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컵을 유난히 좋아하고  콩고물 머그컵은 정말 더 좋아하는 내가 이런 기회를 그냥 지날소냐. 이벤트 대상 책들 가운데 갖고 싶은 건 이미 다 갖고 있고 별로 땡기는 게 없었는데도 이 머그컵 욕심에 채우고 또 채웠다. ㅋㅋ 역시 알라딘 머그컵 최고다! 넘 예쁘다. 작년 건 예쁘긴 했어도 넘 커서 별로였는데 이번 건 크기도 적당하고 더 세련됐다. 흠흠... 하나 아쉬운 점은 두 번 주문했는데 좀 다른 게 왔음 좋았을 걸. 두 번 다 같은 게 왔다. ^^;;  


좋아, 좋아. ^^


역시 짝을 채워야... ^^;;  

왜 그렇게 머그컵을 짝을 채우느냐고 한번은 친구가 놀렸지만 머그컵도 짝을 채우면 덜 외로워 보인단 말씀이야! 암튼 알라딘 머그컵으로 커피 마시며 책 보는 연말이고 싶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풍선을 샀어
조경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고독하다. 혼자이건 누구와 함께건, 또는 어린 시절을 연장한 어른이건 가족을 이루고 있는 어른이건, 또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건 아니건,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이건 그 환자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든 말이다. 그래서 여기 조경란이 선사하는 위로의 책이 있다. 그건 간혹 사랑이 되기도 하고 우정이 되기도 하고 문학이나 철학 등의 책이 될 수도 있고 그 책의 작가나 또는 독자가 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그녀는 이미 우리에게 외로움과 고독의 치유를 <식빵 굽는 시간>부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고소한 빵 냄새로 우리를 위로하듯이 말이다. 또한 세련된 문체로 깔끔한 문학을 선사하던 조경란이 정열적이고 치명적인 사랑과 성애를 음식을 통해 최고로 지독한 복수를 하는 <혀>로 이어 놓았다. 그리고 이번엔 문학과 철학으로, 책과 글쓰기로 연결시켜 준다.       
<풍선을 샀어>에서는 사람들과의 관계보다는 니체의 학문 속으로 들어갔던 여자와 공포증을 앓고 있는 젊은이의 권리가 스스로에 대한, 타인에 대한 위로이다. 따로따로 외롭고 고독하던 너와 내가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관습과 질서에 얽매여, 잊고 있던 우리의 권리가 바로 그 위로이다. 따로 홀로 떨어져있던 동안 잊고 있었던 권리를 되찾는 게 바로 그 위로인 것이다. 너와 나는 그럴 권리가 있는 것이다.
‘J, 너는 실수할 권리가 있고 도움을 청할 권리가 있고 분노를 느낄 권리가 있고 울 권리가 있고 놀랄 권리가 있고 마음이 변할 권리가 있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J, 너 자신을 즐겁게 할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타인을 미워할 권리가 있어. 마지막으로 나는 말했다. 그리고 J, 너는 운전을 할 권리가 있어. (...) 내가 가진 권리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에게는 아프다고 말할 권리가 있고 책을 읽을 권리가 있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그에게 의지할 권리가 있고 진실을 말할 권리가 있고 잠을 잘 권리가 있다. 나에게는 토마스의 위로와 충고에 저항할 권리가 있고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권리가 있고 J를 생각해도 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책이 있다. 철학과 문학이 있다. 그래서 <형란의 첫 번째 책>에선 ‘쓴다는 건 종이 위에 나를, 나의 표상 하나를 거기에 내려놓는다는 게 아닐까요.’라는 여자의 말이 마치 자신의 삶에 대한 책을 자신이 쓰는 듯한 느낌을 주며, 길을 잃고 헤매는 남편에게도 메시지를 전해준다.
‘시간이 흐른 후 나도 나의 삶을 살았다, 썼다, 그리고 사랑했다, 라고 짧게 요약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은 아주 실패한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예요. 쓰야키 씨, 혹시 그를 만난다면 이렇게 전해주시겠어요? 그가 맨 처음 글을 쓰기로 했을 때, 그것은 삶을 위해서였다는 걸 부디 잊지 말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스스로 위로를 만나기도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에서는 작가를 만나고 작가의 얘기를 듣는다. 마치 그녀를 보고 그녀의 말을 들으며 스스로 위로를 받듯이. 또한 ‘내가 만약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면 내 인생은 그냥 빈 종이로만 남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작가에게 이별을 고하고 스스로 안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2007, 여름의 환>에서 이 위로의 방법은 바로 거짓말이다. 거짓말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변호하고 숨어버리고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이다. 아무 이유 없이 하는 내 거짓말은 온전히 내 것이다. ‘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여덟 가지 분류 중 거의 모든 사항에 속할 만큼 다양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아무 이유가 없을 때가 많다. 나는 그것이 진정한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거짓말쟁이는 진정한 미식가처럼 혀로 음식을 맛보거나 말을 밖으로 뱉어낸 후 입술이 맞닿은 뒤에 탄성이 이어지는 정교한 소리에 큰 만족감과 기쁨을 느낀다.’<마흔에 대한 추측>에서는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변화를 느끼고 그에게도 위로가 되는 ‘나’가 있다. ‘닥터 현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귀를 열자, 이야기가 열렸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고 그것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그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세상의 존재를 인정하고 나를 그 세상 속에 넣을 수 있게 되었으며 또한 그에게도 나 자신 세상의 창구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조경란은 이렇게 말한다. ‘책 자체가 좋습니다. 위안과 힘이 되는 책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책을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서 저는 사랑의 가능성과 일상적인 것들 안에 감추어진 변화의 힘을 믿게 되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꽃 피는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말하고, 그것을 글로 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풍선을 샀어>, 이 작품집으로 한편 고독해졌지만 또 한편 그 고독에 대한 위로를 배로 받았다. 외롭고 힘들 때,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장벽이 나타났을 때, 도무지 나를, 세상을 이해할 수 없을 때, 어딘가로 숨어버리거나 홀로 우는 대신 풍선을 불어보자. “후후훕, 훕훕-” 그러고 나면 온 힘을 다해 풍선을 불었듯, 앞으로 나아갈, 변화를 가져올 어떤, ‘삶의 특별한 의지’가 생기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원한 것은 없기에
로랑스 타르디외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지 마, 주느비에브. 죽어선 안 돼. 난 고독이 무언지 안다고 믿었지. 하지만 이제 머지않아 네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그건 순전히 착각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네가 죽는 순간 비로소 난 혼자가 될 거야. 우리가 서로 멀리 떨어져 산 세월 동안에도 네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내게 삶의 용기를 주었어. 세상 어딘가에 네가 존재했으니까. 비록 널 볼 순 없었지만 그래도 나와 똑같은 시련을 겪어야 했던 여자가 아직 건재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 서로를 만질 순 없었어도 우린 함께 손을 잡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이제 네가 사라져버린다면 난 흔들릴 거야. 더는 발밑에 단단한 땅을 딛고 서 있지 못하게 될 거야.’

