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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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매혹적인 포스터는 '거미여인의 키스' 뮤지컬의 것인데 호주의 소극장에서 인턴으로 있던 시절에 처음으로 접했다. 엽서로 되어 있는 광고(?)였는데 제목이며 그림이 진짜 특이하고 강렬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한국에 들어와 도서관에서 [거미여인의 키스] 책을 발견하곤, 아 이게 그거구나! 하며 얼른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타라~~ 책 내용도 포스터 못지않게 매혹적이다. 기둥 얘기는 두 죄수의 감옥 안에서의 우정과 사랑이야기, 엄청 우울하고 지루할 것 같은데 읽다 보면 이야기의 포스가 장난 아니다. 왜냐면 기둥 이야기는 단지 기둥일 뿐 잔가지 역할을 하는 이야기들이 정말 대단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발랑틴이 정치범인 동료죄수에게 해주는 영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 이야기들 하나 하나가 대중적이고 재미 있는 이야기들인데 흥미롭다. 그 영화들이 실제로 있다면 보고 싶을 정도이나 발랑틴이 이야기를 하는 당시의 자기 기분에 따라 어느 정도 스토리를 변형시키기도 했기에 그냥 내 상상 속에 남겨 놓는 것도 좋을 듯 하여 굳이 찾아보진 않았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알찬 흥미로움으로 가득찬 '이야기(!)'들- 사실 현대 소설에서 '이야기'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난 [거미여인의 키스]가 참 좋다. 작가가 제공하는 풍부한 이야깃거리는 물론이거니와 내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끔 도와주는 힘도 실려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산만하지 않은 노련함과 진중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소 마음에 약간의 충격이(동성애에 엄청 관대함에도 불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이 책을 감히 '내가 라틴문학을 사랑하게 된 동기' 중의 하나로 집어 넣을 수 있었다. 2010년에는 꼭 이들의 세계로 떠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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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꼭대기에 아직도 당당히 자리잡은 무너진 성곽만큼이나 비현실적인게 또 있을까, 나는 조용하고 푸르렀으나 황폐한 그곳에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벽에 기대어 앉아 현란한 음악과 화려한 옷을 입은 무희와 국왕을 상상했다. 혹시나 500년 전 그곳에서 눈을 뜰 수 있을까 싶어서,

- Mandu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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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원래 남자친구를 만나려 했으나 펑크가 난 관계로 주말엔 메가 박스에서 영화제를 보기로 하고 예매를 해두었다. 프라이데이 나이트엔 간만에 학교에 가서 아직 학생인 김도와 김도 남친과 쫌팽이를 함께 만나서 술을 달려주시고(순대국 하나만 시켜놓고 6시간동안 소주 6병을 까던 우린 변해서 이젠 3차까지 간다. 불경긴데 왜이리 돈을 쓰는지) 집에가서 자고 토요일이 되어서 집을 나섰다. 평일에 맨날 가는 삼성역이지만 왠지 혼자 나서기엔 너무 멀게 느껴져서 그냥 예매 취소하고 무도나 볼까, 하다가 씻은 김에 단장을 하고 나왔다.

 이제는 혼자 영화보는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지만 친구들은 그게 왠 청승이냐고 한다. 영화제 영화라 뭐 딱히 같이 볼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다들 바빠서 시간 맞추기 어려워서- 라고 변명했다. 주말에 이렇게 먼 길을 와서 영화를 봤는데 재미없음 어떡하냐고 남친이 빈정댔지만 뭐 매우 알찬 시간이었다.

 [사랑 후..]는 노부부 이야기였는데, 지루한 감이 전혀 없진 않았지만 그 지루함때문에 내 마음이 더 흔들렸을 수도 있겠다. 할아버진 우리 아빠랑은 전혀 닮지 않았지만 왜 그렇게 아빠 생각이 나던지.. 피는 물보다 더 진하다더니 타인이 더 애틋해 보이는 게 다 뻥인가 보다. 난 아무리 바빠도 냉담하지 않아야겠다. 이미 아빠와는 너무 멀어지긴 했지만..

