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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이야기 - 가수 이기찬의 서른 그리고
이기찬 지음 / 시드페이퍼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어떤이의 에세이에 시선이 가는 건 아마도 그 사람의 알려지지 않은 내면의 모습이 궁금해서일런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정치가, 유명인, 아나운서,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다양한 에세이를 읽어왔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그동안 내가 느껴왔던 이미지와 다른 이들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에세이의 매력일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신간도서에서 가수 이기찬의 [나와 같은 이야기] 에세이를 발견하자, 문득 발라드 가수 이외에 내가 알고 있는 이기찬의 모습은 무엇일까? 되뇌여 보게 되었다. 최근 활동하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인지 괜시리 반갑기도 하고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니 새로운 느낌의 반가움도 있었듯 하다. 예전 브라운관을 통해 방송인 박경림과 절친인 만큼 사이좋은 모습을 떠올리니, 그의 말대로 대략 그의 나이 서른즈음임은 알겠으나, 가수라는 직업 이면의 모습에 대해서는 마치 베일에 가려진 양 아는바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아마도 그래서 더욱 그의 숨겨진 모습들, 숨겨진 생각들을 엿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의 눈에는 토종스러운 외모를 뽐내던 그가 사실은 가수 데뷔전까지는 캐나다에서 생활했었다는 사실에 먼저 놀라웠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가 여러차례 일본 활동 진출을 시도하고 또 활동했었다는 사실 또한 에세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에세이를 적는 그 순간까지도 일본 배경의 이야기가 에세이에서만큼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나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이기찬이라는 사람은 지극히 평범하고 먹는 걸 즐겨하며,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점 또한 나와 많이 닮았다. 그래서 나와 닮은 사람들, 나 같은 사람들, 나 같은 웃음과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던 그의 에필로그에 꽤나 공감하게 된다.
어린시절 아이스크림에 얽힌 에피소드는 누구나 한 번쯤 어린시절 경험했을 법한 리얼함이 느껴져 한 바탕 폭소를 터트린다.
그날은 어머니가 곗돈이라도 타셨는지 놀이터의 구루마 아저씨가 팔던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대장균이 득실득실했을 그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고는 일 년에 몇 번 오지 않는 횡재에 덩실덩실 어깨춤이 절로 흘러 나왔고 차갑고 달콤한 그맛에 놀라 나도 모르게 촐싹촐싹 스텝을 밟으며 신명나게 웨이브를 타는 순간 콘 위에 알랑거리며 얹혀져 있던 아이스크림이 그만 뚝 떨어져 버린 것이다. 한 번 핥을 때마다 자린고비가 굴비를 쳐다보는 심정으로 아끼고 아끼며 먹던 내 아이스크림. 그 짧았던 달콤한 뒤엔 어머니의 뜨거운 매질만이 있었을 뿐이다. (184페이지 중에서)
에세이에서 함께 한 그의 30여년 인생은 한국, 때로는 캐나다 그리고 일본이라는 3개국에서 살아가는 듯하다. 그런 그를 보면서 부러운만큼 외로움도 그만큼 크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여자친구 이야기는 서른이라는 나이에 비해 퍽이나 구경하기 힘든 테마였던 것 같다.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한 번더 반가웠듯, 곧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멋진 가수 본연의 모습 또한 지켜볼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