뱅상은 2005년 어느 날 사랑했던 여인, 아내였던 여인 그리고 아이의 엄마였던 주느비에브의 편지를 받는다. 둑어간다고, 둑기 전에 다시 한번만 그를 보고 싶다는 편지를 받자마자 그는 그녀를 만나러 길을 떠난다. 위 글은 길을 가면서 뱅상이 속으로 되뇌던 말이었다. 겪어선 안 될 시련을 겪고 그 슬픔과 고통이 그들을 갈라놓은 그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그들은 그렇게 다시 만난다.

가끔 신문이나 뉴스에서 누군가의 실종에 관한 기사를 보면 언니는 늘 그랬다. 본인의 의지가 아닌 상태에서 그리고 어딘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고는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거 아니냐고. 저런 실종은 거의 타살 되어 어딘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 묻혀있는 거 아니냐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었다. 그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의 심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말이 사실일까봐 더 조마조마했던 것이다. 그런 일을 겪은 가족, 즉 사랑하는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 가족의 심정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그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하루하루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을 할까.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 둑는 존재이므로, 태어나는 건 순서가 있어도 세상을 뜨는 건 순서가 없듯이 그렇게 순리라고 생각하고 체념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뱅상과 주느비에브는 겉으로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결국 서로에게 얽매인 삶을 살았던 것일까. 아이를 잃어버린 날, 그들의 삶은 모두 정지해버린 것일까. 서로가 반추하는 그들의 삶은 어찌 보면 살았다고 볼 수 없겠다. 그 긴 세월을 그냥 보내버린 것일 뿐.

“왜 삶의 밝은 면만 기억해야 하는 걸까? 빛을 눈부시게 만드는 건 어둠인데 말이야. 이렇게 말하면 끔찍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만일 우리가 클라라를 잃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난 순간의 가치를 몰랐을 거야. 흙과 소소한 것들의 가치, 당신과 내가 함께하는 이 몇 시간의 가치를. 우리의 사랑보다도 강한 우정을 말이지. 슬퍼하지 마, 뱅상.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간다고 중요한 무언가를 잃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난 이 순간을 갖게 된 걸 감사해. 영원은 시간 속에 있는 게 아니라 깊이 속에 있기 때문이지. 그것이 주는 현기증 속에 있어. 내가 누구한테 감사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죽음이 무언가를 향해 열려 있는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이 빛은 어떤 방식으로든 지속될 거야. 빛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어. 그렇지?” 

