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노트 - 가장 순수한 음악 거장이 만난 거장 1
앙드레 지드 지음, 임희근 옮김 / 포노(PHONO)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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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 났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 중에 피아노의 숲이라는 일본 만화가 있다. 숲의 가장자리라는 창녀촌에서 태어난 카이라는 소년이 숲에 버려진 피아노를 어렸을 때부터 장난삼아 치다가 소스케라는 인생의 스승을 만나 폴란드의 쇼팽콩쿨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얼마전에 카이는 감동적으로 쇼팽콩쿨에서 우승을 했고 이제 만화는 거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아직까지 쇼팽콩쿨에서 우승자를 내지 못한 일본 입장에서는 판타지 만화다 다름이 없다. 그리고 쇼팽콩쿨 우승자가 없기는 그동안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정말 만화같은 일이 일어났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콩쿨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5년에 한 번 개최되는 쇼팽콩쿨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김연아가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우승한 것에 비견될만큼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우리나라에서는 조성진 뿐만 아니라 쇼팽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높아졌다.

 

우리나라 최초로 쇼팽콩쿨에서 우승한 조성진. 쇼팽콩쿨은 차이코프스키 콩쿨, 퀸엘리자베스 콩쿨과 더불어 세계 3대 콩쿨이라고 한다.

 

좁은 문의 작가, 세계적인 대문호 앙드레 지드

앙드레 지드는 유명한 프랑스의 대문호이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좁은 문인데,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중학교 때라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소설 첫머리에 주인공의 숙모가 장례식장에 빨간 옷을 입고 나타나서 그걸 본 조문객들이 쑥덕대는 장면이 인상이 깊다. 겨우겨우 기억속에서 끄집어 낸 앙드레 지드의 기억은 안타깝게도 이것 뿐이다. 그리고 이 책 쇼팽노트는 앙드레 지드가 쇼팽에 대해서 음악잡지인 르뷔 뮤지칼이라는 음악잡지의 1931년 12월호에 기고한 글로부터 시작한다. 책을 읽어 보면 알 수 있듯이 앙드레 지드는 꽤 실력이 좋은 아마츄어 피아니스트였다고 한다.

 

앙드레 지드 Andre(-Paul-Guillaume) Gide (1869~1951). 프랑스의 작가이자 인도주의자. 아버지는 일찍 죽고, 독실하고 엄한 어머니 밑에서 교육을 받았다. 초기에 상징주의 미학이론의 영향을 받아 나르시스 단장, 위리앵의 여행, 연인들의 시도 등의 작품을 썼다. 배덕자, 좁은 문, 전원교향악의 대표작이 있으며, 작품은 대부분 1인칭 시점의 고백 형식으로 썼다. 1900년대부터는 문학비평가로 활동을 했으며, 194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쇼팽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지드

처음 나오는 기고문에서 지드는 쇼팽의 곡을 연주하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지드는 쇼팽의 곡을 연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교가 아닌 쇼팽의 정신을 찾아서 연주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 아마도 당시에는 쇼팽의 곡을 빨리 정확하게 치는 것이 좋은 연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나 보다. 특히 즉흥곡의 형식을 띠고 있는 쇼팽의 곡들을 마치 완벽하게 작곡한 곡처럼 연주하지 말고 불안함을 더 잘 표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저 단순한 에세이일 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 악보까지 동원한 것을 보면 지드는 꽤나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쇼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려고 하고 있다.

 

프레데릭 쇼팽 Frederic Chopin (1810~1849) 폴란드 태생의 프랑스 작곡가, 피아니스트.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운다. 피아노 협주곡과 55곡의 마주르카, 13곡의 폴로네즈, 24곡의 전주곡 등 피아노 소품으로 유명하다.

 

대문호의 일기를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2번째 부분은 지드의 일기 중에서 음악에 관해 쓴 부분을 발췌했는데, 30대에서 60대까지의 쇼팽과 음악에 관해 지드의 감상이나 사소한 주변의 일들이다. 그 중에 1931년 12월 18일 일기를 보면 앞의 기고문을 쓰고 나서 후회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슈만에 대해서 혹평을 했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었던 것 같다. 일기를 보면 정말 평생에 걸쳐서 지드는 쇼팽에 대해서 애정을 듬뿍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1932년과 1933년의 일기를 보면 자신의 기고문에 대해서 썩 좋지 않은 평을 했던 음악평론가인 쉬아레스에 대해서 불평하는 장면이 나온다. 참 뒤끝있는 대문호다. 그 후로 세번째 부분에는 기고문과 관련된 지드와 다른 사람들의 글이 실려 있다. 거기에는 기고문을 비평하는 글과 기고문에 언급된 사람의 일종의 변명, 그리고 쇼팽의 편지 등이 담겨 있다.


