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노트 - 가장 순수한 음악 거장이 만난 거장 1
앙드레 지드 지음, 임희근 옮김 / 포노(PHONO)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 났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 중에 피아노의 숲이라는 일본 만화가 있다. 숲의 가장자리라는 창녀촌에서 태어난 카이라는 소년이 숲에 버려진 피아노를 어렸을 때부터 장난삼아 치다가 소스케라는 인생의 스승을 만나 폴란드의 쇼팽콩쿨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얼마전에 카이는 감동적으로 쇼팽콩쿨에서 우승을 했고 이제 만화는 거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아직까지 쇼팽콩쿨에서 우승자를 내지 못한 일본 입장에서는 판타지 만화다 다름이 없다. 그리고 쇼팽콩쿨 우승자가 없기는 그동안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정말 만화같은 일이 일어났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콩쿨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5년에 한 번 개최되는 쇼팽콩쿨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김연아가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우승한 것에 비견될만큼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우리나라에서는 조성진 뿐만 아니라 쇼팽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높아졌다.

 

우리나라 최초로 쇼팽콩쿨에서 우승한 조성진. 쇼팽콩쿨은 차이코프스키 콩쿨, 퀸엘리자베스 콩쿨과 더불어 세계 3대 콩쿨이라고 한다.

 

좁은 문의 작가, 세계적인 대문호 앙드레 지드

앙드레 지드는 유명한 프랑스의 대문호이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좁은 문인데,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중학교 때라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소설 첫머리에 주인공의 숙모가 장례식장에 빨간 옷을 입고 나타나서 그걸 본 조문객들이 쑥덕대는 장면이 인상이 깊다. 겨우겨우 기억속에서 끄집어 낸 앙드레 지드의 기억은 안타깝게도 이것 뿐이다. 그리고 이 책 쇼팽노트는 앙드레 지드가 쇼팽에 대해서 음악잡지인 르뷔 뮤지칼이라는 음악잡지의 1931년 12월호에 기고한 글로부터 시작한다. 책을 읽어 보면 알 수 있듯이 앙드레 지드는 꽤 실력이 좋은 아마츄어 피아니스트였다고 한다.

 

앙드레 지드 Andre(-Paul-Guillaume) Gide (1869~1951). 프랑스의 작가이자 인도주의자. 아버지는 일찍 죽고, 독실하고 엄한 어머니 밑에서 교육을 받았다. 초기에 상징주의 미학이론의 영향을 받아 나르시스 단장, 위리앵의 여행, 연인들의 시도 등의 작품을 썼다. 배덕자, 좁은 문, 전원교향악의 대표작이 있으며, 작품은 대부분 1인칭 시점의 고백 형식으로 썼다. 1900년대부터는 문학비평가로 활동을 했으며, 194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쇼팽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지드

처음 나오는 기고문에서 지드는 쇼팽의 곡을 연주하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지드는 쇼팽의 곡을 연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교가 아닌 쇼팽의 정신을 찾아서 연주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 아마도 당시에는 쇼팽의 곡을 빨리 정확하게 치는 것이 좋은 연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나 보다. 특히 즉흥곡의 형식을 띠고 있는 쇼팽의 곡들을 마치 완벽하게 작곡한 곡처럼 연주하지 말고 불안함을 더 잘 표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저 단순한 에세이일 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 악보까지 동원한 것을 보면 지드는 꽤나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쇼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려고 하고 있다.

 

프레데릭 쇼팽 Frederic Chopin (1810~1849) 폴란드 태생의 프랑스 작곡가, 피아니스트.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운다. 피아노 협주곡과 55곡의 마주르카, 13곡의 폴로네즈, 24곡의 전주곡 등 피아노 소품으로 유명하다.

 

대문호의 일기를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2번째 부분은 지드의 일기 중에서 음악에 관해 쓴 부분을 발췌했는데, 30대에서 60대까지의 쇼팽과 음악에 관해 지드의 감상이나 사소한 주변의 일들이다. 그 중에 1931년 12월 18일 일기를 보면 앞의 기고문을 쓰고 나서 후회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슈만에 대해서 혹평을 했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었던 것 같다. 일기를 보면 정말 평생에 걸쳐서 지드는 쇼팽에 대해서 애정을 듬뿍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1932년과 1933년의 일기를 보면 자신의 기고문에 대해서 썩 좋지 않은 평을 했던 음악평론가인 쉬아레스에 대해서 불평하는 장면이 나온다. 참 뒤끝있는 대문호다. 그 후로 세번째 부분에는 기고문과 관련된 지드와 다른 사람들의 글이 실려 있다. 거기에는 기고문을 비평하는 글과 기고문에 언급된 사람의 일종의 변명, 그리고 쇼팽의 편지 등이 담겨 있다.


일종의 미시사를 경험할 수 있는 책

도대체 이 책의 의의는 뭘까? 어떻게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같은 음악평론 한 편과 그에 관련된 글을 읽는다는 건 정말 새로운 경험이다. 특히 요새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시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더할나위없이 재미있는 책이다. 이전에 미시사에 관한 책은 마르땡 기어의 귀환이라든지, 치즈와 구더기, 시인을 체포하라, 또 우리나라 책으로는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같은 책들을 읽었는데 하나같이 시시콜콜한 내용을 토대로 해서 당시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사회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재미를 볼 수 있었다. 앙드레 지드 정도 되는 대문호라면 그 정도의 사소한 사건은 아니지만 이 책의 문서들 자체가 역사적으로 사실 크게 중요한 문서들은 아니다. 하지만 그 문서들을 통해서 지드의 쇼팽에 대한 생각이나 지드의 성격, 그 글로 인해서 파생되었던 당시의 문화계를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대문호를 일종의 미시사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읽다보면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그냥 지드의 평론과 관련 문서로 생각하고 읽으면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지드가 소팽에 대한 평가를 기고문으로 작성하고, 그 후에 그와 연관된 일상과 지드의 감정이 드러나 있는 일기를 보고, 이후에 어떤 사람은 지드에게 변명하고, 어떤 사람은 지드를 비판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마치 추리소설 읽듯이 읽으면 훨씬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하나의 사건으로 벌어진 여러가지 파생사건들을 퍼즐처럼 짜맞추는 재미가 드러나는 구성을 갖추고 있어서, 읽다 보면 '아, 이래서 그런거구나'라는 식으로 피식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재미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과연 앙드레 지드가 조성진의 연주를 봤다면 뭐라 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워낙 당당한 문호이기 때문에 지드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를 드러내는 점도 재미있다. 문학으로는 세계최고일지 모르지만 음악으로는 겨우 아마추어인 주제에..


음악이나 역사에 관심이 있으면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v책한엄마_mumbooker 2016-01-23 0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월2일날 조선진
콘서트를 보러 가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한담 2016-01-23 0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부럽네요~! 안부 좀 잘 전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