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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 - 다큐멘터리 만화 시즌 1 다큐멘터리 만화 1
최규석.최호철.이경석.박인하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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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원미구 길주로 1번지에는 영상문화단지가 있다. 그 안에 있던 야인시대 세트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행사 공간으로 쓰였던 판타스틱 스튜디오는 바로 내일, 3 1일 오후 2시에 허물어진다.

 

건물이 너무 낡아 위험하기 때문에 판타스틱 스튜디오를 허물고 그 자리에는 캠핑장 등 다른 놀이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바로 그 영상문화단지 안에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건물이 있다. 만화영상진흥원 건물은 영화상영관, 3D영상 상영관, 만화책 도서관 등이 있는 만화박물관 1동과 만화영상비즈니스센터 1동으로 구성된다.

 

만화영상비즈니스센터에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사무국과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 사무국이 입주해 있고, 다수의 만화가들이 입주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바로 이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휴머니스트의 기획으로 탄생한 다큐멘터리 만화잡지 창간호이기 때문이다.

 

이 건물에서 일하면서도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책을 받고서야 알게 됐다. 아마 이 책 속 만화를 그린 작가 분 중 일부는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 몇 번 정도는 마주친 사람일 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니 이상하다.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제목을 너무 쉽게 지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식상하다고. 하지만 만화를 보면서 이 책에 가장 적확한 제목이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냈다. 더 참신하고 새로운 제목은 이 책의 진솔하고 간결한 내용을 생각하면 오히려 거추장스러웠을 것 같다.

 

첫 번째 만화부터 울림이 컸다. 다큐멘터리 만화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난해 가을 있었던 삼화고속 파업을 취재해 그린 만화다. 사측에서는 이것이 일방적으로 노동자만의 목소리를 담은 편파적인 시각을 담았다고 할 것 같다. 아마도 분명히.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만화를 통해서라도 전해졌어야 했다.

 

 

(일하다 사고가 나서 경찰서에 갔는데 12시간이나 혼자 기다리셨을 걸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나 역시 삼화고속 파업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있는 서울에서 부천을 출퇴근하는 시민으로서, 그저 파업이 빨리 끝나기만 바랐지 내막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게 사실이니까. 만화를 통해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버스 기사 분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미안하고 약간은 분한 마음이 너무 크게 생겼다.

 

그럼에도 작가는 만화의 미덕을 그대로 살려 이것을 약간의 따뜻한 유머를 곁들여 너무 진지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그려냈다. 좋았고, 고마웠다.

 

첫 번째 섹션은 이렇게 화와 취재, 약간의 각색을 거친 무거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무게가 결코 부담스럽진 않다. 그리고 다른 섹션으로 넘어가면, 4컷 짜리 짧은 만화나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만화들도 많다. 이 모든 만화들의 미덕은 말 그대로 사람 사는 이야기’, 평범한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창간호 잡지는 만화만 담고 있지도 않다. 길지 않지만 전 세계 다큐멘터리 만화의 역사와 맥락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다른 이야기들도 함께 찾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우리가 꼭 관심을 가져야만 할 세계사 속의 소수약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만화가 많아서 만화를 통해 보게 된다면 참 좋겠다 싶다.

 

다큐멘터리 만화의 효시 격으로 설명돼 있는 아트 슈피겔만의 [] 역시 굉장히 좋은 책이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경험한 상처 때문에 자살해 버린 어머니와 살아 남아 두 번째 아내를 맞은 아버지에게서 직접 들은 과거 이야기, 그리고 작가 자신이 직접 관찰하고 있는 아버지의 현재 모습을 2권의 단행본 만화에 담아낸 것인데, 객관화와 거리 두기를 위해 사람들은 쥐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고 나치는 쥐의 천적인 고양이로 묘사했다.

 

아우수비츠의 희생자라고 해서 아버지를 무조건 영웅화하지도 않되, 아버지의 비합리적이거나 모순적인 모습도 유머를 통해 정겹게 고발(?)한다. 참 좋은 책이다.

 

 

얼핏 생각하면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와 만화라는 장르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충분히 문학성과 예술성을 갖춘 훌륭한 만화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웃음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늘 비주류로 취급돼오고 불량하게 여겨져(실제로 비교적 모범생이었던 나는 국민학생 시절 만화는 나쁜 것이라는 교육으로 인해 그 재미있는 만화를 보지 않았다) 온 만화야말로 소외된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가장 좋은 방식이다.

 

이게 단행본이 아니라 잡지라고 하니, 다음 호를 기다린다. 앞으로도 계속 사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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