일종의 미시사를 경험할 수 있는 책

도대체 이 책의 의의는 뭘까? 어떻게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같은 음악평론 한 편과 그에 관련된 글을 읽는다는 건 정말 새로운 경험이다. 특히 요새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시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더할나위없이 재미있는 책이다. 이전에 미시사에 관한 책은 마르땡 기어의 귀환이라든지, 치즈와 구더기, 시인을 체포하라, 또 우리나라 책으로는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같은 책들을 읽었는데 하나같이 시시콜콜한 내용을 토대로 해서 당시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사회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재미를 볼 수 있었다. 앙드레 지드 정도 되는 대문호라면 그 정도의 사소한 사건은 아니지만 이 책의 문서들 자체가 역사적으로 사실 크게 중요한 문서들은 아니다. 하지만 그 문서들을 통해서 지드의 쇼팽에 대한 생각이나 지드의 성격, 그 글로 인해서 파생되었던 당시의 문화계를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대문호를 일종의 미시사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읽다보면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그냥 지드의 평론과 관련 문서로 생각하고 읽으면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지드가 소팽에 대한 평가를 기고문으로 작성하고, 그 후에 그와 연관된 일상과 지드의 감정이 드러나 있는 일기를 보고, 이후에 어떤 사람은 지드에게 변명하고, 어떤 사람은 지드를 비판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마치 추리소설 읽듯이 읽으면 훨씬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하나의 사건으로 벌어진 여러가지 파생사건들을 퍼즐처럼 짜맞추는 재미가 드러나는 구성을 갖추고 있어서, 읽다 보면 '아, 이래서 그런거구나'라는 식으로 피식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재미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과연 앙드레 지드가 조성진의 연주를 봤다면 뭐라 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워낙 당당한 문호이기 때문에 지드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를 드러내는 점도 재미있다. 문학으로는 세계최고일지 모르지만 음악으로는 겨우 아마추어인 주제에..


음악이나 역사에 관심이 있으면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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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6-01-23 0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월2일날 조선진
콘서트를 보러 가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한담 2016-01-23 0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부럽네요~! 안부 좀 잘 전해 주세요.. ^^
 
리트, 독일예술가곡 - 시와 하나 된 음악 음악의 글 2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지음, 홍은정 옮김 / 포노(PHONO)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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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듣지 않는 클래식, 가곡

어릴 때 처음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을 들은 이후로 클래식은 오랫동안 들어 왔다. 클래식은 MP3로 들으면 왠지 제대로 듣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항상 음반을 사서 듣기도 했다. 많지는 않지만 집에 있는 음반을 주욱 살펴 봤다. 오페라 아리아 음반이나 크로스오버 음반은 꽤 있는데, 가곡 음반이 하나도 없다. 곰곰히 생각을 해 봤다. 오랫동안 클래식 음악을 들었지만 가곡을 제대로 들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가곡은 친숙하지 않다. 라디오의 클래식 채널을 틀면 가끔 나오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가곡이나 다른 나라의 가곡을 듣는게 전부였던 것 같다. 그만큼 가곡은 흔한 것 같지만 사실 신경써서 듣는 경우는 많지 않은 클래식 장르 중에 하나다. 그저 피아노 한대 놓고 노래를 하는 가곡은 사실 좀 심심해 보이긴 하다.

역사상 최고의 바리톤 중의 한 명, 피셔 디스카우

책 속 소개에서는 레너드 번스타인이 피셔 디스카우에게 금세기 최고의 성악가라는 극찬을 ​했다고 한다. 좀 오버해서 칭찬을 한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역사상 최고의 바리톤 중에 한 명'이라고 타이틀을 바꾸면 충분히 수긍을 할만하다고 생각한다. 피셔 디스카우가 워낙 유명한 성악가라서 이름은 당연히 많이 들어 봤고, 노래도 들어 봤지만 그의 은퇴 후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는데, 이것저것 찾다 보니 지휘도 하고, 책도 쓰면서또 바쁘게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 '리트, 독일예술가곡'은 피셔 디스카우가 마지막으로 쓴 책이라고 한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Dietrich Fischer-Dieskau (1925~2012) 독일의 성악가, 바리톤. 대체로 성량으로 승부하던 독일 성악계에서 보기 드물게 지적인 곡해석으로 인​정을 받았다. 고전적인 오페라 뿐만 아니라 현대음악까지 레퍼토리가 굉장히 넓었으며 독일가곡에 대한 애정이 깊어 수많은 가곡 레코딩을 남겼다. 1993년 은퇴 이후에는 지휘자, 저술가로 활동하였다.

