도서관에 가면 서가에 빼곡하게 책이 꽂혀 있다. 장식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읽혀야 한다. 점점 책 읽는 사람들이 줄어든다고 한다. 책보다 재미있다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사실 책만큼 재미있는 것이 없다. 스크린이 던져 주는 재미는 '메마른 모래로는 절대로 채울 수 없는 체의 논리'와도 같다.

"책 속에는 뭔가 우리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게 들어 있어" _88쪽

"온 세상을 돌아다니고 온갖 사람들을 만나 보면서 이룩해 업적... (책 속에는)" _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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