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시뮬라시옹은 원본도 사실성도 없는 실재, 즉 파생실재를 모델들을 가지고 산출하는 작업이다.6) 실재, 파생실재 : 실재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 개념으로서 현실 혹은 사실을 지칭하고, 파생실재란 불어의 hyperréel을 번역한 것인데, 여기서 hyper는 물론 <극도의, 과도의>라는 의미를 가진 접두어이다. 여기서 구태여 <파생의>라고 번역한 데는 다소 지나친 감이 없지 않지만 다른 번역, 예를 들어 <극도실재> 혹은 <과도실재>라고 하게 되면 여전히 전통적인 실재 개념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다는 감이 나기에 피했다. hyperréel은 시뮬라시옹에 의해 새로이 만들어진 실재로서 전통적인 실재와는 그 성격이 판이하다. 파생실재는 가장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실재가 가지고 있는 사실성에 의해서 규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파생실재는 예전의 실재 이상으로 우리의 곁에 있으며 과거 실재가 담당하였던 역할을 갈취하고 있기에 실재로서, 실재가 아닌 다른 실재로서 취급하여야 한다. (역주) - P12
정크스페이스는 정치적이다. 그것은 안락과 쾌락의 이름으로 우리의 비판적 능력을 제거함으로써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포토샵에의해 선언문이 되고, 상호배타적인 것들이 모순 없이 결합된 청사진이 되며, 투명하지 못한 NGO 단체들에 의해 중재된다. 안락함이 새로운 정의正義가 된다. - P33
(전략) 즉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문화비평이 한없이 단순하거나 복잡해지는 상황에 긴급히 응답해야 할 필요를 느끼며 기획됐다. 과연 ‘페미니스트 시각‘을 기입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중략) ‘문화’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지적·정서적 자원을 총동원해 우리의 욕망을 새롭게 발명하려는 모든 시도와 관련된다. 즉 문화‘는, 현실을 반영하며 그로 인해 촉발되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 현실을 구성하는 강력한 요인인 ‘환상‘fantasy, 그것의 적절한 형식을 만들고자 하는 모든 의지와 실천의 이름이다. - P8
무엇보다 김수얼과 김순애는 ‘여성의 경제적 독립’이라는 새로운 조건이 학창 시절에 제한되지 않는, 장기적 관계의 가능성을 확대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 P38
이미 연극학이나 의상학, 젠더 연구 등에서 논의되어 온 것처럼 크로스드레싱cross-dressing은 기호로서 의복의 특이성과 의복과 신체 사이의 유연성을 이용해, 자명하게 여겨지는 사회문화적 범주와 체계를 교란하는 행위이다. - P63
벤야민은 19세기의 사물들의 세계를 물화된 백일몽의 세계로 보았다. 그가 그려낸 유년 시절은 온갖 새로운 사물들-전화, 파노라마, 마네킹, 파사주, 진열장, 철도역, 세계 박람회, 유리로 된 집, 백화점, 광고, 거리조명, 자판기-이 삶 속으로 침투하는 장면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모든 것들이야말로 벤야민에게는 자본주의의 인상학적 폐허, 즉 그 속에서 실체가 사물의 껍데기와 분리되지 않는 자본주의의 정신을 보여주는 징표로 여겨졌다./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