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매미 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7
하무로 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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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면 이 부근에서 저녁매미가 많이 웁니다. 특히 가을 기운이 완연해지면 여름이 끝나는 것을 슬퍼하는 울음소리로 들리지요. 나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몸으로 ‘하루살이’의 뜻(저녁매미-히구라시)을 담아 이름을 지었습니다.' 라는 일기를 쓰고 있는 슈코쿠는 무사로 자신의 주군의 첩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쓰고 산골에 유폐된 채 주군 가문의 족보를 완성하고 십 년 후 할복 하라는 명을 받았다.

 남편이 간통이라는 죄로 유폐 당한 사실을 안 부인은 그를 의심하지 않고 자식들을 데리고 남편이 있는 유배지를 따라간다.

 

 

앞으로 몇년 후면 할복자살을 해야하는 슈코쿠는 매순간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는 기색이 터럭 만큼도 없다. 이를 수상하게 생각하는자신을 감시하러온 젊은 무사 단노 쇼자부로에게 슈코쿠는 이렇게 말한다.

 

['단노 공,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고는 했으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죽음도 겁나지 않는다고 호언하는 것은 무사의 허세일 뿐. 나도 목숨이 아까워 밤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사람은 누구나 죽는다고 합니다. 오십 년 뒤, 백 년 뒤에는 수명이 다하지요. 나는 그 기한이 삼 년 뒤로 정해진 것일 뿐. 하면 남은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단노 쇼자부로'는 죽을 날을 남겨두고 주군의 가문 족보를 써내려가는 슈코쿠를 이해하지 못하고 혹시 그가 누명을 쓴 게 아닌지 의문을 품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 한다.

 

 

'여름 한철 치열하게 살다 가는 저녁매미처럼 구원을 호소하지도, 헛된 희망을 갖지도, 그렇다고 회피하거나 포기하지도 않겠다.' 라는 '저녁 매미 일기'를 한자 한자 적어나가는 슈코쿠는 도대체  어떤 심정으로 자신의 죽음을 받아 들이고 있는것일까 ?

 

 '무사로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라는 신념으로 무장한 무사로고 해도 죽음이 기다리는 서슬퍼런시간 앞에 흔들리지  않을수 있는 것 일까?

 생명이 있는 모든것들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지만 스스로 죽게된다는 운명은 외면하고 싶을것이다.

하지만 무사 슈코쿠는 칼을 쥐는 운명과 함께 스스로의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 사람은 언젠가 죽어야 하는데. 그것이 두렵지 않나.’
문득 그런 의혹이 들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무사로서 당연한 각오일지 모르지만, 싸움터에서 창칼을 휘두르고 있을 때라면 또 몰라도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다가간다는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공포일 것 같다. 그러나 슈코쿠에게는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는 기색이 터럭만큼도 없었다. 쇼자부로는 그것이 수상쩍게 느껴졌다.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역시 막상 때가 되면 도망칠 작정이 아닐까.’

 사람은 마음이 정하는 곳을 향해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음이 향하는 곳에 뜻이 있고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목숨을 잃는 것도 두렵지 않다.]

 

무사 슈코쿠는 칼을 쥐지 않는 다른 길을 걸어갔어도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여름 한 철을 치열하게  살다 생을 마감하는 저녁매미처럼 신념을 위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갔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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