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어느 장르의 책을 가장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미스터리/추리 분야라고 말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애드거 앨런 포, 시드니 셀던, 존그리샴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지만. 

그러다가 어느 해를 계기로 나는 추리소설의 ㅊ자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렸는데 그 계기는 아마도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을 보게 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물론 처음에는 마구 열광하면서 함께 범인을 찾고. 교묘한 트릭을 생각해내는 범인과 그걸 또 어떻게 찾아내는 김전일이 너무 신기해서 홀랑 빠져서 지냈었다. 

그런데 에피소드가 거듭될 수록 추리는 억지스러워지고, 제일 관련 없는 사람을 찍고 시작하면 꼭 그 사람이 범인이더라는 데에 신물이나서 난 추리에는 이제 도가 텄다고 생각하고 이제 추리는 그만- 이라고 생각했었나보다. 거만하기 짝이 없다.
이런 자만심은 영화를 고르는 기준에도 영향을 끼쳐서 [더 게임]을 끝으로 스릴러와 반전영화에 대한 흥미가 미약해져서는 아예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나의 호감도는 '무관심'의 경지까지 가게 되었다.  

그러다가 [키리고에 살인사건]을 만났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된건 블**님과 하**님의 서재에 자주 들락거리면서부터였는데, 그곳에 내가 좋아하는 책이 많기도 하고 글 스타일도 좋아서 이 분이 좋아하는 책이라면 나도 좋아하겠지- 라는 생각에서 다시 추리소설을 보잔 마음에 사게 됐다.  

 책 표지에서 선전하는 것처럼 '모두를 흥분시킬 완벽한 반전!'은 솔직히 좀 아니다. 전혀 의심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만 골라서 의심해보는 나같은 독자도 많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ㅎㅎ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만화와는 달리 배경묘사나 캐릭터의 묘사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 표지는 왜 이모냥일까. 이 책의 화두는 '눈'이고 살인마의 모습도 저렇게 몬스터같지 않다. '미지의 인물'에 대한 공포심을 표지의 그림에서부터 심어주고,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겠다는 출판사의 의지인 것인가?! 

 내가 볼 때 이 책의 묘미는, 블**님도 말씀하셨듯이 그 배경묘사에 있다. 정말이지 나역시도 이런 곳에서 한 며칠 푹 쉬다 왔으면 좋을만큼 완벽한 장소이다. 책을 읽으며 내내 참 시각적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사람이 죽은 장면조차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이니 말 다한것 아닌가. 

 언제나 그렇듯 이름은 또 까먹었는데, 공허한 미녀와 저택의 안주인은 왜 닮았던 걸까? 이 의문을 풀어주지 않아서 답답하지만 일본 부호의 값진 골동품(정말 바보가 된 걸 느끼는게, 이 '골동품'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머리를 쥐어 싸매다가 주위사람한테 물어봐서 알았다.)이라던가, 소재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작가의 세심함에 감동했다.  

 추리소설은 아무래도 정말 천재적인 스토리가 아닌 이상 그 기대가 있는 만큼 2% 부족하기 마련인데, 위에 말한 면모들이 그 부족한 점을 채우고도 남았던 것 같다. 

 2번타자는 [이누가미 일족] 

 
분명 '이누가미 일족'이 제목이라면 고전과 가까울 것 같은데( 실제로도 고전이고)  저 서양필 나는(오페라의 유령이 연상된다)하얀 가면이 뭔가 싶어서 별로 흥미가 안생겼는데, 책을 읽으니 참 탁월한 표지가 아닌가 싶다. 아직도 디자인은 썩 마음에 차지 않지만. 

 재밌다. [해리포터]시리즈 이후로 오랜만에 책장들이 사라지는게 아쉽다고 생각했다. 

 김전일이 매번 말하던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의 그 할아버지라던데, 잘 모르겠다. 왜냠 여기선 할아버지가 아니라 젊은(?) 미혼청년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엄청 찌질할 것 같은 캐릭터(덥수룩한 까치집머리?나 더듬는 말투 등등)인 것 같은데 매력적이다. 으흐 

 아무래도 똘똘한 남자니깐 그런건가.  
 1950년대에 쓰인 책이라는 후기 보고 깜놀했다. 정말?? 굉장히 현대적인 감각인데. 그게 아니면 현대작가들이 고전을 뛰어넘을 수 없단 것이겠지. 

 이 작품 역시 일본 부호의 소소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감당 못할 정도로 돈이 많아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긴하다만 그래도 나의 로망인건 사실이다. 큰 집의 일본식 건축구조나 거문고를 뜯는다거나 호수에서 보트를 타며 노니는 문화라니,♡  

 그렇지만 항상 불만인건, 왜 탐정들은 사건이 다 끝나고 나야 범인을 잡는 것인가!!!!! ㅠㅠ
중간에 잡아서 윈윈하면 안되는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인건 나름대로 해피엔딩이라는 것이다. 김전일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범인은 피치 못할 이유가 있었고, 우린 차마 범인을 욕할 수 없고, 그래도 착한 사람들은 살아남아 날 안심시켜준다는 것이다.  

   

이건 요새 내가 버닝하는 미드 [몽크]다. 크크 

몽크도 여타 추리소설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죽을 사람은 이미 다 죽고 사건이 거의 종결되면 범인을 찾아낸다. 그것도 아주 우연한 어떤 사건에 의해 기막히게 트릭을 생각해낸다. 이런거 요새 너무 좋다. 억지스러워도 좋아. 
얼마나 좋으냐면 지하철에서 보다가도 막 킬킬 웃는다. 그 우울한 지하철 안에서도. ㅎㅎ
왠지 찐따같지만 -_- 

이렇게 요새 추리/미스터리물에 버닝하느라 다른 책이나 심심한 영화들은 눈에 차지도 않는다. ㅋㅋ
어렸을 때로 돌아간 기분이다. 

+ a 근데 문제는 나도 모르게 결벽증 증세를 따라하고 있다는 것; 
+ b [나폴레옹광] 읽고 있는데 단편 하나 끝날 때마다 헉! 하면서 무서워서 책을 덮는다. 무서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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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紫霞) 2009-02-09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크 저도 좋아해요~결벽주의자ㅋㅋ

Forgettable. 2009-02-09 23:12   좋아요 0 | URL
정말요? 이거 너무너무너무 재밌는데 같이 얘기할 사람이 없어요 ㅠㅠ 백명한테 물어봐도 KBS에서 하는데 재미없어보인다는.. -_-
아 진짜 너무 재밌죠 ㅋㅋ 주인공들이 다 너무 귀염둥이들이에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