 사랑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권위적이고 혼자선 아무 것도 못하던 아버지는 이제 어머니를 찾겠다며 자기 스스로가 어머니가 되고자 한다. 무뚝뚝하고 말 없던 아버지의 마음에 그리 깊은 사랑이 담겨 있는 줄 어머니는 알고 있었을까? 사람들 참 많이 울던데, 당연히 나도 눈물이 났다. (요 몇 년간은 눈물이 오줌처럼 자주 나온다.)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고,,

 줄거리도 하나도 보지 않고 '도리스 되리'라는 감독 이름 하나 보고 영화를 본거다. 진짜 영화나 책 고르는 기준이 너무 편협하다. 그래도 뭐 망할 가능성이 전혀 없으니 매우 편하고 훌륭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하, 대신 놓치는 것도 그만큼 많을 수도 있겠다.

 어제 등산을 하면서 엄마한테 내용 얘기를 해 주었다. 엄마도 어제 나간게 혼자 영화보러 간거였냐면서 웃는다. 그런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다가도 에이, 지루할 것 같다며 굳이 보지는 않겠단다. ㅋㅋ 요즘엔 엄마가 왜이렇게 귀엽지.. 다음주 일요일에 대하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에릭 니체의 젊은 시절]

 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라스 폰 트리에가 각본을 쓴, 그의 젊은 시절 격인 작품이다. 내가 편애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별 백개다! ㅋㅋ 사드를 시나리오로 쓰다니 진짜 웃겨 죽겠다. 실제 영화도 있긴 하지만,,(보진 않았다.) 진짜 재미 없을 것이다. 그가 그토록 갈망했던 '무의미한 것의 나열'(? 이런 단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의 전형적인 예이긴 하지만..

  내 옆에 앉았던 분이 커피(아마도 카푸치노?)를 드시고 계셨는데 나도 마시고 싶어서 혼났다. 왜 굳이 커피를 마시고 싶게 내 쪽에 놓으셔선.. 영화보다가 무의식적으로 손이 갈 뻔한걸 몇 번이나 참았다. 커피를 금한지 어언 한달이 넘어가네, 카푸치노의 계절인데 ㅠㅠ 위가 좀 나으면 한잔 사 마셔야겠다.

 그가 이런 시나리오도 쓸 줄 아나? 싶을 정도로 코믹하고 밝았다.(전작들에 비한다면야..) 보는 사람 괴롭히기로 유명하고 나도 그에 당한 타격이 굉장히 컸던지라.. 감히 [만덜레이]에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감독이 다른 사람이어서였을까? 어쨌든 기대하지 못했던 그의 감미로운(이게 왠 빠순이..) 나레이션과 코믹한 요소들이 참 즐거웠다. 히히, 게다가 엄청 어리버리하고 순진해 보이기만 하던 주인공은 안경을 쓰고 콧수염을 기르니 완전 훈남으로 변신하였다. 역시 사람은 꾸미기 마련!

 난 그의 전작들을 참으로 무서워했었다. 내가 외면하고 싶어하는 평범한 인간의 잔인한 본성을 너무 마음 아프게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바람에 영화를 보고있기가 많이 힘들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그를, 그의 작품들을 최고로 평가하는 건 나 역시 인간은 악하다는 걸 매우 잘 알고 있고, 한 번 창작의 기회가 왔을 때에도 그 사실을 모티브로 삼은 데에 그 연유가 있을 것이다.

 아무튼 진짜 최고다.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더라, 내가 전혀 발견하지 못했었던 그의 색다른 재능과 유머를 발견한 건 완전 상상 외의 소득이었다.(이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성에서 오는 충격 너무 좋아ㅠ)  어느 누가 자기 자신의 젊은 시절을 이처럼 나르시즘적이고 유쾌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완전 멋쟁이다.   

 

- 원래 글 길게 쓰지 못하는 성격인데 서재에서 글을 쓰다보니 말이 많아진다.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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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의 쇠줄이 풀린 강아지 타입

▷ 성격
천성이 자유인인 타입입니다. 남은 남, 나는 나라는 생활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참견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주위사람들 역시 자신의 생활방식에 참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런 타입에게는 딱딱하고 불편한 회사근무 등이 적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호기심이나 야생마 기질이 왕성해 자유분방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통용되는 자유업의 길을 가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 특히 자유업 중에서도 예능, 예술 등에 적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목의 쇠줄이 풀린 강아지처럼 신나게 뛰고 돌아다니는 것은 자유지만 방종을 어느 정도 억제하고 타인과의 협조를 도모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해도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채 일생을 마감하게 될 것입니다.


