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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 독일예술가곡 - 시와 하나 된 음악 ㅣ 음악의 글 2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지음, 홍은정 옮김 / 포노(PHONO) / 2015년 12월
평점 :
가장 듣지 않는 클래식, 가곡
어릴 때 처음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을 들은 이후로 클래식은 오랫동안 들어 왔다. 클래식은 MP3로 들으면 왠지 제대로 듣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항상 음반을 사서 듣기도 했다. 많지는 않지만 집에 있는 음반을 주욱 살펴 봤다. 오페라 아리아 음반이나 크로스오버 음반은 꽤 있는데, 가곡 음반이 하나도 없다. 곰곰히 생각을 해 봤다. 오랫동안 클래식 음악을 들었지만 가곡을 제대로 들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가곡은 친숙하지 않다. 라디오의 클래식 채널을 틀면 가끔 나오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가곡이나 다른 나라의 가곡을 듣는게 전부였던 것 같다. 그만큼 가곡은 흔한 것 같지만 사실 신경써서 듣는 경우는 많지 않은 클래식 장르 중에 하나다. 그저 피아노 한대 놓고 노래를 하는 가곡은 사실 좀 심심해 보이긴 하다.
역사상 최고의 바리톤 중의 한 명, 피셔 디스카우
책 속 소개에서는 레너드 번스타인이 피셔 디스카우에게 금세기 최고의 성악가라는 극찬을 했다고 한다. 좀 오버해서 칭찬을 한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역사상 최고의 바리톤 중에 한 명'이라고 타이틀을 바꾸면 충분히 수긍을 할만하다고 생각한다. 피셔 디스카우가 워낙 유명한 성악가라서 이름은 당연히 많이 들어 봤고, 노래도 들어 봤지만 그의 은퇴 후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는데, 이것저것 찾다 보니 지휘도 하고, 책도 쓰면서또 바쁘게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 '리트, 독일예술가곡'은 피셔 디스카우가 마지막으로 쓴 책이라고 한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Dietrich Fischer-Dieskau (1925~2012) 독일의 성악가, 바리톤. 대체로 성량으로 승부하던 독일 성악계에서 보기 드물게 지적인 곡해석으로 인정을 받았다. 고전적인 오페라 뿐만 아니라 현대음악까지 레퍼토리가 굉장히 넓었으며 독일가곡에 대한 애정이 깊어 수많은 가곡 레코딩을 남겼다. 1993년 은퇴 이후에는 지휘자, 저술가로 활동하였다.
독일 가곡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
이 책은 독일 가곡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놓은 책이다. 독일어는 사실 노래를 하기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언어이다. 성악발성을 연습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지만, 무성음이 많아서 발음이 딱딱한데다가 모음에도 기호가 붙어서 변형시켜 제대로 발성하기가 쉽지 않다. 그에 비하면 이탈리아는 그 나라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성악에 있어서는 태교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노래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곡 작곡가인 슈베르트가 독일어권이었다는 건 굉장히 역설적인 것 같다. 아마도 이탈리아의 작곡가들은 화려한 오페라 아리아를 만드느라 가곡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독일 가곡의 역사에 대해서 피셔 디스카우가 설명해 놓은 책이다. 그동안에는 독일사람답지 않게 감성짙은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성악가라는 느낌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학구적인 모습까지 보여 주는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게다가 읽다 보면 독일가곡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책 곳곳에 드러나 있다.
실제 연주자가 설명해 놓은 작곡가들
음악에 대한 책을 보면 굉장히 어려운 말로 적혀 있어서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 모를 책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책들을 보면 실제로 연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론만을 공부하고 듣기만 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책들과는 좀 다르다. 실제로 피셔 디스카우는 당대 최고의 바리톤이었기 때문에 실제 자신의 연주경험까지 이 책에는 녹아 들어가 있다. 작곡자나 곡에 대한 해설이 뜬구름잡는 내용이 아니다. 물론 이 책 속에 소개되어 있는 곡들은 대부분 들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바로 이해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독일 가곡뿐만 아니라 가곡 전반에 대해 충분히 관심을 가질 기회가 되었다.
가곡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 것
사실 가곡은 많이 듣지도 않았지만 그 예술적인 가치나 완성도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을 본 후에 생각을 해보니 가곡은 시의 완성이다. 가곡을 작곡할 때는 시를 가져다가 그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는가 보다. 그렇다면 내용도 좀 이해를 하면서 시어 즉 발음과 음악을 함께 들으면서 감상을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곡에 대한 이해도 좀 높아진 것 같은데, 클래식에 대해서 많이 아는 사람들에 비하면 너무나 허접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을 이제야 안 것 같다.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 Franz Peter Schbert (1797~1828)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31년이라는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1,000곡에 가까운 작품을 남겼고 그 중에 2/3이 가곡이라서 '가곡의 왕'이라고 불린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잇는 천재 작곡가. 좀 안됐지만 외모면에서는 최악이었던 것 같다. 초상화와는 달리 굉장히 추했고 키도 150cm가 조금 넘었었다고 한다.
함께 주는 선물,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연가곡집
포노 출판사는 내가 참 좋아하는 출판사라서 책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이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음악관련 책의 가장 좋은 점이 함께 제공되는 음반이다. 특히 이번 책에 함께 들어 있는 피셔 디스카우의 슈베르트 연가곡집 겨울나그네는 최고의 콤비라고 하는 제럴드 무어와 함께 녹음한 것이다. 커피 한 잔 내려 놓고 책을 읽으면서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피셔 디스카우의 노래로 듣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책이 어렵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고 가곡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함께 제공되는 음반도 굉장히 만족스럽다. 클래식에 관심이 있다면, 특히 성악쪽에 관심이 있으면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