결국 영원하지 못한 것은 태어나면서 둑음으로 치닫는 인간의 삶이다. 이 세상에서의 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료배송+사은품][팬지데이지][2009다이어리]마법수프 다이어리 2009 - 프리티 띠따
팬지데이지
평점 :
절판


마법수프 다이어리를 쓴 지 벌써 4년째가 되네요. *^^*
처음에 친구가 선물해줘서 쓰기 시작했는데, 중독이 되었어요.
매년 함께 행복해지는 마법수프 다이어리…
이젠 친구 같은 마법수프 동네 아이들, 마요, 띠따, 샤 등등
모두 곁에 함께 살고 있는 친구들 같아요.

매년 새로운 다이어리가 나올 때쯤이면 늘 여기저기 기웃거렸어요.
혹시 더 예쁜 다이어리가 있지 않을까.
혹시 더 멋진 게 없을까.
혹시 더 나은 게 나오면 어쩌나.

그런데 올해는 그런 고민 전혀 안 했어요.
벌써 4년째인 걸요. 마법수프와 함께한 너무나 만족스러운 4년이었거든요.



받자마자 좀 심플해진 다이어리를 발견했어요. 마법수프 통장과 함께요.
더 단단해진 커버로 된 예쁜 띠따 다이어리였어요.
섹시하고 예쁜 샤도 있지만 전 어리버리 띠따가 더 좋아요.

쓸데없이 이것저것 소용도 없는 소품을 빼고 다이어리에만 총력을 기울였네요.
읽을 책도 많은데, 그래도 저녁에 집에서 차근차근 다 살펴봤어요.
아… 올해도 행복한 스토리가 가득해요.

자세한 속 내용은 마법수프 다이어리 설명 보시면 됩니다.

대신 제가 좋아하는 마법수프의 강점을 친구분들께 알려드릴게요.
일단 연도별, 월별 내용 정리는 물론이고 주 단위로 매일매일
계획도 세우고 그날그날 한 일도 간단히 적을 수 있어요.
일기는 매일 쓰기도 힘들고, 한번이라도 쓰기가 부담스러운데,
다이어리에 한 일을 간단히나마 적어놓으면 잊지 않고 좋아요.
단단해진 커버도 1년 내내 함께할 거니까 중요하구요.
뜯어짐 없는 실제본, 아주 좋습니다.
펜이나 볼펜으로 써도 전혀 비치지 않는 내지도 꼭 필요하죠.
캐시란엔 미리 준비해야할 자금, 목돈 들어가는 거, 꼬박꼬박 기입하구요.
영화나 쇼핑란도 기억을 되살리기에 좋고 막소비(!)를 막아줘요.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늘 있던 밴드가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제일 좋은 점은,
마법수프 다이어리와 함께하면 절대 우울해질 일이 없다는 거예요~! 
마법수프 동네 친구들은 모두 나 같아요.
예쁜 거 좋아하지만 외모, 보통이고,
날씬하고 싶지만 늘 다이어트 해야 하고,
부자이고 싶지만 아무거나 살 수 없는… 그런 평범한 나요.  
우울하거나 속상하거나 슬프거나, 모두 마법수프와 함께라면
다 날아가요. 다시 화~이팅할 힘을 주거든요.
마법수프는 살아있는 나만의 세계가 돼 줘요. 

자~아, 이제 행복한 마법수프 나라로 가 볼까요? *^^*
(저, 마법수프 관계자나 알바생 아닙니다. 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건 완전히 우리의 이야기이다. 소설이라기엔 너무나 실재적인, 너무나 존재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너와 나,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엄마 그리고 온 가족 이야기이다. 2백 프로 공감하게 만드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우리의 전 세대를 힘들게, 고생스럽게 온 정신과 온몸으로 살아낸, 진정 삶과 가족 그리고 세상에 치열했던 엄마들 이야기이다.

제목부터 너무나 뻔한 느낌이 들어서 또 흔해 빠진 그저 그런 작품이려니 했다. 작가라면, 아니 우리 일반인들도 엄마라면 얼마나 할 말이 많을 것인가. 또 그 문학성에 비해 감성적으로 청승맞아 보여 별로이던 작가가 나이가 들면서부터 점점 씩씩해지는 게 좋기는 했지만 완전 내 스타일은 아니어서 늘 반반인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데, 이 작품은 그저 그런 뻔한 작품이 아니었다. 이건 신경숙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아니 토해낼 수 없는 엄마와 우리의 이야기였다.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이 내 앞을 가려 다음을 읽기가 힘들 정도로 눈물을 쏟아냈지만 이 작품은 그저 그런 엄마와 가족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처럼 취루성 작품으로만 그치는 작품이 아니었다. 담담하게 한 가족이야기를 쏟아내는 게 오히려 더 가슴을 쥐어짜듯 해서 더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지나간 세월은 왜 그렇게 지지리도 가난했는지, 왜 그렇게 먹고살기가 힘들었는지. 그땐 삶의 목표가 먹고사는 데에 있었다. 그런 세월을 우리 엄마들은 자신의 꿈이나 희망 같은 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자신을 모두 접고 가족이라는 존재를 위해, 지켜줘야 하는 새끼들의 입에 먹을 것을 넣기 위해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그 시절을 온통 희생인 줄도 모르고 희생하며 치열하게 살아야만 했던 그 엄마들에게 바치는 찬가이다! 