▷ 대인관계 (상대방이 이 타입일 경우 어떻게 하연 좋을까?)

연인, 배우자 - 당신에게 관용이라는 넓은 속을 요구하는 상대입니다. 하지만 그 자유롭고 활달한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결혼을 한다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매너리즘에 빠지게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거래처고객 - 어떤 일이든 그다지 신용할 수 없는 상대입니다. 이야기는 반 정도만 받아들이는 것이 무난합니다. 특히 거래상담이라면 신중에 신중을 기하십시오.

상사 - 매사에 아무렇게나 떠들어대는 상사가 될 것입니다. 또 퇴근 후에야 생기를 되찾고 일은 멀리합니다. 일은 적당히 해두고 놀이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우는 편이 상대방의 마음에 들기 쉬운 방법입니다.

동료, 부하직원 - 어떻게 지도해도 기업전사로서 키워내기에는 무리입니다.
 

*** 로드무비 님이 가져온 낡은구두 님이 모과넷에서 가져온 '지피지기 테스트'.
http://byule.com/board/?mid=ego_start

 

아니 이게 왠 사회부적응자 -_-;

일은 적당히 해두고 놀이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그러고보니 친구들이 말하는 나인가...........

아 맞다. 이래서 나 작년에 인적성 볼 때 줄줄이 떨어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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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도 오고 몸도 안좋은데 그냥 집에 가서 뒹굴뒹굴 할까? 하다가 이젠 슬슬 압박이 되어버린 - 평일에 공짜로 영화보기 플랜!! 덕분에 퇴근하자마자 열심히 경보해서 [도쿄!]를 보러 갔다. 수요일에 [추적]을 놓친 터라 오늘은 봐야해-!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졸린데도 그냥 가서 봤다.

 감독들이 대충만들었네 어쩌네 이런 평들이 있길래 보다 자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양 옆에 혼자 오신 훈남분들이 대기하고 있어서ㅋㅋ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했다-

 봉준호감독이 이렇게 컸나?! 미셸 공드리와 레오 까락스와 함께 옴니버스 영화를 만들다니?! 게다가 봉준호 감독은.. 파가 약간 다르지 않나.. 싶어서 의아해하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약간 미진한 느낌. 모르겠어요~

 그치만 아,, 드니 라방은 정말 까무러칠 것만 같은 몸짓과 표정과 연기로(이건 연기가 아냐ㅠ) 이번에도 날 사로잡았다! 꺅!! 너무 매혹적이다, 이사람...+_+! 얼굴만 봐도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헤헤 난 레오 까락스가 참 힘든데도 참 좋다. 특히나 드니 라방과 함께라면..♡ 그가 없는 레오 까락스는 토핑 없는 피자!

 누가 이들보고 이번 작품은 대충 만들었다고 하냐? 멍충이- 진짜 천재가 아닐 수 없다. (이래놓고 미셸 공드리와 봉준호한테는 소홀하기- ) 여튼 그런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펼쳐 놓는 이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미친 것 같다 쫌. 창작의 고통 어쩌고 하지만 그 창작을 해낼 수 없는 고리타분하고 고지식한 인간의 비애를 아는지?

 아 진짜, 좋다. 초록색 옷을 입고 꽃을 우적우적 으면서 담배를 필터까지 다 피우며 휘적휘적 걷는 장면을 나는 잊을 수 없다. 폭죽놀이 같은 수류탄 던지기며 꽃 침대에서 자는 모습, 3년 동안 똑같은 모습으로 앉아있기- 사라지기 전 대폭소 긁적긁적 ㅋㅋ 향후 3년간 길이 남을 잊혀지지 않은 장면들이다.! 그러고 보니 [merde]는 뭐 드니라방을 위한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할듯, 스포가 될까봐(누가 읽는다고?!) 요기서 그만- ㅋㅋㅋ

 미셸 공드리꺼는 산만하고 귀엽고 신선했지만(아,, 나도 좀 쓸모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하나 라는 반성과 함께)- [이터널 선샤인]의 포스는 어디에;; 봉준호 감독꺼는.. 글쎄 마지막 장면에 까만 배경에 지진나는 소리가 "사랑에 흔들리는 히키코모리들의 마음-" 이라고 굳이 내 멋대로 해석해 보면 그게 좀 좋았을 뿐 매력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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