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망아지
마르셀 에메 지음, 최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치치치... 그러면서 집어든 책이다. 노란색 바탕에 초록 색 말 엉덩이가 보이는 표지... 역시 마르셀 에메다. 하지만 판형이 작고 뚱뚱하다. 별로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난 개인적으로 넓고 납작한 책이 더 좋다). 그래도 에메이니...

그의 시원하게 꼬집는 입담과 술술 풀어나가는 언변, 황당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논리를 끌어가는 그의 매력에 한번 매혹당한 나인지라, 서슴없이 읽기 시작했다.

어느 마을에 초록색 망아지가 태어나 명물이 된다. 그 가족의 이야기도 펼쳐지기 시작한다. 정말 재밌다. 하지만 읽다 보니, 거의 비슷한 얘기를 망아지가 한번, 사람들이 한번 평행적으로 풀어간다. 워낙 소재나 말솜씨가 뛰어나 처음에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으나, 중간부터는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도 문란(?)하게 나오고, 어른들의 성에 대한 심리도 기가 막히게 풀어지나, 얘기가 너무 길다. 한번 손을 놓았더니 다시 잡기가 싫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었다. 음... 끝까지 읽어볼 만은 했다. 반전이라고 하기는 좀 뭣하지만, 그래도 놀라운 결말이었다. 에메의 작품을 읽으면서 오스카 와일드를 생각했다. 비슷하다고는 볼 수 없는데도...

중간에 '바보 온달'이 나오는 걸 보고 기절할 뻔했다. 그것도 두번이나... 바보 온달이 프랑스 작품 속에서 뭘 하는 거지? 암튼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에메의 그 단편들이 훨씬 좋다. 나머지 에메의 작품들도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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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 정치지리의 세계사 책과함께 아틀라스 1
장 크리스토프 빅토르 지음, 김희균 옮김 / 책과함께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을 중심으로 세계가 돌아간다고 생각하니까. 한 나라 국민도 마찬가지다. 어느 나라나 자신의 나라가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외국에 처음 나가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모르거나, 그 나라 사람들이 내가 그들의 역사를 알고 있다는 것에 놀라는 것을 보면서 현실을 깨닫게 된다. 나라가 부강해야 한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는 것도 외국에서고, 더 애국자가 되는 것도 외국에서인 것 같다. 외국 공항 세관을 통과하면서 내 앞의 중국여자에겐 어디 머무느냐, 왜 왔느냐, 얼마나 있을 거냐, 왕복 비행기 표를 보자고 하고, 내겐 아무 소리 없이 통과시켜 주는 거, 그때, 유치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었다.

세계라는 게 외국에 나가보니 그렇더라는 것이다. 내 나라 위치에 따라 외국인들이 나를 대하는 것도 다르더라 그 말이다. 프랑스 아르테가 만든 방송을 책으로 만든 지도책이 내 앞에 있다. 아르테의 앵커들은 자신의 시청자들을 다 알 거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문화적인 방송만 해서 시청자들이 드문 방송사다. 거기서 <감각의 제국>을 무삭제판으로 봤다. 그때의 충격이란… 잊을 수가 없다. 그런 믿을만한 방송사에서 제작한 지도로 보는 세계에 대한 책이다. 지도 이면에 있는 현실이 과연 어떤 것인지, 조목조목 설명해 놓은 책이다. 정치, 지리, 사회, 문화, 종교 등등을 모두 어우른 책이다. 지도책답게 칼라판 지도들이 세세하게, 다각도로 들어있다. 나라 사이의 경계만 그려진 단순한 지도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경계, 왜 그러한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설명도 지도에서 볼 수 있다. 분쟁 지역의 역사도, 끝없는 가난과 빈부차도, 떠도는 운명의 민족도, 풀리지 않는 관계도, 이해관계에 얽힌 갈등 등도 모두 지도 안에서 볼 수 있다. 각 나라가 각 대륙에서 차지하는 지정학적 위치, 민족 분포와 그들의 역사, 경제 수준과 평균 수명 등 갖가지 자료들이 지도와 함께 펼쳐진다. 지도도 보기 쉽고 내용도 이해하기 쉽다. 지도를 제대로 볼 줄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흥미롭게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살펴볼 수 있었다.  