 

독일 가곡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

이 책은 독일 가곡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놓은 책이다. 독일어는 사실 노래를 하기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언어이다. 성악발성을 연습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지만, 무성음이 많아서 발음이 딱딱한데다가 모음에도 기호가 붙어서 변형시켜 제대로 발성하기가 쉽지 않다. 그에 비하면 이탈리아는 그 나라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성악에 있어서는 태교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노래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곡 작곡가인 슈베르트가 독일어권이었다는 건 굉장히 역설적인 것 같다. 아마도 이탈리아의 작곡가들은 화려한 오페라 아리아를 만드느라 가곡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독일 가곡의 역사에 대해서 피셔 디스카우가 설명해 놓은 책이다. 그동안에는 독일사람답지 않게 감성짙은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성악가라는 느낌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학구적인 모습까지 보여 주는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게다가 읽다 보면 독일가곡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책 곳곳에 드러나 있다. ​

실제 연주자가 설명해 놓은 작곡가들

음악에 대한 책을 보면 굉장히 어려운 말로 적혀 있어서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 모를 책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책들을 보면 실제로 연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론만을 공부하고 듣기만 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책들과는 좀 다르다. 실제로 피셔 디스카우는 당대 최고의 바리톤이었기 때문에 실제 자신의 연주경험까지 이 책에는 녹아 들어가 있다. ​작곡자나 곡에 대한 해설이 뜬구름잡는 내용이 아니다. 물론 이 책 속에 소개되어 있는 곡들은 대부분 들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바로 이해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독일 가곡뿐만 아니라 가곡 전반에 대해 충분히 관심을 가질 기회가 되었다.

가곡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 것

​사실 가곡은 많이 듣지도 않았지만 그 예술적인 가치나 완성도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을 본 후에 생각을 해보니 가곡은 시의 완성이다. 가곡을 작곡할 때는 시를 가져다가 그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는가 보다. 그렇다면 내용도 좀 이해를 하면서 시어 즉 발음과 음악을 함께 들으면서 감상을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곡에 대한 이해도 좀 높아진 것 같은데, 클래식에 대해서 많이 아는 사람들에 비하면 너무나 허접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을 이제야 안 것 같다.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 Franz Peter Schbert (1797~1828)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31년이라는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1,000곡에 가까운 작품을 남겼고 그 중에 2/3이 가곡이라서 '가곡의 왕'이라고 불린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잇는 천재 작곡가. 좀 안됐지만 외모면에서는 최악이었던 것 같다. 초상화와는 달리 굉장히 추했고 키도 150cm가 조금 넘었었다고 한다. 

 

 

함께 주는 선물,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연가곡집

포노 출판사는 내가 참 좋아하는 출판사라서 책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이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음악관련 책의 가장 좋은 점이 함께 제공되는 음반이다. 특히 이번 책에 함께 들어 있는 피셔 디스카우의 슈베르트 연가곡집 겨울나그네는 최고의 콤비라고 하는 제럴드 무어와 함께 녹음한 것이다. 커피 한 잔 내려 놓고 책을 읽으면서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피셔 디스카우의 노래로 듣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책이 어렵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고 가곡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함께 제공되는 음반도 굉장히 만족스럽다. 클래식에 관심이 있다면, 특히 성악쪽에 관심이 있으면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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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의 날개 십이국기 6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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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을 향해 가출한 슈쇼

​십이국기의 세계관에서는 왕이 실도하여 죽으면 다음 왕이 등극할 때까지 요마가 들끓고 나라는 황폐해진다. 공국은 27년간 왕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라의 꼴이 말이 아니다. 공국의 수도인 연장에서 살던 슈쇼는 거상의 딸이다. 슈쇼는 어른들이 왕이 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나라가 엉망이 된다고 생각하고 집에 있던 맹극을 타고 스스로 왕이 되기 위해서 집에서 가출해서 봉산을 향한다. 봉산까지 가기 위해서 가던 중 남쪽의 주국에서 온 리코의 도움을 받아 맹극의 증명서를 받아 편하게 여행을 한다. 건이라는 도시에 도착해 숙소를 찾던 중 간큐라는 주씨(요수 사냥꾼, 엽시사라고도 하는데, 이는 경멸의 뜻으로 쓰인다.)를 만나 가지고 있는 돈으로 고용한다.

