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기 첫 신간 추천 페이퍼를 올려 주세요

내 애인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최근 들어 이렇게 설렜던 적이 있었나 싶다. 

발표가 난 후, 회사일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와중에도 첫번째 공지가 올라오고, 또 신간추천페이퍼 작성 공지가 올라오는 걸 확인하려고 몇번이고 알라딘 서재를 들락날락했다. 

4월이 되어 갈 사람은 갔지만 올 사람은 또 왔고 그렇게 기다리던 프로야구도 개막했고 적어도 6개월 동안은 매월 기다릴 책도 생겼으니 이 정도면 나는 꽤나 행복하다. 

 

1. 방문객_ 콘라드 죄르지 from 헝가리 

책을 고를 때, 내게 어필하는 요소는 꽤나 많다. 

우선, 작가. 

내가 좋아하던 작가면 무조건 끌리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좋아하거나 추천하는 작가면 끌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추천하는 작가면 끌린다. 

그리고 모르는 작가의 책이라면, 우습지만 이름도 중요하다. 

한 번에 읽어지지 않거나 익숙하지 않은 이국적인 이름이면 끌린다. 대개 그런 작가들은 익숙하지 않은 세계에서 왔고 그런 세계의 이야기는 뻔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헝가리 현대문학계의 살아 있는 거장'이라고 소개된 콘라드 죄르지의 이름을 보고 클릭해서 본 이 책은 표지조차 너무 좋다. 짧게 소개된 이 책의 줄거리와 절묘하게 어울리면서 흥미를 자극한다. 읽고 싶다. 

  

2. 달과 게_ 미치오 슈스케 from 일본 

나는 속물이다. 그래서 누가 어디서 상을 받았다고 하면 궁금하다. 세상에는 수상작보다 수상하지 않고도 훌륭한 책들이 많지만 상을 받았다고 하면 더 끌리는 게 사실이다. 

독자로서 상받는 책은 얼마나 훌륭한가가 궁금하기도 하고 지망생으로서 어떻게 쓰면 상을 받을 수 있는가가 궁금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덕분에 읽게 된 히라노 게이치로의 작품들을 생각해보면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들은 믿을 만한 것 같다. 

"엄마의 남자가 사라지게 해주세요."를 내세운 출판사의 마케팅은 다소 거북하지만 본능적으로 들여다보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게'가 라틴어로 'cancer'이고, 암의 모양이 '게'와 비슷하게 생겨서 'cancer'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는 출발점 자체가 흥미롭다. 읽고 싶다.  

 

 

3. 목욕탕_ 다와다 요코 from 독일

이상하게 나는 '목욕탕'에 대한 일종의 집착? 또는 애착이 있다. 

우선, 어린 시절 방학 동안 밀린 일기를 쓸 때 목욕탕은 나를 구해주는 소재 중 하나였다. 일주일에 한 번은 엄마와 목욕탕엘 갔고 그러한 진실을 바탕으로 일주일에 하루는 목욕탕에 간 얘기를 일기에 쓸 수 있었다. 대개 이런 식이었다. 

"엄마와 목욕탕에 갔다. 목욕탕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때를 미는 사람, 머리를 감는 사람, 마른 사람, 뚱뚱한 사람........ 씻고 나니 참 개운했다." 

그리고 대학 입학 후로는 '대중 목욕탕 가기'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나누기 위한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 됐다. 

물론 다와다 요코가 독일인이라 그녀가 쓴 제목의 '목욕탕'은 내가 지금 떠올리고 있는 그 대중목욕탕은 아니겠지만 과연 내가 어린 시절 써먹었던 관찰형 목욕탕 일기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4. 깊은 밤, 기린의 말_ 박완서, 윤후명, 이명랑, 이승우, 이청준, 조경란, 최일남, 김연수, 이나미, 권지예 from 한국 

신간알리미를 통해 알게 된 책이다. 김연수의 신간이 나오면 알라딘은 내게 잊지 않고 알려준다. '깊은 밤, 기린의 말'이라... 역시 김연수다. 깊은 밤도 좋고, 기린의 말도 듣고 싶다. 

그리고 '청'이라는 이름 덕분에 항상 젊은 느낌을 주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해서 나를 놀래킨 이청준의 유작 '이상한 선물'까지...

이런 책은 'various artist'들의 컴필레이션 앨범 같이 다채로워 좋다.

읽고 싶다. 빨리! 

 

  

 

5. 일단, 웃고 나서 혁명_ 아지즈 네신 from 터키 

일단, 웃고 나서 페이퍼 계속 작성! 신간목록에서 이 제목을 보는 순간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을만큼 유쾌한 제목이다.

아, 얼마나 멋진 제목인가. 물론 터키소설가의 책이라 원제도 이렇게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출판사에서 이런 제목을 정한 것도 다 이 소설의 맛에서 기인했을테니 아지즈 네신이 직접 정한 제목이나 마친가지라고 내 맘대로 생각한다. 

터키 문학사의 한 획을 그은 풍자 문학의 거장이라니, 이 봄에 이런 거장의 유머를 즐겨야지 또 언제! 

책 색깔도 봄과 참 잘 어울리는 노란색이다. 일단, 웃고 나서 혁명! 다른 많은 분들도 이 책을 추천해주셨으면 정말 좋겠다. 내가, 위에서 추천한 '달과 게'의 주인공이라면 이 소원 이뤄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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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기린의 말 - 「문학의문학」 대표 작가 작품집
김연수.박완서 외 지음 / 문학의문학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이청준과 김연수라니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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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웃고나서 혁명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정말 매력적인 제목! 왠지 성석제를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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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지옥 紙屋 - 신청곡 안 틀어 드립니다
윤성현 지음 / 바다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역시 '자기자신'을 드러내지는 않고 '라디오PD' 윤성현이라는 이름에 충실하게 쓴 책. 

어쨌든, 좋겠다! 

 

역시 뭔가를 싫어한다는 일은 본질적으로 구차하고 재수 없는 구석이 있구나.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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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 Revisited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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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틀스의 그 음반을 내게 판 뒤, 이제는 기타를 연습하는 것만으로는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그리하여 이제 자신이 영원히 외로우리라는 걸 깨달았다.-61쪽

술자리에서 재현은 쉴새없이 떠들었다. 그 시절에는 나도 꽤 떠들었다. 우린 앞다퉈 자기 이야기만 했다. 떠들어대지 않을 때는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누구도 우리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또 우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으므로.-71쪽

스무살 무렵의 기억은 웬일인지 너무나 희미하다. 스무살이라는 나이가 내뿜는 광채가 너무 눈부시니까 그 빛에 가려져 그때 내가 어디에 있었고, 무슨 일을 했으며,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 듯.-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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