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의 모험 - 당신이 사랑한 문구의 파란만장한 연대기
제임스 워드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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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연필깍이,볼펜, 만년필,클립, 스테이플러, 수첩, 노트, 풀, 지우개, 포스트잇, 형광펜, 압정,파일 ..이런 문구류의 역사부터 제품디자인 변형, 상품광고,홍보용으로 제작되었던  일화와 더불어 각종 문구류에 깃들린 개인의 일상을 곁들인 이책의 저자는 '나는 지루한것을 좋아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괴짜 제임스 워드 '런던 문구클럽 공동 창설자'다.

 

매년 '지루한 컨퍼런스'라는 행사를 열어 사소할정도 무시하고 넘어가는 소소한것들을 찾아내는 기쁨을 즐기며 사는 사람이다.

어린시절 동네 문구점에서 심열을 기울여 고르고 고른 자신의 문구류를 담은 정리함을 펼쳐보이며 문구류를 향한 탐험이 시작된다.

1899년 노르웨이 발명가 요한 볼레르(1866~1910)가 철사를 구부려 종이를 집는 용도로 발명한 '클립'은  나치 점령 당시 노르웨이 사람들은 가슴에 클립을 달고 다니며 나치점령을 향한 저항의 표시이자 이들에 굴복하지 말고 하나로 뭉치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고 한다.

 

 

 사무실과 학교의 필수품인  '포스트잇'은 3M이 접착풀을 개발했는데 접착력이 너무 약해 사용되지못하고 대량으로 폐기되지도 못하다가 우연히 메모 종이에 발라보니 끈적함이 남지 않은 상태로 쉽게 떼고 붙일수 있다는 사실에 탄생했지만  소비자들에게 팔릴지 의구심을 갖았던 제품 포스트잇은 12년후, 1980년에야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난 2천 년간 발명된 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세계석학들은 '지우개' 라고 답했다.

지우개는 단순히 종이에 뭍은 흑연 자국을 털어내는 도구가 아닌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를 주고 사고의 전환을 가져온 도구로  '지우개'가 없었다면 과학,의학의 발전은 물론 사회의 대변혁을 불러 일으키는 제품개발도 없었을것이다.

 

  마음에 쏙 드는 문구류를 써야 창의력이 샘솟는 작가들중 로알드달은   매일 아침 ' 딕슨 타이콘데로 연필 여섯 자루를 뾰족하게 깎은 다음에야 글을 쓰기  시작했고,  존 스타인벡은 작가 생활 내내 자신의 작품에 딱 어울리는 '완벽한' 연필을 찾아다닌 끝에 '종이 위에서 활강하며 미끄러지는' 블랙윙 602을 찾아냈다.

'오랫동안 난 완벽한 연필을 찾아다녔어. 아주 좋은 연필을 찾아냈지만 그건 완벽한 연필이 아니었어. 언제나 문제는 연필이 아니라 내게 있었지. 어느 날은 괜찮았던 연필이 다른 날에는 나쁜 연필이 되어버리니까. 어제만 해도 난 부드럽고 섬세한 연필을 썼어. 그건 근사하게 종이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였어.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같은 종류의 연필을 집어 들었지. 그런데 말을 듣지 않는 거야. 촉이 부러지고 완전히 난리가 났어....새 연필을 찾아냈어. 지금껏 써본 것 중에 최고야!'

 

여러장의 색인 카드에 글을 써두고 이리저리 퍼즐 맞추듯 소설을 구성하고  완성해나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초고는 꼭 연필로 썼다.

'작업 스케줄에는 융통성이 있지만 쓰는 도구에는 좀 까다로운 편입니다. 줄 쳐진 브리스톨 색인 카드, 잘 깎이고 너무 단단하지 않은 지우개 달린 연필을 씁니다'

노란 색 리걸 패드를 사용한 토니 모리슨에게 '리걸패드'는  단순한 노트가 아닌  창조적 영감을 주는 존재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최고의 공로자였다.

 '나는 처음에는 무조건 연필로 써요. 내가 좋아하는 것은 노란색 리걸 패드와 품질 좋은 2호 연필이랍니다.'

새로산 노트에 딱 어울리는 펜의 색깔을 찾으려고 고심하며 찾아간 문구점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형형색색의 문구류에 빠져본적이 있는가?

 

매년 연말을 앞두고  새해에 쓸 다이어리나 수첩을 고르고  필사를 하기위해 펜과 만년필을 골라본적이 있는가?

 

그럼,문구를 사랑하는 당신,작지만 위대한 물건, 문구가 품고 있는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자.

 

'문명이 처음 밝아올 때부터 존재했던 문구는 인터넷 따위의 엉성한 신출내기가 싸움을 걸고 자신을 죽이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터널에 갑자기 들어가더라도 펜은 작동이 중단되지 않는다. 연필로 쓸 때는 배터리가 닳아 충전기를 빌릴 일이 없다. 몰스킨 공책에 글을 쓸 때는 내용을 미처 저장해두기도 전에 오작동의 경고가 뜨거나 프로그램이 다운되는 사태가 일어날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펜은 죽지 않았다. 펜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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