왕이 되기 위해서 승산을 하는 과정

십이국기에서 왕이 되기 위해서는 보통 봉산에 올라 가야 하는데, 이를 승산이라고 한다. 전편에 나오는 경왕과 연왕은 봉래 출신이기 때문에 승산을 할 수가 없어서 기린이 직접 봉래로 가서 찾아 오지만 대왕은 봉산으로 승산해서 다이키를 만나 왕이 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하지만 승산을 하는 자세한 여정을 보여 주지 않는데 '도남의 날개'에서는 그 과정을 자세히 보여 준다. 의외로 그 광정은 굉장히 험난한 과정이라서 황해를 거쳐 봉산으로 가는 길에는 요마들이 들끓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요마에게 희생을 당한다. 왕이 되는 것은 목숨을 건 과정이었던 것이다.

​어른들의 비겁함에 경종을 울리려 한 슈쇼

슈쇼는 왕이 되기 위해서 ​승산을 하는 것이라고 계속해서 얘기하지만 사실은 스스로 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산을 하는 이유는 어른들이 왕이 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승산을 하면 다른 어른들이 자극을 받아 왕이 나타날 거이라고 기대를 하고 승산을 하는 것이라고 후에 고백을 한다. 슈쇼는 거상의 딸답게 굉장히 제멋대로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충동적인 면도 강하다. 반면에 주위 사람을 보살피는 의외의 따뜻함도 있고, 자신의 잘못을 바로 바로잡는 현명함도 갖추고 있다. 결국, 봉산에 도착했을 때 공국의 기린인 교키의 선택을 받아 정말로 왕이 된다. 전편인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에서 이미 공국의 왕으로 등장했기 때무에 많이 놀랍지는 않다.

전대미문의 왕 탄생. 그리고 드러나는 주국의 비밀

​슈쇼는 기린을 만나서 왕이 되자, '그러면 어째서 내가 태어났을 때 오지 않았어, 이 멍청아!'라고 외치며 기린의 따귀를 쳐올린다. 십이국기에서 보면 기린은 왕과 신하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존재인데, 이렇게 따귀를 얻어 맞는 기린은 아마도 유일해 보인다. 그만큼 제멋대로인 슈쇼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그렇다고 슈쇼가 나쁜 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슈쇼는 비록 대국이나 주국만큼은 아니더라도 현명한 왕이 되어서 공국을 잘 이끌어 낸다. 그리고 불쌍한 교키는 이후로 내내 슈쇼에게 얻어맞으면서 살고 있는 것 같다.

에필로그 형식으로 쓴 마지막 절에서는 슈쇼의 승산을 돕던 리코의 정체가 드러나는데, 리코는 십이국기에서 가장 오래되고 부강한 나라인 주국의 왕자였다. 그리고 주국이 가장 오랜 세월동안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된 것은 주의 왕인 로 센신은 나라를 혼자서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왕이 될 때 함께 궁으로 들어온 가족들과 함께 상의하여 나라를 다스리기 때문이었다. 상의한다기보다는 집단지도체제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낙조의 새도남의 날개가 나왔다. 이제 남은 건, 제일 보고 싶었던 황혼의 물가 새벽의 하늘과 단편집인 화서의 꿈이다. 오노 후유미가 언제 또 다음 편을 낼지 모르지만 일단, 나와 있는 책들이 계속 번역되길 기다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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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1
제러미 시프먼 지음, 임선근 옮김 / 포노(PHONO)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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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흔해서 오히려 잘 모르는 모차르트

​클래식을 처음 들으려고 한다고 생각해 보자. 참 많은 작곡가들이 있고, 많은 음악이 있고, 많은 연주가 있다. 그 중에서 어떤 사람의 음악을 처음 들을 확률이 가장 높을까? 아마도 모차르트 아니면 베토벤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 같다. 그만큼 모차르트는 베토벤과 더불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클래식 작곡자이다. 모차르트가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음악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3살에 클라비어를 연주, 5살에 교향곡을 작곡할 정도의 천재성, 빈 음악의 전성기를 이끈 화려한 경력, 거기에 안타까운 죽음까지, 삶 자체가 영웅신화의 모습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영화와 단편적인 에피소드 위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번쯤 모차르트의 삶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모차르트와 손윗동서였던 요제프 랑에 Joseph Lange가 그린 모차르트의 초상화 미완성본.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가 가장 모차르트와 닮았다고 평가했다.