‘잘못도 없이 인생의 아주 나쁜 패를 쥐고서도 삶을 내려놓지 않고 꿈을 기르고 사랑을 번식시키는 것으로 매번 한발짝씩 앞으로 나아갔던 그들의 강인하고 풍요로우며 아름다운 인생의 비밀들을’ 얘기해주던 엄마, 어릴 적엔 야단치고 혼내던 엄마가 어느 때부터인가 자식들을 손님으로 어렵게 대하는 엄마, 자신처럼 살게 하지 않겠다고 ‘계집애’들을 어떻게든 공부시키려는 엄마, 태어날 때부터 늘 엄마였던 것 같은 엄마, 아버지 같이 남편 같이 기댔던 장남에겐 늘 미안한 엄마, 바람같이 늘 집을 떠나 방황하던 아버지에게는 늘 그 자리에서 집을 지키며 아이들을 거두고 아랫목에 따뜻한 밥을 넣어두었던 엄마, 막내여서 좋은 기억만을 안겨준 딸이 약사라는 근사한 직업을 접고 세 아이들에 치이며 사는 걸 안타까워하는 엄마… 하지만 그 엄마도, 아무도 모르는 엄마만의 비밀을 갖고 있었다…

‘엄마를 잃어버린 후에야 너의 가족은 엄마의 이야기가 가족들의 내부에 무진장 쌓여있음을 실감했다. 끊임없이 반복되었던 엄마의 삶. 엄마가 곁에 있었을 땐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엄마의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것같이 여겨지지도 했던 엄마의 말들이 너의 가족들 마음속으로 해일을 일으키며 되살아났다. 전쟁이 지나간 후에도, 밥을 먹고살 만해지고 난 후에도 엄마의 지위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아버지가 밥상 앞에 둘러앉아 대통령을 뽑는 선거 얘기를 나눌 때 엄마는 음식을 만들어 내오고 접시를 닦고 행주를 빨아 널었다. 엄마는 대문과 지붕과 마루를 고치는 일까지도 도맡아 했다. 엄마가 끊임없이 되풀이해내야 했던 일들을 거들어주기는커녕 관습으로 받아들이며 아예 온전히 엄마의 몫으로 돌려놓고도 죄의식들이 없었다. 때로 오빠의 말처럼 엄마의 삶을 실망스런 것으로 간주하기까지 했다. 인생에 단 한번도 좋은 상황에 놓인 적이 없었던 엄마는 가족들에게 언제나 최상의 것을 주려고 그리 노력했는데도. 외로울 때 등을 토닥여준 사람은 분명 엄마였는데도.’

힘겨움, 어려움, 슬픔과 고통까지도 담담하게 풀어내는 문장들이 정말 좋다. 사람의 심정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게 감탄스럽다. 세월이 흐르면서 날카로운 칼끝이 무뎌져 더 이상 상처를 내지 않고 자연스레 손에 익듯이, 신경숙이라는 작가가 가졌던 날 냄새가 어느 새 나이와 함께 익어, 이젠 누구의 마음도 후벼 파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레 우리의 마음을, 슬픔과 고통까지도 잔잔하게 풀어내는 것 같아 정말 좋다.  

이제… 엄마한테 전화를 해야겠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말해야겠다.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그리고 아무리 바빠도 자주 보러간다고. 근데 엄마한테 전화한 게 언제더라, 가물가물하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08-11-05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읽고 있는데 괜히 엄마 생각하며서 가슴이 찡해 오더라구요.
어느새 주름진 얼굴과 거뭇거리는 검버섯 보면...
이건 작가 본인의 이야기겠죠?
근데 알고보면 우리도 이만한 얘기 나오지 않을까요?

진달래 2008-11-05 18:13   좋아요 0 | URL
그죠. 우리 엄마 생각나게 하는 책... ^^
근데 저도 첨엔 작가의 얘기구나... 했었다가,
뒷부분으로 갈수록 작가의 문학적 힘이구나... 했어요.
누구나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이렇게 아름답고 슬프게,
잘 쓸 수 있다는 거, 그게 신작가의 힘인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