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7월1주)
내가 태어나서 자란 내 고향을 마냥 사랑할 수 없는 이유.
이런 영화는 빨리보고 싶단 말이지, 그런데 서울에만 개봉한단 말이지. 왜색논란이 일 때도 <트랜스포머2:패자의 역습>은 여전히 기다려졌는데, <아빠의 화장실>은 수많은 개봉관 가운데 겨우 1군데만 차지하고, <트랜스포머2:패자의 역습>은 상영관 점유율 과반을 훨씬 넘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나도 모르게 영화보기를 미루게 됐다. 적어도 아빠의 화장실을 보기 전까진 트랜스포머를 외면하겠다.
우루과이 시골마을에 교황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대다수의 마을 주민들이 수십만으로 예상되는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음식점을 준비하고 있을 때, '아빠'는 음식점에 들른 사람들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틈새시장을 개척한다. 그건 바로 화장실! 어떻게어떻게 화장실 공간은 마련하지만 정작 변기 살 돈이 없다고 하는데... 여기까지만 들어도 구미가 확! 당기지 않는가 말이다.
<시네마천국>의 알프레도 아저씨는 몇년전 돌아가셨지만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님과 엔니오 모리꼬네 음악감독은 여전히 이생에 머물며 <언노운 우먼>을 잉태했다. 제목부터 '거장답다'.
전형적인 스릴러 구성이지만 치밀하고 탄탄함이 엿보인다는 것이 평론가들의 중론인 듯하다. 야구에서 정말 힘이 좋은 투수는 끝이 묵직한 돌직구로 늘 타자들과 정면대결한다. 변화구는 직구의 위력이 떨어졌을 때 섞어던지는 비율이 높아진다. 변화구로 타자들을 유인하거나 로케이션으로 맞춰잡는 방식은 노련하지만, 한가운데 정직하게 던져넣지만 끝이 너무 묵직해 도저히 방망이가 따라나갈 수 없는 직구가 정통이다.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전형적인 구성으로도 영화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믿는다. 그는 정통하므로.
거기다 엔니오 모리꼬네란다, 뭐 더 바라겠는가.
우리나라에 먼저 나왔어야 할, 충분히 그랬을 법한 영화.
바가지머리가 곧 법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도시에서 온, 머리를 염색하고 무엇보다 바가지머리가 아닌 친구가 생기면서 요시노는 존재를 위협받는다. 순진한 해안마을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대 사건은 충분히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났을 법한 일이다.
머리카락의 굵기와 색깔과 모양이 제각각이었을 게 분명한데도 같은 길이로 잘라야 했기 때문에 그 개성을 스스로도 알기 힘들었던 중고등학생들의 머리카락은 어찌하여 운명에 순순히 응하고 말았는가.
정말 사소하지만 재미있는 설정이다.
보고 싶단 말이다. 대구에도 개봉 좀 해 달란 말이다. 동성아트홀에서 <요시노 이발관>을 해주고 있고, 앞으로 <아빠의 화장실>도 개봉할 테지만 기다리기가 너무 힘들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