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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의 날개 ㅣ 십이국기 6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1월
평점 :
봉산을 향해 가출한 슈쇼
십이국기의 세계관에서는 왕이 실도하여 죽으면 다음 왕이 등극할 때까지 요마가 들끓고 나라는 황폐해진다. 공국은 27년간 왕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라의 꼴이 말이 아니다. 공국의 수도인 연장에서 살던 슈쇼는 거상의 딸이다. 슈쇼는 어른들이 왕이 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나라가 엉망이 된다고 생각하고 집에 있던 맹극을 타고 스스로 왕이 되기 위해서 집에서 가출해서 봉산을 향한다. 봉산까지 가기 위해서 가던 중 남쪽의 주국에서 온 리코의 도움을 받아 맹극의 증명서를 받아 편하게 여행을 한다. 건이라는 도시에 도착해 숙소를 찾던 중 간큐라는 주씨(요수 사냥꾼, 엽시사라고도 하는데, 이는 경멸의 뜻으로 쓰인다.)를 만나 가지고 있는 돈으로 고용한다.
왕이 되기 위해서 승산을 하는 과정
십이국기에서 왕이 되기 위해서는 보통 봉산에 올라 가야 하는데, 이를 승산이라고 한다. 전편에 나오는 경왕과 연왕은 봉래 출신이기 때문에 승산을 할 수가 없어서 기린이 직접 봉래로 가서 찾아 오지만 대왕은 봉산으로 승산해서 다이키를 만나 왕이 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하지만 승산을 하는 자세한 여정을 보여 주지 않는데 '도남의 날개'에서는 그 과정을 자세히 보여 준다. 의외로 그 광정은 굉장히 험난한 과정이라서 황해를 거쳐 봉산으로 가는 길에는 요마들이 들끓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요마에게 희생을 당한다. 왕이 되는 것은 목숨을 건 과정이었던 것이다.
어른들의 비겁함에 경종을 울리려 한 슈쇼
슈쇼는 왕이 되기 위해서 승산을 하는 것이라고 계속해서 얘기하지만 사실은 스스로 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산을 하는 이유는 어른들이 왕이 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승산을 하면 다른 어른들이 자극을 받아 왕이 나타날 거이라고 기대를 하고 승산을 하는 것이라고 후에 고백을 한다. 슈쇼는 거상의 딸답게 굉장히 제멋대로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충동적인 면도 강하다. 반면에 주위 사람을 보살피는 의외의 따뜻함도 있고, 자신의 잘못을 바로 바로잡는 현명함도 갖추고 있다. 결국, 봉산에 도착했을 때 공국의 기린인 교키의 선택을 받아 정말로 왕이 된다. 전편인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에서 이미 공국의 왕으로 등장했기 때무에 많이 놀랍지는 않다.
전대미문의 왕 탄생. 그리고 드러나는 주국의 비밀
슈쇼는 기린을 만나서 왕이 되자, '그러면 어째서 내가 태어났을 때 오지 않았어, 이 멍청아!'라고 외치며 기린의 따귀를 쳐올린다. 십이국기에서 보면 기린은 왕과 신하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존재인데, 이렇게 따귀를 얻어 맞는 기린은 아마도 유일해 보인다. 그만큼 제멋대로인 슈쇼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그렇다고 슈쇼가 나쁜 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슈쇼는 비록 대국이나 주국만큼은 아니더라도 현명한 왕이 되어서 공국을 잘 이끌어 낸다. 그리고 불쌍한 교키는 이후로 내내 슈쇼에게 얻어맞으면서 살고 있는 것 같다.
에필로그 형식으로 쓴 마지막 절에서는 슈쇼의 승산을 돕던 리코의 정체가 드러나는데, 리코는 십이국기에서 가장 오래되고 부강한 나라인 주국의 왕자였다. 그리고 주국이 가장 오랜 세월동안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된 것은 주의 왕인 로 센신은 나라를 혼자서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왕이 될 때 함께 궁으로 들어온 가족들과 함께 상의하여 나라를 다스리기 때문이었다. 상의한다기보다는 집단지도체제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낙조의 새와 도남의 날개가 나왔다. 이제 남은 건, 제일 보고 싶었던 황혼의 물가 새벽의 하늘과 단편집인 화서의 꿈이다. 오노 후유미가 언제 또 다음 편을 낼지 모르지만 일단, 나와 있는 책들이 계속 번역되길 기다려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