 

 

원서의 표지. 낙소스 Naxos는 홍콩의 레이블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연주자들의 연주 위주로 녹음을 해서 음반의 가격을 낮추고 각종 특이한 시리즈물을 발매해서 성공을 거둔 음반사이다.

간주곡과 부록과 CD, 모차르트에 대해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짜임새

​본 내용도 좋지만 이 책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건 그 외의 부분이다. 각 장의 사이마다 '간주곡'이라는 해설 부분이 있어서 본 내용에서 다루면 늘어질 모차르트의 음악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또한 부록으로 모차르트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용어 설명, 인물 색인, 연표를 책의 뒤에 실어 놨는데, 이게 그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꽤 공이 들어 있어서 관련된 지식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역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책에 붙어 있는 CD 2장이다. 찾아 보니 이 책은 낙소스 레이블에서 만든 같은 이름의 시리즈를 번역한 책이다. 낙소스가 음반 레이블이니만큼 실려 있는 음악도 좋고, 읽다가 궁금한 곡들은 바로 들어 볼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제레미 시프먼 Jeremy Siepmann. 미국 출신의 작가, 음악가, 교수. 영국에서 활동하며 클래식 음악가들의 전기 등의 클래식 안내서를 많이 썼다.

 

 

 

불쌍한 살리에리, 피터 셰퍼 나쁜 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모차르트 하면 생각나는 또 한 사람은 살리에리 Antonio Salieri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영향이 굉장히 큰데, ​만약 하늘에서 살리에리가 지금의 상황을 본다면 정말 억울할 것 같기는 하다. 당시 살리에리는 빈의 궁정악장이었고, 모차르트와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명성을 누렸던 사람이다. 후대에 평가가 완전히 역전되긴 하지만 모차르트를 독살하거나 그의 재능을 시기할 이유가 별로 없었는데도 2인자 컴플렉스를 살리에리 증후군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나올 정도로 자신의 삶보다는 모차르트와 비교되서 이름이 오르내리기만 한다.

이게 다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 져서 큰 인기를 끌었던 피터 셰퍼 Peter Shaffer의 '아마데우스' 때문인데, 좋아하는 극작가이긴 하지만 ​만약에 우리나라였다면 살리에리의 후손에게 고소를 당할게 뻔해 보인다. 하지만 당시에도 살리에리 독살설은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베토벤의 제자 중에 한 명이 살리에리가 노환으로 누워 있을 때 정말 독살을 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고 하는 것을 보니 상당히 퍼져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의 차이도 너무 많이 나고,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기도 했다고 하니 개연성이 없어 보인다.

 

살리에리를 '천재를 괴롭혀 죽게 한 나쁜 놈'으로 만들어 버린 영화 아마데우스. 영화자체는 재미와 작품성을 둘다 잡아서 남우주연상 등 아카데미를 휩쓸었다. 두 주연배우가 다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는데, 상을 받은 건 누구일까요?

 

이 책은 읽기 쉽고 관련한 자료가 풍부하다. ​두껍지 않아서 읽는데 부담이 없고,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도 좋다. 집에서 CD 꽂아 놓고 들으면서 읽기에도 좋다. 모차르트와 그의 음악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이만한 책이 없는 것 같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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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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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 소설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마션

The Martian

 

​SF의 신기원을 이루었다고 하니

어렸을 때부터 ​​SF 소설을 굉장히 많이 읽었다. 초등학교 때 아이작 아시모프를 읽었고 학교 도서관에 있었던(별로 많지 않았던) ​SF 소설을 거의 다 읽었던 것 같다. 영화도 ​SF를 좋아하고. 그러니 마션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읽기 전부터 워낙 유명했기 때문에 크게 기대를 했다. ​SF를 읽을 때는 내부적인 세계관이 얼마나 잘 짜여져 있는가, 또한 그것을 개연성 있게 잘 표현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1920. 1. 2. ~ 1992. 4. 6.)