매일 뉴스에서 세계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 짧은 정보전달이 부족했었다. 그렇다고 일일이 다 찾아볼 여유도 관심도 그다지 많진 않았다. 짧은 식견으로 신문에서 조금, 여기저기에서 조금씩 주워들은 얘기들이 아는 지식 전부였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며 그 동안의 궁금증이 한꺼번에 풀리는 듯한 느낌으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겼다. 전 유고슬라비아 쪽의 분쟁이나, 남미의 끊이지 않는 내전 등등도 의외로 이해하기 쉬웠고, 많은 나라의 독립이 의외로 그 역사가 짧다는데도 많이 놀랐다. 그 동안 내가 이 세계에 대해 얼마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살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공부하듯이 생각날 때마다 펼쳐서 다시 정독을 하고 싶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조마조마하긴 했지만, 독도 얘기 빼곤 뭐든 선진국에 들어가 있어 유치하게도 안심이 되었다고 할까. 178쪽의 지도에서 핵시설과 미군 기지는 반대로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이 정도 좋은 책에 그 정도 실수는 애교로 봐주자. 사실 책을 다 보고 나니 실제로 방송된 것도 보고 싶어진다.

암튼 손이 닿는 곳에 두고, 두고두고 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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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알라딘에서 서재를 열 때, 다른 곳과는 다른 저만의 특성을 살리고 싶었어요.

알라딘만의 친구를 갖고 있었고, 또 알라딘만의 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다른 곳과는 다른 아이디와 서재 이름을 갖고 있었지요.

그런데 리뷰를 여러 곳에 올리다 보니, 혼란이 생기네요.

남의 리뷰를 훔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을 수 있고,  

리뷰 말고 다른 글은 모두 다른 곳과는 다른 글들이므로 다르게 가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디와 닉네임 통합 요구가 강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통합합니다.

전 알라딘의 카페인도 좋았는데... 원래 다른 데선 푼수 떠는 진달래입니다.

카페인 중독 진달래요.

앞으로도 리뷰 말고 다른 이야기들은 다른 곳과는 다른 알라딘만의 이야기가 될 겁니다.

그래도 앞으로는 진달래로 불러주세요~ *^^*

즐겨찾아주시는 친구분들, 감사합니다~

많은 분(!)이 즐겨찾아주고 계시는데, 누구신지 밝히신 분이 한분도 안 계셔서...

정말 궁금합니다. 제게만 속삭여주세요~ ^^;;

초 여름에 이벤트 (책선물! ^^*) 할 때, 참고할게요. 꼬~옥이요... 그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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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1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달래 2007-05-1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1등으로 속삭여주셔서 감사해요. 근데 님은 알았어요. 메~롱... ^.~ 이벤트,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곧... ^^*

2007-05-11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5-11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5-11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달래 2007-05-1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님, 알아요. 감사합니다~ 추천해주시는 책, 좋은 글 잘 보고 있어요. ^^
an...님, 네, 맞습니다. ^^* 자주 뵈어요~
배...님, 아... 많이 다르죠? 다른 데선 많이 까불어요... ^^;;
 
낯선 사람들
김영현 지음 / 실천문학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한국문학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읽은 작가나 작품의 한계성에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 간혹 친구들의 리뷰를 보면 생전 처음 그 이름을 들어보는 작가도 많고 유명한 작품인데도 아직 못 읽은 작품들이 많다. 김영현, 그도 그런 경우다. 중견작가이고 작품도 꽤 낸 작가인데, 이제야 그의 작품을 대했다. 김영현을 소개해준 친구는 이 작품이 좀 별로인 것처럼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전작들을 알고 있는 경우에는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김영현의 첫 작품이었던 <낯선 사람들>은 생각보다 괜찮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책 소개에서 이 작품을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비하는 것을 보면서 궁금했었다. 도스토예프스키를 등에 업으려는 작전일까, 아니면 정말 그 정도 수준(!)의 작품일까... 다 읽고 나니 좀 이해가 되는 측면은 바로 주인공이 예비신부라는 것, 그리고 가족 간의 비밀을 알기 위해 그리고 사랑으로 감싸 안기 위해 애쓰는 면이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늙은 신학생인 성연은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나레이터이며 스토리를 끌고 가는 안내자 역할이라는 게 더 맞겠다.

