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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 이론의 쓸모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택광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인문+좌파
그럴 듯한 조합이다. 게다가 이론 가이드라니......
그러니까 제목만 보자면 인문학에 관심 있는 진보성향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이론의 세계를 안내하는 길잡이 책이란 뜻이지 않은가?
제목만으로는 딱 나를 위한 책이다.
나는 사회인문학에 관심은 많으나 잘 모르니 가이드가 있다면 안내가 절실한 사람이다.
인간답게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매번 세상 현실과 상충하는 모습에 좌절하던 나 같은 인문학적 관심을 가진 우민들에게 이런 이론가이드야말로 꼭 필요한 책이었다.
막연히 인문좌파라는 말에 매력을 느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벅차다'라고 생각했다.
애써 따라가려고 두 눈을 부릅뜨고 마르크스를 소개하는 초반부를 읽지만 계속 앞장을 되돌아가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생각지도 않은 공부까지 해가며 읽고 또 읽었지만 쏟아지는 옛 철학자들의 말과 이름 모를 현대 철학자들의 등장에 나는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데리다, 지젝, 랑시에르, 라캉, 바디우, 들뢰즈, 네그리, 아도르노, 프레드릭 제임슨, 벤야민......
이들이 대화하는 2010년 아테네 학당에 나 같은 인문좌파지망생은 낄 곳이 없었다. 어느 순간 가이드도 사라졌다. 아니 가이드는 처음부터 없었다. 가이드가 하는 말은 모조리 처음 듣는 말들이었고 가이드는 오히려 그걸 모를 수 있느냐며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냥 아는 척 가만히 따라가보았지만 자기기만이었다. 갑자기 벌거벗은 임금님이 생각났다. 모르면서 알아먹은 척하려고 애쓰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나는 용기를 내서 소년처럼 소리치고 싶어졌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다!"하고...
"이 거지 같은 철학자들아 당신들은 모두 거짓말쟁이야!"
"이 가짜 가이드야 당신 때문에 저 철학자들이 나에게 다 사기꾼이 돼버렸어! 당신이 제일 나빠! 당신 때문에 나는 저 철학자들을 미워하게 되었다고!"
하하.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더니 딱 그짝이다. 무식한 놈이 가이드도 철학자들도 바보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인문좌파라던가 가이드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기를... 장담하건데 이 책은 이론 가이드가 아니다. 이 책 하단에 소개된 문장을 옮기자면,
-이론의 쓸모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 말이 정확한 책의 소개이다. 머릿속에 이론이 차고넘쳐 쓸모를 찾는이들에게 필요한 책.
참고로 나는 이론의 쓸모를 찾는 사람이 아니었다. 쓸모는 커녕, 막연한 동경만 있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내 비참한 서평은 고백적 성격이 강하다. 혹시라도 이론의 쓸모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내 쓰레기 서평을 읽었다며 무시하시길 바란다. 욕을 해도 좋다.
하지만 저 위에 열거한 철학자들의 이름도 생소한 사람은 내 말에 귀귀울여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