러시아 출신의 미국 SF 소설의 거장​. 로봇공학의 3원칙을 소설 속에서 구현했고, 대표작으로는 '로봇' 시리즈와 '파운데이션' 시리즈가 있다. 작가인 앤디 위어가 8살 때 아시모프의 소설을 읽었다고 한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인

마크 와트니는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로 화성탐사선인 아레스3호에 마지막 대원이다. 화성에서 임무를 하던 중 예상 이상의 모래폭풍으로 귀환명령을 받았지만 사고를 당한다. 다른 대원들은 와트니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지구로 귀환하는 탐사선을 타고 떠나 버리고 결국 와트니는 화성에 혼자 남겨지게 된다. 다음 탐사선이 올 때까지는 앞으로 4년. 동료들과 지구의 관제센터에서는 와트니가 죽었다고 알고 있으니, 우선은 살아 남아야 하고 그 다음에는 지구와 연락을 해야 하고 또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은 화성에 홀로 남은 마크 와트니가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앤디 위어​ Andy Weir (1972. 6. 2. ~ ) 2009년에 개인 웹사이트에 소설 마션을 연재했고 독자들의 요구에 의해 자비출판한 후에 2014년에 정식출판을 하여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엄청난 지식으로 개연성을 얻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일단 작가의 엄청난 지식에 압도된다. ​우주항공에 대한 지식이 워낙 방대해서 작가가 우주공학을 전공한 건 아닌가 하고 이력을 살펴 봤지만 딱히 우주에 대한 지식을 전공할만한 이력은 없었다. 결국 우주공학에 대한 엄청난 매니아인 것 같다. '덕후 중에 최고는 양덕'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엄청난 지식을 소설 속에 쏟아 놓았기 때문에 소설을 읽으면 현실감이 엄청나다. 마치 화성에서 실제로 조난을 당해 본 사람인 것처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만들어 놓고 주인공을 마구 굴린다. 게다가 와트니의 공돌이적인 측면도 잘 나타나는데, 삶에 필요한 공기, 물, 식량의 양을 계산해서 조절을 하고 외부활동을 하면서도 모든 것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움직인다. 물론 그 계산들은 예상외의 사고나 예측을 실패해서 항상 들어 맞는 것은 아니다.

낙천적인 캐릭터, 응원하게 된다​

주인공의 캐릭터 역시 굉장히 사랑스럽다. 처음 시작부터 욕으로 일지를 쓰기 시작한 와트니는 어떤 경우에도 절망하지 않고 위험에 처해도 어떻게든 살아 남기 위해서 모든 지혜와 지식을 총동원한다. 읽다 보면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고 주인공이 굉장히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와트니는 위트도 넘치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70년대 드라마를 투덜대면서도 열심히 보고 들을 음악이 디스코밖에 없다는데 절망하기도 한다. 정말 USB에 음악을 담아서 보내 주고 싶을 정도다.

 

마션은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화성에 혼자 남아있게 된다면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주인공에 비해 너무 평면적인 나머지 인물들

​주인공인 와트니는 정말 멋진 캐릭터인 반면에 나머지 캐릭터들은 너무나도 뻔해서 캐릭터가 잘 살아 있지 못하다. 전 지구인들이 거의 아무런 갈등이 없이 와트니를 구출해 내기 위해 모든 자원과 인력을 총동원한다. 심지어는 미국과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중국까지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는 조건을 달고 수년간 개발해 놓은 발사체를 미국에 양도하기까지 한다. 와트니의 사랑스러움에 비해서 나머지 인물들은 너무나도 평면적이고 비슷해서 그다지 구별을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을 정도이고 그때그때 급조해서 인물들을 집어 넣은 느낌이 난다.(이 소설이 원래 웹사이트에 연재했던 소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무리는 아닌 것 같다.)

플롯을 방해하는 지식의 나열, 떨어지는 긴장감

이 책은 우주에 대한 지식으로 개연성을 확보했지만 사실 좀 너무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자세하게 우주선과 화성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사실 좀 읽다 보면 그냥 스윽 지나가게 된다. 너무 많다. 기술에 대한 얘기가 전체의 1/3은 될 것 같은데 기본지식이 없는 사람은 그냥 휙휙 지나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리고 와트니는 위기를 너무 쉽게 헤쳐 나간다. 물론 소설 속의 주인공은 생고생을 했겠지만 그 고생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위험이 생겨도 한두 페이지면 바로 해결이 되어 버리고 식량을 넣은 우주선이 폭파되니 갑자기 중국에서 지원을 해 준다. 모든 문제의 해결이 너무 쉽게 해결되어서 긴장감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다.

조금 단점은 있지만 그래도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서 후회할 소설은 아니다. SF매니아라면 추천한다.

​SF를 좋아하지 않아도 읽을만은 하다. 하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기술적인 설명은 조금 지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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