추리물의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스포일러 때문에 내용을 구체적으로 나열할 수는 없지만 한 가족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 나름의 구성원을 중심으로 잘 그렸다고 보겠다. 지독한 수전노에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두 번째 부인 그리고 파산을 선고 받고 집을 찾은 첫째 아들, 그리고 그 집에 식모를 살던 어린 여자 아이... 지독한 늙은이의 둑음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경찰의 수사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예비신부의 발걸음을 따라간다. 수사물을 다룬 영화 같기도 하고 드라마 같기도 한 면은 이야기를 너무 무겁지 않고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해주었고, 추악한 인간들의 심리를 엿보게 되는 성연과 함께 독자들은 잔혹함과 애처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또한 그런 드라마적인 요소들은 다소 깊이를 떨어뜨리는 역할도 하고 있어 아쉬운 면으로도 남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 가족의 불행의 불씨와 그 불씨의 결과가 나타나는 모습은 빠르게 전개되는 동시에 긴장감이 돈다. 진실에 가 닿겠구나 생각하면 골목이 나타나고 막다른 골목이라고 생각하고 다가가면 스토리는 어느 새 담장을 넘고 있다. 새로운 비밀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독자를 놀라게 하는 동시에 그럴싸하다고 느끼게 해준다. 추리의 형태를 띠고 있긴 하지만 이 작품은 소설이다. 스토리와 심리가 제대로 결합된 재밌는 소설이다.

진실을 말해달라는 성연에게 형은 말한다. “진실은 없어. 세상은 모두 우연으로 차 있을 뿐이야. 너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너와 내가 형제가 된 것도 모두 우연일 뿐이라구. 우연! 세상이 모두 우연으로 되어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건 하등 다를 바가 없지. 안 그래, 신부님?” 하지만 진실을 알고자 했던 성연이 본 건 다름 아닌 지옥이었다. “심연 속에는 보아서는 안 되는 무서운 비밀이 파도처럼 출렁거리고 있었다. 죄악이 죄악의 알을 잉태하고, 죄악이 죄악을 낳고 있는 무시무시한 지옥의 풍경이었다.”

과연 뒤죽박죽으로 우연히 흘러가는 세상을 사랑이 바로잡을 수 있을까... 작가는 이야기 끝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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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1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달래 2007-05-1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말씀하신 면도 좀 있는 거 같아요. ^^;;
근데 전 이 작가의 작품으론 첨 읽는 거라... 그리고 재미도 있었구요.
한때 좋아하셨던 작가라니, 이분의 다른 책들도 찾아보고 싶어요. ^^*
암튼 추천(!)해주셔서 덕분에 읽었어요. ^^
 

이사하느라 힘들었던지 몸살 감기가 폭~삭 들어버렸다.

머리 아파 둑고... 먹은 거 다 토하고...

이젠 고개를 못 돌릴 정도로 어깨가 아프다.

맘은 스물인데, 나이는 중년이니... 몸도 고장이 나겠지.

그래도 이 아침, 뒷뜰의 아카시아 향기가 너무 좋다.

사무실이 폐교의 1층에 있다.

<가을동화>에서처럼 낭만적인 폐교는 아니지만,

이 아침, 아카시아 향내가 퍼지는 이곳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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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5-09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인님, 아프셨군요. 에고고... 무리하지 마시고 좀 쉬어가면서 하세요^^
아카시아향기가 여기까지 나는 것 같아요. 상쾌하고 싱그러워요.

비로그인 2007-05-09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아카시아의 계절이 왔나요...:)
아카시아 향기가 카페인님께 건강을 선물해주길 바랄게요

진달래 2007-05-09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이사하느라 신경 써서 그랬나 봐요. 감사합니다~ ^^ 아카시아 나무가 안 좋은 나무라고 해도, 그 꽃향기는 좋으네요. ^^
체셔고양님, 네... 아카시아 계절이네요, 5월... 머리 넘 무거울 때 잠시 나가면 아카시아 꽃 향기에 머리가 맑아지는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

2007-05-11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달래 2007-05-14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님, 그거 아무래도 저였나 본데요... 그분이 답을 안해주시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