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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스킨
미헬 파버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짐승같은 본능에 대한 따끔한 일침.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의 느낌이다.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한 영화와 동명의 원작 소설이란 얘기에 먼저 관심이 간건 사실이다. 할리우드에서 아니, 전세계에서 그녀만큼 섹시하고 매력적인 여배우는 드물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그녀, Her>에서 정말 말 그대로 '그녀'의 존재감을 다시한번 전세계에 확인시키지 않았나 싶다. 그것도 단지, 그녀의 '목소리' 만으로.. 그런 그녀가 주연한 영화의 원작소설이니 만사 제쳐놓고 흥미가 일게 된건 우연이 아니었다. 더욱 흥미를 돋게 만드는 전세계 언론들의 책에 대한 극찬. 첫 장을 열기전부터 이미 두근두근 떨렸음을 시인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외계인의 모습은 어떤것인가? 인간과 달리 특별하느 능력 즉, 초능력을 갖고 있을 것만 같은 존재, 강력한 힘을 갖고 있을 법한 존재, 뛰어난 문명을 지닌 존재 등등 하나같이 우리 인간보다 월등한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가정해 보자. 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존재라면? 인간처럼 오직 생존을 위해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존재라면? <언더 더 스킨>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설리가 바로 그러한 외계인이다.
한적한 스코틀랜드 고지대를 달리는 빨간색 도요타 차가 있다. 운전석엔 한눈에 보기에도 매력적인 이쁘게 치장한 여자가 타고있다. 이름은 이설리.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외계인이다. 그녀의 일과는 이렇게 차를 몰면서 히치하이커들을 사냥하는것. 그것도 근육질의 건장한 남자들만을... 단지 고깃덩어리로 여기는 남자들을 사냥할때마다 자신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남자가 나타나게 되고 그 남자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이 생기면서 그녀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고 혼란이 생긴다. 그 혼란은 결국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만다.
인간을 사냥하는 외계인, 이설리. 그녀는 우리 인간의 감춰진, 숨겨진 이면의 모습이 아닐까. 우리 인간에게는 선과 악이 모두 존재한다. 살면서 느끼지 못할 뿐이다. 생존을 위해 먹이감으로 인간을 사냥하는 이설리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남의 목숨까지도 보잘것없이 희생시키는 자들이 다를게 무엇인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난무하는 이 시대가 처한 모습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다시한번 스스로 해보게 한다. 지금까지의 살아온 짧은 인생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만드는 깊은 여운을 담고 있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을 읽은것 같다.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모두가 잠드는 이 시간 내 속에 감쳐진 또 다른 나인, 이설리에게 말을 걸어본다. 앞으로는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살아가보지 않겠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