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댓 이즈
제임스 설터 지음, 김영준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밤새 어둠속 물살이 빨랐다.

갑판 아래 층층이 놓인 6열 침상에 남자 수백명이 조용히 누워 있었다 .대부분 새벽녘 까지 잠들 지 못한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희미한 불빛,끝없는 엔진 소리 눅눅한 공기를 뿜어대는 환풍기

1500명에게 주어진 장비와 무기는 바다에 떨어진 닻처럼 그들을 해저로 끌어내릴듯 무거웠다.

이함대는 일본 남부의 큰섬 오키나와로 향하는 중이다.'

 

이함대에 타고 있던 한남자. 필립보먼은 2차대전 해군으로 복무했던 군인으로 종전후 하버드대에 편입한다.

사교계여자와 바람이 난 아버지는 가정을 버렸고 어머니 혼자 교사일을 하며 아들 보먼을 키운다.

가난했지만 따스하고 자상한 어머니, 유쾌한 이모, 이모부와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어도 보먼은 가슴한쪽 구석은 서늘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던 보먼은 기자 시험에 낙방하고 그저 그런 공연잡지사에서 일을 하다 출판사 편집부로 들어간다.

첫 만남부터 이별의 길로 들어섰던 아내 비비안과의 결혼은 자신의 병든 어머니를 간병한다는 짧은 이별편지와 함께 끝이나버린다.

 

'8월말 나무가 여름의 황홀한 양기를 받아 무성한 잎을 거느리다가 어느날 갑자기 기이하게 차분해졌다 기다렸다는 듯 즉시 깨달았다. 다들 알았다 만물이 알았다.딱정벌레, 개구리와 까마귀가 잔디밭을 숙연히 가로 질렀다. 정점에 달해 천하를 품었던 태양이 스러져갔다. 사랑받던 모든것이 위기에 처했다.'

 

 

전쟁,죽음,이별 이라는 얼룩과 멍에속에서 보먼은  사랑을 향한 갈망,애정에 결핍된채

편집자로 분주한 나날을 살고 스쳐지나가는 여인들과의 불발같은 사랑 앞에 커다란 배신과 상처를 끌어안게 된다

 

그리스인 전남편사이에 15살짜리 딸을 둔 이혼녀 크리스틴과 사랑에 빠진 보먼은 함께 살 집을 대출로 마련하지만 부동산업자와 바람이난 크리스틴은 집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보먼은 집을 빼앗겨버린다.

수년 뒤 크리스틴의 딸 아네트와 우연히 만난 보먼은 출판사에 취직하고 싶다는 20살이된 아네트를 데리고 홀연히 파리로 떠난다.

아네트와 몇일밤 황홀한 잠자리를 함께한 뒤 프링스어를 전혀못하는 아네트를 파리 호텔 어딘가에 홀로 놔두고 메모만 남겨놓고 떠난다.

 

'난 떠나. 지금은 설명하기 곤란해 즐거운 시간이였어.'

 

그녀의 어머니 크리스틴을 용서했어도 보먼은 '니딸 여기있어 데려가' 라고 내뱉고 싶은 마음을 꾹참고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아네트와 함께 묵었던 호텔 숙박비를 지불해버린다.

 

'혼자 있어도 괜찮았다 그는 저녁을 손수 차려먹은후 앉아서 책을 읽었다. 팔꿈치 옆에 한잔 가져다 놓고 10번가에 살때 비비언이 잠든후 작은거실에 앉아 읽었을때 처럼  시간은 무궁무진했다. 반복되는 낮과 밤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삶....'

 

오랜세월 투병으로 기억을 서서히 잃어버려버린 어머니

 

 '그곳에 시간따윈 없다. 시간은 임종과 동시에 사라진다. 우리가 잠드는 순간처럼 그곳에 기쁨뿐.'

 

자신이 태어났을때 맨처음 들었던 목소리,어머니 이제 어머니는 곁에 계시지 않는다.

처음만났던 친구들, 그들의 이름 그리고 홀로 썼던 방 구석구석까지 보먼은 기억을 하고 있다.

 

 보먼은  질흙같은 암흑속 그 강을 떠올린다.

체념하고 인내하며 길게 줄지어 서서 뱃사공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전부

빼앗겨버리고 반지 한개, 사진 한장 그리고 편지 한통 모든 것이 사라져도 소중한 딱한가지만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

보먼도 그런것을 갖고 있다.

 

'너와 함께 보낸 날들은 내인생 최고의 날들이었어...'

 

 

어스레한 은빛, 출세하려는 꿈을 품고 이도시에 첫발을 내디뎠던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보먼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

어쨌건 앞서 살다갔던 모든사람들처럼 그도 가리라

이모든것 전쟁,어머니, 아버지 , 이모,이모부,런던,에스파냐, 파리 그들과 함께 했던 낮과 밤,무수한 이름들 바다,집들 ..그리고 책들 이모든것들을 남겨두고...

 

 이루 헤아릴수 없을정도로 그가 소유했던 삶의 저편속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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